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기술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편향적 사고의 무서움

   300년 전 태어난 천주교 사제가 전하는 침묵의 기술은 깊은 종교적 사색의 결과로 무언가 신비스러운 절술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나 봅니다. 이 책도 대표적으로 제목에 낚인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중, 후반을 근근이 짜증을 내가며 읽고 나니 너무나 뻔한  원칙을 나열하는 초반부가 오히려 좋았다고 해야 할 지경입니다. 이 책은 종교적 편향과 선민의식이 가득한 피해야 할 글쓰기의 표본 같은 그런 책입니다. 아마도 그런 교보재로 활용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출간하신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편향적 사고는 인간 사회를 편가르고 사람 위에 사람을 두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무서운 도구로 사용됩니다. 이런 형국이 정말 무서운 것은 자신의 삐뚤어진 사고로 말미암아 타인을 억압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거나 심지어 권리로 여길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입니다. 내가 옆 사람을 막 발로 밟으면서 '나는 원래 옆 사람을 막 밝아도 되는 사람이고, 이 사람은 나에게 밝혀도 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고 합시다. 이것만큼 무서운 일이 없는 것이죠.

   발음하기도 힘든 조제프 뭐시기 사제님도 이런 심각한 편향적 사고를 가진 분입니다.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이 양반의 글은 온통 스스로의 선민의식이 가득하여 일반적인 사람들을 바보로 규정합니다. 스스로 생각도 할 줄 모르고 가만두면 우매한 짓을 하는 존재라고 당연히 쓰고 있어요. 잘나신 분들이 국민을 "개, 돼지"라고 부르던 대목이 자연히 떠올랐습니다. 일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누가 이 양반에게 자국의 국민을 그렇게 규정할 권리를 주었답니까?

   그런가 하면 이 글은 상당히 나이가 드셨을 때 쓰신 모양인데 글 곳곳에 젊은이들을 방탕하고 오만하며, 절제를 못해 온갖 사고만 저지르는 존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꼰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또 하나 무시무시한 것은 바로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신봉과 그 외 종교에 대한 배타적 태도입니다. 본인이 가진 신앙적 진리를 비판하거나, 따르지 않거나, 다른 종교에 대해 표현하는 것을 아주 불온한 악으로 규정을 합니다. 최소한의 합리적 사고도 못하고 있어요. 서가에 꽂힌 책을 가지고 써놓은 글에서 저는 경악을 하고 말았습니다.

          "한번은 자상한 성격을 가진 어느 분이 흥미진진한 역사 서적으로 빼곡히 들어찬 서가의 한쪽 선반을 가리키며 내게 "여기가 바로 이 세상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경건한 내용의 종교 서적들이 정렬된 다른 쪽 선반을 가리키더니 "이곳은 천국이지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가리킨 곳은 이교적이거나 불온한 내용이 담긴 책들로 채워져 열쇠로 잠그기까지 한 선반인데 "이곳이 바로 지옥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이었다." p144

   이 책 전반에 비슷한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 기독교 서적이 꽂힌 서가는 천국이고, 다른 종교 서적이 꽂혀 있으면 지옥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본인의 생각인데 "자상한 성격을 가진 어느 분"이 그렇게 말했다며 다른 사람 핑계를 대요. 내용도 놀랍지만 태도도 한심합니다. 전반적으로 참고 읽기 힘들었네요.

#2. 의미는 있으나 식상할 수밖에 없는 금언들...

   그래도 새겨 들을 만한 금언들이 주로 글의 초반에 좀 나옵니다. 주로 침묵하는 태도에 대한 좋은 글들이 좀 있죠. 후반부에 나오는 글쓰기에 대한 내용은 가히 메가톤 급 쓰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내용을 쓰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 좋은 글이고 그 외에는 쓸데없는 글이다. 좀 안 썼으면 좋겠다. 뭐 이런 내용이에요.

#3. 의미도 없고 식상할 수밖에 없는 망언들..

   말도 되지도 않는 꼰대력 극강의 글들이 많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그럴듯한데 조금만 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안 하느니만 못한 글도 제법 있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우리는 잘못된 글을 쓰거나, 이따금 너무 많은 글을 쓰거나, 때로는 충분히 글을 쓰지 않는다" p137

   그럴듯하죠? 이거 뭔 소립니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무 의미 없는 소리인데다 어디다 가져다 붙여도 되는 논리예요. 이를테면 이런 거죠. "우리는 잘못된 음식을 먹거나, 이따금 너무 많은 음식을 먹거나, 때로는 충분한 음식을 먹지 않는다." 이런 식이죠. 뭘 붙여도 돼요. "우리는 잘못된 방식으로 잠을 자거나, 이따금 너무 많이 자거나, 때로는 충분히 자지 않는다." 아무거나 넣으면 끝이 없어요. 이게 뭐 의미 있는 내용입니까?

   아 생각할수록 짜증 나는데 자꾸 꼰대력이 상승하는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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