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ㅣ 필립 K. 딕 걸작선 12
필립 K.딕 지음, 박중서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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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립 K. 딕의 장편과의 만남

   사실은 필립 K. 딕의 장편이 재미가 없기를 바란 면도 없지는 않습니다. 지난번 단편 때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 양반이 나의 사랑 너의 사랑 하인라인 형님을 제치고 세계 3대 SF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양반의 이력을 살펴보니 '싫어하면 안되겠다'라는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살아생전에 작품으로 큰 돈을 벌지 못했고, 쌍둥이 여동생이 출생하자마자 죽게 되어 평생을 우울증 및 정신착란 같은 상태에 있었다는 이력 등을 대하니 좀 짠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분도 우주의 기운이 함께해서 넘치는 개시를 작품으로 승화시켰던 것입니다. 게다가 나의 사랑 너의 사랑 하인라인 형님에게 돈을 빌린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하인라인 형님이 나름 은인인 셈이니 너그럽게 봐줘야지..'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편 중에 뭘 먼저 읽어볼까 생각하다가 제일 궁금한 건 역시나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인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였습니다. 저는 이런 뭔가 황당무계한 제목을 좋아해요. 엉뚱한 SF 같은 느낌이 확 들지 않습니까?

   일단 읽어보니 딕 형님이 참으로 생각이 많으신 분이란 건 확실했어요. 굳이 분류하자면 소프트 SF 쪽에 가깝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있어 시대와 설정을 미래로 하고 있지만 과학적인 원리 따위는 껍딱을 핥는 수준으로 나오고 그냥 다 "그렇다치고 읽기"로 읽어야 되는 설정들이거든요. 그래도 집필 시기를 생각하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의 소재나 주제가 다양하다고 하니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대체로 SF 작가들 중에 작풍으로는 좀 진지한 쪽인 듯합니다.

   결론적으로 저에게는 무척 좋았습니다. 하인라인 형님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취향에 잘 맞았습니다. 하인라인 형님은 조금 더 테크니컬 한 쪽으로 치중하면서 메시지는 중구난방 오락가락하는 면이 있는 데다가 한편으로는 천진난만 한 느낌이 있는데, 필립 K. 딕은 조금 더 철학적 메시지에 무게중심이 가 있군요. 가독성 면에서 중반에 조금 지루한 면이 있었지만 역시나 훌륭한 작품입니다.


#2. 이 작품에 나타는 중요한 두 가지 철학적 테마들

   한 작품에 크게 두 가지의 철학적 문제를 던지고 있는데, 첫째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떤 특질로 인간을 인간이라 규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이 작품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인데, 안드로이드의 모습과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인간의 특징을 대비해서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작품 속 안드로이드는 겉모습만 보면 인간과 구별을 못할 만큼 정교하고 완벽한데, 정신적인 부분에서 인간과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타인의 입장이나 감정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죠.

   중간에 등장하는 애완용 고양이 주인 부인이 병원으로 고양이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죽게 되자, 남편이 가슴 아파할 것을 걱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과 극명히 비교되는 장면은 안드로이드가 거미의 다리를 일부러 자르고 움직일 수 있는지 관찰을 하다가 죽자 그냥 싱거워하는 장면입니다. 거미의 아픔이나 목숨 따위에는 안중도 없죠.

   당시 작가의 생각처럼 안드로이드가 아무리 정교해도 인간의 공감능력은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으로 '인간'과 '인간이 아닌 어떤 것'의 차이를 가르고 있습니다. 오늘날 타인에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도 못하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의 존재에 대해서는 작가가 어떻게 반응할지 무척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두 번째는 작품 전반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현실이란 무엇이고, 가상세계란 무엇인가?'입니다. 작품 속에서 머셔 교라는 종교, 집단적 체험을 하게 되는데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가상세계로 접속하는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그런데, 작품의 말미에 주인공 데커드가 접속 장치의 도움도 없이 머셔 교 체험 현상을 경험하게 돼요. 그러니까 현실 속에 가상세계가 곧바로 구현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가상세계는 데커드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사실은 애초에 가상세계 속에서 또 다른 가상세계로 들어가는 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일지?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것이죠.

   작품을 읽어보면 상당히 진지하게 이런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부수적인 설정과 생각할 부분들이 있어요.

#3.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

   대체로 좋은 원작을 영화화 한 경우는 원작의 장점과 메시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 합니다. 영화의 장르적 특성 때문이기도 한데, 모든 메시지를 영상과 등장인물의 대화 장면 등으로 표현을 해야 하죠. 그리고 대중적으로 성공하는 영화를 만들려면 지나치게 진지하기만 해서는 안되니까요.

   그리하여 위에서 언급한 이 책의 주요한 메시지들 중에서 오히려 데커드의 직업인 안드로이드 사냥꾼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자연스레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차이, 그중에서도 인간과 안드로이드도 서로 사랑할 수 있는가? 쪽으로 흘러가면서 예쁜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러브스토리 쪽으로 가닥이 잡힙니다. 다행히 말미에 남성형 안드로이드와의 대립을 통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를 보여줌으로써 나름 메시지가 묵직한 영화로 자리 잡고,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명맥을 이어오게 된 것이죠.

   사실 원작 소설에 비하면 영화가 가지는 메시지는 무척이나 궁색하기까지 합니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만 보면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이 다수 있어요. 혹시나 블레이드 러너를 찾아보시거나 다시 보실 분들이 계시다면 꼭 원작을 읽어보시고 영화를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훨씬 풍성한 내용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는 제작 연도를 생각할 때,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선보인 영상미만큼은 참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과거에는 2000년대만 되어도 자동차들이 다들 날아다닐 거라는 상상을 많이들 했는데, 이게 참 안타까운 게 대부분의 SF 작가들의 상상력 속에는 자원의 유한성이나 기술의 독점 등에 대한 충분히 현실적인 고려가 없어요. 본인의 천진난만함 만큼이나 세상 사람들이 세상을 아름답고 넉넉하게 나누며 살 거라는 생각들을 하셨던가 봅니다. 지금에 와서 느끼는 우리의 세상은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이 인간들을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존재로 묘사한 것과 무척이나 유사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있는 동안 내가 알게 된 것을 공유하고 싶다.
내가 당신 종을 분류하려고 했을 때 알게 되었다.
당신들은 사실은 포유류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깨닫게 되었다.
이 행성 위의 모든 포유류는 그 주변 환경과 본능적으로 자연적 평형을 발전시키지만, 당신 인간들은 그렇지 않다.

당신들은 한 지역으로 가서, 거기서 증식하고 또 증식하여 모든 자연 자원들을 소비한다. 당신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또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것이다.

지구 상에서 똑같은 패턴을 따르는 또 다른 유기체가 있다. 바이러스다. 인간들은 질병이고, 지구의 암이다. 당신들은 전염병이며 우리는 치료제이다.

-영화 매트릭스 중에서 스미스 요원의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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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기술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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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향적 사고의 무서움

   300년 전 태어난 천주교 사제가 전하는 침묵의 기술은 깊은 종교적 사색의 결과로 무언가 신비스러운 절술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나 봅니다. 이 책도 대표적으로 제목에 낚인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중, 후반을 근근이 짜증을 내가며 읽고 나니 너무나 뻔한  원칙을 나열하는 초반부가 오히려 좋았다고 해야 할 지경입니다. 이 책은 종교적 편향과 선민의식이 가득한 피해야 할 글쓰기의 표본 같은 그런 책입니다. 아마도 그런 교보재로 활용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출간하신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편향적 사고는 인간 사회를 편가르고 사람 위에 사람을 두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무서운 도구로 사용됩니다. 이런 형국이 정말 무서운 것은 자신의 삐뚤어진 사고로 말미암아 타인을 억압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거나 심지어 권리로 여길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입니다. 내가 옆 사람을 막 발로 밟으면서 '나는 원래 옆 사람을 막 밝아도 되는 사람이고, 이 사람은 나에게 밝혀도 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고 합시다. 이것만큼 무서운 일이 없는 것이죠.

   발음하기도 힘든 조제프 뭐시기 사제님도 이런 심각한 편향적 사고를 가진 분입니다.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이 양반의 글은 온통 스스로의 선민의식이 가득하여 일반적인 사람들을 바보로 규정합니다. 스스로 생각도 할 줄 모르고 가만두면 우매한 짓을 하는 존재라고 당연히 쓰고 있어요. 잘나신 분들이 국민을 "개, 돼지"라고 부르던 대목이 자연히 떠올랐습니다. 일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누가 이 양반에게 자국의 국민을 그렇게 규정할 권리를 주었답니까?

   그런가 하면 이 글은 상당히 나이가 드셨을 때 쓰신 모양인데 글 곳곳에 젊은이들을 방탕하고 오만하며, 절제를 못해 온갖 사고만 저지르는 존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꼰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또 하나 무시무시한 것은 바로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신봉과 그 외 종교에 대한 배타적 태도입니다. 본인이 가진 신앙적 진리를 비판하거나, 따르지 않거나, 다른 종교에 대해 표현하는 것을 아주 불온한 악으로 규정을 합니다. 최소한의 합리적 사고도 못하고 있어요. 서가에 꽂힌 책을 가지고 써놓은 글에서 저는 경악을 하고 말았습니다.

          "한번은 자상한 성격을 가진 어느 분이 흥미진진한 역사 서적으로 빼곡히 들어찬 서가의 한쪽 선반을 가리키며 내게 "여기가 바로 이 세상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경건한 내용의 종교 서적들이 정렬된 다른 쪽 선반을 가리키더니 "이곳은 천국이지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가리킨 곳은 이교적이거나 불온한 내용이 담긴 책들로 채워져 열쇠로 잠그기까지 한 선반인데 "이곳이 바로 지옥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이었다." p144

   이 책 전반에 비슷한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 기독교 서적이 꽂힌 서가는 천국이고, 다른 종교 서적이 꽂혀 있으면 지옥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본인의 생각인데 "자상한 성격을 가진 어느 분"이 그렇게 말했다며 다른 사람 핑계를 대요. 내용도 놀랍지만 태도도 한심합니다. 전반적으로 참고 읽기 힘들었네요.

#2. 의미는 있으나 식상할 수밖에 없는 금언들...

   그래도 새겨 들을 만한 금언들이 주로 글의 초반에 좀 나옵니다. 주로 침묵하는 태도에 대한 좋은 글들이 좀 있죠. 후반부에 나오는 글쓰기에 대한 내용은 가히 메가톤 급 쓰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내용을 쓰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 좋은 글이고 그 외에는 쓸데없는 글이다. 좀 안 썼으면 좋겠다. 뭐 이런 내용이에요.

#3. 의미도 없고 식상할 수밖에 없는 망언들..

   말도 되지도 않는 꼰대력 극강의 글들이 많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그럴듯한데 조금만 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안 하느니만 못한 글도 제법 있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우리는 잘못된 글을 쓰거나, 이따금 너무 많은 글을 쓰거나, 때로는 충분히 글을 쓰지 않는다" p137

   그럴듯하죠? 이거 뭔 소립니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무 의미 없는 소리인데다 어디다 가져다 붙여도 되는 논리예요. 이를테면 이런 거죠. "우리는 잘못된 음식을 먹거나, 이따금 너무 많은 음식을 먹거나, 때로는 충분한 음식을 먹지 않는다." 이런 식이죠. 뭘 붙여도 돼요. "우리는 잘못된 방식으로 잠을 자거나, 이따금 너무 많이 자거나, 때로는 충분히 자지 않는다." 아무거나 넣으면 끝이 없어요. 이게 뭐 의미 있는 내용입니까?

   아 생각할수록 짜증 나는데 자꾸 꼰대력이 상승하는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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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3 : 미스터리 ㅣ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3
김봉석.이상민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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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바이북에서 나온 웹 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는 가끔 하나씩 읽어주는 시리즈입니다. 웹 소설 작가가 되고 싶어서도 아니고 이 책을 읽는다고 웹 소설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각 장르별로 정의부터 역사, 종류 등등 정리가 잘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관심분야에 따라 SF, 무협에 이어 미스터리 편을 읽었습니다. 그전 편들도 다 그랬지만 유독 미스터리 편은 내용이 충실한 듯합니다. 아마도 저자 봉석이 형님이 그만큼 장르소설 쪽에 지식이 풍부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과 미스터리의 장르 소개, 그리고 미스터리의 역사와 흐름을 충실하게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미스터리와 현실세계의 관계, 그리고 한국 미스터리의 가능성까지 논하고 있는 책입니다.

   미스터리에 대한 간략한 정리가 저는 굉장히 좋았고, 저자가 생각하는 각 장르별, 역사별 의미 있는 작품들을 체크하는 것도 무척 좋았습니다. 그래 봐야 언제 읽겠냐 싶은 생각도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주요한 작품들을 머리에 담고 있는 건 좋은 것 같습니다. 구매에도 참고하고 말이죠.

   이 시리즈는 보통 봉석이 형님을 비롯한 장르에 잔뼈가 굵으신 분들이 그 장르에 대해 소개하고 정리하는데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하고 실제 작가가 마지막 장 즈음에 작법에 대한 짧은 글을 추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번 미스터리 편은 이상민 작가님이 작법론을 맡았습니다. 저는 사실 잘 모르는 작가님이시네요. 조금 찾아보니 굉장히 다방면으로 글을 쓰시는 분이시고 활동도 왕성하게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법 부분이 어쩔 수없이 일반론으로 흐르기는 하지만 상당히 충실하고 좋았습니다. 제가 만약 실제로 웹 소설을 쓰려고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어쨌든 분명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르 가이드마다 소개되는 작품들은 잘 분류해두고 기억해두었다가 기회가 될 때마다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고 읽는 재미도 읽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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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붉은 방 ㅣ SciFan 10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 위즈덤커넥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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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방은 웰스 형님의 작품 중에 호러 스릴러 정도로 분류할 수 있는 단편입니다. 엄청 무섭거나 그런 건 아니고 인간 심연의 두려움에 대한 고찰이 눈에 띄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편이라도 이렇게 짧을 줄은 모르고 읽었는데 이야기가 막 전개가 되려고 하다가 딱 끝나버립니다. 이거 뭐 쓰다가 귀찮아서 그만둔 것처럼 끝나버려요. 장편소설의 첫 장면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는 찰나 같은 느낌으로 끝난다니까요.

   감상이래 봐야 한 문장뿐이군요. "이게 끝이야?"

   재미가 없었다고 할 순 없지만 너무 짧아서 뭐라고 하기 그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소설이 뭐랄까? 웰스 답달까? 그런 느낌이 나서 피식 웃었습니다. 실없는 형님 같으니라고...

   참, 참고로 붉은 방은 현대문학에서 출간 된 세계문학단편선 6권 "허버트 조지 웰스"편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참참, 거지같은 번역은 좀 어떻게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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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이다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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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뷔 16년 차 젊은 작가 김중혁의 신간

   꼭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작가가 나이를 심하게 속인 것이 아니라면 1971년생, 우리 나이로 46세를 지나 47세로 옹골차게 달려가고 있는 중이십니다. 거의 반백년을 살아낸데다가 데뷔한 이후 16년째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각종 방송 등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애정 작가님입니다. 이런 분이 도대체 언제쯤 젊은 작가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젊고 늙음에 나이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연차가 16년쯤 되면 일반 기업에서도 적어도 부장급 이상은 될 텐데 뭔가 신인 같은 "젊은"이라는 수식어를 쓰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 본인은 젊은 작가로 계속 불리는 것을 딱히 싫어하실 것 같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방송 등에서 드러나는 이분의 성향이나 스타일을 무척 좋아하는 편입니다. 책 제목처럼 농담을 즐기고 항상 즐거운 태도인데다가 위트가 있죠. 그 와중에 필요할 때는 진지하고 깊이 있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농담이다"라는 제목은 이분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합니다.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던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2. 스탠드 업 코미디와 우주비행의 만남

   생소함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스탠드 업 코미디언과 우주비행사라는 조합을 만들어 냈고, 이야기의 흐름이 유연하게 잘 연결되는 것으로 보아 조화를 잘 이룬 것 같은 느낌입니다. 기본적으로 필력이 좋아 부드럽고 편안하게 읽어지는데다가 항상 이야기에 약간의 위트와 유머가 담겨있어 부담이 없습니다. 이야기 초반부터 캐릭터의 직업 설정도 식상하지 않아 좋았고, 이야기 속에 담고 있는 메시지도 진중해서 더욱 좋았습니다. 보통 신선한 이야기를 생각해서 뭔가 설정을 하고 써내면 억지스럽거나 어색하기 마련인데 역시나 데뷔 16년 차 젊은 작가는 노련했습니다. 에세이도 그렇지만 항상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를 보면 "젊은" 이라는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3. 농담과 소설...

   김중혁 작가는 이 작품뿐 아니라 작가의 말에서조차 약간은 희화된 표현들을 하고 있는데, 사실 내용은 참으로 슬픈 이야기입니다. 극중 주인공 송우령은 스탠드 업 코미디언이라는 특이한 이력의 남성인데, 잘 살펴보면 마치 작가의 페르소나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말로 전하느냐, 글로 전하느냐의 차이일 뿐 근본적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웃음과 감동을 준다는 데서 본질적으로 송우령과 김중혁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김중혁 작가는 팟캐스트나 방송을 통해서 종종, 아재 개그 같은 이야기를 "말"로 자주 전하기도 합니다.

   작품 속의 송우령은 평소에는 말이 없고 소심하고 조용하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무척이나 자질이 있는 스탠드 업 코미디언이고 제법 관중들을 잘 웃기는 편입니다. 그러나 재미없다고 생각하던 선배는 방송 출연으로 일약 스타가 되는 반면 본인은 계속 대중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그저 그런 업소 스탠드 업 코미디언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런 설정과 상황에 작가의 현실이 어느 정도 투영 된 듯한 느낌을 자연히 받게 되는 것입니다. 송우령이 코미디 속에 농담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작가도 소설 속에 농담으로, 현실 속에 아재 개그 같은 헛웃음이 픽 나는 농담으로 존재해 갑니다. 그리고 대중이 부담스럽지 않게, 주변 사람들이 편안하게 실없는 농담을 끊임없이 이어갑니다. 아니 본인이 즐겁게 살기 위해서가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농담과 소설을 끝없이 이어져 갈 것입니다.

   한편 이복형으로 등장하는 우주비행사 이일영이 우주공간에서 조난 당한 이후 관제로 전하는 "말"을 읽는 것은 이 소설의 백미 중 백미입니다. 우주공간은 공간적으로 무한하고, 소리도 빛도 없는 "무"의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이일영의 존재는 오로지 "말"로만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산소가 바닥날 때까지 이일영은 끊임없이 "말"을 통해 그이 존재를 토해냅니다. "말"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의 존재가 소멸되지 않는 것처럼 계속 "말"을 전합니다. 이 "말"의 파장은 전해지고 전해져, 지구에 있는 그의 애인에게도 동생에게도 전달됩니다. 이를 통해 이미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가 글로 남긴 어머니의 "말"이 다시 우주로 전해지는 계기가 마련됩니다.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전해주는 삶과 죽음, 관계의 의미와 편지, 코미디, 통신 등의 매체를 통해 남겨지는 "말"을 통한 존재의 의미 등에 대한 관조는 짧은 소설을 저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읽는 분의 취향에 따라서 이 소설은 다소 정돈되지 않고, 명확하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데, 저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무척 좋았습니다. 소설을 읽고 '재미있다'라는 감상이 남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마음에 든다'라는 생각은 흔치 않기 때문에 무척 괜찮은 작품으로 남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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