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행복해지기 - 우리 시대 인생 멘토 22인의 행복 특강!
박완서.김지원.양애경 외 지음 / 북오션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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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완서 선생님의 글로 가슴뛰는 책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와 아내는 박완서 선생님을 무척 좋아합니다. 음.. 그 분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하긴 좀 뭣하지만 그 분을 좋아합니다. 특히 저는 그 분의 수줍어 하며 조신하고 차분하게 말씀하시는 태도가 너무나 좋습니다. 유명하고 명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겸손한 모습이 절로 존경하게 만드는 분입니다. 사실은 노여사가 박완서 선생님의 에세이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샀습니다. 저는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이유로 이책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책에 박완서 선생님의 글은 달랑 두페이지 하고 반 밖에 안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수줍음이 물씬 뭍어나는 소박한 글이었습니다. 무려 1971년에 쓰여진 이 일상 글은 한밤중에 남편 몰래 쓰고 싶은 글을 써나가던 그분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것이 그 분의 행복의 실체였을 겁니다. 아이들이 다 잠들고 난 밤에 읽고 싶은 책을 졸려하며 몇페이지나마 읽어낼 때 제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잠시 행복했습니다.(사실은 마음껏 못 읽어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만....)

 

  

 

#2. 행복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단상이 펼쳐지는 책

 

   이 책은 행복에 대한 릴레이 기고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에 관한 공감가는 내용들, 문구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인간은 자기가 결심한 만큼 행복해진다'라든가, '행복의 본질은 자기만족에 있다' 등의 이야기들 말입니다. 저도 완전 동감하고 살면서 똑같이 느끼는 것들이죠. 가진 것의 유무에 관계없이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화목한 삶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것 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연 생계 문제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지친 가족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고 배려하기가 말처럼 쉬울까 하는 문제입니다. 먹고 살기에 지치면 쉽게 짜증내고 서로 비난하고 미워하는 생각들을 가지게 되는 것은 우리가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법정스님이 될 수 없고 모두가 성직자가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너무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말이야 참 쉽지...'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면이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치가 있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이러한 행복의 원천과 원리들이 바쁜 일상 가운데 뜬 구름 잡는 이야기로 잊혀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정기적으로 이런 책을 통해 자극을 받고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를 갖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형편이 어떠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안에 가지고 있는 행복의 조건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는 가장 의미있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3. 옴니버스식 구성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가진 책

 

   이런 에세이류에 옴니버스식 구성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이 책은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많은 저자들이 연작 형태로 써붙여 한권의 책이 된 경우입니다. 저는 이런 구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단편 소설집도 아니고 에세이류인 경우는 특히 그렇습니다.

 

   한분, 한분의 행복에 관한 글들은 상당히 훌륭합니다. 모두들 연륜이 있고, 내노라하는 불들이니 글이 깊이가 있고 간결하기도 하고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참 행복이 무엇인가를 얘기한다는 점이 참으로 무서운 점이었습니다. 계속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강의하는 느낌이랄까요...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조그만 방에 저를 가둬두고서 한사람씩 나와서 자 들어봐~~ 하면서 "행복이란 말이지....~~~ " 그리고 '아.. 좋은 말씀이다..' 하고 나니 곧바로 다른 분이 들어오십니다. 자 들어봐~~~ "행복이란 말이야~~" 그렇습니다. 이런식으로 가둬두고 한명씩 나와서 때리는 그런 분위기더란 말입니다. 좋은 말인데 계속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점점 지쳐갑니다. 책의 말미가 되자 뭔 소리인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느낌까지 드는 것입니다.

 

꼬옥... 하루에 한 두편씩 끊어서 읽기를 당부드립니다. 하긴, 저처럼 까칠하게 읽지 않으신다면 읽는 족족 좋고 감동스러울 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튼 저는 시작은 참으로 감동적이고 의미 돋았으나 갈수록 허물어져가는 느낌이 드는 그런 책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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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성장통
김동하 지음 / 동하책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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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장통과 낭만사이의 거리...

    [성장통]이라는 단어와 [낭만]이라는 단어는 서로 친숙한 관계는 아닙니다. 대체로 성장통은 아프고 때로는 처절하기 나름입니다. 성장통을 겪으면서 쉽사리 낭만적이라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른이 되어 가면서 겪는 성장통이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아픔의 시간을 지나온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따뜻한 시선으로 그 시기를 뒤돌아 보았을 때 가능합니다. 정말 흔치 않게 읽은 시집 [낭만적 성장통]은 그렇게 아픈 사랑, 사랑하는 이의 부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까지도 사랑하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성장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놓은 작품입니다.

 

   고백하자면 흔히 "주저리주저리 열매" 또는 "궁시렁궁시렁 열매" 능력자로 분류되는 저같은 사람에게 시집은 쥐약입니다. 주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 두서없이 생각나는데로 말하기를 즐기는 저같은 사람에게 절제되고 압축된 언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시집은 상극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일예로 얼마전에 노여사가 "손발 오그라뜨리기 신공" 분야 국가대표이신 이병률 시인의 시집 '바람이 사생활'을 읽고 있길래 호기심에 "재밌냐?"며 잠시 읽어봤습니다. 불과 몇장을 넘기지 못하고 "에잇, 뭐라고 $(^#%)^(#)$%(# 하는거얏!!!!!!!!!"이라며 던지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같은 사람이 [낭만적 성장통]은 나름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잘 읽었다는 점. 이 시집은 저처럼 시에 취미가 없는 사람도 읽어 낼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고 쉬운 정서를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1인 출판사의 책이지만 상당히 의미있고 좋은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2. 제목이 없는 시들...

   몇권이 안되지만 기존에 봤던 시집들은 모두 한페이지나 두페이지에 걸쳐 "제목이 있는" 시를 한편씩 나열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시집에 수록된 각 시들이 하나의 독립된 작품인 것이지요. 그러면 저는 그중에 '아, 이 작품이 나한테 가장 와닿는 구만' 하고 반응하게 됩니다. 읽고 정리하고 분류하기 편리합니다.

 

   이 시집은 몇 장 읽다보니 각자 다른 시인듯 한데 각각의 제목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색다른 구성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역시... 내맘대로 이해해버리자.) 그러니까 [낭만적 성장통]이라는 큰 타이틀 외엔 소제목이 단 한개도 없습니다. 짧은 시 한편 한편을 굳이 내용을 나누고 분류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 각각의 시들을 모두 모아모아 [낭만적 성장통]이라는 큰 시가 한편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1부 부터 6부까지 나뉘어 있기는 합니다만 사실 작품 전반에 걸쳐 내용이 거의 랜덤하게 나오기 때문에 이런 분류도 별 의미는 없는 듯합니다. 이를테면 1부 아픔, 2부 회복, 3부 사랑, 4부 이별~~~ 뭐 이런 식의 분류는 즌혀 아니라는 것이지요.

 

 

#3. 남들과 달라도 상관없다. 보편적 감성은 동일하다.

   작가는 어른이 되기를 강요당하며 겪는 아픔과 방황을 시로 승화한 듯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좀 영악해야 합니다. 너무 순수하고 순진하면 욕먹는 세상입니다. 좀더 세련되어라고 닥달받습니다. 시인은 아마도 그런 상황에 처해서 압박을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강요에 순응하지는 않겠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세상은 소년을 다그치기만 했고 소년은 낭만을 사랑하였다." 

"나는 단지 사랑을 하고 싶었고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내게 잔인했다." 

  

   저는 이 시집을 읽고서는 시가 주는 보편적 감성에 살짝 젖어들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시를 쓰는 행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누린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시를 읽는 아름다움을 조금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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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판 사나이 ㅣ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1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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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별다섯을 주게 만드는 소설..  SF의 힘...

 

   아 정말 오랜만에 놀라운 작품을 만났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별다섯 평점을 주게 만든 작품입니다. SF 전문 출판사 불새에서 추천한 작품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달을 판 사나이]는 생소한 SF라는 장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아, 책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어 몰랐는데 이 책은 달을 판 사나이 외에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중, 단편집입니다. 물론 모두 하인라인의 작품입니다. 저는 이런 작가를 대할 때마다 도데체 저렇게 방대한 세계와 설정을 언제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책 첫부분에 소개되어 있는 작가의 작품별 등장인물 연보나 미래사 연대표 등은 볼수록 놀라웠습니다.

 

   어쨌거나 SF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작품을 다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2. 고전 장르소설에서 만나는 책읽기의 즐거움

 

   제가 어릴적에 미래백과사전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선 미래기술을 설명하면서 '지금부터 10년 후면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닐 것이다'라고 언급합니다. 심지어 날개가 달린 자동차 삽화까지 곁들여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책에서 지정했던 그 10년 후는 이미 또다시 10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아직도 자동차는 날아다닐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딱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어보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자원의 한정 앞에 무릎 꿇었기 때문이겠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교통수단으로 자동차가 사라지고 벨트로 움직이는 도로가 대중화되는 상황을 상정하고 에피소드를 그려낸 "도로는 굴러가야만 한다"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자동차가 사라진 이유가 '자동차 면허를 딴 사람들이 폭주해서 사고가 너무 많이 났다는 것'과 '석유를 너무 많이 써버려서'라고 예측해서 써놓았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지나친 억측이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참 재미있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도로는 굴러가야만 한다"에는 이 외에도 기술 노동자들의 파업, 실력행사에 대한 가치판단이 일부 들어가 있어 약간은 불편한 부분이 있었지만 소재와 설정, 에피소드, 캐릭터 모두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6.25 사변이 일어나기 직전인 1949년 즈음에 쓰여진 모양입니다. 정말 오래된 작품인데도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일맥상통하는 흐름이 있어 놀라웠습니다.

 

 

 

#3. 디테일하게 묘사된 달을 향한 한 사나이의 순수한 욕망 

 

   이 작품집의 백미는 뭐니 뭐니해도 달에 가고 싶어했던 한 사나이 '헤리먼'의 일대기를 그린 [달을 판 사나이] + [위령곡] 입니다. 특히 달을 판 사나이는 정말 놀라울 만큼 재미있고 생각해 볼꺼리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읽을 때는 지하철에서 환승역을 놓칠 만큼 책 내용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서사가 훌륭하고 주인공의 감정과 생각이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독자가 공감하게 만드는 능력이 특히 탁월했습니다. 달 왕복 우주선을 만들어 내는 과정 자체도 흥미로웠고 그 와중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등장인물간의 두되싸움도 흥미진진했습니다.

 

   완전 흠뻑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사실 불새의 첫 작품이다보니 완성도 수준이 거의 초벌 번역 상태 정도였습니다. 오탈자가 너무 많아서 기록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지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참고 이해하고 '그래도 너무 재밌으나까'라며 즐겁게 읽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더 대단한 점입니다. 아, 장르소설의 특성상 개인취향을 강하게 탄다는 점은 확인하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불새의 책들은 하나하나 사 읽게 될 것 같습니다. SF가 재미있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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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순 - 2014년 제3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ㅣ 이상문학상 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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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미"와 "재미" 그 어딘가쯤...

 

   어쩌다보니 드라마 시나리오에 대해 어깨너머로 줏어듣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드라마의 경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즐겨보는 장르입니다. 그러니 내용이나 표현이 너무 어려우면 안됩니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목표를 잡고 쓰는 것이 일반적인 모양입니다. 어려운 작품은... 망합니다. 내용이 심오하고 깊이있어 너무 좋았던 드라마 라고하면 저는 "마왕"이 생각납니다. 심리묘사도 주제의식도 매우 탁월했고, 전체 서사의 진행도 치밀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태웅, 신민아, 주지훈이 열연했던 명품 드라마 "마왕"의 시청률은 평균 7.4%였습니다. 지금도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이 분석하는 잘 된 작품인데 말입니다.

 

   편혜영작가님의 이상문학상 대상작 [몬순]을 필두로 8편의 쟁쟁한 단편이 실린  [몬순(2014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대하는 저의 심경은 복잡했습니다. 아, 물론 한편 한편이 무척이나 훌륭한 작품이고 흥미롭기는 했습니다만, 역시나 이상문학상이라는 무게감 때문인지 작품들의 구조적 완결성이나 작품이 나타내려 했던 "의미"에 집중한 선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수상작을 선정해야할 심사위원들이라면 아무래도 이 분야에 잘나가고 명망있는 분들일테니 심사평까지 실리는 심사를 그저 '재미있어서'라며 선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그러니 각 작품들의 '기술적인 완성도'와 그 '의미가 얼마나 선명한지'를 철저하게 따져 주셨을겁니다. 그러나 그저 아무 생각없이 소소한 기대감으로 수상작을 읽어나가는 저같은 독자 입장에서는 각 작품들이 무엇을 중의하고 있는지, 어떤 주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는지 공부하듯이 파악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관점에서 좁히기 어려운 작품을 대하는 태도 차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전문가는 "의미"를 중시하고 독자는 "재미"를 중시합니다. 우리가 흔히 전문가 집단이라고 볼 수 있는 선임 작가들, 교수님들, 평론가들이 발표된 작품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일반 독자, 대중이 작품을 대하는 시선의 온도차는 필연적으로 독서 저변화를 방해하는 큰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순수문학은 왠지 그들만의 리그를 갖춰놓고 허접한 일반 독자의 접근을 제한한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게 됩니다.

 

   이번 [몬순((2014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입니다. "의미"와 "재미"의 사이를 표류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의미" 쪽으로 추가 꽤나 기울여져 있는 것이 아닐까?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2. 그래도 빛나는 국내 작가들의 힘, 어둡고 무거움은 그들과 함께 한다.

 

   이리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우리 작가들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전체 수상작을 놓고 봐도 눈에 띄게 특출한 작품을 꼽기가 어려운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만 그렇기에 한 작품 한 작품 읽어나갈 때 어느 작품 하나 소홀히 대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독서량이 터무니 없이 적은 제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이기도 하고 숲을 보는 시각이 없어 편협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대하다 보면 늘 한결같이 지나치게 어둡고, 무겁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뭐가 그리 늘 슬프고, 상실하고, 구구절절 사연이 많고 서글픈지 말입니다. 지지리 궁상이 너무 많습니다. "이상"한 캐릭터와 사건도 너무나 많습니다. 일상적이기 보다는 뭔가 늘 독특하고 지나치게 불운합니다.

 

   이런 국내 작가의 작품들을 대하다 보면 '왜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은 대체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갑갑해지고 가라앉게 만드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자연히 듭니다. 그러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훨씬 가볍게 터치하고 담담하게 써나가는 일본 여류작가들이 함께 떠오른 것입니다. 국내 작품이 주로 어둡고, 처참한 상황에 놓이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 것은 그저 작가들의 자유로운 선택인가요? 아니면 그런 작품이 선호되어 상을 받게 되니 맞춤으로 쓰는 것인가요? 뭔가 맞는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잘라 말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두움과 무거움은 늘 우리와 함께 합니다.

 

 

 

#3. 개취가 물씬 반영된 좋았던, 나빴던 작품들...

 

   늘 그렇듯 개인의 취향은 중요합니다.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표제작이자 대상 수상작 [몬순]은 다 좋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습니다. 제목은 아주 잘 지어진 느낌입니다. 제목 선정도 실력인 모양입니다. [몬순]이라는 제목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의 주제를 자연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옥의 티는 이 작품 내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들이 작품 주위에 이미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몬순]을 읽기도 전에 왜 [몬순]인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알 수 있는 루트가 너무 많았습니다.  신선하고 흥미롭게 읽는데 방해요소가 꽤나 많았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혜영작가님의 능력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유독 마음에 들거나 흥미롭거나 뇌리에 남는 작품은 [몬순], [프레디의 사생아], [나선의 방향] 이었습니다. 윤고은 작가님의 [프레디의 사생아]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생가가 소재라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선의 방향]은 사실 별 기대없이 읽었는데 읽으면서 완전 몰입했습니다. 전체 작품 중에 다 읽고 나서 가장 마음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유독 그저그렇다는 느낌이 든 작품은 [법앞에서], [기린이 아닌 모든 것들의 이야기] 정도를 들 수 있겠습니다. 김숨 작가는 이전에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셨던 작가인데다가 기존 수상작 [국수]가 평이 워낙 좋았던지라 기대를 너무 했던 모양입니다. [법앞에서]는 저랑 좀 안 맞는 스타일이어서 실망이 꽤나 컸습니다. 사실은 이 작품을 읽은 후에 앞에서 언급한 "의미"와 "재미"사이의 미묘한 입장차이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기린이 아닌 모든 것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아, 내가 주인공이 나에게 말하듯이 쓰는 형식의 글을 싫어하는구나!'하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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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강도 ㅣ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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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끝까지 걱정을 하게 만드는 작품구조...

 

   피니스 아프리카에의 87분서 시리즈는 [조각 맞추기] 이후 최근 출간된 [노상강도]로 두번째 만났습니다. 첫번째 만났던 조각 맞추기가 훌륭하기는 했지만 고전이라 그런지 뭔가 다 읽고나서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앞으로 이 시리즈를 계속 읽어야하나 약간은 망설이게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권만 읽어보고 판단하기도 애매하고, 재미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다가 모름지기 시리즈라면 꼭 순서대로 읽어야한다는 것이 제 나름의 지론인지라 시리즈 첫작품은 아니지만 두번째 작품이라는 [노상강도]를 읽을 명분은 충분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작품을 읽어보고 모으기만 할지, 계속 읽을지가 결정하고 싶었습니다.

 

   읽어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가독성도 좋고, 내용전개도 훌륭했습니다. 마치 고전 스탠다드를 만나는 느낌이랄까... 굉장히 정석적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중반정도까지 읽다보니 슬슬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느리게 내용이 진행되어서야 사건은 언제 마무리하고 범인은 언제 잡고 범죄 원인과 방법을 어떻게 설명할 거란 말이지?'하는 걱정이 절로 들더란 말입니다. 이야기 전체에서 발단만 절반 정도 차지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거 이래서 제대로 마무리하고 끝나기나 할 것인가?'가 계속 걱정되었습니다. 심지어 종반으로 달려가는 시점에 뜬금 없는 연애이야기가 챕터를 떡하니 차지하다니 말입니다. 그냥 재밌게 읽으면 되는데 왜 제가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 다시 생각해도 웃기지만 책을 읽을 때는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중반부 약간의 암시 후에 어느덧 책장은 몇장 안남았는데 이야기는 정리될 줄 모르고 흘러가다 단번에 결과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이 작품은 마지막에 결론이 집약되어 읽는 이에게 의외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마지막 반전을 위해 뜬금없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고 전혀 어색함이나 이상한 없이 잘 마무리한 것이 이 작품의 백미였습니다. 역시 글은 시작이 흥미롭고 마무리가 명쾌해야 읽는 사람에게 깔끔하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2. 역지사지는 딴나라 이야기가 되는 인간의 이기적인 태도

 

   [노상강도]는 크게 두가지 사건이 뒤섞여 흘러갑니다. 늘 그렇듯이 사건은 인간이 만들어 냅니다. 보통은 범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형편과 환경 때문이기도 해서 흔한 표현으로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면 안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마련인데, [노상강도]에 등장하는 범인들은 딱히 그런 측은함이 없습니다. 여자들만 골라 두들겨 패가며 지갑의 푼돈을 뜯어내는 노상강도는 먹고 살려고 "돈 때문"이라고 항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기엔 그 정도 벌이를 대체할 수단이 너무나 많습니다. 여성을 살해한 범인 역시 사랑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그 어긋난 사랑을 하게 된 것도, 그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하는 짓거리를 한 이유도 말도 안되게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어처구니 없는 이기적인 태도의 발로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말도 안되게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군상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진정한 퓨어 이기심인 경우도 있고 손해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이기적인 혹은 방어적인 태도도 있겠습니다만, 여튼 모든 사고와 행동의 근본 원인이 '나'에 국한된 인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정치판에도 넘쳐나고 재력을 쥐고 있는 인간들에게도 확연하게 드러나는 태도입니다. 이런 발상에서 기인한 행동양식은 인간세상을 혼탁하게 합니다. 또한 이런 이기적인 인간들의 행동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렇게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피해의식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러므로 배려하는 행동을 줄이게 됩니다. 결국 사소하고 단순한 이기적인 태도가 모여 약자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고, 나만 아니면 되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집단 의식을 형성하게 되는 출발점이 됩니다.

 

   오래전에 쓰여진 고전 장르소설에서 등장하는 이기적인 인간에 분노하고 좌절하게 되는 것입니다. 역시나 이런 인간의 단점이 한치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니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이 작품의 저자 에드 맥베인은 단순 흥미위주가 아니라 '인간군상들의 문제를 통찰력 있게 잘 고찰하고 묘사했다'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3. 87분서 시리즈의 매력에 빠져든다.

 

   87분서 시리즈는 여타 시리즈와 달리 역시나 집단 플레이가 특징입니다. 특출한 에이스가 없는 대신 각기 상황에 맞게 돌아가며 활약을 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한때 우리나라 예능에서 유행하던 집단 MC체제랑 비슷한 듯 합니다. 한두 명의 명 MC가 모든 이야기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MC들이 주어진 타이밍에 한두 마디씩 각자의 역할을 하며 프로그램 속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메이저 리그에서 한 횟을 그은 "머니볼"이론 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런데 집단 MC 체제의 단점이 있는데 이야기나 진행이 산만해 지는 점, 그리고 서로 팀웍이 안좋으면 흔한말로 오디오를 씹을 수 있다는 점 등 입니다.

 

   [노상강도]에는 왜소한 형사와 순찰순경을 전면에 내세우기는 하지만 전체로 보면 조직이 움직이고 그 속에 담당이 정해지고 바뀌는 구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이 시리즈를 50편까지 진행되도록 해주는 힘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산만해 질 수도 있는데 막상 읽다보면 가독성이 뛰어나고 쉬운 전개이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상쇄해 줍니다.

 

   저는 역시나 한사람이 집단의 모든 결과물을 상징적으로 독식하는 구조를 매우 꺼리는데, 그런 관점에서 이 시리즈는 아주 공평합니다. 시리즈 전체를 보면 87분서의 형사가 주인공이 아니라 87분서 자체, 더 크게는 경찰조직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에 각자 최선을 다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각 형사들의 노력이 빛납니다. 에드 맥베인의 디테일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87분서에 속한 여러 경찰 캐릭터들이 각각 개성이 강하고 매력적입니다.

 

 

 

#4. 문학적 표현인가, 과한 표현인가 긴가민가봉가....

 

   에드 맥베인은 작품 속 곳곳에 문학적 표현을 깨알같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계절적인 묘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잘 모르는 부분이지만 좋은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문장력을 많이 이야기 하는데 에드 맥베인도 그부분을 의식해서인지 그런 표현들이 많습니다. 마치 문장력을 의식한 듯한 표현들 말입니다. 그런데 초반 몇몇 문장에서는 상당히 어색하고 의아한 표현들이 자연스러운 읽기를 방해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너는 거대한 흰 부처처럼 증기를 빨아들이며 앉아 있었고, 윌리스는 땀을 흘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클리퍼드라고?" 도너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깊고 음침하게 울렸다. 마치 죽음이 그의 조용한 파트너인 양". p44

 

   이런 표현이 좀 뭐랄까? 뜬금없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으응?'하게 만드는 사족같은 표현이랄까... 원문 표현이 어떤지 몰라도 번역문 자체만 보면 뭔가 과도하다는 느낌입니다. 굳이 안해도 될 표현이거나 지나친 첨언이랄까?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죠.

 

"도너가 어깨를 으쓱했다. 증기탕은 점점 더워지는 것 같았다. 증기는 악마가 숨겨 둔 무기처럼 피어올랐다."p46

 

   이런 표현들 말이죠. '으응? 악마가 숨겨 둔 무기가 뭐지?' 이런 느낌이었어요. 이런 표현을 대하면 '캬~~~' 이래야 하는데 '뭐래?' 이런 느낌이 들어버리면 책읽는 재미가 반감되는 것이죠. 참, 이건 뭐 저의 문학적 소양이 바닥이다보니 이해를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문화나 시대적 차이일 수도 있겠습니다. 여튼 저는 조금 불편한 문장들이 있었어요. 이 것 역시 걱정이 되었는데 희한하게도 초반 이후에는 이런 불편한 문장을 전혀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게 또 묘하더군요.

 

   여튼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2번째 작품인 [노상강도]를 읽으니 시리즈 첫 작품인 [경찰 혐오자들]이 무척 매우 아주 궁금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사서 읽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역시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줘야 제맛입니다. 앞으로 87분서 시리즈는 놓치지 않고 읽게 될 것 같습니다. [노상강도]는 아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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