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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성장통
김동하 지음 / 동하책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1. 성장통과 낭만사이의 거리...
[성장통]이라는 단어와 [낭만]이라는 단어는 서로 친숙한 관계는 아닙니다. 대체로 성장통은 아프고 때로는 처절하기 나름입니다. 성장통을 겪으면서 쉽사리 낭만적이라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른이 되어 가면서 겪는 성장통이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아픔의 시간을 지나온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따뜻한 시선으로 그 시기를 뒤돌아 보았을 때 가능합니다. 정말 흔치 않게 읽은 시집 [낭만적 성장통]은 그렇게 아픈 사랑, 사랑하는 이의 부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까지도 사랑하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성장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놓은 작품입니다.
고백하자면 흔히 "주저리주저리 열매" 또는 "궁시렁궁시렁 열매" 능력자로 분류되는 저같은 사람에게 시집은 쥐약입니다. 주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 두서없이 생각나는데로 말하기를 즐기는 저같은 사람에게 절제되고 압축된 언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시집은 상극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일예로 얼마전에 노여사가 "손발 오그라뜨리기 신공" 분야 국가대표이신 이병률 시인의 시집 '바람이 사생활'을 읽고 있길래 호기심에 "재밌냐?"며 잠시 읽어봤습니다. 불과 몇장을 넘기지 못하고 "에잇, 뭐라고 $(^#%)^(#)$%(# 하는거얏!!!!!!!!!"이라며 던지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같은 사람이 [낭만적 성장통]은 나름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잘 읽었다는 점. 이 시집은 저처럼 시에 취미가 없는 사람도 읽어 낼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고 쉬운 정서를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1인 출판사의 책이지만 상당히 의미있고 좋은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2. 제목이 없는 시들...
몇권이 안되지만 기존에 봤던 시집들은 모두 한페이지나 두페이지에 걸쳐 "제목이 있는" 시를 한편씩 나열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시집에 수록된 각 시들이 하나의 독립된 작품인 것이지요. 그러면 저는 그중에 '아, 이 작품이 나한테 가장 와닿는 구만' 하고 반응하게 됩니다. 읽고 정리하고 분류하기 편리합니다.
이 시집은 몇 장 읽다보니 각자 다른 시인듯 한데 각각의 제목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색다른 구성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역시... 내맘대로 이해해버리자.) 그러니까 [낭만적 성장통]이라는 큰 타이틀 외엔 소제목이 단 한개도 없습니다. 짧은 시 한편 한편을 굳이 내용을 나누고 분류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 각각의 시들을 모두 모아모아 [낭만적 성장통]이라는 큰 시가 한편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1부 부터 6부까지 나뉘어 있기는 합니다만 사실 작품 전반에 걸쳐 내용이 거의 랜덤하게 나오기 때문에 이런 분류도 별 의미는 없는 듯합니다. 이를테면 1부 아픔, 2부 회복, 3부 사랑, 4부 이별~~~ 뭐 이런 식의 분류는 즌혀 아니라는 것이지요.
#3. 남들과 달라도 상관없다. 보편적 감성은 동일하다.
작가는 어른이 되기를 강요당하며 겪는 아픔과 방황을 시로 승화한 듯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좀 영악해야 합니다. 너무 순수하고 순진하면 욕먹는 세상입니다. 좀더 세련되어라고 닥달받습니다. 시인은 아마도 그런 상황에 처해서 압박을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강요에 순응하지는 않겠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세상은 소년을 다그치기만 했고 소년은 낭만을 사랑하였다."
"나는 단지 사랑을 하고 싶었고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내게 잔인했다."
저는 이 시집을 읽고서는 시가 주는 보편적 감성에 살짝 젖어들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시를 쓰는 행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누린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시를 읽는 아름다움을 조금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