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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기의 기술 -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
베른트 브루너 지음, 유영미 옮김 / 현암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1. 눕기의 기술, 이 엉뚱함에 관하여...
이런 책 무척 좋아합니다. 엉뚱하고 발랄한 발상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니까요. "연필깍기의 정석"이 심하게 생각나는 디자인과 제목의 이 책은 엉뚱한 노란책 계열의 계보를 잇는 흥미로운 책이라 읽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 못했습니다. 책이 나쁘다기보다는 제가 기대하던 내용은 아니었거든요.
일단 [눕기의 기술]이라는 제목자체가 전반적인 내용과 그닥 잘 붙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제목을 딱 보고 책을 집어들때 떠올리게 되는 그런 이미지와 내용은 좀 달랐어요. 예를들어 "연필깍기의 정석"이라는 책을 살 때에는 '아, 제대로 연필깍는 방법을 대놓고 설명하겠구나..'하는 기대를 하게되죠. 그러면 진짜 연필깍는 방법이 막 나와요. 그런데 이 책은 [눕기의 기술]이라고 되어있는데 별로 기술적인 내용이 아닙니다. 눕기를 매개로 설명한 역사, 문화, 인문학 서적에 가까워요. 그러니 제가 재미있게 읽기 어렵죠. 저는 정말 기발하고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내용을 기대했단 말입니다.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법]같은 책처럼 말입니다. 엉뚱한척 엉뚱하지 않은 엉뚱하게 진지한 책이었어요.
#2. 왜 눕기를 말하는가..
세상에 누울 줄 모르는 사람은 없죠. 그런데 왜 굳이 눕기를 말하는지 궁금했던 것입니다. 뭔가 놀라운 비법이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는 책이잖습니까? 다 읽고나니 '와~~ 이런 눕기도 있구나... 이렇게 누우면 좋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한 내용은 즌혀 없었습니다. 그냥 약간의 아는척하기 신공용 역사, 문화적 내용과 눕는 것에 대한 옹호를 통한 정신승리 쬐끔 정도가 남아요. 과거 서양의 침대문화는 어땠는지, 동양과 차이는 어떤 것인지, 파우치는 어떤지 이런저런 용과 인문학적 고찰 같은 것이 짧게 짧게 나열된 책입니다.
"눕는 것은 신체에 가장 저항이 적게 주어지는 자세이며 가장 힘이 덜 드는 자세이다.(중략) 하지만 측정 가능한 성과를 중시하고, 순발력 있는 행동으로 결단력을 보여줘야 하며, 책상이나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걸로 근면함을 입증해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 누운 자세는 푸대접받기 일쑤다. 누운자세는 게으름의 표현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능력의 소산으로 여겨진다.p9~10"
눕는 것이 가장 편안한 자세인 것을 전제합니다. 그래서 주로 눕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으로 보여지는데, 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반론을 제기하죠.
"하지만 누워 있는 것은 짙은 안개 속에서 산책하는 것과 비슷한 작용을 할 수 있다. 이런 산책의 막바지에 우리의 생각은 종종 전보다 더 명료해진다. 그러므로 시간적인 압박과 효율성을 뒤로하고 의식적으로 눕는 행위는, 아무런 비용은 들지 않으나 매우 값진 행동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p10"
눕기에 대한 이런 논리의 옹호가 완전한 지지나 공감을 이끌 수 있을지 저는 의문입니다. 왜냐면 저같은 경우는 게으름피우고 느리게 움직이고 뒹굴거리는것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공감이 가는 논리는 아니라 생각되었거든요.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은 어떤 일을 하건 효율성을 생각할 때 훨씬 유익할 수 있는 것에는 수긍이 갑니다만 그렇다고 꼭 휴식시간을 눕기와 결부시킬 필요는 없으니까요. 음악을 듣거나 설명처럼 정말 산책을 해도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누우면 졸리고 멍해지는게 일반적이니까요. 평소에 너무 많이 쉬어서 누워도 나른하지 않는 사람이나 누워 있는 것으로 생각이 명료해지지 않을까요?
#3. 노란책이면 좋아...
사실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진지하게 리뷰를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와 엄청 엉뚱하고 재미진 책이다'라고 쓸 요량이었죠.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내용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와 엄청 신기하고 재미질 줄 알았는데 지루한 책이다'라고 쓰려고 마음먹고 며칠을 그냥 흘려보냈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또 저나 그러지 다른 분들은 교양차원에서 흥미롭게 읽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저... 심플한 디자인에 샛노란 북디자인이면 족하다는 생각입니다. 너무 기대가 컷던 것이 아닌가 싶고, 너무 엉뚱한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도 들고...
여튼, 저에게는 적당히 지루한 책이었어요. 내용이 쉽고 짧았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습니다. 이상하게 현암사책하고는 잘 안맞는거 같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