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김영사 모던&클래식
존 스타인벡 지음, 안정효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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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존 스타인벡의 적나라함을 만나다. 그의 눈에 비친 미국과 미국인을 만나다.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은 존 스타인벡의 마지막 유작입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아직도 존 스타인벡의 작품을 하나도 접해보지 못해서 이 작가가 얼마나 훌륭한 작품을 써낸 작가인지 감이 없습니다만 이 저서 하나만으로도 저자의 기본적인 성향과 가치관,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 있고 폭넓은 안목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은 사실 지루한 미국 역사 이야기가 아닐까 의심스러워 책을 펼쳐 읽으면서도 곧장 꿈의 나라로 인도하는 티켓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본문으로 들어가자 시작부터 미국과 미국인들에 대한 강렬하면서도 적나라한 평가와 비판이 가미된 이야기들이 쏟아졌습니다. '아, 이양반... 쎈데...' 이런 생각이 절로드는 내용이었고,  미국의 역사와 성향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뼈속까지 친미라며 권력과 부에 가까운 분들이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해 볼때 타국민이 아닌 오리지날 미국인의 시각으로 쓰여진 자폭스러운 비평서의 내용은 참으로 통쾌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이렇게 통렬한 글을 전개하는 저자는 그러나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자신의 주장들이 모두 진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견해이자 추측이자 추론일 뿐이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피력합니다.
 
"이것은 적어도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들의 정열적인 사랑과, 호기심과, 짜증과, 그리고 약간의 분노가 빚어내는 시각이며 아메리카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견해들이다. 그 까닭은 우리들이 지닌 과거의 갖가지 특성과 의견 충돌, 그리고 수많은 관심과 취향이 하나의 전체를 이루었으며, 그 총체에서 무엇인가 온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것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복잡하고, 역설적이고, 고집이 세고, 소심하고, 잔인하고, 시끄럽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매우 아름다운 것. 아메리카다." p81
 
   그러니까 미국은 복잡하고, 역설적이고, 고집이 세고, 소심하고, 잔인하고, 시끄럽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매우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 전반에 계속 미국의 역사, 문화, 인종 등의 흐름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끊이질 않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뭔가 좀 과했다 싶었는지 슬슬 부드럽고 좋은 쪽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슬그머니 내놓습니다. 이런 전개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 할배가 막 쓰다보니 살짝 쫄으셨나보군'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단예님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고 하신 모양입니다.  
 
 
 
#2 복잡다난한 미국의 특성과 미국문화 미국인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견해
 
   존 스타인벡의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을 읽다보면 이 양반이 참으로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성향자체가 상당히 진보적이라는 사실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는 무언가 기본적인 정의에서 많이도 벗아나 있는 느낌이라 이 뉘앙스가 잘 전달이 되어질지 모르겠지만 존 스타인벡의 시각은 부드럽고 휴머니즘 넘치면서도 현실 체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비판이 아낌없이 쏟아진다는 점에서 진보적입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진보를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스타인벡이 이 글에서 설명하는 미국의 여러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다양한 인종이 모여 이룬 세로운 종족, 아메리카인
- 항상 불안정하고 불만으로 가득차고, 항상 갈망하는 민족이라는 편견을 듣는 아메리카인
- 400년이 넘는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노동과, 피 흘림과, 외로움과, 공포가 창조한 땅 아메리카
- 평등하게 태어나서 평화, 안락함, 안정, 그리고 사랑을 추구하는 아메리카인
- 발전에 밑바탕이 되는 필요와 빈곤을 통해 변화와 복합성을 촉진하는 아메리카인
- 아이들을 유별나게 우선시하는 아이병에 걸린 아메리카인
- 과거부터 땅따먹기에 열을 올렸던 땅 정복자 아메리카인
- 예술과 문화의 우수성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졌다고 믿는 자신감 넘치는 아메리카인
- 과거의 수많은 실수와 과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가능성이 많은 아메리카인
 
   뭐 이정도 쯤 되겠네요. 가만보니 우리도 우리나라의 역사나 특성을 기술하면 뭐 이정도는 충분히 나오지 않을까요? 공무원식으로 작성하면 장점이 단점의 몇배는 되지 않을까 합니다.
 
   위와 같은 여러가지 특징을 기술해 나가면서 저자는 아메리카가 완벽하지도 완벽했던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때 들었던 '의롭다'라는 값지고 아름다운 자질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해줍니다. 또한 누구나 지적하는 미국의 전형적인 문제점인 물질만능주의에 대해서도 꼬집습니다.
 
"우리는 온갖 물건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그것들에 대한 사고의 방향을 정리하고 발전시킬 시간이 없었다." p279
 
이뿐 아니라 도덕의 문제를 비롯해 다양하게 산재되어 답이 없는 미국의 여러가지 총체적 난국에 대해 염려합니다. 그런 한편 이 글의 최 말미에 아주 적은 분량을 통해 아직까지 희망은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희망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는 실패한 듯 하지만 말입니다.
 
 
#3. 날것 그대로의 원문을 접하는 기회를 주는 것의 미덕을 생각하다.
 
   에 또... 어떤 유명한 가수가 있다고 칩시다. 이미 고인이 된 이 가수의 노래를 들으러 추모콘서트 장에 갔어요. 그런데 노래는 안들려주고 진행자가 나와서 계속 이 가수의 생애와 마지막에 남긴 곡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습니다. 아마 진행자는 이 가수가 남긴 마지막 역작이 너무 난해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오해하지 않고 더 잘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것 저것 막 설명을 하는 모양새가 된 것 입니다. 
 
   추모콘서트에 온 사람들이 과연 이 가수의 마지막 유작곡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을까요? 아마도 그 곡이 어떤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주로 어떤 내용인지, 가수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듣는다면 더 귀에 쏙쏙 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훌륭한 곡은 잡다한 설명이 아니라 곡 자체로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고 감동을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진행자가 가타부타 말없이 유작곡을 먼저 들려준 다음, 그 곡에 대해 여러가지 설명이나 소회를 덧붙였다면 어땠을까요? 과연 어떤 진행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 더 유익한 진행일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후자의 경우가 더 적절한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노래가 아니라 책이라고 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문학작품이 되었건 에세이가 되었건 작가가 남긴 작품 날 것 그대로를 번역해 전달해 주는게 무엇보다 우선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고 소화하느냐는 독자의 몫입니다. 저자의 의도를 오해하더라도 그건 또 그 나름대로 각자의 수준과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 될 수 있는 자유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원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읽고 보다 배경지식이 풍부한 평론가나 역자의 해제라던가, 후기 등을 추가로 읽으며 독서를 더 풍성하게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은 초반 80페이지 이상이 역자의 해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 이후 본문이 약 200여 페이지 정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초반 1/3 정도가 본 내용에 앞선 해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역자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저처럼 존 스타인벡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 미리 어느정도 배경지식을 제공해 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책의 경우는 조금 지나치다고 느껴집니다.
 
   마치 "이 책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렇게 이해하고 이런 관점에서 읽어야 되는 것이야"라고 제한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 말입니다. 저처럼 빈정이 잘 상하는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배치라고나 할까... 그냥 내맘대로 읽고 내마음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해설을 읽으면서 오해한 부분은 수정도 하고 더 풍성하게 이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 존스타인벡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본문을 보기도 전에 주의사항을 너무 과하게 전하는 느낌이 들어서 이건 좀 아닌데 싶었습니다. 참, 그런데 작품해제의 내용 자체는 참 훌륭했습니다. 다만 배치 순서가 좀 마음에 안들었을 뿐입니다.
 
 
#4. 끝으로
 
   저자는 그 많은 시간동안 다양하게 잘못을 저질러 왔던 미국과 미국인들의 과오를 처절하게 내놓고 평가하고 반성하면서도 미국인 특유의 자존심은 여전히 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누구? 우리가 누구~~~~~~~~? 하며 자존심 한번 세우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전반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와 다양한 인종이 뒤섞인 미국인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는 이 책은 흥미롭고 내용도 충실하며, 술술 읽기에도 무척 좋은 훌륭한 작품임이 분명합니다.
 
"우리들은 때때로 실패했고, 길을 잘못 들었고, 기운을 차리려고 멈추었고, 배를 채웠으며 상처를 치유했지만, 우리는 한 번도, 단 한 번도 뒷걸음질을 친 적은 없었다." p292
 
 
*PS : 이 작품의 대미를 장식하는 저 문장에서 왜 자꾸 상속자들의 마지막 문장이 생각나는 걸까요? 너무 흡사한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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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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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른이 된다는 것...
 
   제가 어른이 되었나요? 저는 어른인가요? 어른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어른"의 사전적 정의]
1.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결혼을 한 사람.
   ​통상 저 조건은 "또는" 이니까 저중 한가지라도 해당이 되면 어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다 자라서 옆으로 앞으로 뒤로만 자라는데다가 제 일에 책임을 질 수 있고, 통상 나이나 지위가 높지는 않지만 결혼은 했으니 누군가가 저를 보고 "어른"이라고 한다면 책상을 뒤집어 엎거나 멱살을 잡기는 좀 어렵겠습니다.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의 마스다 미리짱도 책을 읽어보니 어딜가도 젤 연장자인 상황을 자주 겪는 모양인데 그러니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다고 느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목처럼 '문득 어른이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건 아마도 아직 미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혼을 하고 양가 어른이나 친지들과 관계를 맺거나 아이를 낳아서 육아를 하거나 하면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다'라는 다분히 낭만적인 기분을 느끼기는 상당히 힘든 노릇이니까요. 물론 통상 노처녀라고 단정지어버리는 제법 년식이 오래된 여성의 경우는 무언가 처연하고 서글픔이 뭍어나는 이런 표현들을 종종하곤 합니다만 저같은 사람이 바라볼 때는 그건 또 그 나름의 여유요, 즐거움이라고 말해버릴만도 하니까요.
   ​
 
#2. Trade-off 세상 속에 행복하게 살기...(골치아픈거 싫으신분은 아래 두단락은 건너뛰세요...)
 
   저는 입버릇처럼 "Trade-off"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요소들 사이의 "균형"을 의미하지만 이 표현은 인생의 선택과 관련된 절묘한 적용이 가능한 표현입니다. 그러니까 A와 B는 동시에 취할 수 없는 요소라고 한다면 이들 사이에서 본인은 선택을 해야합니다. 즉, A를 취하면 B를 버려야 하고 B를 취하면 A를 버려야 합니다. 이런 경우는 극단적인 경우고 통상은 A와 B를 7:3의 비율로 취할 것이냐, 5:5의 비율로 취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과정을 "Trade-off"라고 보면 되는 것이죠. 경제학적으로는 기회비용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군요.
 
   특정 계발자의 경우 설계시 이런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상품화를 하는 경우는 더욱 더 신중해야하죠. 성능을 더 끌어올리느냐? 아니면 최소한이 성능에 가장 저렴하게 만드느냐? 그것도 아니면 적당히 절충해서 적정한 성능에 가격(재료비)을 합리적으로 가져가느냐? 등을 위해 최적의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결국 세상이치는 똑같은게 가격(재료비)를 낮추면 성능이나 내구성이 떨어지고 가격(재료비)를 높이면 그만큼 성능이 좋아집니다. 그러니까 가격을 선택하면 성능을 포기하고 성능을 선택하면 가격을 포기해야하는 것이죠. 물론 시장에 내다파는 가격을 더 높여버리면 해결될 일이지만 계발 단계에서의 고민을 말씀드리는 것이지요.
 
   마스다 미리짱 처럼 자의든 타의든 미혼의 삶을 선택하는 경우, 경제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롯이 자기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기계발을 하던 취미활동을 하건 뭔가 스스로 선택해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는 굉장한 일입니다. 내 삶을 나를 위해서 쓰다니요? 그렇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죠. 반대로 제 아내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본인의 커리어 키우기를 반 강제로 포기하는(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신 부모가 되어야만 겪을 수 있는 겸험, 즉 내 아이를 키우고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죠. 저같은 경우도 적어도 지금은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이 한명이라도 없는 상황을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우리 부부도 애초에 결혼할 때는 아이없이 부부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만 4년을 아이없이 보냈습니다. 사실 제가 더 아이가 없었으면 했었죠.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다지 즐거워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도 생각이 나는군요. 아우 미안해라 하은냥...
 
   Trade-off라는 표현을 굳이 가져온 것은 결국 다 좋을 수는 없고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어서 입니다. 미혼의 즐거움과 유익을 누리면서 '외롭다', '사회적으로 어른 대접을 못받는다' 등등의 불평을 늘어놓는다면 슬픈 일입니다. 반대로 결혼을 하고선 '내 시간이 없다', '내 인생을 돌려다오'라고 한다면 참으로 슬픈 인생인 것입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결혼과 미혼을 5:5의 비율로 가져가는 일 따위의 Trade-off가 불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동거 정도가 절충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결국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해석해내느냐의 문제가 남습니다. 이 세상 모든 미혼녀들에게 이 책이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실... 좀.. 공감이 안되었습니다. 그저 '음.. 그럴수도 있겠군...' 정도 였습니다. 아니면 '그 양반.. 참.. 심하게 섬세하구만...' 하는 감상도 있었네요. 또 한편으로는 이런 에세이가 베스트 셀러 대열에 오를만큼 팔리는 현실도 참으로 희한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스다 미리짱에게 이제 충분히 미혼의 여유를 즐겼고 작가로 성공도 했으니 좋은사람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기쁨도 만끽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근데... 아무나 만나면 안된다는 말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짝짓기의 실패로 결혼무용론을 늘어놓는 사람을 인천 앞바다의 모래알보다 많이 만난 느낌이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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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You Need is Kill (만화 + 라이트노벨) - 전2권
오바타 타케시 지음, 사쿠라자카 히로시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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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임루프, 디스토피아적 설정이 돋보이는 결코 가볍지 않은 라이트노벨
 
   저는 경험상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소설이 있으면 소설을 먼저 읽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을 읽으면서 원작의 내용을 충분히 즐기고나서 축약되거나 특정 부분을 차용해 시각화하는 경우가 많은 영화나 드라마 감상하는 방식입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얼마나 원작을 잘 살려서 영상화 했는지, 아니면 원작과 얼마나 차별화를 하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지 지켜보는 편이 그 반대보다 훨씬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듯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먼저 만나고 원작을 보면 원작을 읽는 재미가 급격히 감소하거나 원작을 감상하는데 영상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설정인 타임 루프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왔는데다가 요즘 아예 SF 전도사가 된 '탐 크루즈' 형님이 출연하신다는 소식에 무척 기대를 하고 있던 차에 학산문화사에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원작을 소설과 코믹스(급했는지 되는데로 1편만 출간했던가요? 아님 2편도 있는데 1편만 패키지로 판매한건가요?)를 부랴부랴 출간했나 봅니다.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바로 결재를 했더니 으잉? 예약판매? 그리하야 며칠 더 기다렸다가 받자마자 만화를 먼저 가볍게 읽었는데 오호라~~ 기대보다 더 재미지구나~~ 그리고 바로 소설을 집어들었습니다. 아... 생각보다 훨씬 다부진 소설입니다. 다 읽고서 라이트노벨이라고 하길래 놀랐습니다. 제가 굳이 좀 무거운 메시지를 억지로 찾아서 끼워맞추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2. 설정과 소재와 주제가 돋보이는 작품성 있는 소설
 
    일단 기본 설정인 타임루프를 적절히 잘 활용하였고, 그에 따른 설득력도 있습니다. 어쩌면 외계인 설정은 설득력이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 치부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타임루프가 이루어지는 이유와 주인공이 타임루프에 빠지게 된 계기를 나름 설득력 있게 설명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난 모르겠고 그렇다니까'식의 소설보다는 성의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인류의 주요 적이 되는 존재는 미개해보이지만 상당히 강합니다. 한 소대가 집중포화를 해야 대등하게 상대할 수 있을만큼 강한 존재인 이 '기타이'라는 소재는 작품의 긴장감을 유지해주는데 상당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공동의 적을 두고 인류가 뭉치는 가운데 나타나는 여러가지 인간군상도 인상적입니다.
 
   한편, 이 작품에 나타난 외계인이 자신들에게 가장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구를 파괴하고 변화시킨다는 설정 자체는 상당히 흔하게 소비된 설정입니다. 최근엔 맨오브스틸이나 토르2 등에서도 적절히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정 때문에 이 소설이 터무니 없이 읽히지는 않고 진지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한 아직 죽어보지도 않은 저자가 턱밑까지 찾아온 죽음이라는 극한에 대해 잘 묘사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 죽음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생각해볼만한 꺼리를 제공합니다.
 
"생과 사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그들은 모른다. 시체가 쌓여가는 사선의 맨 위야말로 전장에서 살아남을 최고의 장소인 것을 모른다. 내 몸에 배어 있는 공포가 가장 무섭고, 가장 가혹하며, 가장 안전한 장소를 가르쳐 준다."
 
"공포가 함께 있음으로 해서 나는 떨면서도 안도감을 느낀다. 절망에서 도망쳐 아드레날린이 가져오는 흥분에 빠진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전장의 공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성질 나쁜 여자와 비슷하다. 어떻게든 솜씨 좋게 상대하는 방법을 익힐 수 밖에 없다. " p126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도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적이 진화한 끝에 시간 되돌리기의 능력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면, 인류가 손에 넣은 잠재력은 다양성이라 할 수 있다. 기동재킷의 정비에 뛰어난 사람, 전략과 병참에 뛰어난 사람, 후방지원에 뛰어난 사람, 그리고 단순히 전투능력이 뛰어난 사람. 인간은 환경과 경험에 따라 자신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위기를 미리 예측함으로서 살아남는 적이 자신들이 가진 것을 포기해 버린 요소다.. " p196
 
   이러한 표현들로 인해 암울한 상황에 놓인 이 소설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왠지 희망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3.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 다음 작품을 기다려주마.
 
   슬램덩크로 익숙해진 "왼손은 거들뿐..." 이라는 말은 이제 누구나 이해하는 관용구가 된 듯 합니다. 이 작품 [All you need is kill] 소설+만화 세트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만화는 소설의 내용과 거의 100%의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일치했습니다. 설정과 전개와 캐릭터를 시각화해줘서 뭔가 막연했던 외계생물의 모습이라든지 기동재킷이나 베틀엑스의 모습 등을 잘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설의 가독성과 흥미유지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체 이야기를 부드럽게 이어가도록 짜진 플롯이나 문장력 등도 나무랄데 없이 좋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마무리까지 지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전개라든가, 반쯤 열린 듯한 결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작가가 쓴 작품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이 작가의 책이 나온다면 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All you need is kill Vs Edge of tomorrow
 
   원작 [All you need is kill]을 토대로 헐리우드로 날아가 [엣지 오브 투머로우]가 되었는데 원작과 달리 영화는 보는내내 지루했습니다. 원작에서 느껴지던 독특한 전개나 결말이 완전히 무시되고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로 변해있었습니다. 톰 크루즈 형님은 벌써 몇번이나 출연했던 다른 작품에서 충분히 보여줬던 캐릭터와 전개방식과 심지어 영웅이 되는 한순간인 마지막 결착까지 너무나 뻔하고도 뻔한 공식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떻게 결말까지 그리 다른 영화와 비슷비슷한 것인지...
 
   원작에서 강렬하던 무기 베틀엑스 같은 설정이 사라졌습니다. 또한 정말 매력적이고 몽환적이기까지 한 여주인공 리타의 캐릭터가 완전 축소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그저 먼저 타임루프를 경험한 여전사 정도라면 원작에서는 그야말로 전쟁의 신 수준의 전투력, 인간이라고 보기 힘들만큼의 능력자이자 인류희망의 상징, 그리고 독자의 가슴을 설레이게 할만한 이색적인 매력녀로 그려집니다. 리타가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영화에서 1인 주연 탐크루즈가 돋보이게 하기 위해 리타의 비중을 확 줄인듯 한데 전형적인 히어로물이라고 보기도 그렇고 아쉬웠습니다.

   원작의 백미인 주인공과 리타의 대결 장면은 어쩌면 영상화되면 최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한 부분인데 완전 마찬가지의 이유로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200kg의 베틀엑스를 들고 두 주인공이 도와가며 기타이를 섬멸하는 전쟁신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리타가 좀 큰 칼을 들고 싸우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는데 그마저도 잘 쓰지도 않습니다. 그저 다른 병사와 동일한 총을 쏟아댈 뿐입니다. 이런 설정역시도 동양적이라 삭제한 듯 한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원작과 영화를 굳이 따진다면 원작이 10점이라면 영화는 2​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 너무 극단적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만큼 실망이 컸습니다. 탐 크루즈 형님이 원작과 비슷한 캐릭터로 연기했다면 뭔가 색다르고 참신한 역할이 되었을텐데 이래저래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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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서명 셜록 홈즈 전집 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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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야말로 명불허전인 훌륭한 이야기
 
   아 이거참, 괜히 셜록홈즈, 셜록홈즈 하는게 아니군요. 진홍색 연구에 이어 네 개의 서명에 들어오니 본격적으로 주인공의 캐릭터는 물론 이야기 전개의 틀이 잡힌다는 느낌입니다. 일단 뭐가 뭔지 잘 모르고 읽어나가면서 셜록홈즈에 비해 초라한 저의 뇌용량과 느린 회전속도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해야할지 짜증난다고 해야할지... 그래서 제가 왓슨이 딱 내 스타일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주인공 셜록홈즈와 왓슨이 이어가는 이 이야기는 명탐정 소설의 클래식한 기본 패턴을 참으로 정직하게 지켜가고 있었습니다(기본 패턴이 뭐라고 잘 아는 것도 아니긴 한뒈...) 훌륭한 탐정, 그리고 평범해서 탐정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조수, 헛다리나 짚으면서 역시나 탐정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멍청한 경찰, 그리고 기묘한 이야기와 그럴 수 밖에 없는 범인의 다양한 사연, 등등 말입니다.
 
   여튼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이야기 속에서도 긴장을 놓지 않고 흥미롭게 읽은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합니다. 너무 널리 알려지고 패턴이 뻔한 이야기라 노출이 많았고 별로 새로울 것도 없을 여건이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면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는 세대를 초월하는 재미와 힘이 있다는 말에 토를 달기 어려운 형편이네요.
 
 
#2. 셜록홈즈 시리즈에서 사회파의 향기가 짙게 풍긴다...
 
   이걸 사회파라고 언급을 해야할지? 휴머니즘이 풍긴다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은 본격 추리소설의 원류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첫 작품 [진홍색 연구]에 이어 [네 개의 서명]에서도 사회파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들이 나타났습니다. 사회파 계열의 소설에 잘 드러나는 범인이 범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속사정, 그리고 그렇게 만든 사회현상과 여건 등이 이 작품에도 나름 큰 비중을 두고 나타납니다. 그러고 보니 첫작품 [진홍색 연구]에서 훨씬 원형에 가깝게 드러나는군요. [진홍색 연구]에서는 심지어 종교와 종교인들의 문제도 은연중에 깊이 드러내고 있고, 전체 분량의 1/3을 범인의 히스토리를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타이트하게 진행되던 사건과 범인 추격전의 끝에 마주한 범인을 두고 범인의 이야기와 사연과 하소연을 끝까지 들어주는 놀랄 만한 휴머니즘이 자칫 딱딱하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듯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마치 액자소설을 보는 듯한 범인의 사연이 담긴 스토리는 생각보다 기승전결이 또렷하여 설득력을 얻고 그 이야기 만으로도 빠져들게 만듭니다. [진홍색 연구]에서는 심지어 이야기가 끝나고 또 다른 단편이 시작되는 것으로 착각을 할 정도로 이야기 내에 녹아있는 범인의 사연이야기는 독립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범인이 들려주는 이 독립된 이야기 속에 역사가 있고, 사회 저변의 분위기와 인간들의 군상이 은은하게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읽다보면 '범인이 딱히 잘 못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라도 저랬겠다' 하는 동정도 생깁니다. 이런 구성은 역시나 읽는 재미나 공감 차원에서 훌륭한 구조임은 틀림없습니다.  
 
 
#3. 전작보다 더 화려한 활약을 펼치는 홈즈, 그리고 이번에도 딱히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 왓슨...
 
   그렇습니다. 전작에 비해 셜록홈즈가 폭넓게 활약하고 그의 능력이 더욱 부각됩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능력과 공이 경찰들에게 돌아가는 현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대범함까지 장착합니다. 그에 반해 왓슨 박사는 그저 사건이 흘러가는데로 진상을 파악하기는 커녕 그저 따라다닙니다. 홈즈의 조수역할만 할 뿐입니다. 또한 사건을 기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그 나름의 활약이 너무 없습니다. 그저 여자나 밝히는... 게다가 재산차이를 의식해 사랑을 표현도 못하는 찌질함도 장착합니다.
 
   이래저래 왓슨파 저는 뒷맛이 개운치 못합니다. 두번째 작품에서는 왓슨의 매력이 드러나고 역할이 커지기를 기대했는데 말입니다. 이 이야기만 봐서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향후 아웃되는 듯한 마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우리는 왓슨이 끝까지 활약할 것을 알고 있지만 뭔가 좀더 스토리에서 중요한 방점을 찍어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기대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 이번 작품에서는 베이커가의 소년탐정단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건을 풀고 이어가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적어도 왓슨 보다는 사건해결에 도움이 되니 우리의 왓슨 박사는 그나마 2순위에서 3순위까지 밀린 듯한 느낌입니다.  제 기억에는 이 친구들이 전혀 없었는데 윤해환 작가의 '트위터 탐정 설록수'를 읽으면서 홈즈가 아이들 몇몇을 정보원처럼 부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공부하는 고등학생 정도였던 것 같은데 원작에서는 거의 부랑아 들이더군요.
   생각보다는 더욱 재미있고 궝도 탄탄한데다가 제가 애정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모양새도 보이는 등, 상당히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지금 읽어도 새롭고 재미있는 것이 읽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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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색 연구 셜록 홈즈 전집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상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1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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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갑습니다. 셜록홈즈와 존 왓슨씨~~~
 
   어린 시절에 셜록홈즈 시리즈 중 한두권 안 읽어본 분들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이 나이가 되어서야 명탐정 셜록홈즈를 제대로 만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심한 명탐정이네요.. 훗. 읽고 싶은 것도 읽어야 할 것도 범람하는 이 시기에 셜록홈즈라니요... 언제적 셜록홈즈입니까? 그것도 원래 제가 그다지 즐기지 않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히어로물이자 탐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의 대중화에 큰형님 같은 역할을 한 대표적 작품이 아닙니까? 이 책을 읽게된 발단은 영드 셜록이지만 첫작품 [진홍색 연구]를 읽고보니 역시 원작 책과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물은 대체로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다시 확인한 것만 같습니다.
 
   1편을 딱 읽고나니 말입니다. '야, 반갑습니다. 셜록홈즈씨, 그리고 존 왓슨씨... 이제야 만나네요.' 하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예상하기로는 어린시절의 향수가 더해져 그 옛날의 요약본 단편의 추억과 현재의 완역본의 느낌이 뒤섞여 묘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왠걸요... 제 기억속에는 셜록홈즈와 왓슨 박사라는 주인공 이름과 몇가지 제목 외엔 남아있는게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들 다 먹어본 짜장면을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처음 먹어본 것만 같은 경험과 함께 셜록홈즈 시리즈의 첫 작품을 읽었습니다.
 
 
#2. 까칠남과 의리남을 기대했더니 의외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역시나 드라마의 영향은 컸습니다. 저도 모를 선입관 같은 것이 딱 박혀버렸나 봅니다. 셜록홈즈의 말투와 행동이 너무나 어색했습니다. '어? 어?'이런 소리를 계속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대사말입니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처음으로 그것을 발견했으니 큰 공을 세운 게 맞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셜록 홈즈는 이런 격식을 차린 사과 따외는 하지 않는 남자였습니다. 매우 일방적이기도 하고 까칠하고, 잘난채하고,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떠들고 말이죠. 드라마에선 비록 세련되기는 했지만 남 눈치안보고 딱히 격식없이 막말하는 캐릭터였으니까요.

 

   셜록홈즈에 대해서야 그냥 제가 가지고 있던 캐릭터의 특징을 수정만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존 왓슨 박사입니다. 적어도 저는 셜록홈즈보다는 오히려 존 왓슨에게 애정이 더 주고 있고, 정작 그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의리도 있고, 제맘대로인 홈즈를 돕거나 구하거나 중심을 잡아주고, 부족한 사회성을 메워서 큰 무리없이 인간관계를 맺도록 돕고 지켜주는 가디언과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원전속에서 존 왓슨 박사는 말입니다.... 대 실망이예요. 그냥 그는... 훌륭하고 예의도 바른 셜록홈즈의 조연일 뿐이예요. 딱히 홈즈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느낌도 전혀없고 서로 끈끈한 유대감도 없는 그저그런 관찰자 정도에 지나지 않더군요. 이 부분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드라마에선 꽤나 매력있고 의리의리한 캐릭이어서 '잘난척하는 홈즈는 싫어! 왓슨이 더 쪼아~!' 요랬는데... 거참... 저자인 코난 도일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첫작품이다보니 베이비 페이스 셜록홈즈에게 무게를 실고 이야기를 끌고가야 독자에게 더 각인이 되고 흥미를 끌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시리즈의 진행 중에 왓슨의 역할이 어느정도로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도 저에게는 큰 흥미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3. 진홍색 연구? 주홍색 연구?

 

   어떻게 보면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유독 문에춘추사의 셜록홈즈 시리즈에서는 통상 다들 "주홍색 연구" 라고 번역한 첫작품의 제목을 "진홍색 연구"로 번역했습니다. 보통 주홍색이라 하면 붉은 빛은 띄지만 결국은 주황색 계열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scarlet, vermilion"이구요, 그에 반해 진홍색은 어쨌거나 빨간색 계열입니다. 영어로도 "dark red" 정도가 되니 두 단어가 같다고 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습니다. 영어 원문을 보면 금방 답이 나올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정확한 번역이냐도 있겠지만 얼마나 느낌이 좋으냐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면에서는 개인적으론 주홍색이 익숙하지만 [진홍색 연구] 라고 이름 붙인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유명 출판사인 황금가지 판으로 소장하고 있고, 더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주석달린 셜록홈즈" 시리즈를 읽으시는 듯한데 저에게는 이 시리즈가 딱 좋다는 생각입니다. 번역이 좋은지 나쁜지 잘 판단을 못하지만 읽는데 조금도 어색함이 없었으니 번역이 나쁠리는 없는 듯 하고, 삽화가 다른 판에 비해서 없는게 있다고 알려주신 분이 있는데 일단 잘 모르겠는데다가 삽화가 몇개가 있느냐가 책을 읽고 즐기는데 딱히 영향이 없는 듯하여 그부분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다른 작품들도 신나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듯한 착각과 묘한 기대감이 드는 것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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