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1. "조낸"과 "시바"가 난무하는 찌질코스프레,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이거 참, 난감합니다. 몇페이지를 넘기지도 못하고 '이 양반.. 정체가 뭐야?'라고 하며 저자 약력을 보니 중앙대 문창과.. 박사과정. 92년에 신춘문예 당선, 2010년 [상처적 체질]이라는 시집으로 화제,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작가.. 언듯봐도 참으로 대단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분이 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류환 같은 동바(동네바보)처럼 왠지 찌질해보이는 멘트들을 마구 쏟아놓습니다. 서평책이 아니었으면 두세 페이지 읽고 던졌을 책입니다. 50페이지에 도달했을때 '내가 과연 이 책을 계속 읽어야하나'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거뭐... 안읽고 읽었다고 리뷰를 쓰는 것은 체질적으로 불가능한지라 득도의 심정으로 읽었습니다. 책의 반환점인 150페이지를 넘겨서야 이 작가의 찌질 코스프레 코드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습니다.  

 

   이런 거죠. '시인님 같은 내공 30갑자 이상 소유한 은둔의 초고수가, 그것도 얼마전에 본인의 내공을 이미 널리 알리시어 고수의 면모를 밝히신 바 있는 천재께서 왜?.. 굳이 찌질찌질 술쟁이, 가난뱅이 코스프레를 안써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읽어줄텐데 이런 기법을 쓴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통 모르겠네..' 아, 진짜, 이 분의 일상 산문을 쭈욱 읽어가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 참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가식이 없다, 통렬하다, 속이 시원하다. 등등의 평을 쏟아낼 것이 뻔히 보이는 이 시점에 왜 나는 짜증이 나는 것일까?', '나는 지나치게 재미없고 보수적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등등. 글을 읽는 내내 저를 불편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것입니다.  

 

 

#2. 일상과 산문과 시가 뒤죽박죽 갈지자 보행을 하는 편집의 난감함이여...

 

   이런 류의 책에 대해 그다지 선호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좀 더 단순화 하면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옮겨 활자화된 단행본 책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반감이 좀 있다고나 할까요? 저자가 책으로 내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을 쓰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쓰임이 다르고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페이스북의 글이란 일련의 주제를 가지고 순서를 생각해서 한꼭지 한꼭지 적어가는 글일 수가 없습니다. 그때 그때의 이슈나 일상, 단상 등을 거침없이 쓰는 형태입니다. 그것을 그대로 활자화 해서 인쇄된 단행본으로 만들었을때 그것을 놓고 완성도랄까? 적절함이랄까? 이런걸 생각하다보면 이건 뭐 난잡하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당황스럽게도) 이런 식의 편집에 대해서 '좋다', '읽기 편하다' 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그것이 "익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부분 젊은 분들이 SNS를 통해 세상과, 사람들(그 대상이 실제하는 사람이건 소프크웨어 객체의 생애주기에 등장하는 가상의 디지언트건 상관없이)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다보니 진지함은 불편하고 즉흥적이고 직접적인 것을 편안해 한다는 것이지요.  

 

   읽기에 편안한 것이 좋은 것인지 어떤지를 논하기에 앞서 저에게 이 편안한 것이 매우 불편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자가 누구가 되었건 간에 활자화된 책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 자체가 불편했습니다. 이 책의 서문에 이런 설명이 나옵니다.

 

* 이 책에 표기된 비속어, 문법 파괴 등의 표현은 원문을 쓸 당시의 격렬한 파토스와 문맥을 살리기 위해 저자와의 협의 아래 최소한의 범위에서 의도적으로 허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책의 본문을 보기도 전에 이 문장 하나로 심사가 뒤틀렸습니다. '격렬한 파토스와 문맥이라니 이 무슨 개 풀뜯어 먹는 소리란 말인가. 무식한 나는 파토스가 뭔지 모른단 말이다.' 이런거죠. '거참, 시작도 하기전에 어려운말 하고 있네. 그런거 전달해서 비속어, 문법 파괴를 하고 싶었으면 책을 왜 내나? 페이스북 주소를 알려주고 거기가서 원문의 격렬한 파토스와 문맥을 고려해서 읽으시라고 공지를 쓰면되지' 하고 까칠과 삐딱의 경계에서 까닥까닥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작가님은 아무래도 이미 자신이 자신의 언어로 표현했던 것들에 대해서 수정을 가하는 행위를 하기 싫으셨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의 감정과 정서가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라시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만 저는 표현 매체가 바뀌면 좀더 매체에 맞게 정제된 표현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3. 시인은 시인이다. 시인은 시인이야...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중반을 넘어서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분이 참 시인은 시인이구나 하는 것입니다. 산문의 형식은 비록 불편했을지라도 그 내용에 있어서는 자기부정과 자기풍자를 통해 세상의 모순에 대해서 넌지시 비틀고 있었습니다. 정말 좋았던 것은 이 책의 중간 중간에 수록된 "시" 들이었습니다. 특정 시를 인용할 필요가 없을 만큼 다 훌륭했습니다. 시랑 친하지 않아 몹쓸 감성인 제가 읽어도 공감이 가고 좋았는데 이 시들을 통해서 저자의 깊은 감수성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기 PR의 시대에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없는 것도 만들어내고 언론을 통해 왜곡된 정보를 흘리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없고 "나"만 존재하는 듯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스스로를 '삼류 트로트 통속 연애 시인'이라며 술 퍼마신 이야기, 일상의 찌질한 이야기등을 쏟아내며 가진 것 없이 상처받는 사람들을 우회적으로 위로하는 내공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가르침이 난무하는 시대에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며 오히려 저자를 위로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 줍니다. 상대방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만으로 본인의 마음이 자연히 치료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이 책은 저자의 깊은 내공이 심오하게 담긴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낮게 표현함으로써 난잡하고 혼란한 세파로부터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저자의 영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앞집 때문에 전망 가린다고, 뒷집 때문에 시끄러워 죽겠다고, 옆집 때문에 차 댈 데 없다고, 윗집 때문에 집값 떨어진다고... 조낸 불만과 질시와 분노에 찌들어 있던 이웃들이여. 알겠는가. 시방 큰 바람 큰 비 오니 그들이 당신들을 막아서주고 있지 않느냐. 가려주고 있지 않느냐. 서로가 서로를 꽉 붙들어 지상에 발붙이게 하고 있지 않느냐. 서로 기대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서로 좀 알아보라. 서로 좀 안아주라. 우리 모두 이 막막하고 눈물겨운 세상 함께 건너가는 동지들이다. 태풍 지나고 나면 모두 모여 술 한잔하자. 시바!" p181

 

    술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시인 류근님의 인생이 담긴 책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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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1. 어려운 개념과 용어를 아무렇지도 일상언어인냥 던져주는 대가의 센스.

 

   저는 이 책에서 나오는 철학적 고찰들을 진지하게 풀어놓을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습니다. 이런 책의 리뷰를 통해 뭔가 철학적이고 지적인 풍모를 풍기고자 하는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느낀 점은 이렇습니다. "괜히 리뷰한다고 어줍잖게 깝치지 말자. 절반정도 읽을 때까지 이거이 뭔 소리인공? 하고 멍하지 않았던가?" 사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초반에는 헤매이는 저지만 이 책은 좀더 심해서 딱 절반까지도 꽤나 헤매었던거 같습니다. 그렇기에 왠지 읽다가 중간에 성질내며 집어던져 버리면 나면 저의 지적수준을 비관하며 깊은 자괴감에 빠질 듯하야(그래봐야 몇분 안되겠지만) 악착같이 끊어 끊어 읽었던 것입니다.  

 

   테드 창이 일단 다들 대단하다고 하시니 저도 그런갑다 했습니다. 읽어보니 이양반 상당히 다양한 각도에서 거시적인 시각을 탑재하고 있고, 섬세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글속에 담은 부분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너 독자? 나 SF 작가! 이정도는 알고 있지?' 하는 식의 패기가 이 작품의 시작부터 느껴집니다. 그냥 생판 처음듣는 용어들이 난무하는데 이거 모른다고 하면 바보되는 느낌으로다가 막 던져줍니다. 그런데 거부감이 크게 들지 않습니다. 이지점에서 이 양반의 능력이 나타납니다. 온통 생소한 용어에 생소한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담담하게 설명을 계속해 나가면서 위화감을 자연스럽게 없애줍니다. SF를 많이 읽으셨거나 평소에 관심이 많으신 분은 어쩌면 저의 이런 표현 자체를 이해 못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게 뭐가 어려워?' 이러실지도.. ㅋㅋ 여튼 중요한건 어려운걸 어렵지 않게(솔직히 그래도 어렵더라 뭐..) 설명해 주시는 창 형님의 능력(설마 동생은 아니것지...아.. 다행히 나보다 열살이나 많다...)이 대단하더라는 겁니다.   

 

 

#2. 소프트웨어 객채의 생애주기라...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시절들이 떠오르더군요. 정말 그 옛날 피씨통신의 막강 파워에 깜작 놀랐던 기억, 프리챌의 뜬금없이 성급한 유료화로 카페를 이동하며 여기저기 전전하던 기억, 언제부터인가 유령화된 싸이월드 내 미니홈피, 트위터가 신기해서 막 팔로워 늘려서 4000명인가 만들어놓고선 어지러운 타임라인에 염증을 느끼고 오프라인 친목과 병행한 페이스북에서 열심히 소통하다가 지나친 정치색에 질려 뜸해졌던 일들. 이런 것들은 그 소프트웨어의 주기라기 보단 한 개인의 유저로서의 변화에 지나지 않지만 어찌되었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플랫폼이 변하고 유행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가끔 가상의 객체에 심한 애정을 투사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제 형의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군대를 제대하고 고향집에 있을 무렵 집에 있던 형이 리니지라는 온라인 게임상 캐릭터를 키우겠다는 엄청난 집념으로 하루 4시간 수면을 유지하며(그렇게 공부했으면 당신을 서울대졸업장을 땄겠지...) 밥조차 허겁지겁 먹으며 그 사이에 저에게 칼 휘두르는 키를 클릭해달라는 애절한 부탁을... 하.. 정말 문화충격이라고나 할까? 무언가에 그리 깊이 빠지는 일이 거의 없는 저로서는 정말 이해불가!!! 그거 키워서 어디다 취직이라도 시킬건가? 하며 바라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피씨방에서 새벽까지 오락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한심하다고 혀를 찼었는데 내 친형도 이럴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충격이 컸었죠.  

 

   아마도 점점 그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는 이미 그만큼의 시간과 에너지와 애정을 거기에 투자했기 때문일겁니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여 주인공 애나도 역시 이 작품에서의 표현인 "디지언트"에게 애정을 주고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플랫폼 이식을 통해 디지언트의 정지를 피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실생활 속의 자신이 희생할 각오까지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대하면서 가상 세계속의 소프트웨어 객체에 지나지 않는 디지언트가 현실세계의 관계들 -이를테면 가족- 보다 중요해 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아, 골치아픈 이야기는 이정도만... 각자 읽어보시길. 창작노트도 있고 작품해설도 있으니 제가 굳이 떠들 필요가 없고 읽어보시면 된다는^^) 

 

 

#3. 그러나 재미는 글쎄...SF는 내 취향이 아니던가...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이지점이었습니다. 그렇게 상을 많이타고 SF계의 진리라고 하는 테드 창의 작품인 이 책은 읽을수록 심오하면서도 광대하고, 핵심을 찌르며 디테일까지 잘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닥 재미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재미가 없지는 않으나 그렇게 찬사를 보낼만큼 또 엄청 재미있지는 않더라는 것이죠. 누군가 저에게 당신이 SF를 잘 몰라서 재미가 없는거라고 말하더라고 반박할 수는 없지만 그런 관점이라면 SF를 잘 아는 사람만 읽어야하는 책으로 제한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런 식의 접근도 적절하지는 않은거 같습니다.  

 

   제 생각에 대중 독자에게 주어지는 책이라는 것이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고 그 속에 담긴 철학이 심오해도 교과서가 아닌 이상에야 무조껀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은 진리입니다. 까칠한 저는 유명세나 작품의 가치 때문에 재미없는 소설을 읽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독서를 하는 태도는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쿵 저러쿵 하는게 의미가 없지만 저에게 있어서 재미없는 소설을 테드 창이기 때문에 또 읽으라고 한다면 저는 좀 망설일거 같습니다. 오로지 잘난 척을 하거나 누가 말을 꺼낼 때 끼어들어 아는척을 하기 위해서만 이 양반의 책을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을 하면서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저의 이 안타까움을 다른 작품은 해소시켜 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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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기분 좋아져라 - 페리의 감성생활 Cartoon
정헌재 지음 / 넥서스BOOKS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짧게 치고 빠지는 감성 메시지의 힘

 

   페리테일의 '두근두근 기분 좋아져라'는 내용도 모르면서도 왠지 사고 싶어서 서점에선 여러번 들었다 놨다는 반복했던 책입니다. 저도 이런 귀여운 그림 일기같은 책을 사보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이런거죠. '아, 내용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냥 편집도 귀엽고 책도 귀엽고 좋아보여~~' 이정도랄까? 표지만 봐도 뽀송뽀송한 느낌이죠. 책을 막상 펼쳐보니 당연히 빨리 잘 읽히기는 했습니만, 시작부터 살짝 우울모드더군요. 그랬는데 뒤로 갈수록 개인적으로는 더 공감이 가고 내얘기같은 그런 진행이었습니다. 이게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얼마전까지 대 유행했던 힐링코드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솔직한 자기고백이 들어있는 이야기의 힘은 그런거죠. 억지스럽지 않고, 가르치려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같이 슬퍼하고 우울해했다가 덩달아 기분좋아지는 그런 편안한 흐름... 이것이 이 카툰 에세이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합니다. 무언가 멘토가 나를 가르치려하는 힐링코드는 개인적으로 정말 짜증납니다. '너나 잘하세요. 그렇게 사시라니까요!' 하고 말해주고 싶어지죠. 이 양반은 정말 겸손, 섬세함이 제대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좋은 카툰 작가의 자질을 가지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 재밌는게 같이 우울해하고 공감하면서 '그래, 그런거지 뭐... 흙흙..'하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양반.. 베스트셀러 작가야...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고 엄청 부자인건 아닐까? 돈을 긁어모으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믈스믈 올라오더군요. '뭐야? 이 양반... 궁색 코스프레 한건가????' 이런 의심이 갑자기!!!   

 

 

#4. 이 책에 담긴 힐링 코드는 복고인가?

 

   제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 책이 점점 마음에 든 이유는 특히 중반이후 추억, 일상 쪽에서 저에게도 기분좋은 과거의 기억들, 추억의 물건, 지금은 없는 것들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작가의 년식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반증이랄까.. 저도 년식이 꽤나 되어간다는 증거랄까? 뭐 그런거죠. 년식이 차면 찰수록 "내가 말이야! 옛날에는~~, 우리 때는 말이야~~" 이런 소리를 많이 하게 되죠. 살짝 짠한 느낌이 들면서도 빙그레 웃으며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추억을 만나게 해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에게 과거는 부끄럽고 민망한 것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아름다웠던 기억만 미화되어 기억되기 마련(나에게 유리하게 시리..ㅋㅋ)인지라 그 옛날 좋아했던 것들, 유행했던 것들, 지금은 없는 문화들을 살짝 들출 때면 참 즐겁더군요. 복고라는 말의 원래 의미와는 맞지 않치만 아름답고 따뜻했던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허벌쭉 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아온 인생이 아름답고 따뜻했던 것도 아닌데 돌아보며 의미부여를 하고 기억을 떠올리면 아름답고 따뜻했던 것만 같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3. 웹툰을 단행본으로 제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웹툰이 점점 대중화 되면서 단행본으로 제작되는 분위기가 일반화되고 있는거 같습니다. 예전부터 인기있는 연재 만화가 단행본으로 엮어지는거야 당연한 거지만 태생이 짧게 한회 한회 끊어치는 웹툰이 단행본으로 제작되고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고나 할까요? 사실은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양반 웹사이트나 제공 포털로 들어가서 1회부터 슬금슬금 읽어보면 될 일입니다. 굳이 책으로 들고다니며 볼 일도 아닌거죠. 스마트폰이나 테블렛이 워낙 대중화된 지금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단행본이 그렇게 많이 팔리는 걸까요? 

 

   그렇다면 저는 왜 그렇게 이 책을 구매하기를 망설인 걸까요? 라떼님이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히 읽기는 했지만 소장하고픈 욕구를 느낀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였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웹툰 이나 웹툰 에세이의 단행본화에 대해 생각해 볼 꺼리가 있는거 같습니다. 출판 산업이 위축되고 있고 위기라고 많은 사람들이 떠들고 있는데 이미 웹상에서 언제든 접속해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굳이 단행본으로 제작되어 유통되는 현상은 의미심장합니다. 심지어 이런 현상은 점점 다각화되고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 것도 같구요. 정확한 데이터도 없고 주관적인 느낌이라 엉뚱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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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 중고책방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설레임을 떠올리는 이야기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심 부러운 마음이 가득했던 이유는 이 책속의 이야기가 실화이고 책속 주인공 부부가 완성한 장소인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이 단순히 중고서적을 판매하는 전문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사랑방 역할을 훌륭히 담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에반해 우리나라에서 헌책방이라하면 겨우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알라딘 중고서점" 정도 입니다. 그나마 알라딘 중고서점이 집근처에라도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형편입니다. 우리동네에는 다행히 동네책방이 두군데나 있습니다만, 동네에 정겨운 중고책방이 있어서 헌책을 사고파는 광경이 그리운 것은 아마도 대부분의 애서가들이 느끼는 공통의 감정일 것입니다.  

 

" 중고책 구매자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왜냐면 헌책방에 들어가는 건 마치 환상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중략) 이 신비한 공간은, 시간이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휘고 굽어지고 오그라듦에 따라, 거기에 있는 책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지식을 갖는다. (중략) 책으로 한 겹 덮인 벽으로 외부 세계의 부산함을 차단해줌으로써 안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적 갈증을 달랠 수 있도록 해준다." p249

 

 "" 소비자들이 맥도널드를 찾는 이유는 이스탄불에서든 미국 아이오와에서든 똑같은 맛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명 중고책방을 부러 찾는 이유는 거기서 무엇을 발견할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보물찾기에 뛰어들 기회가 몇 번이나 오겠는가?"p250

 

   "알라딘 중고서점"이 일반 서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보물같은 책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는 하지만 책을 사고 파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하기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서점에서 진열대를 하나하나 훑으면서 뭔가 흥미로운 책을 사기 위해 기대감에 부풀어오르고, 저렴한 가격으로 읽고 싶었던 책을 발견해 나가는 행위는 새책을 주문할 때와는 또다른 종류의 기쁨을 선사합니다. [빅스톤갭의 작은책방]이란 책은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저자 부부의 열정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속에 담겨있는 책에 대한 무한 사랑과 책을 통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있는 책입니다.  

 

 

#2. 오랜만에 만나는 양념반, 후라이드반류...

 

   제 마음대로 이렇게 정의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을 읽다보니 그 흔한 양념반, 후라이드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구성이 꼭 그러했습니다. 총 430여 페이지에 이르는 책의 내용중에 약 250페이지정도까지, 그러니까 17장 '종이책과 킨들' 앞까지는 좌충우돌 창업기, 분투기, 성공기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책방론, 독서론, 업계의 향후 동향에 대한 견해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보통은 이런 책은 250페이지짜리 창업 성공기 정도로 마무리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저자의 이력을 보면 후반부가 덧붙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민속학과 민속지학을 전공한 저자는 정부관련기관에서 특히 인간관계, 직장 윤리 등으로 힘들어하다가 남편과 함께 꿈과 같은 인생의 로망을 찾아 어렵게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케이스입니다. 저는 민속지학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동했는데 흥미로운 학문이더군요. '그 사람이 소장한, 읽어온 책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인다' 정도로 단순화 할 수 있는데 상당히 재미진 학문임은 틀림없습니다. 여튼 이런 이력 때문인지 저자는 아주 통상적인 창업, 분투, 성공기가 어느정도 정리된 중반부 이후는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대변할 수 있는 출판시장의 미래와 동네 작은 책방의 차별화 생존전략, 현대인의 소비방식, 독서론에 이어 추천 도서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사실 저는 중반 이후 좋은 이야기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주제를 잃고 약간 지루하게 방황한다는 느낌을 조금 받았습니다. 이정도로 길게 정리할 이야기들은 아니라는 느낌이랄까... 

  

 

#3. 나의 로망 북카페는 점점 안드로메다로...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하나같이 저자 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좋겠다. 부럽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나 아내와 늘 함께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함께 이야기하다가 생각해낸 직업? 일?이 바로 "교외 북카페" 창업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환경에서 북카페로 큰 돈을 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게다가 교외라니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직 시작한 것은 아니니까 장미빛 환상은 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돈드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그럴때마다 동시에 안개처럼 스멀스멀 드는 생각이 횡한 카페의 전경이랄까... 자연스럽게 참혹한 실패를 예상하게 되는... 그래서 우리 부부가 내린 결론은 북카페에서 어떤 수입도 발생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이 생활이 가능한 환경하에서만 북카페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북카페는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엔 수익성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것을 해보지 않고도 인정하는 셈입니다.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점이건 북카페건 도서 대여점이건 단순히 기능적으로 책을 주고 받는 역할에만 한정되어서는 롱런하기 어렵고 지역사회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사는 주체인 사람이 계속 드나들도록 해야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것 또한 회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 부합하는 이야기인가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헌책방이 생겨나고 지역사회를 묶어주는 사랑방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집앞에 있던 책 대여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책 대여점이 급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탄광촌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중고서점의 미래가 우리나라에도 우리의 실정에 맞도록 적절히 변형되어서 나타났으면 하고 기대해봅니다. 무언가 확 손에 잡히는 모습이 떠오르지는 않지만,새로운 서점의 대안으로 등장해서 성공담이 소개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제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지역사회와 성공적으로 밀착해있는 작은 서점이 있다면 그런 성공비결이 네트워트되고 공유되어서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출판계에 새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우리 부부도 작은 책방을 하나 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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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정원
가쿠타 미츠요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1.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를 모토로 각자의 은밀한 비밀을 품은 가족들의 이야기

 

  우선 이책을 무지하게 힘들게 읽었음을 고백합니다. '가쿠타 미쓰요의 작품을 좋아한다'라는 저의 설정을 깨고 싶지 않아 중간에 몇번이고 끊겼던 책읽기를 불굴의 의지로 끝까지 읽었습니다. 왜 이 작품을 읽다가 집어 던졌다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읽기 싫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 책 공중정원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비밀없이 지낸다는 모토를 가진 한 가족을 중심으로 각자의 속내를 통해 가족이라는 제도의 위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는 모토를 주창한 엄마 에리코가 애초부터 거짓을 숨긴채 가정을 꾸렸다는 사실 자체가 불완전함의 시작입니다. 코가 끼듯이 결혼한 남편 다카시의 끊임없는 불륜행각과 무책임한 삶의 태도가 불완전함을 가중시킵니다. 에리코의 엄마 기노사키의 태도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남편 다카시의 불륜 상대인 미나도 불완전한 가정에서 받은 왜곡된 시각으로 가정따위는 이루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이 가정의 아들과 딸인 고우와 마나도 동상이몽에 부족함없이 각각 한 몫을 담당해줍니다.  

 

  딸로부터 시작해서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아버지의 불륜애인, 아들의 시선으로 총 여섯명의 내면을 통해 숨김이 없는 솔직한 가족의 모습을 연기하는 구성원과 주변인물들의 적나라한 내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극도의 불편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이런 가족이란 제도의 한계와 불완정함으로 드러내 보여줍니다.

 

 

 

#2. 솔직하게 비밀을 털어내버리는 무책임함

 

  결국 어떤 제도, 모임이 되었건 구성원들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성실한 태도와 관계의 책임감입니다. 이 책에서 가족에 대해 극도의 결벽을 가지게 된 주인공 '에리코'의 불편한 모습은 결국 그녀의 어머니 '기노사키'와 남편 '다카시'의 무책임함에서 기인합니다.  

 

" 제발 그 자리에서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머니에게 혐오감을 느낀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때 어머니는 자기가 편해지기 위해 울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울면서 용서를 구하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당신 탓이 아니라'라고 말해줄 것이다. 그러면 어머니 자신은 마음이 편해지겠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어머니가 울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죄가 되어버린다.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문제가 아니라 보상할 길이 없는 죄가 되는 것이다." p144

 

  에리코를 돌보지 않은 어머니 때문에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그녀의 문제로 방문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울며 미안해하는 어머니를 방문자들이 위로하는 상황을 보며 내뱉는 에리코의 독백을 통해 어머니의 무책임이 에리코의 내면을 얼마나 왜곡시켰는지를 보여줍니다.  

 

" 남편은 고통스러운 표정까지 지으면서 털어놓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속이 편해지니까. 그렇게 털어놓으면 죄도, 괴로움도, 고민도, 부끄러움도, 후회도 전부 나한테 떠넘길 수가 있다. (중략) "이기적인 짓 하지 말란 말이야!" 나는 소리질렀다. "아무 생각 없이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마구 쏟아 부어놓고 혼자만 속 편해지면 다인 줄 알아?" (중략) 이 남자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비밀을 만들지 않는다는 우리 집의 가훈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p161

 

  남편도 엄마도 자신의 숨겨야할 비밀을 토해내어버림으로써 그 비밀로 인한 부담감을 상대방에게 전가시켜버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취합니다. 가족을 포함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관계의 무책임함에서 오는 것입니다. 가능한 내가 짊어져야할 고통과 짐을 상대방에게 내던지려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란 말입니다.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보다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이 더 앞서는 것은 어쩌면 에리코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3. 불륜과 비이성이 지배하는 세계의 불편함

 

  일본 여류작가들의 책을 읽으면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일상적으로 우리가 당연히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들에 대한 부정(否定)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에쿠니 가오리를 예를 들면 갈수록 불륜을 일상적인 것으로 그리며 자연스럽게 만드는데 능숙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작풍을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가쿠타 미쓰요의 이 작품 역시 끈끈한 가족애와 가족간의 신뢰 관계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란 것을 내 의지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우연에 의한 산물로 묘사하며 그 불편한 진실을 밝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족이란게 바로 이런 것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마치 전철에 함께 탄 사람들 같은 관계. 내 쪽에는 선택할 권리가 없는 우연으로 함께 살게 되어.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 짜증을 내고, 진절머리를 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래도 일정한 기간 동안 그곳에 계속 있어야만 하는 관계. 따라서 믿는다거나 의심한다거나 착하다거나 악하다거나, 그런 개인적인 성품은 전혀 관계가 없다." p219

 

"그러니까 지금 식탁을 둘러싼 이곳에는 다섯 개의 문이 있다. 튼튼한 자물쇠가 달린 똑같이 생긴 방문들. 다섯 개의 문 안쪽에는 각각 징그럽고 보기 싫고, 하지만 남들이 보면 치사하기 짝이 없는 비밀들이 왕창 우글거리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번식하며 살아 있을 것이다." p268

 

 

  이 이야기속의 화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나름의 설득력은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느끼는 우리 가족에 대한 시선과 태도가 이 이야기속의 등장인물들과 어느정도 일치가 되고 공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어지기에는 지나친 괴리가 느껴집니다. 혹시나 자신의 가족과 비슷한 모양새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그래, 바로 우리가족의 이야기야. 내가 찾던 이야기가 여기 있었어!' 하며 공감하고 기뻐할 수 있을까요? 가족관계의 따뜻함에 대한 철저한 부정(否定)을 담은 이야기 '공중정원'. 당신의 가족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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