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김영사 모던&클래식
존 스타인벡 지음, 안정효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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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존 스타인벡의 적나라함을 만나다. 그의 눈에 비친 미국과 미국인을 만나다.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은 존 스타인벡의 마지막 유작입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아직도 존 스타인벡의 작품을 하나도 접해보지 못해서 이 작가가 얼마나 훌륭한 작품을 써낸 작가인지 감이 없습니다만 이 저서 하나만으로도 저자의 기본적인 성향과 가치관,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 있고 폭넓은 안목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은 사실 지루한 미국 역사 이야기가 아닐까 의심스러워 책을 펼쳐 읽으면서도 곧장 꿈의 나라로 인도하는 티켓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본문으로 들어가자 시작부터 미국과 미국인들에 대한 강렬하면서도 적나라한 평가와 비판이 가미된 이야기들이 쏟아졌습니다. '아, 이양반... 쎈데...' 이런 생각이 절로드는 내용이었고,  미국의 역사와 성향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뼈속까지 친미라며 권력과 부에 가까운 분들이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해 볼때 타국민이 아닌 오리지날 미국인의 시각으로 쓰여진 자폭스러운 비평서의 내용은 참으로 통쾌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이렇게 통렬한 글을 전개하는 저자는 그러나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자신의 주장들이 모두 진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견해이자 추측이자 추론일 뿐이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피력합니다.
 
"이것은 적어도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들의 정열적인 사랑과, 호기심과, 짜증과, 그리고 약간의 분노가 빚어내는 시각이며 아메리카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견해들이다. 그 까닭은 우리들이 지닌 과거의 갖가지 특성과 의견 충돌, 그리고 수많은 관심과 취향이 하나의 전체를 이루었으며, 그 총체에서 무엇인가 온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것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복잡하고, 역설적이고, 고집이 세고, 소심하고, 잔인하고, 시끄럽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매우 아름다운 것. 아메리카다." p81
 
   그러니까 미국은 복잡하고, 역설적이고, 고집이 세고, 소심하고, 잔인하고, 시끄럽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매우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 전반에 계속 미국의 역사, 문화, 인종 등의 흐름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끊이질 않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뭔가 좀 과했다 싶었는지 슬슬 부드럽고 좋은 쪽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슬그머니 내놓습니다. 이런 전개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 할배가 막 쓰다보니 살짝 쫄으셨나보군'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단예님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고 하신 모양입니다.  
 
 
 
#2 복잡다난한 미국의 특성과 미국문화 미국인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견해
 
   존 스타인벡의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을 읽다보면 이 양반이 참으로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성향자체가 상당히 진보적이라는 사실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는 무언가 기본적인 정의에서 많이도 벗아나 있는 느낌이라 이 뉘앙스가 잘 전달이 되어질지 모르겠지만 존 스타인벡의 시각은 부드럽고 휴머니즘 넘치면서도 현실 체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비판이 아낌없이 쏟아진다는 점에서 진보적입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진보를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스타인벡이 이 글에서 설명하는 미국의 여러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다양한 인종이 모여 이룬 세로운 종족, 아메리카인
- 항상 불안정하고 불만으로 가득차고, 항상 갈망하는 민족이라는 편견을 듣는 아메리카인
- 400년이 넘는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노동과, 피 흘림과, 외로움과, 공포가 창조한 땅 아메리카
- 평등하게 태어나서 평화, 안락함, 안정, 그리고 사랑을 추구하는 아메리카인
- 발전에 밑바탕이 되는 필요와 빈곤을 통해 변화와 복합성을 촉진하는 아메리카인
- 아이들을 유별나게 우선시하는 아이병에 걸린 아메리카인
- 과거부터 땅따먹기에 열을 올렸던 땅 정복자 아메리카인
- 예술과 문화의 우수성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졌다고 믿는 자신감 넘치는 아메리카인
- 과거의 수많은 실수와 과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가능성이 많은 아메리카인
 
   뭐 이정도 쯤 되겠네요. 가만보니 우리도 우리나라의 역사나 특성을 기술하면 뭐 이정도는 충분히 나오지 않을까요? 공무원식으로 작성하면 장점이 단점의 몇배는 되지 않을까 합니다.
 
   위와 같은 여러가지 특징을 기술해 나가면서 저자는 아메리카가 완벽하지도 완벽했던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때 들었던 '의롭다'라는 값지고 아름다운 자질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해줍니다. 또한 누구나 지적하는 미국의 전형적인 문제점인 물질만능주의에 대해서도 꼬집습니다.
 
"우리는 온갖 물건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그것들에 대한 사고의 방향을 정리하고 발전시킬 시간이 없었다." p279
 
이뿐 아니라 도덕의 문제를 비롯해 다양하게 산재되어 답이 없는 미국의 여러가지 총체적 난국에 대해 염려합니다. 그런 한편 이 글의 최 말미에 아주 적은 분량을 통해 아직까지 희망은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희망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는 실패한 듯 하지만 말입니다.
 
 
#3. 날것 그대로의 원문을 접하는 기회를 주는 것의 미덕을 생각하다.
 
   에 또... 어떤 유명한 가수가 있다고 칩시다. 이미 고인이 된 이 가수의 노래를 들으러 추모콘서트 장에 갔어요. 그런데 노래는 안들려주고 진행자가 나와서 계속 이 가수의 생애와 마지막에 남긴 곡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습니다. 아마 진행자는 이 가수가 남긴 마지막 역작이 너무 난해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오해하지 않고 더 잘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것 저것 막 설명을 하는 모양새가 된 것 입니다. 
 
   추모콘서트에 온 사람들이 과연 이 가수의 마지막 유작곡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을까요? 아마도 그 곡이 어떤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주로 어떤 내용인지, 가수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듣는다면 더 귀에 쏙쏙 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훌륭한 곡은 잡다한 설명이 아니라 곡 자체로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고 감동을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진행자가 가타부타 말없이 유작곡을 먼저 들려준 다음, 그 곡에 대해 여러가지 설명이나 소회를 덧붙였다면 어땠을까요? 과연 어떤 진행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 더 유익한 진행일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후자의 경우가 더 적절한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노래가 아니라 책이라고 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문학작품이 되었건 에세이가 되었건 작가가 남긴 작품 날 것 그대로를 번역해 전달해 주는게 무엇보다 우선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고 소화하느냐는 독자의 몫입니다. 저자의 의도를 오해하더라도 그건 또 그 나름대로 각자의 수준과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 될 수 있는 자유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원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읽고 보다 배경지식이 풍부한 평론가나 역자의 해제라던가, 후기 등을 추가로 읽으며 독서를 더 풍성하게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은 초반 80페이지 이상이 역자의 해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 이후 본문이 약 200여 페이지 정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초반 1/3 정도가 본 내용에 앞선 해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역자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저처럼 존 스타인벡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 미리 어느정도 배경지식을 제공해 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책의 경우는 조금 지나치다고 느껴집니다.
 
   마치 "이 책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렇게 이해하고 이런 관점에서 읽어야 되는 것이야"라고 제한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 말입니다. 저처럼 빈정이 잘 상하는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배치라고나 할까... 그냥 내맘대로 읽고 내마음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해설을 읽으면서 오해한 부분은 수정도 하고 더 풍성하게 이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 존스타인벡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본문을 보기도 전에 주의사항을 너무 과하게 전하는 느낌이 들어서 이건 좀 아닌데 싶었습니다. 참, 그런데 작품해제의 내용 자체는 참 훌륭했습니다. 다만 배치 순서가 좀 마음에 안들었을 뿐입니다.
 
 
#4. 끝으로
 
   저자는 그 많은 시간동안 다양하게 잘못을 저질러 왔던 미국과 미국인들의 과오를 처절하게 내놓고 평가하고 반성하면서도 미국인 특유의 자존심은 여전히 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누구? 우리가 누구~~~~~~~~? 하며 자존심 한번 세우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전반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와 다양한 인종이 뒤섞인 미국인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는 이 책은 흥미롭고 내용도 충실하며, 술술 읽기에도 무척 좋은 훌륭한 작품임이 분명합니다.
 
"우리들은 때때로 실패했고, 길을 잘못 들었고, 기운을 차리려고 멈추었고, 배를 채웠으며 상처를 치유했지만, 우리는 한 번도, 단 한 번도 뒷걸음질을 친 적은 없었다." p292
 
 
*PS : 이 작품의 대미를 장식하는 저 문장에서 왜 자꾸 상속자들의 마지막 문장이 생각나는 걸까요? 너무 흡사한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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