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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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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단한 작가 스티븐 킹


   에 또.. 스티븐 킹이 대단한 작가라는 이야기는 참으로 자주 들어왔는데 저는 왠지 끌리지가 않아서 여태껏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첫 작품을 이 작품으로 골랐습니다. 아무래도 전건우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작품이니까 말입니다. 1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작품을 쭉 읽어보니 참으로 대단한 작가기는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전건우 작가님이 추천할 만한 포인트가 어딘지도 납득할 만 했습니다.


   한 작품 밖에 안 읽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이 대작가에 대해서 어떻다고 말할 입장은 안될 것 같고, 어쨌거나 이런 이야기를 써내는 능력 자체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 만으로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에는 부족함이 있네요. 아마도 취향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아, 재미지게 읽은 것 만은 사실입니다



#2. 대단한 포인트는...


   대단한 포인트가 소단한 포인트와 한껏 차이일 수가 있겠습니다만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살을 무지막지하게 디테일하게 붙이는 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 저에게 이 엄청 긴 스토리의 줄거리가 뭐냐고 물으면 단 한두 줄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 책은 1200페이지야. 헐... 엄청난 사족이 아닙니까?


   근데 더 놀라운 건 약간의 지겨움을 동반한 재미가 있단 말입니다. 이게 상당히 묘해요. 지루한 듯한데 '아 뭐가 이렇게 지루하고 길어?' 하는 생각은 안 들고 계속 읽게 만드는 능력이 대단해요. 좋게 보면 이야기를 늘어놓는 솜씨가 대단히 훌륭한 건데 이게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어떤 한가지 소재를 가지고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엮어 풀어내는 능력도 탁월합니다. 소설인데 다큐 같고 다큐인데 소설 같고 뭐 그렇죠. 소설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방법을 잘 알고 계시는 양반이군요.


   또 한가지 좋았던 건 시간여행이라는 SF 적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즌혀 설득력을 부여하려고 설명을 안 해요. 그냥 그런 거야. 그런 줄 알고 합의 보자. 그냥 읽어. 이런 느낌인데 이게 나쁘지 않아요. 괜히 과학적으로 얼마나 타당한지 고민할 시간에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통상 주인공이 과거를 넘나드는 스토리에는 주인공이 과거와 현재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또 다른 시간여행을 알고 있는 인물 또는 단체와 대립하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기 마련입니다. 이 작품은 그런 관점에서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어요. 주인공이 과거를 바꿔서 현재에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는데 있어서 방해요소는 어떤 인간이 아닌 과거 그 자체예요. 이 부분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과거가 관성이 있어서 바뀌기를 싫어하고 과거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방해하는 것이죠. 이런 신비한 느낌을 작품 전반에 깔아서 적극 활용합니다. 이런 요소가 이야기를 읽는 순간순간 포인트 마다 독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안 그랬으면 다 읽지도 못했겠어...



#3. 대단치 못한 포인트는...


   이 작품은 분명한 약점이 있어요. 기승전결의 승과 전에 해당하는 부분이 엿가락처럼.. 아니 엿가락은 어느 정도 늘어나면 끊어지니까...에.. 고무줄? 유럽 정통 치즈?처럼 엄청나게 늘어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사람에 따라 취향 차에 의해 장점으로 남을 수도 있고,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분명 재미는 있었으나 너무 과하게 늘였다는 생각 정도?


   장르가 애매모호한 것도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설정은 SF 적 요소가 다분합니다. 공상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니까요.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정해진 설정을 따르기로만 하면 딱히 미스터리 한 요소가 없어요. 그런데 딱히 스릴이 넘치지도 않아. 역사를 기반으로 했다고 해서 역사물이라고 하기에도 그다지 적절하지는 않죠. 우리나라로 치면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역사물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전반적으로다가 굳이 하나의 장르를 딱 붙이라면 오히려 연예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이야기의 대부분은 역사를 바꾸겠다는 나름의 소명을 가진 주인공이 과거로 넘어가서 겪는 로맨스가 대부분이군요. 심지어 결말도 러블리한 로맨스로 맺어버리니까요. 이런 형국이다 보니 애초에 독자가 작품에 갖는 어떤 기대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게 기묘하게 어긋나면서 약간의 당혹감을 선사하지만 그렇다고 또 나쁘지는 않으니 막 욕하기는 그래... 이런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요소를 결말로 치닫기 위한 다양한 복선과 준비 동작으로 봐주면 훌륭한 평가가 되는 것이고, 그냥 그 자체로 재미지기는 한데 애초 설정을 생각하면 한 1/3으로 다이어트해서 임팩트 있게 끝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조금 지루해지는 거고 그렇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에 별 볼일 없고 결혼생활에 실패한 주인공이 과거로 넘어가 그 옛날의 인간미 넘치고 살기 좋던 시절을 대하면서 힐링 되고 아예 과거에 정착함과 동시에 진정한 트루 러브를 만나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별도로 쓰는 게 적당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JFK 암살사건에 대해 쓰시려면 음모론이 되었건, 황당하면서도 그럴듯한 설정을 생각해서 그 이야기에 집중하시는 게 더 맞지 않는가 싶어요. 킹옹 초면에 죄송합니다. 어쩌다 보니 이리 되었네요... 읽기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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