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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ㅣ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평점 :

#1. 후와... 대단하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짧디 짧은 단편을 우리고 우려서 카트 멘쉬크 일러스트레이션을 덧입힌 내용이라고는 없는.. "잠", "빵가게 습격, 재습격" 시리즈도 다 샀던 사람이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은 정말 심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과연 이걸 단행본으로 만들만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던 책입니다.
아, 책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데다가 특유의 하루키 아저씨의 시덥잖치만 기분 좋아지는 에세이도 좋았습니다. 하루키 팬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안자이 미즈마루사마의 그림은 역시나 매력적입니다.
책을 접하고 이거야 뭔 책이 이렇게 얇지? 하고 가만 세어보니 32페이지에 근근이 맞춘 모양새군요. 앞뒤 자르고 내용만 보면 훨씬 더 짧습니다. 의식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책에 페이지 표기가 없어요. 페이지 멕이기가 민망했던 모양입니다.
만약 이 책이 유아용 그림책이라면 당연히 납득할 만 합니다. 비싼 가격도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내용은 어쨌거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에세이 한 꼭지가 아닙니까? 다 읽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팬심을 노린 책팔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하루키 팬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 독자들은 완전히 무심하거나 상당히 후하거나 둘 중 하나니까요.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하루키옹이 늙은 고양이를 좋아한다.'와 '미즈마루 상은 돌아가셨지만 역시나 그림이 귀엽다' 뭐 이런 두 가지 의미 정도가 있는 책이네요. 내용만 따지면 잡문집의 한 꼭지에 들어갈 정도 내용이네요.
굳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지만 유명 작가 우려먹기는 이번으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반복되면 그나마 애정 하는 팬들도 떨어져요. 출판이 불황이니 어쩌니 하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맙시다. 이런 식이면 누굴 탓할 명분도 못 챙길 판입니다...
*덧 : 책이라는 물성을 사랑하시는 건지 많은 분들이 후한 평을 하시는군요. 가격에 비해 가치가 충분하다고들 생각하시는 건지, 제가 갑자기 인색해진 건지 무척이나 헷갈리는 형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