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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평점 :

#1. 최규석 작가...
최규석 작가는 본인 스스로도 예외적으로
초반부터 상도 받고 주목을 받은 만화가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습작을 그리며 데뷰와 독자들의 관심을 기다리는 연습생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대체로 뛰어난 그림 실력에도 불구하고 오래동안 준비만 하다가 생활고, 비전 등의 이유로 포기하는 많은 작가지망생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최규석 작가는 대단한 행운을 타고 났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의 작품을 보고나면 생각이 좀 달라집니다. 저도 많은 작품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이분은 정말 개념이 있는 분이십니다. 감히 개념이 있다 없다 운운하는게 좀 이상하지만 이분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개념차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가볍고 스타일리쉬한 작품들로 승부하려는 젊은 작가지망생들에게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봐도 좋을거
같습니다.
#2. 최규석 작가의 작품...
그야말로 투박하고 묵직한 느낌의 작품들을
그려냅니다. 보통 언급하기 꺼리는 어두운 단면을 굳이 끄집어 냅니다. 철저하게 "대한민국 원주민", "습지생태보고서", "100℃",
"어깨동무", "노동자의 변호사들" 등등 어느작품 하나 쉽게 웃고 넘어갈 작품이 없습니다. 총 여섯개의 작품과 세개의 쪽만화로 이루어진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이런 최규석 작가의 원형을 볼 수 있는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중 표제작 "공룡둘리"를 읽고서는
원작자 이수정 선생님이 받으셨을 충격이 얼마나 컷을지 새삼 놀랐습니다. 이수정 선생님이 이 오마주를 허락하신 것만도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충격이 컸다는 반증이 두번 다시 둘리를 활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으니 말입니다.
"사랑은 단백질"부터 충격적이었습니다.
"콜라맨"도 "리바이어던"도 "선택"도 모조리 하나 하나가 충격적이었습니다. 슬프고도 처연한 우리의 현실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둘리가 전단기에
손가락이 잘려 마술을 쓸 수 없는 현실도 그의 친구들이 명랑만화에서 나와 잉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어린시절
꿈꾸었던 화려하고 즐거운 미래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우리의 삶의 현실과 맞닿아 있어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얇은 만화집입니다. 한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분량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묵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