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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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른이 된다는 것...
 
   제가 어른이 되었나요? 저는 어른인가요? 어른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어른"의 사전적 정의]
1.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결혼을 한 사람.
   ​통상 저 조건은 "또는" 이니까 저중 한가지라도 해당이 되면 어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다 자라서 옆으로 앞으로 뒤로만 자라는데다가 제 일에 책임을 질 수 있고, 통상 나이나 지위가 높지는 않지만 결혼은 했으니 누군가가 저를 보고 "어른"이라고 한다면 책상을 뒤집어 엎거나 멱살을 잡기는 좀 어렵겠습니다.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의 마스다 미리짱도 책을 읽어보니 어딜가도 젤 연장자인 상황을 자주 겪는 모양인데 그러니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다고 느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목처럼 '문득 어른이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건 아마도 아직 미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혼을 하고 양가 어른이나 친지들과 관계를 맺거나 아이를 낳아서 육아를 하거나 하면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다'라는 다분히 낭만적인 기분을 느끼기는 상당히 힘든 노릇이니까요. 물론 통상 노처녀라고 단정지어버리는 제법 년식이 오래된 여성의 경우는 무언가 처연하고 서글픔이 뭍어나는 이런 표현들을 종종하곤 합니다만 저같은 사람이 바라볼 때는 그건 또 그 나름의 여유요, 즐거움이라고 말해버릴만도 하니까요.
   ​
 
#2. Trade-off 세상 속에 행복하게 살기...(골치아픈거 싫으신분은 아래 두단락은 건너뛰세요...)
 
   저는 입버릇처럼 "Trade-off"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요소들 사이의 "균형"을 의미하지만 이 표현은 인생의 선택과 관련된 절묘한 적용이 가능한 표현입니다. 그러니까 A와 B는 동시에 취할 수 없는 요소라고 한다면 이들 사이에서 본인은 선택을 해야합니다. 즉, A를 취하면 B를 버려야 하고 B를 취하면 A를 버려야 합니다. 이런 경우는 극단적인 경우고 통상은 A와 B를 7:3의 비율로 취할 것이냐, 5:5의 비율로 취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과정을 "Trade-off"라고 보면 되는 것이죠. 경제학적으로는 기회비용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군요.
 
   특정 계발자의 경우 설계시 이런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상품화를 하는 경우는 더욱 더 신중해야하죠. 성능을 더 끌어올리느냐? 아니면 최소한이 성능에 가장 저렴하게 만드느냐? 그것도 아니면 적당히 절충해서 적정한 성능에 가격(재료비)을 합리적으로 가져가느냐? 등을 위해 최적의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결국 세상이치는 똑같은게 가격(재료비)를 낮추면 성능이나 내구성이 떨어지고 가격(재료비)를 높이면 그만큼 성능이 좋아집니다. 그러니까 가격을 선택하면 성능을 포기하고 성능을 선택하면 가격을 포기해야하는 것이죠. 물론 시장에 내다파는 가격을 더 높여버리면 해결될 일이지만 계발 단계에서의 고민을 말씀드리는 것이지요.
 
   마스다 미리짱 처럼 자의든 타의든 미혼의 삶을 선택하는 경우, 경제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롯이 자기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기계발을 하던 취미활동을 하건 뭔가 스스로 선택해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는 굉장한 일입니다. 내 삶을 나를 위해서 쓰다니요? 그렇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죠. 반대로 제 아내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본인의 커리어 키우기를 반 강제로 포기하는(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신 부모가 되어야만 겪을 수 있는 겸험, 즉 내 아이를 키우고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죠. 저같은 경우도 적어도 지금은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이 한명이라도 없는 상황을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우리 부부도 애초에 결혼할 때는 아이없이 부부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만 4년을 아이없이 보냈습니다. 사실 제가 더 아이가 없었으면 했었죠.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다지 즐거워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도 생각이 나는군요. 아우 미안해라 하은냥...
 
   Trade-off라는 표현을 굳이 가져온 것은 결국 다 좋을 수는 없고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어서 입니다. 미혼의 즐거움과 유익을 누리면서 '외롭다', '사회적으로 어른 대접을 못받는다' 등등의 불평을 늘어놓는다면 슬픈 일입니다. 반대로 결혼을 하고선 '내 시간이 없다', '내 인생을 돌려다오'라고 한다면 참으로 슬픈 인생인 것입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결혼과 미혼을 5:5의 비율로 가져가는 일 따위의 Trade-off가 불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동거 정도가 절충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결국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해석해내느냐의 문제가 남습니다. 이 세상 모든 미혼녀들에게 이 책이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실... 좀.. 공감이 안되었습니다. 그저 '음.. 그럴수도 있겠군...' 정도 였습니다. 아니면 '그 양반.. 참.. 심하게 섬세하구만...' 하는 감상도 있었네요. 또 한편으로는 이런 에세이가 베스트 셀러 대열에 오를만큼 팔리는 현실도 참으로 희한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스다 미리짱에게 이제 충분히 미혼의 여유를 즐겼고 작가로 성공도 했으니 좋은사람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기쁨도 만끽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근데... 아무나 만나면 안된다는 말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짝짓기의 실패로 결혼무용론을 늘어놓는 사람을 인천 앞바다의 모래알보다 많이 만난 느낌이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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