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맨 그레이맨 시리즈
마크 그리니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1. 액션은 막 달리는것.. 그 단순함의 미덕...


    제가 처음 접한 미스터리가 사회파 미스터리였고, 그것 때문인지 저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가장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해왔습니다. 실제로 사회파 미스터리에 애정도 많고 말입니다. 그런데 [브릴리언스] 같은 작품을 읽을 때도 살짝 들었던 생각이지만 사실은 단순하게 막 부수고 쏘고 때리고 두드려맞는 하드코어 액션이 가장 재미지기는 하더군요.  하드보일드한 남성적 소설이 먹고살기의 버거움에 억눌린 남성성, 야성에 대한 대리만족 역할을 해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레이맨]은 그런 장르소설의 최고미덕을 십분 발휘하는 소설입니다. 무조껀 재밌습니다. 가독성이 최고입니다. 몰입도도 무척 높습니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잘시간이 지났는데도 자기 싫고, 지하철에서는 내릴 곳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바로 [그레이맨]이 그런 책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달리는 폭주기관차에 얼렁뚱땅 몸을 실었다가 막 끌려가는 상황 같은 것이 상상이 되는 것입니다. 멈출때까지는 내릴 수가 없어요. 중간에 어디 간이역이라도 서야하는데 멈추지를 않아요. 그냥 서울에서 타서 부산까지 논스톱으로 달립니다. 그것도 음청 빨리 막달린단 말이야~~~~



 


#2. 액션은 액션으로 충분하다...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마도 "본 시리즈"를 떠올릴 듯 합니다. 그만큼 기본적으로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 이거 그렇게 재밌다고 소문났더니 아무래도 본 시리즈의 아류 정도라고 해야하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정도 진행되면서 생각이 좀 바뀌더군요. 본 시리즈와 확연한 차이를 위해 다른 장치를 해 두었다면 과연 이 작품을 이렇게 재미지게 읽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생각하면 할수록 액션은 액션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은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고뇌하는 부분이 꽤나 크게 부각된다는 점에서 이 작품보다는 정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좋게 말하면 본 시리즈는 리듬감있게 갈 때와 설 때를 잘 구분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그레이맨]은 그냥 치달린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죠. 어느 작품이 더 낫다라고 말할 수는 없네요.

   이 작품의 주인공 '코틀랜드 젠트리'는 냉정한 킬러지만 오히려 도덕적이고 나름 정의롭다는 설정이 독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지만 죽일만한 놈만 죽이니 봐줄 만 하다... 뭐 이런거죠. 게다가 죽음을 불사하고 약자를 보호하려는 태도로 일관하니 더욱 그렇죠. 얼마나 질긴지 시작부터 총 맞고 유리에 찔리고 쓸리고 부서지고 나중에는 칼도 찐하게 쑤욱 맞는데도 거의 불사신급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마지막에 설정상 스팀팩을 맞고 버티기는 하지만 아따 그거참 환타지 스러운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주인공되시겠습니다. 부럽다 그런 몸뚱아리... 아이고 허리야... 

   [그레이맨]은 단순한 구조에 직선적인 흐름인데다가 심지어 단편적이고 투명한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생긴 그대로 행동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따 스토리니 플롯이니 설명하기도 거시커니 합니다. 너나 나나 예상가능한 수준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서 끝납니다. 그냥... 100m 달리기 처럼 직선라인을 따라 오로지 앞만 보고 막 쳐달립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는 꼼꼼히 발췌를 한다거나 뭔가 노트를 한다거나 포스트잇을 부치는 행위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주루루루룩 읽으면 어느새 이야기가 끝나있습니다. 그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로 그 결말로 말입니다. 허를 찌르는 반전도 사회를 고찰하는 시선도 없습니다. 사실은 그래서 너무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그냥 재미있게 읽고 뒤끝없는 깔끔한 작품이다라는게 의외의 청량감이 있었습니다.



 

#3. 별반개의 아쉬움...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지적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번역과 편집상의 아쉬움이 살짝 있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가독성이 좋은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글씨가 좀 작은 감이 있습니다. 글씨가 크면 두께가 두꺼워지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조금 더 큰 폰트에 널찍한 줄간격과 여백은 아무래도 읽는 독자를 편안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사실은 얼마 안되는 내용으로 책 만드느라 고무줄 처럼 늘린 책들이 은근 많아서 익숙해진 탓도 있기는 하겠습니다.

 

   도데체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아니 동일인물을 지칭하는 호칭이 계속 바뀌는 건 참으로 불편했습니다. 나중에는 그런가보다 하게 되는데다가 워낙 구조가 단순하니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 크게 헤갈릴 건떡지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속 거슬리기는 했습니다. 심지어 한페이지에서도 주인공이 "코트" 였다가 "젠트리" 였다가 하니 이건 뭐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도 아니고 왜 이러는거야?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란 말입니다. 거뭐 주인공은 그렇다고 쳐. 주변 인물도 다 그런식이더란 말입니다. 아무래도 원작에서 그렇게 써놔서 그대로 충실하게 번역한 것일테지만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아... 라고 말하기는 좀 무리고 여튼 저에게는 불편했어요. 그러지 마세요... 라고 말해봤자 벌써 다 읽어버렸지...

 

   그리고 내가 잘 몰라서 그런건지 띄어쓰기가 어색한 부분이 왜 그리도 많은 거지 말입니다... 왜 때문에 띄어쓰기 오류가 고래 많았답니까? 오타도 가끔 있는데다가 제가 보기에는 띄어쓰기 하다가 단어의 첫글자를 삭제한 부분도 있던데 이거슨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런 문제는 직원이 적은 출판사라면 누구도 피해가기 어려운 부분일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오탈자 문제는 독자교정으로 거의 완벽하게 카바할 수 있는데 앞으로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랜만에 하드보일드 슈퍼액션 한편을 읽어서 속 시원하고 쿨한 작품이었습니다. 무척 만족스럽게 즐긴 작품으로 기억되게 될 듯 합니다. 책읽기 싫을 때 이런류의 작품을 골라 읽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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