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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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찰력과 글솜씨의 조화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3부작 중 "읽다" ​이후에 "보다"를 선택하면서도 "읽다"라는 것은 책을 읽고 무언가 감상을 펼쳐냈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지만 "보다"는 과연 무엇을 본 것일까가 궁금했는데 굳이 따지자면 영화 감상평에 가깝군요. 하지만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서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세상과 그 속에 속한 사람을 "보는" 작가의 시각이 독보적입니다. 이 책에 담긴 스무 여남은 편의 에세이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작가의 통찰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김영하 작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지적인 냄새에 새삼 놀랍니다. 차분하고 건조한 듯 하면서도 비판적이지는 않은 그 균형감도 놀랍고, 똑같은 내용과 생각을 적절한 기법으로 전달해내는 그의 글솜씨도 훌륭하고 부럽기만 합니다.

   같은 영화를 봐도 이 정도로 맥락을 읽어내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좀 더 풍성한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러운 마음으로 읽고 챕터마다 등장하는 영화 중에 관심가는 작품은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멍하니 의식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인생같은 저로서는 작가의 이 차분함과 지적인 면이 무척이나 훌륭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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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활의 즐거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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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적이라는 표현의 부담스러움..


   이 책을 읽기에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지적 생활"이라는 표현 그 자체였습니다. '아.. 나에게 지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기나 하던가?'하는 자성이 들면서 몇 페이지가 지나지 않아 졸음과 머리 아픔이 밀려오면서 후회가 밀려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지요. 여기서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기우였다."라고 반전을 주고 싶지만 사실 좀 지루했던 건 사실입니다. 마냥 재미지지도 않았구요. 제 기준에서는 재미없는 책 중에 한 권으로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이 책은 읽는 재미와 가독성은 떨어졌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교훈은 제법 있었습니다. 제목이 "지적 생활의 즐거움"인데 그 정도도 없으면 쌩욕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성격 유형으로도 기질로도 딱히 머리를 막 쓰는 지적인 스타일은 전혀 아닌지라 뭐든 몸으로 때우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체득하는 저는 "지적"이라는 표현 자체에 알레르기가 좀 있습니다. 이를테면 안경을 쓰고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고 올백을 한 마른 스마트한 느낌의 사람에게나 어울릴 법한 표현이라는 선입관이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읽기에 좀 부담스러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이제는 나이도 제법 들었는데 이런 책을 한 권쯤은 읽어봐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2. 지적 생활에 뭐시 중한디...


   음... 그러니까 책을 다 읽었는데 정확히 지적 생활의 즐거움이 뭐 어쨌다는 건지 확실하게 딱 와닿지는 않습니다. 이 책은 벌써 백 년도 더 전에 돌아가신 "필립 길버트 해머 튼"이라는 저자가 생각하기에 꼭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문제들을 한 꼭지씩 만들어서 편지 형식으로 쓴 글의 모음입니다. 딱히 누군가에게 전달했던 편지는 아니고 저저가 목차를 만들 때 그런 식으로 가상의 인물에게 전달하는 형식으로 쓴 모양입니다. 상상력이 풍부하신 분입니다.


   서문에서 저자는 "의미 없는 낙담으로 인해 여러분의 귀중한 삶의 순간들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종의 교훈을 주는 내용들인데, "지나치게 일하는 젊은 작가에게"라던가,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탄하는 친구에게", 지적 생활이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지 묻는 친구에게" 등등의 테마로 대체로 "지적 생활이란 니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이런 거라니깐" 하는 느낌으로다가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적 생활이 뭐가 그리 중하냐 하면,

 

"지적으로 생활하는 기술이란 유리한 환경을 발판 삼아 발전해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에 필연적으로 얽혀 있는 숱한 사정과 제약 속에서 우리 자신을 극복시켜나가는 행위입니다. 이로써 지성은 풍요로워지고 강인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지적 생활을 위해 엄청 머리를 쓰라거나 지능 개발에 힘쓰라거나 교양을 쌓기 위해 힘쓰라고만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적 생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두뇌의 타고난 재능이 아닙니다. 육체적 기반입니다. 건강한 몸이 받쳐줘야만 원하는 정신활동이 가능해진다는 뜻입니다."

 

"지적인 만족은 절대 선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경계가 필요하고, 절제가 필요하고, 계획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뇌는 상당히 많은 양의 혈액을 필요로 합니다. 지적 노동으로 대뇌질이 급속하게 파괴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과도한 정신노동 종사자들에게서 자주 목격되는 고통, 즉 노이로제가 야기되는 것입니다. 노이로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 아닙니다. 강렬하게 불타오르는 정신을 나약해진 육체가 받쳐주지 못한 데서 비롯된 병입니다. 약을 먹는다고, 휴식을 취한다고, 그 일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노이로제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직 강화된 육체만이 노이로제를 극복하는 힘입니다."


   이런 식으로 육체적인 단련과 건강을 무척 중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절제하고 훈련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지적으로 만드는 힘은 배운 지식과 익힌 교양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단면들을 스스로 발견해내려는 노력과 인간답게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려는 타고난 본상일 뿐입니다. 지적 생활이란 무엇인가를 이룩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삶의 진리를 찾아 나서는 아름다운 여정입니다. 그것은 가장 위대한 진리와 작은 진리 사이에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정의와 개인의 생활 사이에서 늘 꿋꿋하고 당당하게 고귀한 쪽을 선택해나가는 것입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하고 이론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들어 하등 손해날 것 없는 좋은 이야기를 계속해주십니다. 머리를 진공상태로 만든 상태로 그냥 주욱 읽다 보면 '아따 참으로 그럴 듯하고 좋구먼' 하고 생각할 만한 이야기들입니다.

 

 

#3. 현대에서도 되새겨 봐야 할 성찰들..


   오래전에 돌아가신 해머튼옹의 이야기를 가만히 읽다 보면 후반부로 갈수록 현대사회에서도 통용이 될만한 생각들이 다수 나옵니다. 

 

"현대사회의 노동이 점차 가축화의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순수한 본성이어야 할 노동이 경제적 계산과 사업주의 실익에 의해 강요와 억압과 강탈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아무리 대우가 좋더라도 인간을 가축으로 취급하는 사회정의란 있을 수 없습니다. 국가의 장래가 그야말로 중요할지라도 한 인간을 가축으로 구속하는 국가에 정당한 미래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국가는 짐승들의 슬픈 눈망울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눈망울이 어느새 짐승들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가축으로서의 삶을 강요한다면, 머잖아 국가는 인간의 나라가 아닌 가축을 길러내는 목장이 되고야 말 것입니다."


   벌써 약 150여 년 전에 했던 이 표현을 빌자면 노동의 가축화로 인해 적어도 지금쯤이면 국가가 가축을 길러내는 목장이 되었어야 하는데, 이 문구를 대하는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그의 예측이 거의 맞아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술이 다른 어떤 활동보다 위대한 것은 인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향유한 모든 이성적인 활동은 인간을 실망시켰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억압했고, 경제는 빈곤을 낳았고, 종교는 헛된 망상을 심었고, 법은 죄인을 만들었고, 철학은 진리에 더욱 목마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그 어떤 암흑의 시대에도 인간의 영혼을 위로했습니다. 예술은 인간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인간의 가치를 설명했습니다."


   국가, 경제, 종교, 법, 철학 등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상당히 날카롭고 냉담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박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공감이 가는 지적입니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지혜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중략) 노인답게 자연스럽고 현명해진다는 것은 어렵기만 합니다. 아름다운 노년은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입니다. 노을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대지를 달궈야 합니다. 아름다운 노년은 결국 아름다운 청춘을 살았다는 증거입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주어진 인생에 최선을 다했다는 뜻입니다. 인간이 아름답게 늙지 못하는 것은, 늙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지나간 시간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한스럽고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나이 드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정말 거리에 노인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나라가 노령화되어 감을 실감합니다. 그 와중에 뭐가 되었건 열심히 살았던 젊은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로 버럭버럭 화를 내는 노인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어차피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 혹은 회사가 발전하는 것을 내 인생 성공과 동일시하는 시각은 비록 국가가 심어줬건, 교육을 받았건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므로 어디다 화를 내는지 부적절하기는 이를 데 없지만, 일견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늙음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상당히 가슴에 새길만한 것입니다. 저 역시 추하게 늙어서 꼬장 부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간담이 서늘합니다. 저의 노년은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드럽게 지적이지 못한 스스로가 두려워서 이런 책도 찾아 읽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독하게도 재미는 없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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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혐오자 ㅣ 밀리언셀러 클럽 6
에드 맥베인 지음, 김재윤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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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7분서 시리즈의 시발이 되는 작품...


   제목만 엄청나게 들어온 데다가 동네 서점에서 무려 초판으로 획득한 필명 에드 멕베인, 본명 에반 헌터(물론 이 이름도 중간에 바꾼 이름이라던가 여튼 한 사람이 이름을 여러 개 쓰는 건 저는 별로입니다)의 그 유명한 87분서 시리즈 첫 작품 "경찰 혐오자"입니다. 헉... 아, 그러고 보니 띠지에는 초대형 작가 에드 맥베인이라고 써놓고 책 정도에 작가는 에반 헌터라고 써놨네. 헤깔리게시리..


   일단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읽었던 87분서 시리즈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객관적으로 아니, 책에 객관적인 평가라는 게 있을 수는 없으니까 통계적으로 첫 작품이 가장 재미있다고 꼽을 분은 거의 없으실 것도 같습니다만 저는 제일 좋았네요. 아마도 이 시리즈에 대한 저의 애정도와 그동안 쌓아온 친분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처음 읽었으면 '아, 이거 뭐야?'라고 반응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여튼 이 작품이 그 수많은 87분서 시리즈의 첫 시작입니다. 여러 권 읽은 상황에서 접한 첫 작품에 대한 느낌은 상당히 좋습니다. 잘 썼네요. 솔직히 말해서 다른 작품보다 공을 더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 확 느껴집니다. 이 시리즈 특징이 약간 건조하면서도 심심한 내용인데, 이 작품은 어차피 근래의 미스터리류 만큼 빡빡하고 촘촘할 수는 없지만 시대를 감안하면 관심을 끌기 위해 작가가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87분서 시리즈의 성격과 특징을 가늠할 수 있는 출발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애초에 시리즈의 성격을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전체적인 틀을 잘 잡아주고 가이드를 잘 해주는 느낌의 설정들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파격적이에요. 주인공 같은 경찰이 등장하고 경찰 소설이니까 스토리를 이끌어가야 할 경찰이 죽어요. 심지어 셋이나 죽입니다. 이 시리즈가 경찰 부서에 속한 경찰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일부는 막 죽이고 선수 교체도 하고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죠. 당시에는 얼마나 신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느낌의 형사들이 죽어나가는데 범인은 오리무중인 이 상태는 시대를 감안하면 상당히 자극적입니다. 그만큼 관심을 많이 끌었겠죠. 이런 스타트는 OCN 드라마 "TEN" 같은 경우에도 시즌 첫 작품은 파격적으로 2시간씩 편성해서 영화 작품 같은 고퀄로 제작하고 시작부터 흥미와 기대를 유발하는데 그런 효과를 노린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적중했던 모양입니다.


   여튼, 제 나름대로 설명을 들으면서 캐릭터상 마음에 드는 인물이 생기게 마련인데 죽여버린단 말입니다. 좀 허무하면서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마치 집단 MC 체제인 버라이어티쇼에서 회차가 진행되면서 일부 MC가 하차하기도 하고 줄어들거나 추가되기도 하는 식으로 변화를 주는 느낌이었죠.



#3. 집단 체제에도 핵심은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핵심 주인공은 있습니다. 이를테면 멤버가 바뀌는 쇼에서도 유재석씨 같은 사람은 바꾸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당시에도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람을 받았다는 스티브 카렐라 형사 같은 경우는 후에도 나오지만 총도 맞고 하는데 죽지 않습니다. 이 첫 작품에서도 결말 부분에 상당한 위기를 겪지만 잘 극복해냅니다.


   또한 거의 유일한 러브 스토리인 스티브 카렐라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슈퍼미인 테리와의 알콩달콩 이야기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 테리는 첫 작품으로 시작해 이후에도 어지간한 형사들보다 더 큰 활약을 합니다. 87분서 시리즈의 비중 있는 재미요소 중 한 가지라 빼먹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도 스티브 카렐라 형사의 매력이 크게 느껴지는 첫 작품이었습니다.


   참, 당시 작가가 경찰서 생활을 체험하면서 조사를 엄청 해서 상당히 리얼리티 있는 디테일한 묘사들을 많이 하는데 이게 오히려 한편으로는 피식 웃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마치 최첨단 과학수사인 양 혈액형 분류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귀엽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죠.


   87분서 시리즈는 읽을수록 애정과 사랑이 샘솟는 묘한 시리즈입니다. 그만큼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작품이라 그런지 너무 과하지 않고 나름 심심하면서도 할거 다하는 특성이 매력이 있습니다. 애정 없이 이 시리즈를 읽으신다면 뭐 그저 그런 옛날 경찰 소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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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역사와 이해 - 게임의 인문학에서부터 게이미피케이션까지!
김정태 지음 / 홍릉(홍릉과학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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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는 인간, 호모 루덴스


   늘 말씀드리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인간이란 이 세상에 놀러 온 거지 일만 하러 온 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놀이와 게임의 기원, 역사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꼭 관심만으로 이 책을 읽는 것은 아니고, 제가 참여하고 있는 팟캐스트 "퇴근하고 뭐 할래?"에 게임 편을 다루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딱히 게임을 안 하다 보니 맡을 게 없어서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고 흥미를 끌기도 힘들만한 "게임의 역사와 기원"을 맡게 되었지 뭡니까? 그래서 읽게 된 책입니다.


   게임의 역사를 알아보려고 하다 보니 의외로 관련 서적이 드럽게 없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하기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많지만 게임의 역사를 알고자 책까지 사 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렇더라도 분명 이 바닥에 덕후가 있어서 아무도 안 사도 책으로 정리해 놓았을 법한데? 하는 생각으로 찾아보니 이 책이 있더란 말입니다. 물론 그 유명한 후이징어 형님의 호모 루덴스라는 역작이 있지만 그건 우리나라 게임의 역사를 정리한 것도 아닐뿐더러 너무 광범위한 "놀이"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주제와 조금 맞지 않았지요.


   그렇게 서점에서 만난 이 책의 첫 느낌은 참.. 이런 디자인이라니... '구리구나..'하는 생각이... 깔끔한 디자인의 비슷한 책도 있기는 했는데 전반적인 내용 면에서 이 책이 가장 폭넓고 균형 잡혀 있다는 생각이어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구린 디자인의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던 것입니다. 완전 교과서 지향 디자인.. 흙..


   여하튼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에 속하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서도 지겨움 한 큰 술, 즐거움 두 큰 술, 추억 돋음 다섯 큰 술 정도의 비율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게임의 인문학에서부터 게이미피케이션까지"라고 되어 있는데, 인문학적 해석을 시도한 부분은 재미는 없었지만 의미 있었고,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굳이 일반인이 잘 모르는 용어를 쓴 부분은 덕후스러움과 전문가임을 알아달라는 저자의 외침으로 이해했습니다.



#2. 게임의 역사, 놀이의 인간


   이 책은 놀이와 게임의 상관관계에서 출발해, 놀이의 전반적인 부분은 조금 제외하고 게임에 한정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기원부터 게임이라는 용어의 어원, 그리고 무척 교과서적인 용어정리들이 교과서적인 편집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그 옛날부터 인류의 역사 속에 빠질 수 없는 놀이, 게임의 역사에 대해 잘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나름의 사례가 많아 신기하고 즐거운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게임을 인류학, 역사학, 정치학, 법률 등과 융합해 인문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좋았습니다. 내용은 상당히 부실했지만서도..


   게임의 중독성이랄까? 특성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2500년 전 유럽의 리디아 왕국 사례입니다.


"소아시아의 리디아 왕국의 아티스 왕이 다스리던 때에 혹독한 기근이 그 땅을 덮쳤을 때, 백성들은 풍요로운 시절이 다시 오리란 기대로 한동안 어떤 원망도 없이 운명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이한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그들이 굶주림을 견디고자 세원 원칙은 하루는 모두 음식을 먹고, 다음 날은 모두 게임을 했는데, 그들은 주사위 게임에 꽤 몰두했다. 하루 동안 식욕을 완전히 잊을 만큼 놀이에 몰입하고, 이튿날은 음식을 먹고 놀이를 삼가는 것이다. 이렇게 배고픔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이란 건 너무 매력적이고, 행복한 생산성에 몰두하게 하기 때문이었고, 먹을 음식이 없다는 사실조차 무시한 것이다." p37

 

   리디아 왕국 사람들이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폭동 없이 이렇게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의 대단한 매력과 중독성을 반증하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기사 제 기억에도 "리니지"를 멈출 수가 없어서 잠도 안 자고 식사시간도 아까워하던 제 형의 피폐했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기는 합니다. 인간의 열정이란.. 훗..



#3. 전자게임의 시대별 흐름, 그 추억 돋음에 대해...


   아마도 70~90년대를 거쳐 오락실, 콘솔 게임, PC 게임들을 해본 분들이라면 이 책의 메인을 장식하는 시대별 오락의 흐름과 대 히트했던 게임, 게임사들을 정리해둔 이 책의 내용을 보면서 울컥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게임을 별로 하지 않던 제가 봐도 추억이 방울방울 돋는 게임기와 게임 화면들이 총망라되어 있거든요. 와우.. 판타스틱했습니다.


   초창기 점과 선 밖에 없던 핑퐁이니 이따구 게임의 소개를 보면서 '저런 걸 게임이라고 좋아라 미쳐가지고 했었지..'하는 기억이 새록새록.. 흐흐..


   40년대 최초의 전자게임의 등장이나 주크박스 같은 것들은 저의 추억 이전 것이라 오호.. 하고 말았지만, 50~60년대 초창기 게임의 발전을 거쳐 저자가 "아케이드 게임의 시대"라 명명한 70년대부터는 아련합니다. 그리고, 패미콤이니 메가드라이브, 게임보이로 설명되는 "가정용 게임의 시대"인 80년대로 오면서 본격적인 추억여행이 시작됩니다. 모탈 컴뱃, 둠, 철권, 툼레이더를 지나 스타크래프트까지 소개되는 "PC 게임의 시대" 90년대는 친근하기 이를 데 없고, 이미 개인적으로 게임 분야에서 뒤처지기 시작한 "온라인 게임의 시대" 2000년대 설명을 읽으면서는 '이때부터 난 뒷방으로 쳐졌지..' 하며 한탄을...ㅋㅋ 2010년대의 스마트 게임 시대를 넘어 마지막 게임산업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저자가 자신 있게 내세우고 있는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설명으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1970~2000년대의 게임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와, 이거 정말 시대를 총망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약 다 구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어떻게든 내어서 하나하나 다 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더군요. 그땐 참, 지금 보면 거지 같은 게임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저자는 말미에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이론적 설명과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데, 솔직히 제 관심은 아니라 '아 네네..'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게임'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운명이다"라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는 충분히 동의를 하고 남습니다.


   꼭 시험공부하는 느낌으로 정리하며 따로 필기까지 하면서 읽어서 힘들기는 했지만 그냥 읽기에 충분히 재미가 있는 매력적인 책임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학창시절 시험공부하던 기억이 끔찍한 분들은 악몽에 시달릴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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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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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순하게 사는 법, 줄일수록 풍성해지는 삶


   아무래도, 곱씹어 생각해봐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물질주의의 초대박 캡짱 울트라 찌들어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수의 문화요 트렌드라면 어떻게든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여유가 된다면 큰 집에 큰 차에 큰 옷에 큰 수저에 큰 신발에 큰 책에 큰 머리를 자랑하면서 살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뿐 아니라 영미권, 유럽에서도 단순하고 작은 삶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는 모양입니다. 불과 몇 년 전인가? 도미니크 로로 여사의 "지극히 작게"를 읽고 코웃음 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저의 논조는 이랬죠. "지극히 작게, 미니멀하고 심플한 걸 지향한다는 양반이 내용도 없는 책을 지극히 길게 썼군." 이런 거였죠. 솔직히 메시지는 단순한데 중언부언이 좀 많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유행에 뒤떨어진 저는 이제 와서야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신경 쓸 수 있는 것은 정해져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늘 바쁘다, 정신없다를 연발하는 이유는 정해진 에너지와 집중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날 만큼 번잡한 일들과 물건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분산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죠.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한국인이 특히 큰집과 큰 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아직도 남아있는 체면문화라 할 수 있는데, 다행인 것은 젊은 친구들은 그래도 남에게 보이는 것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인데,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이 남의 이목보다 자기 스스로의 만족과 자기애의 발로라면 참으로 다행이겠습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충분히 예상하시겠지만 남부럽지 않게 보이는 삶, 뭔가 많은데 부족한 느낌, 불만족스러운 기분 속에 지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물건을 줄이고 삶이 간결해지면서 역으로 건강하고 풍성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저자 스스로 느꼈던 문제점과 원인, 해결책, 실천 방안 등을 잘 정리한 책이 바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입니다.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저자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정의입니다.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불필요한 것들을 줄여 냄으로써 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집중하고 누리는 사람이 바로 미니멀리스트입니다.



#2. 계속 물건을 사는 이유, 물건이 쌓여도 만족이 없는 이유


   단적으로 책만 예를 들어도 참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는데, 물건이 쌓여도 순간적으로 기쁠 뿐, 만족은 없습니다. 저자는 이런 악순환의 이유를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미래'의 감정을 '현재의 기준으로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예측하는 미래란 무척 짧기 때문에 계속 물건을 사게 되는 것이죠.


   당장 배가 고파서 물건을 필요 이상으로 엄청 사거나 음식점에 가서 지나치게 많이 시키는 경우가 바로 이런 예입니다. 지금 당장 배가 고프기 때문에 미래에도 배가 고플 것이라고 잘못 예측하는 것이고, 곧바로 후회하지만 조금 지나면 또 똑같은 짓을 반복합니다. 책의 경우도 사고 싶다, 갖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면 사는 것이죠. 집에 책을 쌓아두면 한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다 읽지도 못하는 걸 계속 사재끼는 자신에 대해 자책합니다. 그러나, 책을 보면 또 삽니다. 이런 익숙함과 싫증의 무한 반복,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지내는 것이죠. 


   저자는 한편으로 물건을 계속 사는 이유는 결국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목적'을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내가 소유한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누군가에게 알리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죠.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타인의 반응을 통한 자기만족의 메커니즘이므로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눈물겨운 노력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책을 쓰는 행위도, 리뷰를 쓰는 행위도 결국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점점 물건이 늘어나면 자신을 망칠 지경에 이릅니다. 에너지와 시간을 빨아들이는 괴물이 되는 것이죠. 결국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는 것이 이런 현상을 막는 길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3. 정보 과잉, 물질 과잉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어쩌면 경제력만 된다면 막 사들이고 필요 없음 버리고 그렇게 살아도 안 될 것은 없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이 리뷰를 읽는 분 중에 그 정도 여력이 되시는 분이 딱히 많지는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 조금 더 단샤리, 심플 라이프, 노마드 워크, 미니멀리즘 등이 먼저 확대되었는데, 저자가 꼽는 사회적 배경은 단순합니다.


1) 필요 이상으로 넘쳐나는 정보와 물건

2) 물건을 갖지 않고도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

3) 2011년 동일본 대지진


   1)에 대해서는 충분히 감이 오실 듯하고, 이 책에서 특히 신선했던 부분이 2)의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 부분이었는데, 현대의 미니멀리스트가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단순화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기기, 특히 스마트폰 발전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칭찬을 자주 합니다. '최고의 미니멀리스트는 스티브 잡스다'라는 식이죠. 잡스가 단순한 디자인과 직관적인 기능에 집착에 가까운 노력을 했던 것, 단순하게 같은 복장만 고집했던 것 등을 들고 있는데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람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면 삶의 무상함을 깊이 느끼게 되는데 일본인들에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국가적인 경험을 하는 개기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이 기회에 한 몫챙기겠다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기는 하지만, 대지진 때 집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이 오히려 자신을 죽이는 흉기가 될 수도 있음과 죽고 나면 수많은 물건들이 다 무슨 소용이냐?라고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죽으면 다 소용없긴 하죠.


 

   남의 이목과 평가에 대한 두려움, 보이는 것으로 스스로를 인식하려는 마음으로는 만족도 힘들고 피로할 뿐입니다. 저는 미니멀리즘을 통한 정신승리만이 물질만능시대에 소시민, 쭈구리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울하면 성공해라는 말은 미니멀리즘의 관점에서는 적절한 주장이 아닙니다. 성공해도 물건에 치여 피폐해지는 삶은 여전하니까요. 이제 저는 세미 미니멀리스트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아마 점점 익숙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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