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로 모비딕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전혜선 옮김 / 모비딕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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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이초의 단편이란...

 

 세이초옹의 단편은 참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뭔가 심심한 듯 담백하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육즙이 흘러나오는 깊은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읽고나면 '이거 뭐 이래?' 하는 공허한 마음과 '흠.. 역시 훌륭해'하며 감탄하는 마음이 번갈아 출렁거립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겪어볼 법한, 또는 옆에서 지켜보았을 법한 뻔한 이야기들의 표면적 전개 속에서 은은하게 꾹꾹 눌러 놓은 주제의식이 맛깔나게 요리되어 있습니다. 언듯보면 심심하고 재미없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이런 단편을 써낸 세이초옹의 태도를 상상하면 뭐랄까요? 쿨하달까? 악착같이 쓴 글이 아니라 '거 뭐. 이런 이야기지뭐...'하는 느낌으로 무덤덤하게 써놓은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머리를 쥐어짜내며 탄생시킨 역작이라기보다는 '이까이꺼' 하는 느낌이랄까요? 아마도 이 양반이 늦게 작가 데뷰를 한 것과 이런저런 일들로 고생을 좀 하셨던 것이 이런 느낌을 받게 만드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처럼 뜬금없이 갑자기 소설을 써보면 재미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사람은 이런 세이초옹을 보며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딴 짓 하다가 느지막에 소설을 써서 성공한 롤모델이자 로망이랄까요? 사실상 이양반의 소설이 얼마나 재미지냐보다 이런 배경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이 제가 세이초옹을 사랑하는 이유일 겝니다.  

 

 

 

#2. 쇼와시기라...

쇼와시대[昭和時代]

1926~1989년까지의 64년간 일본의 히로히토 천황시대를 말한다. 쇼와(昭和) 2년(1927)에 금융공황이 일어남에 따라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불안을 벗어나기 위하여 군부와 우익지도자는 중국 대륙의 진출을 도모해 정부의 의향을 무시하고 쇼와 6년(1931)에 만주사변을 일으켰다. 그다음 해 5ㆍ1사건에 의해 정당내각의 시대는 끝나고, 2ㆍ26사건에 의해서 군부독재의 파시즘체제가 확립되었다. 1941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데 이어, 포츠담선언에 의하여 연합군에 항복하게 되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후 1946년 일본국 헌법을 공포하고 전후 대개혁을 실시하여 국민주권ㆍ기본적 인권의 존중, 평화를 내건 새로운 헌법을 제정함으로써 민주국가로서 재탄생하였다. 태평양 전쟁 후의 재건과 더불어 한국 전쟁의 특수경기 및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일본은 고도의 경제성장에 의해 세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였으며 1989년(쇼와 64년) 히로히토 천황의 죽음으로 쇼와시대는 막을 내리고 헤이세이(平成)시대에 이르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쇼와시대 [昭和時代] (시사상식사전, 2013, 박문각)

 

 

 

역로의 단편들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쇼와시대를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식백과에 나온 저런 정보는 '역로'를 읽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 쇼와시대의 배경하에 놓여있던 서민들, 특히 전후 재건시기의 별 특별할 것 없는 소시민들의 형편과 정서를 대충 상상하면 이 단편들을 읽고 받아들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전쟁 직후 경제 재건시대는 불안정한 시기입니다. 눈치 빠르고 수완있는 사람에게는 안정된 계층사회보다 훨씬 기회의 시기입니다. 그러나 별다른 재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힘들고 고달픈 시기일 뿐입니다. 정부와 대기업 주도하에 성장을 해 나가는 시기는 가난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지만 한편으로 부와 성공의 불평등과 편차에 의해 상실감이 더 커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역로에 등장하는 작품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한결같이 지지리 궁상 서민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공한 능력있는 인물들도 아닙니다. 그저 랜덤으로 뽑기에서 나온 듯한 고만고만한 인물들이 적절히 등장합니다. 하나하나 읽어나가면 세이초옹이 당시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도 그 구조속에서 겪게 될 부조리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 놀랍게 다가옵니다. 좋은 작가는 글솜씨 뿐만 아니라 시대를 통찰하는 안목이 필수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3. 불륜인데... 몽땅 불륜인데 불륜스럽지 않아...

 

[불륜(不倫)]

명사

사람으로서 지켜야 도리에서 벗어난 데가 있음.

 



  공교로운 건지 모르겠지만 '역로'에 소개된 여덟개의 단편들은 모두 불륜이 스토리의 기본 골격입니다. 모양새는 많이들 다르지만 결국은 불륜의 모양새입니다. 물론 [권두시를 쓰는 여자]나 [어느 하급 관리의 죽음]은 조금 비켜나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만,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데가 있다'라는 불륜이라는 말의 원래 의미를 생각하면 크게 틀린 말도 아닐 것입니다. 이런 특성이야 전작 '잠복'에서도 유사하게 드러나니 크게 놀랍거나 의아할 것도 없는 세이초옹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뷸륜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남녀간의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을 열거하는 종류의 불륜과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불륜조차 담담하게 처리합니다. 불륜이라는 상황속에서 얽혀있는 인물들간의 복잡한 심경이 잘 드러납니다. 독한 사이코패스 또는 쳐죽일 범인이 등장하거나 뛰어난 두뇌로 종횡무진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도 딱히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야기들이 진행이 매끄럽고 짜임새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한편 한편 읽어 나갈수록 마음이 착찹해집니다. 쇼와시대의 일본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속에서 등장해도 하나도 낮설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인간의 악하고 아둔한 면모와 복잡다난하게 얽혀있는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병폐가 적나라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4. 역로를 역로스럽게 읽는 방법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는 '역로'가 심심하고 지루할 가능성이 꽤나 있습니다. 짜릿하고 속도감 넘치는 미스터리물을 많이 접한 분 일수록 단편집을 탐탁치 않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우연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리류에 조예가 없는 저는 현 시점에서 상당히 행복한 셈입니다. 그저 읽어나가면 즐겁고 새롭고 재미지거든요. 벌써부터 역로를 읽으면서 '흠... 잠복에서 이미 한차례 경험했던 패턴이라 그런지 약간은 감흥이 떨어지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비교해서 좋은 책을 골라내는 묘미가 될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점점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역로를 즐겁게 재미있게 읽으시려면 책을 놓고 차를 한잔 끓인 다음 마음을 가라앉히고 여유를 먼저 찾으신 후 천천히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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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담
누쿠이 도쿠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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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월(新月), 초승달 그리고 이야기...

 

누쿠이 도쿠로의 장편소설 신월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인과 촌장"의 [새벽]이라는 곡이 계속 머리에 멤돌았습니다.

 

<새벽>

 

당신의 눈썹처럼 여윈 초생달

숲 사이로 지고

높은벽 밑둥아리에 붙어서

밤세워 울고난 새벽

 

높은벽... 높은벽... 높은벽...

높은벽... 높은벽...

높은벽 아래 밤새 울고난 새벽

 

 

  사랑이란 감정은 참으로 신묘(神妙)한 것인가 봅니다. 늘 한사람의 인생에 붙어서 불같이 살아갈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벽 밑둥아리에 붙어서 밤세워 울게도 만들기도 합니다. 사랑없는 인생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평한 길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사랑의 감정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주는 원천입니다. 때로는 사랑의 대상이 사람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 이성인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 희노애락을 겪게 되지요. 사랑의 모양새는 누구도 함부로 정의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함부로 말 할 수 있는 경우는 나의 일이 아닌 타인의 일일때 뿐인거 같습니다. 사랑이 바로 나의 이야기일때 전혀 다른 문제가 됩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모양새이면 좋으련만 사랑이란 정해진 형태로 다가오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세상사람들이 불륜이라고 부르는 모양이 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개인의 도덕성과 책임감이 발휘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믿지만 정해진 사회의 시선과 규칙을 모조리 압도할 만한 사랑이 찾아올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당사자의 결정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요? 이 모든 시작과 행복과 고통, 결말은 오롯이 당사자의 몫입니다.

 

  신월담의 주인공 고토 가즈코는 바로 기노우치 도루라는 남자를 만나 인생의 회전목마가 시작됩니다. 한없이 납짝 엎드려 웅크리고만 있던 그녀의 삶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게 되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녀의 모든 사고와 행동과 판단의 기반은 기노우치 도루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사랑인 기노우치 도루라는 남자는 다정다감하고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능력도 출중한 사람이지만 그의 애정관은 한 여자로서 가즈코를 행복하게 해 줄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끊없이 고통을 겪는 가즈코의 인생은 참으로 기구하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 상황 때문에 그녀는 움츠려 있던 태도를 서서히 버리고 인생이 바뀌는 도전을 하게 됩니다. 너무나 괴롭고 힘든 사랑일지라도 그로 인해 그녀의 인생이 변해가는 모습은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2. 신월(月)담, 신월(越)담...

 

         "달이 없는 새로운 달. 신월의 밤을 홀로 걷기 시작했다. 외롭지 않았다.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p557

 

  사쿠라 레이카라는 작가의 가면을 쓰고 있는 가즈코가 신월을 보았을때 외롭지 않았다고 고백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도 그녀의 외로움은 끝없이 계속되기만 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 외롭지 않다고 했던 다짐이 무색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녀의 인생이 신월에서 만월로 점점 채워져 가는 과정을 즐겁게 보았다고 하고 싶지만 저에게는 그저 그녀가 자신 앞에 놓여 있는 높이를 알 수 없는 높은 담에 막혀 허덕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저 담을 넘으려는 월(越)담의 끝없는 노력으로의 일환으로 비춰졌다는 뜻입니다.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담의 정체는 복합적입니다. 불륜이라고 할 만한 그녀의 사랑에 대한 사회의 저항이 담이 되기도 하고, 그녀 스스로 가지고 있던 끝을 알수 없는 자책과 웅크림의 태도가 담이 되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그녀가 의지하고 사랑하는 존재인 기노우치는 드높기만 한 담입니다. 그녀는 끝없이 기노우치의 애정을 갈구하고 그의 인정을 받을 만한 존재가 되어 그를, 그의 사랑을 차지하고 싶습니다. 차지하는 것이 두려울 만큼 그녀에게 큰 존재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결국 기노우치라는 높은 담을 넘지 못하고 말지만 이 이야기의 말미에 그녀가 기노우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저 넘고 싶어하는 담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노우치라는 존재가 그녀의 인생의 비바람과 햇볕을 막아주는 담이 되어줍니다. 또한, 세상의 공격과 비난과 오해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기댈 수 있는 담이 되어줍니다. 다른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는 담이 되기도 합니다. 담은 그저 뛰어 넘는 용도만은 아닌 것입니다.

 

 

 

#3. 사쿠라 레이카, 소설가로 성장해가는 모습...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가슴 졸이면서 지켜본 부분은 사쿠라 레이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장해가는 가즈코의 모습이었습니다. 소설 속에 드러난 소설을 쓰게 된 동기, 초보작가의 고뇌와 마음가짐이 흥미로웠습니다. 작풍이 바뀌는 과정과 작품을 써가는 태도는 물론 인정받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저에게 이 소설은 소설가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녀의 사랑 이야기는 꽤나 흥미롭고 특별한 것이었지만 제 관심사에서 한걸음 비켜나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전.. 여자가 아니니까요.. 라고 하기엔 남녀간의 차이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한 7~8개월 전인거 같습니다. 그전까지도 책을 읽기는 했지만 소설을 읽었던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자기계발서나 심리학관련 서적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러다 소설을 읽게 되고 뜬금없이 소설가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멋질까? 뭐 이런 희한한 로망이 생겨버렸습니다. 이과를 나와 전자공학을 전공한 제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 극적인 변화의 가운데에 아내가 있습니다. 저에게 아내는 기노우치와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설을 쓰는 즐거운 꿈은 초승달되어 만월할지 그믐달이 되어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그저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한없이 즐거운 일임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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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인간을 읽다 - 마음을 들여다보는 20가지 뇌과학 이야기 It's Science 1
마이클 코벌리스 지음, 김미선 옮김 / 반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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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리뷰하는 자세..

 

우선 저는 어지간한 책을 읽으면 대체로 재미있습니다. 그 책이 잘 읽혀지든, 쉽지가 않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주로 그 책에서 얻을 수 있었던 장점들을 찾는 편입니다. 책을 읽고 평하는데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독자를 위한,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책을 평하는 태도가 맞는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똑같은 책을 읽기도 독자들이 느끼는 반응은 각양각색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세상에 다양한 책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고 최대한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평을 쓰는 것과 서평이 객관적이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서평이라는 것은 객관적일 수도 없고 객관적이어서도 안됩니다. 개인이 자신의 느낌과 감상을 적는데 객관적이란 표현 자체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통상 이런 표현은 서평을 쓰는데 있어 책의 내용 외에 외부적인 영향으로 불필요하게 또는 의도적으로 좋은 쪽으로만 포장하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로 쓰여지는 표현일 것입니다. 

 

서평을 하는데 있어 재미가 없었다면 확실히 재미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독자들 스스로 좋은 책을 고르는데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됩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서평을 쓰는 사람이 논란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면피하는 마음으로 심하게 혹평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이것 역시 경계해야할 태도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영향력이 있는 블로거 B의 혹평을 보고 해당책을 사지 않을 경우, 아예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이 책이 맞는지 안맞는지 판단 자체가 불가합니다. 이런 경우 블로거 B는 본인의 안목에 대해 면책을 받게 됩니다. 문제는 A가 사실 해당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고 삶의 태도가 바뀌는 책이 될 수도 있다는데 있습니다. 또한 블로거 B의 혹평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보게되는 출판사와 작가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굳이 엄청 극단적으로 주장을 위한 주장을 하자면, 책을 사랑하는 선량한 독자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사명감으로 혹시나 인생에 변화를 맞이하는 책을 만날 기회를 막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정직한 블로거들이 이런 식의 태도를 취하는데는 많은 경우 상업적인 의도의 출판사와 결합한 서평이 나오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두가지 다 조심해야 합니다만 결국은 얼마나 받은 느낌 그대로 잘 담아내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어 질 것입니다.  

 

 

#2.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내용들...

 

제가 장황하게 책을 리뷰하는 자세에 대해 이래저래 설레발을 칠때 알아보셨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상당히 실망스런 책이었습니다. 우선 이 책이 무슨 책인지 자체가 애매합니다. 과연 이 책이 뇌과학에 관련된 전문서적이냐를 따져보면 그렇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원래부터 이 분야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어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분이 보시면 하등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입니다. 왼손잡이에 대한 이야기, 좌뇌와 우뇌에 대한 이야기, 선택적으로 잘못기억하는 기억오류의 문제, 자폐증 동물학자 캐서린 존슨과 관련된 이야기, 심지어 요즘 유행하던 공감각자 이야기까지 전반적으로 그저 익숙한 이야기들의 나열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 책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나 만약 뇌과학이나 일반 심리학 분야에서 뇌, 또는 인지와 관련된 분야에 별반 관심이 없었거나 전혀 모르는 분야하고 한다면 나름 신기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또 이쪽 분야에 전혀 문외한이라고 치면 이책에 등장하는 용어들이나 개념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나름 쉽게 풀었다고 하지만 이 책은 구성자체가 칼럼에 순차적으로 기고했던 글들을 그저 모아놓은 산만한 구성이므로 차근차근 이해하고 알아가는 맛도 없습니다. 이것이 이 책을 진퇴양난으로 만드는 함정입니다. 

 

 

#3. 가벼운 교양 심리학 책정도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특정 주제에 대해 어느정도 수준으로 서술되어야 적절한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이 딱 그 문제에 적합한 책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정한 주제에 한정지을 때 어쩔 수 없이 독자층이 한정된다는 점입니다. 그러기에 이 책은 특정 주제를 유지하면서도 독자층의 대역폭을 최대한 넓히고자 노력했다는 느낌은 듭니다. 다만 그 노력이 어느정도 성공적이었을지 가늠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뇌과학 이야기라기 보다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인 뇌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대중 심리학 책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뇌와 감정, 인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하나의 수단 정도는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볍게 흥미롭게 접근하면 딱 좋을만한 그런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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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후드티 소년 북멘토 가치동화 6
이병승 지음, 이담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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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만 후디스 운동?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심히 부끄러웠던 것은 인류사에도 큰 의미가 있는 "백만 후디스 운동"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몰랐기 때문입니다. 내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렇기도 하고, 그냥 무관심했던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백만 후디스 운동"은 미국 전역으로 번져나간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었습니다.

 

 "지난 2012년 2월 26일, 미국 플로리다주 샌포드에서 히스피닉계 백인 자경단장이 쏜 총탄에 17살 흑인 소년이 죽었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트레이본 마틴. 밤에 후드티를 입고 거리에 나선 것이 죽음의 이유라면 이유였습니다. 이 사건은 자경단장인 짐머만이, 누구든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면 죽여도 좋다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에 의해 무죄 방면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한 흑인 소년의 무고한 죽음에 대한 분노는 미국 전역으로 번져 ‘분노의 후드티 시위’라는 이름하에 들불처럼 번져갔습니다. 이들 시위대에게 ‘후드티’는 연대의 상징이 되었고 이후, ‘백만 후디스 운동’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였던 이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중입니다."   - YES24  -

 

이 책의 내용은 백만 후디스 운동을 바탕으로 재창작한 동화입니다.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이 됨은 물론 저같은 어른아이에게도 훌륭한 생각꺼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2.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더 이상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참으로 많은 다문화가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보는 [다문화 가족지원 포털 다누리]에서 얻으실 수 있습니다.

 

다문화 가족지원 포털 다누리 가기


저도 가정이력이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3형제 중 막내지만 큰 형은 이복형입니다. 그리고 그 이복형이 늦은 나이에 얼마전에 베트남 국제결혼을 했습니다. 갓 20대 젊은 베트남 아가씨를 졸지에 형님으로 둔 노여사... 뭐 그러나저러나 자주 만나지는 못해 큰 영향은 없습니다만 조금 더 다문화가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서 일하고 있는 동남아 중심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구요. 형님의 결혼 과정 중에 베트남 노동자를 실제로 만나볼 일이 있었거든요.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었죠.

 

중요한건 아직까지도 뿌리깊게 우리 사회에서 그 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데 있겠습니다. 정말 최근엔 많이 나아졌다고 느끼기는 합니다만, 특히 공장이나 작업장에서 그들을 대하는 태도와 처우는 미국에서 흑인들이 받는 불이익에 비해도 큰소리칠 입장은 못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됩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관심입니다.

 

 

#3. 인간의 뿌리깊은 이기심.. 바뀔 수 있을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안합니다. 늘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뿌리깊은 불안감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집단에 소속감을 누리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더 나은 대우를 받는 우월한 집단에 속해 있다는 막연한 느낌이 안도감과 안정감을 줍니다. 더 나아가서는 내가 속한 집단 보다 한 단계 낮은 하급 집단을 공고히 함으로써 우월감마저 누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체제를 굳히기 위해 비인간적이고도 양심에 반하는 행동도 서슴치 않게 되지요. 그리고 그런 일련의 행위들이 당연하고 타당하다는 식으로 생각마저 바꾸게 되는 인지부조화가 일어납니다.

 

이런 식의 불평등 구조는 교육으로 대를 이어 나타납니다. 부모의 뿌리깊은 선입관이 평소의 행동과 표현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어린 시절 받는 메시지는 공고해서 어지간한 충격이나 경험으로도 허물어지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도 아빠의 어그러진 시각을 그대로 물려받은 백인 하비의 행동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집니다.

 

또한 이런 뿌리깊은 추악하고 더러운 문화는 공권력의 비호로 더욱 굳건히 굳어 갑니다. 저자는 인종차별을 가져오는 이런 뿌리깊은 죄의 원인에 대해 흑인 여자아이 니콜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줍니다.

 

 "다들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거야. 잘 모르는 사람이니까 흑인을 잡아다 노예로 부렸겠지. 소, 돼지 취급하면서 채찍으로 때렸겠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사람을 집어넣고 독가스를 뿌렸을 테고.... 잘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피부색만 보고 무시하고 차별을 했겠지. 마아. 그게 이유야.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도 다들 그냥 그러가 보다 하는 거야". p149

 

 

여기에서 일반론이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모두가 귀한 사람이라는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모두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단순한 생각의 공유만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더 대접받아 마땅한 특별한 존재라는 특권의식이나 선민의식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백인 하비에게 주인공 제이는 차별의 역사가 담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기를 기대합니다. 결국 동화적인 결말로 하비는 변하고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갑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유시민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역사는 소수의 진보자에 의해 아주 조금씩 변해가는 것인가 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생각이 일부라도, 조금씩이라도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들중 누군가를 통해 보다 나은 미래가 열리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안타깝고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런 교훈적인 책이 정작 필요한 사람은 거의 대부분 이런 책을 읽지 않는다는 슬픈 현실입니다. 이 것이 바로 비극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라 "눈에는 가슴, 이에도 가슴"이 통하는 세상이 올지 확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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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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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규석 작가...

 

최규석 작가는 본인 스스로도 예외적으로 초반부터 상도 받고 주목을 받은 만화가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습작을 그리며 데뷰와 독자들의 관심을 기다리는 연습생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대체로 뛰어난 그림 실력에도 불구하고 오래동안 준비만 하다가 생활고, 비전 등의 이유로 포기하는 많은 작가지망생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최규석 작가는 대단한 행운을 타고 났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의 작품을 보고나면 생각이 좀 달라집니다. 저도 많은 작품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이분은 정말 개념이 있는 분이십니다. 감히 개념이 있다 없다 운운하는게 좀 이상하지만 이분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개념차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가볍고 스타일리쉬한 작품들로 승부하려는 젊은 작가지망생들에게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봐도 좋을거 같습니다.

 

 

#2. 최규석 작가의 작품...

 

그야말로 투박하고 묵직한 느낌의 작품들을 그려냅니다. 보통 언급하기 꺼리는 어두운 단면을 굳이 끄집어 냅니다. 철저하게 "대한민국 원주민", "습지생태보고서", "100℃", "어깨동무", "노동자의 변호사들" 등등 어느작품 하나 쉽게 웃고 넘어갈 작품이 없습니다. 총 여섯개의 작품과 세개의 쪽만화로 이루어진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이런 최규석 작가의 원형을 볼 수 있는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중 표제작 "공룡둘리"를 읽고서는 원작자 이수정 선생님이 받으셨을 충격이 얼마나 컷을지 새삼 놀랐습니다. 이수정 선생님이 이 오마주를 허락하신 것만도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충격이 컸다는 반증이 두번 다시 둘리를 활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으니 말입니다.  

 

"사랑은 단백질"부터 충격적이었습니다. "콜라맨"도 "리바이어던"도 "선택"도 모조리 하나 하나가 충격적이었습니다. 슬프고도 처연한 우리의 현실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둘리가 전단기에 손가락이 잘려 마술을 쓸 수 없는 현실도 그의 친구들이 명랑만화에서 나와 잉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어린시절 꿈꾸었던 화려하고 즐거운 미래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우리의 삶의 현실과 맞닿아 있어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얇은 만화집입니다. 한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분량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묵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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