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 학교 대신 세계, 월급 대신 여행을 선택한 1000일의 기록
박 로드리고 세희 글.사진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평범한 여행에세이가 아닌 이유....

 

   요즘 한창 방영중인 K팝스타는 실력있는 출연자들의 무대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사실상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듀서들의 심사평을 보는 맛이 쏠쏠합니다. 심자위원들은 위치가 위치인지라 늘 재능이 넘치는 예비스타들의 오디션은 물론 자사에 발탁된 연습생들의 무대를 질릴 정도로 보아왔던 터라 그들의 눈높이를 맞출만한 무대를 만나는 일은 흔지 않을 겁니다. 그런 그들도 감탄하며 놀라는 무대가 종종 있는데, 양현석 심사위원의 말을 빌리자면 '노래 잘하고 춤 잘추는 사람은 많지만 가장 놀랄 때는 전혀 예상치 못한 무대를 보았을 때'라고 합니다. 예상치도 못한 무대가 실력과 어우러질 때 깜짝 놀랄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책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최근엔 정말 여행 에세이 홍수의 시대가 아닌가 싶을만큼 여행 관련 에세이가 너무 많습니다. 여행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책들도 있고, 여행이라는 형식만 차용해오고 실은 그냥 감성 에세이인 경우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 책도 그런 류의 감성에세이 중 하나로 생각하고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초반에 "풍어"라는 제목의 짧은 글 한편으로 평범한 여행에세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풍어]

 어부들의 축제에

초대받지 않은 갈매기들이 찾아왔다.

소란스럽다.

 

누군가의 안락과 풍요를 위해서

누군가는 희생되고

눈치 빠른 누군가는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는

 

세상을 담은 소란한 풍경 한판." p22.

 

 아무것도 아닌 듯 하지만 '어부들이 그물을 들어올리는 순간을 보며 이런 통찰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이 세계를 여행하며 풀어내는 감상들이 예사롭지 않겠구나!'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 온몸으로 귀중한 시간으로 체득한 삶의 진리가 나를 설레게 한다.

 

   여행에세이에 자꾸 눈이 가고 손이 가는 이유는 역시나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 현실에서의 삶이란게 워낙에 녹녹하지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보다 먼저 '꽉 짜여진 생활의 틀을 깨고 박차고 나가봤더니 이렇게 좋더라'라는 그들의 고백을 읽으며 떠나지 못하는 자들의 탈출욕구를 삭히는 것이겠지요. 고백이라기보단 선언에 가깝지 않나 싶네요. 그리고 그들이 선언하는 바에 따르면 늘 전전긍긍하고 여유없는 한국을 떠나면 전혀 다른 세계의 다양한 삶이 보이고 우리의 삶이 꽤나 경직된 삶이라는 것이 눈물나게 깨달아진다는 것입니다. 조금만 멀리서 바라보면 딱히 그리 동동거릴 일도 아니란 것이지요. 


" 한국이라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사람들은 오만상을 찌푸리고 정신적, 물질적 피해 보상을 운운하며 관계자를 채근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초조는 옆 사람에게 전해져 짜증이 되고 그것은 다시 분노와 신경질로 몸피를 키워 결국 모두를 불쾌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도 화를 내며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었겠지. 사고를 대하는 이곳 사람들의 온화한 태도가 한국 사회와 선명하게 비교되었다." p50

 

    다양한 세상의 다양한 사람과 삶의 양태를 직접 본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통찰입니다. 나와 내 주변만 바라보면 너무도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는 순간 저 또한 상당히 부끄러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대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점점 커지기 마련이니까요. 사는게 뭐라고 이리 바둥거리나? 라고 하지만 넉놓고 있을 수가 없는 현실앞에 슬퍼지기도 합니다.  

 

"상식은 늘 변한다. 상식은 자기 안에서만 통하는 헛된 믿음이다. 그 상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순간 상식은 폭력이 된다" p60

 

상식이 비상식이 되는 순간을 여러번 겪으면서 저자는 자신있게 말합니다. 상식이 헛된 믿음이 되고 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북 쪽은 민족이 갈라져 막혀있고, 삼면은 바다로 막혀있는 우리는 굉장히 편협한 사고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이 딱히 표가 나지 않는 이유는 비슷한 처지와 관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그것이 '상식이다'라고 서로 믿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우리만 벗어나면 멘붕에 빠질 수 밖에 없으니 우리를 굳건히 지키는 수밖에 없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도 저의 상식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생생하게 겪어보고 싶은 충동에 빠졌습니다.  

 

 

#3. 뒤틀린 프레임으로 강요받은 편견과 선입관을 깨뜨리는 경험의 힘...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를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것은 사실 세상 곳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단순히 규격화시켜 동일한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등의 이른바 선진국이 좋고, 아시아나 중동은 안좋다는 식의 되먹지 못한 선입관이 참 어처구니 없는 것이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마음 한 구석에는 그래도 깔끔하고 깨끗하고 개개인의 인권이 보장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만 그 모든 생각들이 상대적이고 궁색한 사고라는 것이 저자가 한결같이 말해주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 파키스탄 사람들은 우리의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친절이 몸에 밴 사람들이었다. 나는 무슬림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중략) 언론을 통해 만나는 이슬람은 악마처럼 그려지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 근본주의 단체의 만행일 뿐, 몸으로 만난 이슬람 사람들의 심성은 천사 중의 천사였다." p185

 

   몸으로 부대껴 보지 않으면 관념으로 이해합니다. 이를테면 저의 경우는 이슬람권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나쁜 기운, 뭔가 불편한 이미지로 관념화해서 덩어리로 대충 이해하고 규정하고 넘어가버렸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실체는 따뜻한 체온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환경과 지역이 그들을 규정하려고 할뿐 사실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잘난 우리보다 훨씬 마음이 고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여행은 이를수록 좋다. 한 사회 안에서 살다 보면 사고도 고여 있게 된다. 유연하게 흐르는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온몸에 밴 습속을 뒤집어 놓는 먼 나라를 여행하며 멋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p278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습니다. 제가 아니라면 우리 아이들이라도 사고가 경직되기 전에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내가 본게 없어서 설명해줄 수는 없겠지만... 다행히 설명해서 될 일도 아니고..)



" 많은 선배들이 나에게 충고한다. 그만큼 여행했으니 이제 현실로 돌아오라고. 나를 아끼는 마음에서 한 소리란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나는 지금까지 비현실적이었던 적이 없으니까. 여행은 유목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삶이다. 여태 변변한 전셋집조차 가지지 못한 건 버는 돈을 여행에 다 써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집을 가지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가진 게 많으면 쉽게 떠날 수 없다.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여행이 곧 나의 집이다." p106


   이 대목이 조금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많은 선배들은 저랑 생각이 좀 다른가 봅니다. 자신의 터전에서 힘들여 가정을 이루고 삶을 가꾸는 삶의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이 귀합니다. 그러나 평생 여행하는 삶 역시 너무 멋진 삶입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이 일상이 된 현대사회의 경직된 사고로 바라보니 나이들어 빈하고 궁해질 것을 미리 염려해서 '불쌍하다 걱정된다'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발상의 가장 큰 한계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  지금을 그리 아둥바둥 사는 우리가 딱히 퍽이나 나이들어 빈하고 궁하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냐 말입니다.  

 

자, 모두들 떠나요~~~~~ (저는 여기를 잘 지킬테니.. 흠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도시와 나 - 소설로 만나는 낯선 여행
성석제 외 지음 / 바람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1. 짧고 신선한 이야기들의 모음, 단편집의 매력에 빠지다.
 
에..또.. 제가 기본적으로 단편집을 좋아합니다.
짧은 호흡으로 압축된 서사가 좋고,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이 좋습니다.
상대적으로 장편소설에 비해 내용이 단순하고 심심할 수가 있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분들도 상당히 많으시지만 저는 마냥 좋습니다.
장편소설이 좋은 음식 한가지를 배불리 먹는 느낌이라면 단편집은 맛난 음식
여러가지를 조금씩 담아서 하나씩 하나씩 음미하며 먹는 느낌이라고 하겠습니다.
 
참, 소설외 옴니버스식 에세이 등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법 많이 읽어봤는데
대부분 책 한권이 완성도가 떨어지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좀 중구난방으로 억지로
이어붙여놓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2. 신선하고 분명한 컨셉이 빛나는 기획
 
[도시와 나]는 실력파 국내작가 7인이 참여한 단편소설집입니다.
그저 단편을 엮어놓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일곱빛깔 이야기들이
세계여러 도시를 배경으로, 여행이라는 테마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집을 읽다보면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이 생각납니다.
유럽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향토음식이라는 테마로 네가지 이야기를
엮어놓은 기획이 상당히 돋보였었거든요.
 
[도시와 나]도 거의 유사하게 좋은 기획으로 만들어진 단편집입니다.
기획과 컨셉이 확실하다보니 이야기가 전혀 다른 성격임에도
일관된 통일성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들을 연결해 읽어도
한권의 완결된 책으로써 이질감을 느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딱히 특정 수상집이 아닌이상 단편집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컨셉을 가지고 기획해줘야 한권의 책으로써 가치가 더 있는 것입니다
 
 
 
#3. 낯선 도시로의 여정이 가지는 가치
 
첫번째 이야기는 성석제의 [사냥꾼의 지도]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좀 황당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소설인지 산문인지
편지글인지 헤깔리게 오묘했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지리도 모르면서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을 하며 고생을 사서하는 좌충우돌 여행기쯤 되겠습니다.
슬프고 심각한 상황인데 묘하게 웃기는 성석제씨 특유의 매력이 그대로
살아있는 단편집입니다.
 
두번째는 백영옥의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은 뉴욕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짝사랑하는 사람끼리 연적에서 공감으로 이어지는 미묘한
감정변화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습니다.
뭔가 익숙하다 했는데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읽는 느낌이 조금 났습니다.
 
세번째는 정미경의 [장마]입니다. 도쿄를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딱히 사랑에 빠질 수 없는 상황에서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지나온 삶에서, 우연히 다가온 따뜻하고 빛나는 시간들은
언제나 너무 짧았고, 그 뒤에 스미는 한기는 한층 견디기
어려웠다. 그랬다 해도, 지금 이순간의 따뜻함을 하찮게
여기고 싶지 않다" p.119
 
분위기도 너무 좋고 결말도 썩 마음에 들었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네번째는 함정임의 [어떤 여름]입니다. 아, 이 이야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설정의 이야기 중 한가지 였습니다. '열차안에서 만난
이국적인 여성과 호텔 투어 여행을 함께 한다.' 뭐 이런 설정인데
캐릭터도 독특하고 무척 좋고 재미있었습니다.
이 작품에 기술된 호텔들을 실제로 여행해 보고 싶은 충동이
엄청 일었던 작품입니다.
 
다섯번째는 최근 [밤의 여행자들]을 출간한 윤고은의 [콜롬버스의 뼈]입니다.
솔직히 제가 그다지 흥미가 가는 소재와 설정은 아니었습니다만
저도 세비야에서 뜨거운 한낮의 시에스타를 제대로 맛보고 싶었습니다.
 
여섯번째는 [파라다이스의 가격]의 저자 서진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입니다.
이 작품은 아주 짧은데 사실 딱히 집중이 안되었던 작품입니다.
 
마지막 일곱번째는 한은형의 [붉은 펠트 모자]입니다. 아프리카 튀니지의
튀니스라는 도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여느 비민주화 국가가 그러하듯
오랜 독재속에서 영웅으로 여겨지던 간부가 시민혁명 이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더욱 의미깊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이 소설집 [도시와 나]를 읽으면서 낯선 도시로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에 빠졌습니다.
낯선 도시로의 여행은 우리가 사는 삶이 "그닥" 정상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여정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크게 공감이 되는 좋은 작품집이었습니다.
 
디자인도 너무 좋고, 올해의 첫책을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기획으로 시리즈가 준비중이라는 소식에 다음 편도 너무 기대되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삶의 굴곡에서 인생은 더욱 밝게 빛난다
김재식 지음, 이순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1. 헐리우드식 사랑의 위험...

 

우리가 어릴때부터 접하는 남녀간의 사랑은 헐리우드발 환상과 로맨스에 근거한 경우가 많습니다.

뭔가 가슴 뛰고 짜릿하고 미칠것만 같은 그런 감정 말입니다.

사랑의 본질이 맹목성에 기인하는 걸 생각하면 꼭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랑이 이루어지고 난 이후부터 발생합니다.

헐리우드식 사랑의 유효기간은 사랑이 이루어진 후 몇개월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는 것, 관계를 지속해가는데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은 "약속"에 근거한 사랑입니다.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사랑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내는 것 말이죠.

이런 발상에는 "책임감"도 크게 작용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싫은데 억지로 책임감으로 서로 관계를 유지하고 버티는게 사랑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는데 재미있게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서는

딱히 사랑을 유지못할 만큼 싫어지는 상황이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서로 교감이 일어나 만나고 사랑하고 함께한 두 사람이 관계가 실증나고 싫어지는데는

보통 두 사람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보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아

실망하고 싸우고 관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지 않는 것.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의 주인공들은 흔들리지 않는 사랑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만둘 수 있으면 사랑이 아니다. 그만둘 수 없으니 사랑이다.

힘들고 미워서 돌아섰다가도 등 뒤로 아픈 비수가 날아와 다시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마음. 그래서 사랑은 어떨 수 없는 운명이고

불완전한 생물에게 주어진 숙명인 것이다." p11

 

결혼 20주년에 찾아온 다발성경화증이라는 불치병으로 온몸이 굳어버리는 아내를 대하는

주인공 김재식씨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내내 너무 불편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죽기보다 더 힘들어하는 아내, 그리고 그 아내를 간호하느라 또 다른 죽을 만큼 힘든 상황을 견디는 남편.

자꾸 내 아내의 모습이 떠오르고, 내가 그 공간속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변함없이 아내의 곁을 지키며 힘이되어 주는 저자의 모습과

어렵고 궁핍함 가운데서도 끈끈한 사랑을 놓지 않는 가족의 위대함이 놀랍습니다.

 

이들에게 닥친 엄청난 고난을 견디는 힘은 신앙과 쓰러질만하면 손을 내미는 도움의 손길들입니다.

 

"불행이나 고난이 아무 예고 없이 몰려오는 세상에

희망과 위로가 예고없이 몰려온다고 해서 어찌 놀랄 일이겠는가!

우리는 다만 불행을 실제보다 크게 생각하고

희망은 실제보다 작게 생각할 따름이다." p60

 

 

#3. 사랑을 지켜내는 투쟁에 끝이 없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현실... 그러나... 

 

약간의 회복과 악화가 끝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하루하루 지켜가는 이들의 모습은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하기만 합니다.

제가 이 상황이었다면 도망치고 싶지 않았을까요? 오늘을 악착같이 버티고 사랑을 지켜내었다 하더라도

전혀 변함없는 내일이 넘지못할 산처럼,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일, 모레, 한달 후, 1년후, 몇년 후를 이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해보면 정말 포기하고 싶겠지요.

 

하지만 이들 부부는 아무리 큰 불행도 작은 단위로 나눠 버티다 보면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고 말합니다.

 

"어제도 그제도 이런 상태로 지냈는데 오늘 하루 더 끄는 것이 무슨 큰일이겠냐면서.

(중략) 확실한 것은 아무리 강한 불행도 작은 단위로 나누어 보면

어쩐지 참고 버틸 수 있을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p110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힘든 현실을 하루하루 악착같이 버티며 사랑을 지켜나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희망을 발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더욱 생각해야 할 것은 모두가 상처를 받지만

상처받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치 않는 불행으로 인해 몸과 영혼에 고통의 흔적이 남는 것은 슬퍼할 일이나,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더 아름다운 인생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삶의 묘미인 것이다." p146

 

 

 

 

#4. 이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 

 

사실 저는 이런류의 이야기를 꺼립니다. 저도 완전 남의 일일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님 가정에 이 책의 사연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목사님 사모님께서 셋째 출산 직후 쓰러지셔서 벌써 7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누워계십니다.

아직도 눈을 조금 깜빡이고, 손가락을 약간 움직이는 정도의 상태입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중간에 불행이 겹쳐 한쪽 발목까지 절단한 상태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부보다 더 상황이 나쁜 것은 전혀 말도 못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자체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 책의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목사님 부부도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지켜가고 계십니다.

목사님도 이 어려움을 겪으며 깨달았던 것들을 책으로 내셔서 많은 불행한 분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를 주셨습니다.

 

[난 당신이 좋아], [바람 불어도 좋아], [아빠 우린 왜 이렇게 행복하지?] 가 바로 그 책들입니다.  

이 책들이 우리부부에게도 특별한 이유는 가까이서 지켜보았다는 점도 있지만

노여사가 첫번째와 두번째 책을 초벌 교정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번째 책은 목사님의 페북 글들을 김영사에서 발췌해서 발간한 책입니다.

 

저는 이 책들의 리뷰를 쓰지 못했습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너무

당사자 입장이고, 동시에 제 3자이기도 하다보니 참 애매했습니다.

결국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인생의 겨울은 오기 마련입니다.

이상 기후로 그 겨울이 혹독하고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터널처럼 길고긴 어둠을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요.

 

누구에게나 자기가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고 무거운 고난으로 느껴집니다.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그 속에서도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삶이 버겁고 힘들고 희망이 안보이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여러분도 이 부부처럼 무사히 겨울을 넘기고 따스한 봄날의 희망이 느껴실 수 있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침을 여는 마음 산책 - 가슴으로 읽는 감동 명언 365
고은정 엮음 / 문예춘추사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일단 반성부터 합니다.

 

이 책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 쉽게 생각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저기 좋은 말 가져와서 그럴듯하게 비슷한 말로 있어보이도록 써놓은 명언집이겠지뭐..'

라며 꽤나 시니컬한 시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인간이 가장 약할 때가 자만에 빠질 때인데, 저는 전혀 이유도 계기도 없이 이런 류의 책에 대한 선입관이 있었나 봅니다. 

'그까이꺼 뭐 이런 책이야 독서의 다양성을 위해서 잠깐 들고 술술 훑어보고 말지뭐.'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웃기라도 하듯 매우 부끄럽게도 첫장부터 저를 혼내는 듯한 문구가 마음을 딱 때렸습니다.

 

"우리는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더 없이 소중하고 대단한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며, 삶 자체에 대해 고마워 할 줄 모른채 세월을 보내버린다." p8"

 

어떻게 알았지? 사소한 일상의 기쁨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상은 그러지 못했던 나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럴수가... 시작부터 깨닫고 반성하게 만들다니, 나의 완패인데...'라며 이 책을 겸손하게 대하게 되었습죠.

 

 

 

#2. 마음산책이 필요한 지점.


이 책은 1년 365일 매일매일 짧은 명언과 저자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실어둔 구성입니다.

물론 대다수의 독자들은 1년치를 며칠내에 다 읽어재끼겠지요.

만약 1년을 빠짐없이 이 책과 함께 매일아침 하나의 명언과 예화 등으로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성실하고 훌륭한 사람일갭니다.

그 정도의 성실함이라면 명언집은 안읽어도 될 사람이 아닐까... 흐흐...

저는 때려죽여도 그리는 못합니다.

심지어 오늘 읽고 아무데나 뒀다가 다음날 아침 온 집안을 다 뒤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일단 기대감없이 쉽게 집어들었다가 좋아지기 시작하니 점점 감탄하며 읽게되었습니다.

세상에 뭐 이런 훌륭한 명언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많단 말인가 하며 말이죠.

물론 이미 익숙하고 때로는 식상한 이야기들도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한번 마음에 새기는 효과는 있더군요.

 


 

훌륭한 명언집이라고 해서 모든 명언이 다 마음에 와닿지는 않을겁니다.

읽는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마음상태가 다르기 때문이죠.

저도 마찬가지로 어떤 부분은 그냥 그렇게 넘어갔고 어떤 문구는 마음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때로는 위로로 다가오고 때로는 격려로 다가왔습니다. 다시금 의지를 다지게 되기도 했구요.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좋은 시간이었고, 많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3. 예쁜책이 읽기도 좋다.

 

이 책은 디자인이 참 좋습니다.

표지나 레이아웃이 예쁜 책은 참 많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나온 "눈먼 올빼미" 같은 책은 매우 독특하고 소장하고픈 책입니다.

그에 비해 [아침을 여는 마음산책]은 꽤나 정석적인 디자인입니다.

"아침"이라는 단어와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피잔과 따끈한 커피에서 뿜어내는

향기로운 커피향을 형상화한 디자인은 책 제목과 잘 어울어져 이 책의 성격을 이미지화해줍니다. 

 

내부 레이아웃도 예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백의 미도 잘 살렸습니다.

여백의 미가 살아야 읽는 사람이 부담없고 편안하게 읽을 수가 있는데 이 역시도 이 책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과 잘 맞닿아 있다는 느낌입니다.

 

 

 

#4. 몇년전 붕어방 가격의 비밀이 이제서야 풀리다.


며칠전에 이웃블로그에서 보았던 붕어빵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겨울철 붕어빵은 특히나 따뜻하고 매력적인 먹거리죠.

12월의 첫번째 이야기에 붕어빵 이야기가 나옵니다.

붕어빵 1개 가격이 300원인데 재밌게도 3개를 사면 1000원을 받습니다.  

보통은 많이 사면 조금이라도 깍아주기 마련인데 돈을 더 받습니다.  

그래서 손님이 물었습니다. 

 

 "아저씨, 가격이 이상한데요? 많이 사는 사람에게 싸게 줘야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러자 붕어빵 사내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붕어빵을 하나씩 사 먹는 사람이 더 가난합니다. p372"

 

제가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이 상황을 몇년 전에 직접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 근처 붕어빵 파시는 아주머니가 있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한개 가격보다 여러 개 가격이 더 비싼 겁니다. 참 희한한 셈법이라고 생각하고 

아내랑 집에와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니 그 아주머니도 그런 정신이셨나 생각해야겠습니다. 흐흐..


오랜만에 읽어본 명언집은 의외로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류의 책도 가끔식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침을 좋은 이야기와 명상으로 시작해 보는 것,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가꾸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 ㅣ 박람강기 프로젝트 1
찰스 디킨스.윌리엄 윌키 콜린스 지음, 김보은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1. 이것은 도대체 무슨 장르의 책이던가?

 

   여행기라면 모름지기 어딘가를 여행하기 위한 여행준비와 여행지 정보, 여행팁 등이 실용적으로 실려있거나 혹은 어디를 가는지는 뒷전이고 일상을 떠난 여행이 주는 자유로 인해 중력의 영향을 벗어난 머리통과 가슴에서 쏟아져 나오는 단상을 아련하게 나열하는데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읽는 이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대리만족을 주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여행기의 미덕인 것입니다.

 

   여기 여행기라고 주장하는 책을 한권 읽었습니다. 북스피어 책이니 샀다고 말씀드립니다. 마포 김사장님의 감을 믿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사장님의 개취는 저와 많이 다를 수도 있음"이었습니다. 이 책이 재미가 없었다는 말이 아니라 도무지 뭔 노무 책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처음 저의 기대는 이랬습니다. '음... 고상한 작가들이 게으르게 여행을 떠났다니, 고즈넉한 곳을 천천히 유랑하며 느낀 상념이나 단상 등이 유머러스하게 엮었겠군..' 이었습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내용이었다면 김사장님이 출간할 생각을 안했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저의 기대는 완전히 어긋났습니다. (다시 한번 노파심에 강조하자면 재미가 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라고...) 이건 뭐 출발하자마자 산을 타더니, 다치지를 않나, 뜬금없이 귀신이야기가 등장하고, 경마 이야기가 막 나오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하야 이 책을 놓을 때쯤엔 '음.. 유쾌하고 재미지군.. 그나저나 내가 뭘 읽은거지?' 하는 여운만 남았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2. 그래서 두사람은 대관절 왜 이따구 여행을 떠난 것일까?

 

   이들이 떠났다고 주장하는 것이 여행인지 뭔지는 저도 헤깔립니다. 내용만 봐서는 부분적으로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등장인물도 가명입니다. 그러니 이게 여행기를 가장한 소설책인지 뭔지 알랑가 몰라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것 처럼 이들의 게으른 여행은 전혀 게으르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두 인물의 게으름관이 상이했기 때문입니다.

 

"프랜시스 굿차일드는 노력형 게으름뱅이였다. 자신이 빈둥댄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고통과 노동을 감수했다. 요컨대 프랜시스에게 게으름이란 쓸모없는 근면이었다. 반면 토머스 아이들은 순수 아일랜드인이나 나폴리인 타입의 게으름뱅이였다. 수동적인 게으름뱅이, 타고난 게으름뱅이, 한결같은 게으름뱅이로, 만약 자신이 설교를 하기에 너무 게으르지 않았다면 아마 했을 거라 보는 설교를 실천하며 살았다. 그는 게으름계의 완전하고 완벽한 감람석이었다." p11

 

   그러니까 모든 일정을 토머스에게 맞추었다면 유유자적했겠지만 안해도 될일까지 나서면서 자신이 게으르고 한가해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거라(얼마나 할일이 없으면 이런걸 하냐? 뭐 이런느낌을 즐김으로써 자신의 게으름을 스스로 증명하려는 태도라고 장황하게 설명해야할까나...) 여기는 프랜시스 때문에 시작부터 부상자 등장에 좌충우돌하게 됩니다. 전혀 게으르지 않다는 거지요. 그래서인지 전혀 색다른 재미도 있고 흥미진진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장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이런 궁금증이 계속 들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에 또... 그러니까 이들은 왜 여행을 떠난 걸까요? 이 책은 여행기 본문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전후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정보는 제가 아끼고 사랑하고 애정하는 르지라시 6호 메인 기사를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찰스 디킨스가 편집장으로 있던 그 당시 잡지 "하우스홀드 워즈"의 기사 글감을 찾음은 물론 이후 연재할 5부작 여행기를 쓸 심산으로 떠났던 모양입니다. 이것이 대외 명분이라면 실제로 조금더 실질적인 이유는 디킨스가 반한 여자 엘렌 터넌의 공연 일정이 그기간에 있었고 그는 그녀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45세의 유부남 디킨스가 18세의 엘렌 터넌을 좋아하기 때문에 먼곳까지 공연을 보러 간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저씨 팬이 걸그룹 공연을 따라다니는 꼴이라 재밌습니다. 

 

 

#3. 디자인만으로도 소장욕을 불러일으키는 책

 

    개인적으로 이 책의 디자인은 매우 좋습니다.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특히 속표지의 퀄리티에 깜짝 놀라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정도 디자인이면 국어사전을 옮겨다 놔도 읽겠다.' 뭐 이런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내용 자체에서 주는 흥미보다 좀더 이 책을 성심성의껏 읽게 된 것이었습니다.

 

   디자이너 홍지연 님의 작품이더군요. http://herblotus.blog.me/130180222947 작가블로그에 가보시면 이 책의 표지, 속표지, 내지까지 디자인을 상세히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표지느낌 매우 좋아라 합니다. 소장하고 픈 책이되겠습니다.

 

   그간 북스피어의 행보를 봤을때 이 책을 필두로 한 박람강기 프로젝트 책들은 비슷한 스타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 시리즈의 디자인을 계속 좋아할테고 곧 나오는 족족 사재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더 재밌고 흥미진진한 책들이 발간되기를 바랍니다.

 

 

#4. 짬짜면도 그릇을 나눠서 담는건데 말이죠...

 

   그래도 사기쳤다는 사람이 생길까봐 굳이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 챕터 하나하나가 다른 매체에서 하는 방송인 듯이 5개의 챕터가 일관된 흐름은 없었던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여행을 떠났으면 어딜 갔는데 뭐가 좋더라 이런 식이어야 하는데 갔는지 말았는지 귀신이야기가 번갈아 나오기도 하고 이것 참, 혼란, 짬뽕 그자체였습니다. 잡지에 연재되는 글이라 끊어치기 한거라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편 5편을 연속으로 읽는 느낌마저 받았습니다.(계속 얘기하는데 그렇다고 재미없었다는 건 아니라고...)

 

   참, 두 작가가 공동으로 쓴 글이라길래 저는 한번에 짬짜면을 동시에 먹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짬짜면이란 모름지기 한번에 오더라도 서로 분리된 공간에 반씩 담겨 있어 짜장면도 먹었다가 짬뽕도 먹었다가 하는 맛이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딕킨스의 글과 콜린스의 글이 독자적인 문체를 나름 유지한 채로 엎치락 뒤치락 나오도록 해서 두 사람의 특징, 차이, 개성 등을 비교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근데 이건 마치 짜장과 짬뽕을 한그릇에 부어놓은 듯이 어디가 누구의 글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서사라 입안에서 오묘한 맛이 났다고나 할까...

 

   허허 그참, 재밌는데, 개성있는데 특색있는데... 참으로 묘한 희한한 글인데 이거 딱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네 그려... 읽어보는 수밖에 없겄지..... (시비는 이쯤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