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후드티 소년 북멘토 가치동화 6
이병승 지음, 이담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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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만 후디스 운동?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심히 부끄러웠던 것은 인류사에도 큰 의미가 있는 "백만 후디스 운동"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몰랐기 때문입니다. 내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렇기도 하고, 그냥 무관심했던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백만 후디스 운동"은 미국 전역으로 번져나간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었습니다.

 

 "지난 2012년 2월 26일, 미국 플로리다주 샌포드에서 히스피닉계 백인 자경단장이 쏜 총탄에 17살 흑인 소년이 죽었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트레이본 마틴. 밤에 후드티를 입고 거리에 나선 것이 죽음의 이유라면 이유였습니다. 이 사건은 자경단장인 짐머만이, 누구든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면 죽여도 좋다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에 의해 무죄 방면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한 흑인 소년의 무고한 죽음에 대한 분노는 미국 전역으로 번져 ‘분노의 후드티 시위’라는 이름하에 들불처럼 번져갔습니다. 이들 시위대에게 ‘후드티’는 연대의 상징이 되었고 이후, ‘백만 후디스 운동’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였던 이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중입니다."   - YES24  -

 

이 책의 내용은 백만 후디스 운동을 바탕으로 재창작한 동화입니다.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이 됨은 물론 저같은 어른아이에게도 훌륭한 생각꺼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2.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더 이상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참으로 많은 다문화가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보는 [다문화 가족지원 포털 다누리]에서 얻으실 수 있습니다.

 

다문화 가족지원 포털 다누리 가기


저도 가정이력이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3형제 중 막내지만 큰 형은 이복형입니다. 그리고 그 이복형이 늦은 나이에 얼마전에 베트남 국제결혼을 했습니다. 갓 20대 젊은 베트남 아가씨를 졸지에 형님으로 둔 노여사... 뭐 그러나저러나 자주 만나지는 못해 큰 영향은 없습니다만 조금 더 다문화가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서 일하고 있는 동남아 중심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구요. 형님의 결혼 과정 중에 베트남 노동자를 실제로 만나볼 일이 있었거든요.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었죠.

 

중요한건 아직까지도 뿌리깊게 우리 사회에서 그 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데 있겠습니다. 정말 최근엔 많이 나아졌다고 느끼기는 합니다만, 특히 공장이나 작업장에서 그들을 대하는 태도와 처우는 미국에서 흑인들이 받는 불이익에 비해도 큰소리칠 입장은 못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됩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관심입니다.

 

 

#3. 인간의 뿌리깊은 이기심.. 바뀔 수 있을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안합니다. 늘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뿌리깊은 불안감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집단에 소속감을 누리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더 나은 대우를 받는 우월한 집단에 속해 있다는 막연한 느낌이 안도감과 안정감을 줍니다. 더 나아가서는 내가 속한 집단 보다 한 단계 낮은 하급 집단을 공고히 함으로써 우월감마저 누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체제를 굳히기 위해 비인간적이고도 양심에 반하는 행동도 서슴치 않게 되지요. 그리고 그런 일련의 행위들이 당연하고 타당하다는 식으로 생각마저 바꾸게 되는 인지부조화가 일어납니다.

 

이런 식의 불평등 구조는 교육으로 대를 이어 나타납니다. 부모의 뿌리깊은 선입관이 평소의 행동과 표현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어린 시절 받는 메시지는 공고해서 어지간한 충격이나 경험으로도 허물어지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도 아빠의 어그러진 시각을 그대로 물려받은 백인 하비의 행동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집니다.

 

또한 이런 뿌리깊은 추악하고 더러운 문화는 공권력의 비호로 더욱 굳건히 굳어 갑니다. 저자는 인종차별을 가져오는 이런 뿌리깊은 죄의 원인에 대해 흑인 여자아이 니콜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줍니다.

 

 "다들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거야. 잘 모르는 사람이니까 흑인을 잡아다 노예로 부렸겠지. 소, 돼지 취급하면서 채찍으로 때렸겠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사람을 집어넣고 독가스를 뿌렸을 테고.... 잘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피부색만 보고 무시하고 차별을 했겠지. 마아. 그게 이유야.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도 다들 그냥 그러가 보다 하는 거야". p149

 

 

여기에서 일반론이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모두가 귀한 사람이라는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모두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단순한 생각의 공유만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더 대접받아 마땅한 특별한 존재라는 특권의식이나 선민의식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백인 하비에게 주인공 제이는 차별의 역사가 담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기를 기대합니다. 결국 동화적인 결말로 하비는 변하고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갑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유시민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역사는 소수의 진보자에 의해 아주 조금씩 변해가는 것인가 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생각이 일부라도, 조금씩이라도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들중 누군가를 통해 보다 나은 미래가 열리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안타깝고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런 교훈적인 책이 정작 필요한 사람은 거의 대부분 이런 책을 읽지 않는다는 슬픈 현실입니다. 이 것이 바로 비극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라 "눈에는 가슴, 이에도 가슴"이 통하는 세상이 올지 확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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