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톡 1 - 조선 패밀리의 탄생 ㅣ 조선왕조실톡 1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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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바보 꼰대가 이 책을 읽기까지...

 

   조선왕조실톡 출간소식은 오래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여러이웃들이 재미있다고 리뷰했던 것도 기억이 나고요.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 꼰대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저로써는 역사를 지나치게 장난스럽게 다룬다는 선입관을 버릴 수가 없어서 "흥!" 하고 외면했었습니다. 꼰대의 길을 아무렇게나 가서는 안되니까요. 신선하고 새로운 형식에는 일단 거부감을 표현해주는 것이 꼰대의 바른 길이 아니겠습니까?

 

   며칠전 동네서점 나들이 갔을 때 이 책이 매대에 보이더군요. 아 이거? 하면서 몇장 넘겨봤습니다. 때마침 제가 "육룡이 나르샤"와 "정도전을 위한 변명" 콤보로 국사에 한창 관심이 많은 시기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인지 무척 웃기고 관심이 가더군요. 그리하야 참으로 애매한 시점에 봉착했습니다. 이거 웹툰이라 이런 책을 돈을 주고 서점에서 구매하는 것은 꼰대가 갈 길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마음과 "태조, 태종, 정도전"도 나오는데... 엄청 재밌겠는데... 하는 마음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라고 썼지만 사실은 약 3초만에 집어들었음...

 

   그리고는 그날과 다음날 다 읽었던거 같습니다.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엄청 많은 듯하여 책리뷰에서 책내용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않습니다. 해봐야 누가 좋아하지도 않으니까는.. 어쨌거나 이 책은 역사바보도 재미지게 읽을 수 있는 책, 꼰대가 읽어도 유쾌하게 읽어 넘길 책입니다.

 

 

#2. 트렌드에 발맞춘 흥미로운 형식이라는건...

 

   바야흐로 톡의 시대가 아니겠습니까? 통화보다 톡이 편하고 단톡도 성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실 업무에도 많이 쓰고 있잖아요? 이런 시대의 획기적인 의사소통 수단을 그 옛날 과거에 사용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설정에서 시작한 웹툰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형식이 좋아도 내용이 쉬레기면 오히려 욕을 먹기 딱 좋은 시도였는데 작가님이 상당히 위트가 있고 센스도 좋습니다. 저는 이런 위트를 무척 좋아합니다. 인생을 재미지게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재미를 제공하면서 심지어 유익하기까지 하니 이 얼마나 역사바보를 위한 탁월한 안배란 말입니까?

   

 

#3. 웃기기만 하면 누가 읽냐?

 

   라고 썼지만 사실 웃기기만 해도 읽어주는 시대기는 한 것 같습니다. 살면서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세상 아닙니까? 몇백년 전에도 똑같은 한탄을 하고 살아왔겠지만... 여튼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 좋았습니다. 이 책을 기획하면서 추가되었겠지만, 이한님이 해설이라는 형식으로 해당 에피소드와 부합하는 역사적 내용을 딱딱하지 않고 편안한 문장으로 들려주고 있어 책의 위트가 더욱 빛납니다. 균형을 잘 맞추었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 책에 실린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냐 아니냐를 판단할 능력이 다행히 없어서 그저 재미지고 유익하게 보았습니다. 세상에 알면 알수록 잘보인다지만 역사는 바보일수록 그냥 재미지게 읽어지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앞으로 역사바보로써 유익한 역사책들을 관심있게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시리즈 다음책도 너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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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맨 ㅣ 그레이맨 시리즈
마크 그리니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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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액션은 막 달리는것.. 그 단순함의 미덕...


    제가 처음 접한 미스터리가 사회파 미스터리였고, 그것 때문인지 저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가장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해왔습니다. 실제로 사회파 미스터리에 애정도 많고 말입니다. 그런데 [브릴리언스] 같은 작품을 읽을 때도 살짝 들었던 생각이지만 사실은 단순하게 막 부수고 쏘고 때리고 두드려맞는 하드코어 액션이 가장 재미지기는 하더군요.  하드보일드한 남성적 소설이 먹고살기의 버거움에 억눌린 남성성, 야성에 대한 대리만족 역할을 해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레이맨]은 그런 장르소설의 최고미덕을 십분 발휘하는 소설입니다. 무조껀 재밌습니다. 가독성이 최고입니다. 몰입도도 무척 높습니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잘시간이 지났는데도 자기 싫고, 지하철에서는 내릴 곳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바로 [그레이맨]이 그런 책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달리는 폭주기관차에 얼렁뚱땅 몸을 실었다가 막 끌려가는 상황 같은 것이 상상이 되는 것입니다. 멈출때까지는 내릴 수가 없어요. 중간에 어디 간이역이라도 서야하는데 멈추지를 않아요. 그냥 서울에서 타서 부산까지 논스톱으로 달립니다. 그것도 음청 빨리 막달린단 말이야~~~~



 


#2. 액션은 액션으로 충분하다...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마도 "본 시리즈"를 떠올릴 듯 합니다. 그만큼 기본적으로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 이거 그렇게 재밌다고 소문났더니 아무래도 본 시리즈의 아류 정도라고 해야하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정도 진행되면서 생각이 좀 바뀌더군요. 본 시리즈와 확연한 차이를 위해 다른 장치를 해 두었다면 과연 이 작품을 이렇게 재미지게 읽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생각하면 할수록 액션은 액션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은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고뇌하는 부분이 꽤나 크게 부각된다는 점에서 이 작품보다는 정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좋게 말하면 본 시리즈는 리듬감있게 갈 때와 설 때를 잘 구분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그레이맨]은 그냥 치달린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죠. 어느 작품이 더 낫다라고 말할 수는 없네요.

​

   이 작품의 주인공 '코틀랜드 젠트리'는 냉정한 킬러지만 오히려 도덕적이고 나름 정의롭다는 설정이 독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지만 죽일만한 놈만 죽이니 봐줄 만 하다... 뭐 이런거죠. 게다가 죽음을 불사하고 약자를 보호하려는 태도로 일관하니 더욱 그렇죠. 얼마나 질긴지 시작부터 총 맞고 유리에 찔리고 쓸리고 부서지고 나중에는 칼도 찐하게 쑤욱 맞는데도 거의 불사신급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마지막에 설정상 스팀팩을 맞고 버티기는 하지만 아따 그거참 환타지 스러운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주인공되시겠습니다. 부럽다 그런 몸뚱아리... 아이고 허리야... 

   [그레이맨]은 단순한 구조에 직선적인 흐름인데다가 심지어 단편적이고 투명한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생긴 그대로 행동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따 스토리니 플롯이니 설명하기도 거시커니 합니다. 너나 나나 예상가능한 수준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서 끝납니다. 그냥... 100m 달리기 처럼 직선라인을 따라 오로지 앞만 보고 막 쳐달립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는 꼼꼼히 발췌를 한다거나 뭔가 노트를 한다거나 포스트잇을 부치는 행위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주루루루룩 읽으면 어느새 이야기가 끝나있습니다. 그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로 그 결말로 말입니다. 허를 찌르는 반전도 사회를 고찰하는 시선도 없습니다. 사실은 그래서 너무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그냥 재미있게 읽고 뒤끝없는 깔끔한 작품이다라는게 의외의 청량감이 있었습니다.



 

#3. 별반개의 아쉬움...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지적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번역과 편집상의 아쉬움이 살짝 있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가독성이 좋은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글씨가 좀 작은 감이 있습니다. 글씨가 크면 두께가 두꺼워지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조금 더 큰 폰트에 널찍한 줄간격과 여백은 아무래도 읽는 독자를 편안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사실은 얼마 안되는 내용으로 책 만드느라 고무줄 처럼 늘린 책들이 은근 많아서 익숙해진 탓도 있기는 하겠습니다.

 

   도데체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아니 동일인물을 지칭하는 호칭이 계속 바뀌는 건 참으로 불편했습니다. 나중에는 그런가보다 하게 되는데다가 워낙 구조가 단순하니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 크게 헤갈릴 건떡지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속 거슬리기는 했습니다. 심지어 한페이지에서도 주인공이 "코트" 였다가 "젠트리" 였다가 하니 이건 뭐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도 아니고 왜 이러는거야?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란 말입니다. 거뭐 주인공은 그렇다고 쳐. 주변 인물도 다 그런식이더란 말입니다. 아무래도 원작에서 그렇게 써놔서 그대로 충실하게 번역한 것일테지만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아... 라고 말하기는 좀 무리고 여튼 저에게는 불편했어요. 그러지 마세요... 라고 말해봤자 벌써 다 읽어버렸지...

 

   그리고 내가 잘 몰라서 그런건지 띄어쓰기가 어색한 부분이 왜 그리도 많은 거지 말입니다... 왜 때문에 띄어쓰기 오류가 고래 많았답니까? 오타도 가끔 있는데다가 제가 보기에는 띄어쓰기 하다가 단어의 첫글자를 삭제한 부분도 있던데 이거슨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런 문제는 직원이 적은 출판사라면 누구도 피해가기 어려운 부분일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오탈자 문제는 독자교정으로 거의 완벽하게 카바할 수 있는데 앞으로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랜만에 하드보일드 슈퍼액션 한편을 읽어서 속 시원하고 쿨한 작품이었습니다. 무척 만족스럽게 즐긴 작품으로 기억되게 될 듯 합니다. 책읽기 싫을 때 이런류의 작품을 골라 읽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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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을 위한 변명 - 혁명가 정도전, 새로운 나라 조선을 설계하다
조유식 지음 / 휴머니스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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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도전을 중심으로, 그러나 정도전만의 이야기는 아닌... 그리고 교과서라...


   최근 육룡이 나르샤를 재미있게 보면서 관심이 생겨서 읽게 된 [정도전을 위한 변명]입니다. 이방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등장하고 가상의 인물인 땅새가 너무 좋아서 심쿵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말선초의 핵심은 누가뭐래도 이성계와 정도전 콤비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무력을 상징하는 이성계측 보다는 철학과 방향성을 상징하는 정도전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이 생기게 되었던 것이죠. 사실 정도전에 대한 이야기는 작년초였던가?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이미 대중적으로 크게 관심을 받은 바 있는데, 괜히 남들 좋다좋다하면 외면하게 되는 태도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찾아읽지 않았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썩은 현실을 타파할 대안으로 새로운 나라를 구상하고 그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까지 세웠던 정도전의 삶을 대하면서 일단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의 부분인지 좀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는데 굳초이스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기대하던 내용이 상당히 충실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덤으로 정도전 뿐만 아니라 당시의 국제정세를 포함한 다양한 상황들과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인물들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역사에 취약한 저로써는 뭐랄까? 거의 입을 슬쩍 벌리고 '아.. 그렇구나.. 그런거구나..'하며 그냥 흡수할 수 밖에 없었던 내용들이었죠.


   가만 생각해보면 국사 교과서에서 무작정 외웠던 내용을 어렴풋이 떠올려보면 뭔가... 이 책에 쓰여진 내용들과 잘 매치가 안된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정몽주는 고려를 끝까지 버리지 않고 죽음을 택했으니 충신이다.' 뭐 이런 식의 내용들이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나는데 너무 단편적인 해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다 균형잡힌 이 책에서는 "정몽주는 개혁적이었으나 적어도 나라를 바꾸면서까지 개혁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도전을 당시의 판을 갈아엎지 않고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정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누가 좋은편 나쁜편이 아닌데 저의 기억속에 교과서는 편가르기식 교육을 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딱히 누군가 제 기억을 조작하지 않은 이상 당시는 그랬던 거 같은데 그리고 그것을 기계적으로 외우고 말이죠.


   한 나라의 역사는 이런식으로 주입되어서는 안됩니다. 기본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역사적 사료 자체가 집권층의 시각이 넘치도록 반영된 기록일진데 그것을 해석해서 가르치는 것조차 특정 가치관이 반영된다면 계속 편향되어질 수밖에 없죠. 거뭐. 그러거나 말거나 중요한 것은 이런 균형잡힌 시각이 담긴 책을 많이 읽어보는 것이겠죠. 제 나이가 이제 마흔이 되어가니 아직 늦지 않았네요. ㅋㅋ

 



#2. 정도전이 꿈꿨던 나라, 이방원이 꿈꿨던 나라


   이 책속에 등장하는 가장 인상깊고 흥미로운 부분은 정도전과 이방원의 통치관 차이였습니다. 정도전의 철인통치는 기본적으로 민주적 재상정치에 가깝습니다. 왕이 존재하는 체제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지만 왕이 자기 마음대로 왕놀이 못하도록 재상과 지식인들이 조언을 아끼지 말고 더 나아가 왕을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민본주의적 성향이 강했습니다. 이성계와 함께 정권을 차지하기 전에 이미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민들의 어려움과 고초를 몸으로 체험한 그 경험이 서민을 기본토대로 생각하는 그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평가하고 있습니다.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개혁적일 수 밖에 없고, 많은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를 두고 목소리를 내고 결정하는 추체가 서민은 아니던 시대였으니까 말입니다. 지금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방원의 경우는 왕중심의 정치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왕자니 뭐 당연하겠죠. 왕권이 전제적으로 강화되어 절대적인 권력을 누려야만 나라가 안정된다는 그의 시각은 당시 상황만 놓고보면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이 전제왕권적 성격은 왕이 무능하면 나라를 통으로 완존히 조진다는 최대의 단점을 가지고 있죠. 리더가 멍청하면 나라가 뒤흔들린다는 사실이야 체험적으로 많이들 느끼고 있을 터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 책이 좋은 점은 이런 이방원을 나쁜 사람으로 제단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정적이던 정도전 세력을 쿠데타로 해치우고 왕위를 차지한 이방원이지만 권력을 차지한 이후로는 나라를 튼튼히하고 세종대왕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누가 맞는지는 동일한 시대를 두사람이 따로따로 집권해보지 못했으니 비교불가입니다만 장단이 있다는게 정답인거 같습니다. 인간이란 참으로 복잡한 존재라 단순하게 상황에 미루어 예단하는게 의미가 없으니까요. 남들보면 참으로 한심하지만 내가 거기가면 그보다 더 할 수도 있는게 인간 아니겠습니까? 그런 관점에선 그때나 지금이나 지금 이후나 한치의 변화도 없이 참으로 성실하게 일관된 것이 인간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3. 마치 현실세계를 대하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들..


   아마도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에 나타난 여러 인물과 세력들간의 이해득실관계와 대립, 투쟁 그리고 집권과 패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제가 살면서 겪어온 우리나라의 여러가지 파란만장했던 난장판과도 유사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이성계, 정몽주, 정도전, 이방원 등과 같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요인물들 보다는 권력의 언저리에서 상황에 따라 갈대처럼 오락가락 목숨을 유지하면서 재물모으기와 욕망채우기에 여념이 없던 많은 인물들을 보면 옳고 그름은 난 모르겠고 내 배나 채우자고 다른 사람들을 서슴치 않고 괴롭히고 죽음으로 내모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이 자연히 떠오르게 됩니다. 제가 똑같은 입장이 되면 얼마나 낫겠냐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되지요.


   세상이 올바르지 않다는 비판적 시각은 어느시대나 존재합니다. 세상을 잘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겠다는 사람들도 어느 시대나 넘쳐납니다. 이런 사람들은 사실상 매우 현실적인 시각을 지닌 사람들이고, 적어도 자기자신과 가족들은 부족함없이 잘 살아갑니다. 그러나 세상을 한 발자국씩이라도 변화시키는 사람은 남다른 꿈과 비전을 지닌 소수의 인물들입니다. 이런 인물들의 가족들은 대체로 수난을 겪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이런 이상적인 사람들입니다.


   예로부터 수신제가 치국 평천하라고 하지만 수신하고 제가한 다음 치국해서 평천하하는 사람은 역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거 같습니다. 수신하고 제가하는 사람은 치국과 평천하를 할 여력이 없습니다. 치국과 평천하를 원하는 사람이 수신은 몰라도 제가까지 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는 있을리 만무합니다. 크게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를 나눈다고 하면 이 두가지가 병립하기는 참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정도전도 역시나 큰 꿈을 품고 있다보니 가족은 가난에 찌들렸던 기록들이 나옵니다. 집권해서 한동안은 부귀영화를 누렸으니 다행지만, 이방원 세력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까지 평천하를 위해 요동지방 정벌을 꿈꾸고 있었던 그는 결과적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가족들까지 화를 당했습니다. 심지어 오늘날까지 묘자리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정도전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저처럼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들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살아가는데 있어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그냥 읽는 것 자체가 재미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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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케이지 ㅣ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2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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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경찰소설의 한축 혼다 테쓰야...


   저는 개인적으로 경찰소설류를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혼다 테쓰야의 작품을 무척 좋아합니다. 미스터리류를 처음 접할 무렵에 만난 작가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씨엘북스에서 출간된 작품이다보니 관심이 좀더 많았던 탓도 있습니다. 혼다 테쓰야의 작품중에 국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 여형사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의 첫번째인 "스트로베리 나이트"입니다. 일명 딸기밤으로 불리는 스트로베리나이트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고, 시리즈 중 "감염유희"를 바탕으로 극장판도 제작되었습니다.


   특히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유명한 여배우 다케우치 유코가 주연 히메카와 레이코 역을 맡아 더욱 관심을 받았던... 아니.. 저에게만 관심을 받았던 것인지도 모르지만서도... 개인적으로는 원작보다 드라마와 영화를 먼저 만나서 그런지 역할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아니 이것도 저만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계속 다케우치 유코의 연기를 떠올리면서 읽었습니다. 참, 다케우치 유코가 요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링"에도 출연했다는... 크흠..


   여튼, 실제로 "지우"시리즈를 먼저 쓴걸로 알고는 있지만 국내에는 스트로베리나이트 시리즈가 먼저 소개되고 "지우"가 훨씬 나중에 출간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시리즈 첫작품인 "스트로베리 나이트"만 읽고 소울케이지를 안읽고 망설이다가 "지우"시리즈를 재미지게 읽었습니다. 소울케이지를 읽는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사실 드라마를 볼 당시 이 작품의 주요 소재인 "부성"에 대한 지나친 표현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서도 주인공 레이코의 강도피해 장면을 너무나 자주 되풀이해서 보여주는 편집이 불편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책으로 똑같은 경험을 하고 싶지 않은데다가 이 시리즈는 유난히 드라마나 원작이나 스토리가 너무 똑같아서 마치 다 읽은 것 같은 느낌으로다가...


   히토리시즈카 외에 국내에는 지우시리즈와 스트로베리나이트 시리즈만 소개되었고 유일하게 경찰소설이 아닌 작품은 "무사도 식스틴"이 유일한데 실제로 혼다 테쓰야는 경찰소설과 일반소설을 반반씩 쓰려고 했다고 합니다. 기회가 되면 이 작가의 다른 장르의 작품도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

#2. 장르소설의 미덕 가독성과 작품의 무게를 더하는 균형미


   이 양반의 작품이 유독 가독성이 좋은 이유는 진지한 주제의식과 디테일한 상황설명, 간결한 문체 등등 많지만 인물간 설정상 유머러스한 요소가 은근히 많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무겁기만 한 진지한 소설을 부담스러워하는 독자에게 딱 맞는 스타일이랄까? 너무 잘 읽혀서 두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작품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주제의식은 부정, 즉 아버지의 자식사랑인데 드라마를 볼 때 이부분이 조금 과하다는 느낌 때문에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영상은 좀더 과장되게 표현하는 부분이 있기마련인데 다행스럽게도 책을 읽을 때는 주인공의 행동자체는 공감이 가지 않았지만 장면에서 느껴지는 거부감은 좀 덜 했습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풀어가는 과정도 너무 복잡하지는 않지만 끝까지 예측이 어려울 정도의 설정은 유지하는 균형감이 좋았습니다. 너무 복잡하거나 치밀하게 짜놓으면 사실 본격추리를 좋아하는 분들만 환호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작품은 과하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지점을 잘 잡고 있습니다.



#3. 대립, 갈등, 화해의 코드를 잘 활용한 캐릭터 설정


   사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는 현실에서는 문제가 많은 캐릭터입니다. 독단적이고 사고치고 화합이 안되는 스타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촉으로 실적은 좋은 그런 캐릭터입니다. 미워할 수는 없지만 완벽한 캐릭터는 아니죠. 부족하고 약한 부분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여주인공과 정반대의 성향으로 대립하는 역할로 내세운 쿠사카는 깝깝하지만 자기일에 완벽한 좋은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레이코의 과거 사건을 떠올리는 외모때문에 억울하게 미움을 받는데 이 두사람의 미묘한 대립과 협력의 모습이 이야기 전체를 끌어나가는 좋은 동력이 됩니다. 누구한사람 편들기 애매하게 입장이 다를뿐 서로 악감정을 가진 것은 아닌 것도 묘한 특징입니다.


   두 사람이 지나치게 폭주하지 않도록 잘 조율하는 계장도 등장하고, 밑도 끝도 없는 무책임한 조직의 수장들도 등장하는 등, 일반적인 조직사회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케이스와 나쁜 케이스를 잘 활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도 눈에 띄게 좋습니다. 여기에 주인공이 여성인 만큼 전체 흐름을 해치지는 않는 범위에서 약간의 썸도 양념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캐릭터간의 대립과 갈등상황,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결과적으로 협력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설정이 부담없이 긍정적인 이야기입니다.


   표지의 손이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무겁지 않고, 생각보다 읽기에 좋아 역시 혼다 테쓰야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진작에 읽을 걸 그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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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기의 기술 -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
베른트 브루너 지음, 유영미 옮김 / 현암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1. 눕기의 기술, 이 엉뚱함에 관하여...


   이런 책 무척 좋아합니다. 엉뚱하고 발랄한 발상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니까요. "연필깍기의 정석"이 심하게 생각나는 디자인과 제목의 이 책은 엉뚱한 노란책 계열의 계보를 잇는 흥미로운 책이라 읽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 못했습니다. 책이 나쁘다기보다는 제가 기대하던 내용은 아니었거든요.


   일단 [눕기의 기술]이라는 제목자체가 전반적인 내용과 그닥 잘 붙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제목을 딱 보고 책을 집어들때 떠올리게 되는 그런 이미지와 내용은 좀 달랐어요. 예를들어 "연필깍기의 정석"이라는 책을 살 때에는 '아, 제대로 연필깍는 방법을 대놓고 설명하겠구나..'하는 기대를 하게되죠. 그러면 진짜 연필깍는 방법이 막 나와요. 그런데 이 책은 [눕기의 기술]이라고 되어있는데 별로 기술적인 내용이 아닙니다. 눕기를 매개로 설명한 역사, 문화, 인문학 서적에 가까워요. 그러니 제가 재미있게 읽기 어렵죠. 저는 정말 기발하고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내용을 기대했단 말입니다.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법]같은 책처럼 말입니다. 엉뚱한척 엉뚱하지 않은 엉뚱하게 진지한 책이었어요.



#2. 왜 눕기를 말하는가..


   세상에 누울 줄 모르는 사람은 없죠. 그런데 왜 굳이 눕기를 말하는지 궁금했던 것입니다. 뭔가 놀라운 비법이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는 책이잖습니까? 다 읽고나니 '와~~ 이런 눕기도 있구나... 이렇게 누우면 좋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한 내용은 즌혀 없었습니다. 그냥 약간의 아는척하기 신공용 역사, 문화적 내용과 눕는 것에 대한 옹호를 통한 정신승리 쬐끔 정도가 남아요. 과거 서양의 침대문화는 어땠는지, 동양과 차이는 어떤 것인지, 파우치는 어떤지 이런저런 용과 인문학적 고찰 같은 것이 짧게 짧게 나열된 책입니다.


"눕는 것은 신체에 가장 저항이 적게 주어지는 자세이며 가장 힘이 덜 드는 자세이다.(중략) 하지만 측정 가능한 성과를 중시하고, 순발력 있는 행동으로 결단력을 보여줘야 하며, 책상이나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걸로 근면함을 입증해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 누운 자세는 푸대접받기 일쑤다. 누운자세는 게으름의 표현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능력의 소산으로 여겨진다.p9~10"


   눕는 것이 가장 편안한 자세인 것을 전제합니다. 그래서 주로 눕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으로 보여지는데, 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반론을 제기하죠.


"하지만 누워 있는 것은 짙은 안개 속에서 산책하는 것과 비슷한 작용을 할 수 있다. 이런 산책의 막바지에 우리의 생각은 종종 전보다 더 명료해진다. 그러므로 시간적인 압박과 효율성을 뒤로하고 의식적으로 눕는 행위는, 아무런 비용은 들지 않으나 매우 값진 행동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p10"


   눕기에 대한 이런 논리의 옹호가 완전한 지지나 공감을 이끌 수 있을지 저는 의문입니다. 왜냐면 저같은 경우는 게으름피우고 느리게 움직이고 뒹굴거리는것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공감이 가는 논리는 아니라 생각되었거든요.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은 어떤 일을 하건 효율성을 생각할 때 훨씬 유익할 수 있는 것에는 수긍이 갑니다만 그렇다고 꼭 휴식시간을 눕기와 결부시킬 필요는 없으니까요. 음악을 듣거나 설명처럼 정말 산책을 해도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누우면 졸리고 멍해지는게 일반적이니까요. 평소에 너무 많이 쉬어서 누워도 나른하지 않는 사람이나 누워 있는 것으로 생각이 명료해지지 않을까요?



#3. 노란책이면 좋아...


   사실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진지하게 리뷰를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와 엄청 엉뚱하고 재미진 책이다'라고 쓸 요량이었죠.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내용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와 엄청 신기하고 재미질 줄 알았는데 지루한 책이다'라고 쓰려고 마음먹고 며칠을 그냥 흘려보냈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또 저나 그러지 다른 분들은 교양차원에서 흥미롭게 읽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저... 심플한 디자인에 샛노란 북디자인이면 족하다는 생각입니다. 너무 기대가 컷던 것이 아닌가 싶고, 너무 엉뚱한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도 들고...


   여튼, 저에게는 적당히 지루한 책이었어요. 내용이 쉽고 짧았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습니다. 이상하게 현암사책하고는 잘 안맞는거 같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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