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 죽은 자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9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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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파적 특성과 가독성이 돋보이는 작품


   또 오랜만에 취향을 저격하는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더블"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정해연 작가님의 신작 "악의"는 우리 사회의 오랜 문제를 잘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입니다. 게다가 마치 단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가독성이 탁월하군요. 가독성이 그냥 좋은 게 아니라 탁월한 수준입니다. 흐름이 좋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작품을 정통 추리소설로 받아들이면 반전이 약하다거나 긴장감이 부족하다거나 이런 식의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다분한 구성이기는 하지만 저의 경우는 애초에 '누가 범인인지? 어떤 반전이 있는지? 얼마나 충격적인 결말인지?'의 문제는 개의치 않는 편입니다. 오히려 잘 끌고 가던 이야기를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을 주겠다고 갑자기 이야기를 꼬아버리면 맥이 탁 풀리는 쪽이다 보니 오히려 반전을 싫어하는 쪽입니다. 물론 이 작품도 반전이 나름 있지만 혀를 찰 정도는 아니어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국내 독자들은 국내 작가 장르소설에 대해서 상당히 인색한 면이 있어요. 저는 이런 대목을 대하면 조금 불편한 지점이 있습니다. 뭐 책 읽고 평가하는 거야 각자의 자유니 따질 일은 아니지만 단순히 책을 대할 때뿐이 아니라 문화, 정서적인 측면이 작용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튼 장르소설의 최대 미덕인 읽는 재미만큼은 어느 책에 뒤지지 않을 작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내용이 너무 짧다, 이야기가 급히 마무리된 거 같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이야기의 발단과 전개가 전체 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좀 많기는 합니다.



#2. 권력자의 추악함, 비틀린 모성애, 자본의 노예가 된 언론이 만들어 내는 완벽한 하모니


   이 작품에 담긴 권력자의 추악함은 무척 익숙합니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를 가능하게 하는 이 사회의 구조도 견고합니다. 너무 현실 같은 이야기다 보니 오히려 "영인시"라는 가상의 도시가 어색할 지경입니다. 그냥 "서울시"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이는 이야기죠. 오히려 가상의 도시를 설정함으로써 픽션임을 애써 강조하는 느낌입니다.


   전작 "더블"에서는 개인의 욕망이 타인의 권리를 어떻게 침범하는지,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의 권리를 무시한 만큼 본인도 똑같이 당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잘 드러내 주었습니다. 즉, 사회 속에서 개인과 개인 간의 작용과 반작용을 깊이 다루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개인에서 가족, 그리고 한 도시에 이르는 사회에까지 그 범위를 넓혀 주고 있습니다.


   권력을 향해서만 달려가며 치밀하게 이미지 마케팅을 하는 시장 후보가 있는가 하면, 아들의 성공을 위해 그 어떤 악한 일도 허용하고 오히려 권장하는 비틀린 모성애의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심지어 아들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 헌납하는 엄청난 헌신을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읽는 독자는 섬득하기만 합니다. 이렇게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내 자식을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손해가 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부모를 우리는 흔히 만날 수 있다 보니 그저 재미로 바라보기가 어려운 탓입니다.


   재력과 권력을 갖춘 자 주변에 밥그릇을 위해 서식하는 부류들도 못지않게 문제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아들을 이용하는 권력자와 보호시설 관리자는 한통속입니다. 권력자의 이미지를 한껏 포장해주는 언론은 이러한 1%의 세상을 공고하게 하는 일등 공신들입니다. 언론의 타락은 현실에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이런 우리 사회의 병폐를 통쾌하게 밝힌다거나 대안을 제시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지만, 장르소설의 틀 안에서 이런 다양한 문제들을 잘 다루고 있고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사회파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저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하고 말았습니다.



#3. 소설보다 더 지독한 현실이 주는 소설의 한계


   "악의"에서 드러나는 이런 사회파적 특징들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가지는 한계는 오히려 외부에 있습니다. 독자들이 이 작품의 내용을 신선하게 보기는커녕 오히려 편안하게 받아들일 지경이라는 점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이미 우리 머릿속에는 "공공의 적"이라거나 "베테랑", 또는 "내부자들" 등의 영화가 떠오릅니다. 이미 이런 이야기와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악하다"라고 여기기보다 "익숙하다"라고 여겨지는 것이죠.


   잘 쓰인 소설임에도 너무 익숙하다 보니 식상하게 느껴질 소지가 다분합니다. 왠지 읽어본 것만 같은 이야기로 여겨지면서 평가절하 될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현실이 너무 지독하다 보니 어지간히 독한 이야기도 흔한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죠.


   사회파 추리소설이 주로 그렇듯 애초에 범인을 까고 시작하는 부분도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누가 범인이건 여튼 긴장감 있게 조금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고 후루룩 읽었습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애초에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관심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혹은 고발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무척 지루해질 수도 있겠지요. 저는 드럽게 재미졌습니다. 근래 이렇게 집중해서 빨리 읽은 책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입니다.

  

   공고한 사회구조 속에서 권력자의 속 사정이 어떠하건 그들만의 게이트는 법으로도 정의로도 구축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자격으로라도 징벌을 시도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어떤 방법이 되었건 녹녹치 않습니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너무도 오래 굴러 왔으니까 말입니다. 이제 와서 쉽사리 바뀔 리가 없지요. 특정인을 징벌한다고 한들 선수만 교체될 뿐입니다. 이런 답답함이 이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악의"를 읽을 때는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더욱 재미지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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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0
도진기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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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전하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들을 만나는 즐거움


   나름 단편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시리즈를 상대적으로 많이 읽는 편인데, 이번 추리 스릴러 단편선 시리즈 다섯 번째 편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다른 단편선에 비하면 훨씬 좋았던 거 같네요. 전체적으로 내용도 재미있고, 소재나 설정 등이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보통은 좋은 수작이 몇 편 보이고 나머지는 그냥 읽을만하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번 시리즈는 취향에 안 맞는 작품이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해줄 만한 작품들이 다수 보입니다.


   제가 피를 토하며 애국애족, 자주국방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내 작가나 작품을 응원하려고 하는 편이기는 합니다. 기왕이면 일본이나 영미, 유럽 작가에게 인세가 돌아가는 것보다는 국내 작가들이 잘 되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거든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리 외국 작가들이 훌륭하게 글을 잘 쓴다 해도 국내 작가만큼 국내 독자의 정서를 잘 이해하는 작품을 쓰기는 어렵다고 보거든요. 오히려 국내 독자가 외국 정서를 이해해가며 읽는 경우도 많지만 말입니다.


   최근에 중국 추리 스릴러가 눈에 띄는 발전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시장에도 진출을 막 시작했고, 처음 생각보다는 그 수준도 상당히 높은 것이 특징적인데 국내 작가들이 더욱 분발해주시기를 바래봅니다....(라고 마무리를 하면 깔끔하겠지만 작품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다고...)



#2. 작품별로 나름 좋았던 이유와 굳이 써보는 단점...


1) 시간의 뫼비우스

   총 10편의 작품 중에 선빵을 날린 첫 작품은 도진기 작가님의 "시간의 뫼비우스"입니다. 이 작품은 일종의 타임 루프 물인데, 일반적인 타임 루프와 차별화되는 설정이 돋보였습니다. 주인공의 의지에 의해 타임 루프가 되고 반복 중에 행동이나 결과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무한의 타임 루프 속에 갇혀버리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의식 속에 존재하고 모든 것을 느끼지만 실제 자신의 의식에 관여할 수는 없는 관찰자의 역할만 하는 것이죠. 이게 생각해보면 정말 최악의 끔찍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내 인생의 일정 기간을 나 자신의 의식 속에 들어가서 몇백, 몇천 번을 넘어 몇십만 번 반복해서 관찰만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무시무시한 일입니다. 간섭도 못하고 바꿀 수도 없어요. 내 평생 가장 쪽팔렸던 순간을 계속 반복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미칠 일이죠. 이런 설정이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한지에 대한 고찰과 이 이야기의 결말 역시 유의미한데, 궁금하시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 네일리스트

   "멸화"의 이경민 작가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던 작품입니다. 저는 남자라 네일리스트 쪽은 아는 게 없으니 뭔가 신기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을 수도 있고, 짧은 분량에 나름 다양한 스릴러의 맛이 담긴 작품이라 기억에 남을 만 했습니다.


3)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

   요즘 핫한 송시우 작가님의 단편입니다. 길지도 않은데 구어체에 경어로 동화를 들려주는 듯하게 쓰인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잘 안 읽혀서 몇 번 시도하다가 스킵하고 마지막에 읽으려니 역시나 잘 안 읽혀서 포기한 작품입니다. 미안합니다.


4) 누군가

   "더블", "악의"의 정해연 작가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뭐랄까? 상당히 정해연스러운 작품인데, 약간 차이가 있다면 전에 없던 어이없음? 유머코드 같은 게 전후로 끼어 있어요. 근데. 이건 좀 안 어울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일상의 역설적인 유머러스함을 녹아내려 하신 느낌인데 개인적으론 잘 안 묻어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외 캐릭터 설정이나 전반적인 스토리와 주제의식은 역시나 좋았던 작품입니다.


5) 해무

   전건우 작가님의 "해무"는 그냥 호러 스릴러입니다. 처음부터 막 무시무시한 느낌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 해무가 끼는 독립된 이상한? 마을과 그 마을에 들어갔다 나온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아 이건 설명이 어렵고 읽어봐야 합니다. 무서우면서 심지어 야한 희한한 이야기입니다.


6) 라면먹고 갈래요?

   이 이야기는 제가 잘 모르는 신원섭 작가님의 작품인데, 풋풋한 애인 관계인 젊은 커플의 일상 이야기에 청부 살인업자들의 이야기가 크로스 오버된 스토리입니다. 기본적으로 읽는 재미는 충분히 있었는데, 저로서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서로 잘 얽히지 않고 그저 약간은 어색하게 굳이 붙여놓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서로 크게 상관없는 두 가지 이야기를 가방을 살짝 손댄 정도로 이어붙인 건데 이음새가 너무 약해서 따로 국밥 같은 느낌으로다가... 물론 그 간단한 사건 만으로 이야기가 틀어지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7) 죽음의 신부

   유명한 박하익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장점과 단점이 극명한 작품인데,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짜내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실력은 탁월합니다. 가독성도 무척 좋고, 어두우면서도 약간 환타지가 가미된 이야기가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결론이 조금 난해하고, 캐릭터들이 좀 현실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8) 그렇게 밤은 온다

   아, 이 작품 완전 제 취향이었습니다. 무지 재미지게 읽었습니다. 박주동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전체 작품 중 제 취향으로는 최고라고 생각됩니다. 평범한 시골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여성이 주인공인데, 살인 전과가 있는 남자가 귀향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면서 하드보일드한 활극입니다. 전반적으로 감정이입이 잘 되면서 쫀득한 스릴이 있는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짧은 단편 안에 이 정도 긴장감을 살리기 쉽지 않은데 좋았네요. 물론 유명 장편 스릴러의 긴장감과 비교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9) 검은 학 날아오르다.

   이 작품은 조동신 작가님 작품인데, 조선시대 왜군과의 전쟁 중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쓴 역사 애국애족 공상 과학융합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역사소설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나름의 반전과 애국심을 자극하는 장점이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마지막에 진짜 날아오릅니다.


10) 충분히 예뻐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돈 많고 유명한 유명인 집안의 돈지랄을 토대로 쓰인 작품이고, 주인공의 찌질함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의 처지와 상대의 처지가 대비되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인데 저로서는 크게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오래 기억에 남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여튼 성형은 자제합시다. 그리고 생긴 대로 받아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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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 세계사 - 빅뱅에서 21세기까지 그림으로 만나는 타임라인 시리즈
피터 고즈 글.그림, 윤제원 옮김 / 봄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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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흘러가는 강물 같은 세상사를 정리하는 마법 같은 그림책


   이 책은 정말 흘러가는 강물 같은 인류의 흐름을 한눈에 잘 보여주는 그림책이자 원 포인트 레슨 책입니다. 사실은 책으로 짧게 짧게 주요 시대나 사건을 정리해도 비슷하게 할 수는 있는데, 이 책처럼 시각화해서 뭉텅이로 엮어 놓으니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좋았습니다. 길고 긴 인류의 기원부터 현대까지를 몇 페이지 안되는 그림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데서 놀라기도 했고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생각나더군요. 역사나 경영 경제분야도 정리가 잘 된 책이 너무도 많지만 '지대넓얕'처럼 너무 과하지 않게 흐름을 잘 정리한 책도 흔치 않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책 역시 그림과 짧은 한두 문장의 글들로 인간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놓치지 않고 잘 정리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시대가 펼친 책 두 페이지에 마무리되어 버리죠. 그러다 보니 사실 무척 단편적인 전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큰 흐름의 그림 속에 깨알같이 귀여운 그림과 한두 줄의 문장을 보면서 짧게 짧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더 궁금하면 역사 책을 찾아서 참조하면 됩니다. 역사 바보인 저는 다 들어본 이야기들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일일이 찾아볼 만큼 궁금하지는 않았으니 이 정도가 딱입니다.



#2. 참 좋은데.. 좋기는 한데...


   이게 참 장단점이 혼재하는 것인데, 책이 너무 커요. 드럽게 큽니다. 어지간한 책장에는 세워놓지도 못하고, 웬만한 가방에는 들어가지도 않는다니까요. 읽을 때도 적잖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책의 특성상 페이지가 클수록 좋긴 하겠죠. 지금 장정보다 더 작게 제작되었으면 돋보기 들고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깨알같은데 더 축소되면 누가 읽겠어요? 눈알 빠지는데? 한눈에 잘 들어오는 건 책이 드럽게 커서이기도 합니다. 힘들어요.ㅋㅋ


   이 책을 살 때는 뒀다가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라는 매우 이상적이고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그런 명분으로 지가 사고 싶은 책을 사지 않습니까? 막상 읽어보니 에이 애가 최소 중, 고등학교나 가야 읽지 이거 읽겠나 싶었습니다. 그거 기다리다 책 삭아버리겠어요. 너무 깨알같고 좀 답답하게 촘촘해서 말이죠.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그림들이었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안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거 같습니다.


   실제로 아이들 보여줘 봤는데 별 반응이 없더라고요. 역시나 아이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 골라서 읽어야지 이거 뭐 억지로 좋은 책이라고 우긴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역시 책이건 물건이건 딱 필요한 시기에 필요할 때 사야지 세상이 내 맘대로 안 돌아가는데 아이들이라고 그렇게 뜻대로 되겠습니까? 혹시나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고 이 책을 사려 하신다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아이들 반응을 먼저 보고 사세요. 차라리 좋아하는 책 두 권을 사주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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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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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단한 작가 스티븐 킹


   에 또.. 스티븐 킹이 대단한 작가라는 이야기는 참으로 자주 들어왔는데 저는 왠지 끌리지가 않아서 여태껏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첫 작품을 이 작품으로 골랐습니다. 아무래도 전건우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작품이니까 말입니다. 1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작품을 쭉 읽어보니 참으로 대단한 작가기는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전건우 작가님이 추천할 만한 포인트가 어딘지도 납득할 만 했습니다.


   한 작품 밖에 안 읽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이 대작가에 대해서 어떻다고 말할 입장은 안될 것 같고, 어쨌거나 이런 이야기를 써내는 능력 자체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 만으로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에는 부족함이 있네요. 아마도 취향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아, 재미지게 읽은 것 만은 사실입니다



#2. 대단한 포인트는...


   대단한 포인트가 소단한 포인트와 한껏 차이일 수가 있겠습니다만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살을 무지막지하게 디테일하게 붙이는 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 저에게 이 엄청 긴 스토리의 줄거리가 뭐냐고 물으면 단 한두 줄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 책은 1200페이지야. 헐... 엄청난 사족이 아닙니까?


   근데 더 놀라운 건 약간의 지겨움을 동반한 재미가 있단 말입니다. 이게 상당히 묘해요. 지루한 듯한데 '아 뭐가 이렇게 지루하고 길어?' 하는 생각은 안 들고 계속 읽게 만드는 능력이 대단해요. 좋게 보면 이야기를 늘어놓는 솜씨가 대단히 훌륭한 건데 이게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어떤 한가지 소재를 가지고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엮어 풀어내는 능력도 탁월합니다. 소설인데 다큐 같고 다큐인데 소설 같고 뭐 그렇죠. 소설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방법을 잘 알고 계시는 양반이군요.


   또 한가지 좋았던 건 시간여행이라는 SF 적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즌혀 설득력을 부여하려고 설명을 안 해요. 그냥 그런 거야. 그런 줄 알고 합의 보자. 그냥 읽어. 이런 느낌인데 이게 나쁘지 않아요. 괜히 과학적으로 얼마나 타당한지 고민할 시간에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통상 주인공이 과거를 넘나드는 스토리에는 주인공이 과거와 현재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또 다른 시간여행을 알고 있는 인물 또는 단체와 대립하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기 마련입니다. 이 작품은 그런 관점에서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어요. 주인공이 과거를 바꿔서 현재에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는데 있어서 방해요소는 어떤 인간이 아닌 과거 그 자체예요. 이 부분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과거가 관성이 있어서 바뀌기를 싫어하고 과거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방해하는 것이죠. 이런 신비한 느낌을 작품 전반에 깔아서 적극 활용합니다. 이런 요소가 이야기를 읽는 순간순간 포인트 마다 독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안 그랬으면 다 읽지도 못했겠어...



#3. 대단치 못한 포인트는...


   이 작품은 분명한 약점이 있어요. 기승전결의 승과 전에 해당하는 부분이 엿가락처럼.. 아니 엿가락은 어느 정도 늘어나면 끊어지니까...에.. 고무줄? 유럽 정통 치즈?처럼 엄청나게 늘어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사람에 따라 취향 차에 의해 장점으로 남을 수도 있고,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분명 재미는 있었으나 너무 과하게 늘였다는 생각 정도?


   장르가 애매모호한 것도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설정은 SF 적 요소가 다분합니다. 공상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니까요.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정해진 설정을 따르기로만 하면 딱히 미스터리 한 요소가 없어요. 그런데 딱히 스릴이 넘치지도 않아. 역사를 기반으로 했다고 해서 역사물이라고 하기에도 그다지 적절하지는 않죠. 우리나라로 치면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역사물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전반적으로다가 굳이 하나의 장르를 딱 붙이라면 오히려 연예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이야기의 대부분은 역사를 바꾸겠다는 나름의 소명을 가진 주인공이 과거로 넘어가서 겪는 로맨스가 대부분이군요. 심지어 결말도 러블리한 로맨스로 맺어버리니까요. 이런 형국이다 보니 애초에 독자가 작품에 갖는 어떤 기대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게 기묘하게 어긋나면서 약간의 당혹감을 선사하지만 그렇다고 또 나쁘지는 않으니 막 욕하기는 그래... 이런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요소를 결말로 치닫기 위한 다양한 복선과 준비 동작으로 봐주면 훌륭한 평가가 되는 것이고, 그냥 그 자체로 재미지기는 한데 애초 설정을 생각하면 한 1/3으로 다이어트해서 임팩트 있게 끝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조금 지루해지는 거고 그렇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에 별 볼일 없고 결혼생활에 실패한 주인공이 과거로 넘어가 그 옛날의 인간미 넘치고 살기 좋던 시절을 대하면서 힐링 되고 아예 과거에 정착함과 동시에 진정한 트루 러브를 만나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별도로 쓰는 게 적당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JFK 암살사건에 대해 쓰시려면 음모론이 되었건, 황당하면서도 그럴듯한 설정을 생각해서 그 이야기에 집중하시는 게 더 맞지 않는가 싶어요. 킹옹 초면에 죄송합니다. 어쩌다 보니 이리 되었네요... 읽기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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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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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와... 대단하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짧디 짧은 단편을 우리고 우려서 카트 멘쉬크 일러스트레이션을 덧입힌 내용이라고는 없는.. "잠", "빵가게 습격, 재습격" 시리즈도 다 샀던 사람이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은 정말 심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과연 이걸 단행본으로 만들만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던 책입니다.


   아, 책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데다가 특유의 하루키 아저씨의 시덥잖치만 기분 좋아지는 에세이도 좋았습니다. 하루키 팬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안자이 미즈마루사마의 그림은 역시나 매력적입니다.


   책을 접하고 이거야 뭔 책이 이렇게 얇지? 하고 가만 세어보니 32페이지에 근근이 맞춘 모양새군요. 앞뒤 자르고 내용만 보면 훨씬 더 짧습니다. 의식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책에 페이지 표기가 없어요. 페이지 멕이기가 민망했던 모양입니다.


   만약 이 책이 유아용 그림책이라면 당연히 납득할 만 합니다. 비싼 가격도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내용은 어쨌거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에세이 한 꼭지가 아닙니까? 다 읽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팬심을 노린 책팔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하루키 팬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 독자들은 완전히 무심하거나 상당히 후하거나 둘 중 하나니까요.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하루키옹이 늙은 고양이를 좋아한다.'와 '미즈마루 상은 돌아가셨지만 역시나 그림이 귀엽다' 뭐 이런 두 가지 의미 정도가 있는 책이네요. 내용만 따지면 잡문집의 한 꼭지에 들어갈 정도 내용이네요.


   굳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지만 유명 작가 우려먹기는 이번으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반복되면 그나마 애정 하는 팬들도 떨어져요. 출판이 불황이니 어쩌니 하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맙시다. 이런 식이면 누굴 탓할 명분도 못 챙길 판입니다...


*덧 : 책이라는 물성을 사랑하시는 건지 많은 분들이 후한 평을 하시는군요. 가격에 비해 가치가 충분하다고들 생각하시는 건지, 제가 갑자기 인색해진 건지 무척이나 헷갈리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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