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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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키가 각광받은 이유를 어렴풋이 생각하게하는..

   막연히 일반화시킬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인들보다 훨씬 미국문화에 호의적이고 개방적으로 대했던 일본의 역사(진짜 그랬는지 자신은 없지만)를 생각해 보면 하루키센세의 라이프스타일은 일본인들에게 로망처럼 여겨질 소지가 다분했습니다. 하루키의 여러 작품속에 나타나는 특징들을 보면 일본의 전통적인 부분을 찾기가 힘듭니다. 심지어 이름만 아니면 저자가 일본인인지 전혀 모를 내용들이지요. 특히 그의 다양한 에세이들에 나타나는 소설가 외적인 그의 사고, 행동양식과 취향 등을 살펴보아도 그저 쿨할 뿐 일본인스럽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하루키의 작품자체도 전통 평단에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을것으로 미루어 짐작될만한 성격이고 평단의 반응과 대중의 지지는 반비례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일치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러거나 말거나 마이웨이하는 작품속 스타일마저 쿨해보입니다. 그러기에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기에 유리한 것이기도 하구요.

   하루키의 에세이들을 통해 하루키에 대해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는 왠지 전통 평단의 어르신들께 "하이!", "쓰미마셍!!" 하며 머리를 연신 굽신거리는 여타 일본작가들의 모습과 '흠..' 하며 멍하니 쳐다보다 휙 나가는 하루키의 모습이 대비되어 떠오르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것 느낌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루키센세는 일본인들이 동경할 법한(또는 그럴것이라고 제맘대로 추정하는) 문화와 스타일을 마치 날 때부터 장착하고 태어난듯이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다보니(저는 하루키의 이런 취향은 다분히 의도되었다가 고착된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하루키는 대단한 수완가가 아닐지 의심도 해봅니다만) 일본인들에게 묘한 환호와 동경과 지지를 받는 하나의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2. 다분히 하루키의 하루키적인 모습이 여실이 드러나는..그러나 의외로 공감할 수 없는...

   단순히 개인 에세이라고 하기엔 포맷이 정해져 한정되어 있다보니 애매한 장르의 글들이 담겨있어 기고문 모음이라고 하거나 칼럼 모음집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지도 모를 만한 이 책은 어쩌면 하루키가 약간 간접적인 방법으로 1980년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분야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잡지를 훑어보고 거기서 쓸만한 소재를 발췌해서 거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희한한 형태의 글들이다 보니 그 내용들은 해당 잡지가 무엇이냐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역시나 하루키스럽게도 발췌해내는 대상 잡지는 일본 잡지가 아니라 외국의 유력 잡지들이 되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다 보니 1980년대 미국인지 유럽인지 모를 곳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담겨져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루키의 외형적인 모습은 전형적 일본인인데 그 내용물은 일본스럽지 않다보니 풀어내는 이야기마다 일본스럽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습니다. 제가 기대한 바와 포인트가 어긋나 버린 것이지요. 왜냐면 저는 80년대의 향수를 흠뻑 느끼고 싶었던 것이고, 하루키가 감탄하거나 호기심에 넘쳐하는 내용들을 저도 같이 공감하면서 '캬~~ 그땐 그랬지, 참.. 그랬어...'라고 하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것인데,  미국에 누가 어떻고, 어느 배우가 어떻고 이래버리면 저는 '으잉? 이 양반이 누굴꼬?', '음... 이사건은 어떤 사건이지?' 뭐 이런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함빡 기대했다가 '생각보다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데?'하는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다른 분들은 대체로 무척이나 즐거이 읽으셨던 것으로 보아, 워낙 제가 문화적 소양이 없었던 것이 이런 참사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3. 슬쩍슬쩍 일본을 디스하는 다국적 인류 하루키센세..

   하루키센세가 딱히 일본스럽지 않다고 자꾸 얘기하는 제가 좀 이상한 듯도 하지만, 묘하게 하루키센세는 일본스러운 전통이나 일본사람, 문화에 대한 불만스러움을 자주 표출합니다. 고급스럽게 스모그가 낀 것처럼 은근슬쩍 말입니다. 이 책에서도 무척이나 자주 그런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서문부터 지속적으로 책 전체에 걸쳐 디스가 계속됩니다.
"수준 높은 두 잡지 <에스콰이어>와 <뉴요커>의 엄정함에는 매번 감탄했다. (중략) 이런 잡지를 계속 보다보니 이제 일본 잡지는 당최 못 읽겠다. 일본 잡지는 어째서 그렇게 연재와 험담과 소문과 대담이 많을까?" P.005
"일본에서는 정치만화를 보는 것보다 TV에서 나오는 정치평론가의 의견을 듣는 편이 훨씬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는지?" p.075
"샘 셰퍼드와 제시카 랭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자극적이고 이상적이고 지적이고 아름다운 커플이 되었다. 일본으로 비유하자면.... 생각나는 사람이 없지만." p.186
​   만약 한국 소설가가 이런 태도로 글을 썼다면 아마도 저는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았을 듯 합니다. 물론 그런 상황은 아니니 심각할 것은 없지만 저도 모르게 거슬리더군요. 참, 샘 셰퍼드와 제시카 랭이 누군가 찾아봤더니 대단한 사람이지만 얼마전에 이혼했더군요. 황혼이혼이라고 해야하려나... 여튼 이 두사람 기사를 찾아보고 최근 사진도 보다보니 이 책이 쓰여진 당시와 현재의 시간적인 간극을 피부로 느낄 수 있더군요.
#4. 그래도 하루키니까..

   여러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중 후반쯤 가자 기대와 다른 내용으로 인한 저의 실망은 어느새 사라지고 하루키 특유의 유쾌함을 느끼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 책은 실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건 또 뭐란 말인가?' 혼란스럽더군요. 역시나 그래도 하루키였습니다.
   아, ​제가 가장 와닿았던 문장은 전혀 다른데 있었습니다. 컨트리 가수 보비 베어의 한마디였죠.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는 절대로 레코딩하지 않아요. 안그러면 그 노래가 크게 히트할 경우 죽을 때까지 불러야 하니까. 그런건 싫습니다." p.052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너무 잘 풀리면 싫어해야 할까요? 그렇게라도 해서 아내와 아이들이라도 풍족했으면 하는 마음은 잘못된 것일까요?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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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나이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1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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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토리 자체 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경찰소설의 효시

  

  저는 스트로베리나이트를 드라마로 먼저 만났습니다. 사실 미스터리류는 사건의 진행이 중요하고 그과정에 드러나는 비밀과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면서 밝혀지는 인과관계,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과 반전 등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드라마를 먼저 보고난 후에 원작책을 읽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서사가 머리에 다 들어있고 다음 장면이 예상되며 범인은 이미 누군지 꿰뚫고 있으며 대반전에서 '이 대목에서 이런 반전을 줬었지? 후훗ᆢ' 하며 전혀 놀라지 않게 됩니다. 미스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긴장감 조성이 불가능하므로 김빠진 콜라 꼴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런 식상함을 줄여보고자 최대한 시간텀을 두고 줄거리가 가물가물 할 때까지 좀 묵혀두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하자 드라마의 장면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읽게 되었고 과도할 정도로 몰입되었습니다. 이미 줄거리를 다 알고 있는데도 긴장감 넘치는 경험은 참 뭐라 설명하기 힘듭니다. 어쩌면 등장인물들이 친숙해서 더 몰입이 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스트로베리나이트라는 작품이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이야기 자체에서 느껴지는 힘 때문입니다. 그 힘은 이야기의 촘촘한 짜임새에서 나옵니다. 보통 디테일을 강조하다보면 전체적인 모양새가 비틀어지기 마련인데 전체적인 균형미도 더할 나위없이 훌륭합니다. 


#2. 조연까지 놓치지않는 캐릭터의 생생한 생동감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책으로 접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 중 하나가 캐릭터의 생동감입니다. 조연 하나하나까지도 독자를 납득시킬만한 독특한 개성이 있고 사연이 있습니다. 세세한 묘사와 감정선, 그리고 조직 내에서 각자의 입장과 역할, 액션과 리액션이 참으로 유기적으로 잘 잡혀 있습니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잘 짜여진 탄탄한 설정은 자연히 동일 캐릭터와 배경으로 여러가지 시리즈를 파생시켰고 연이은 성공을 통해 그 탄탄함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여형사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점은 차별화를 통해 눈길을 끄는 기본 요소입니다. 혼다 테쓰야는 경찰조직에 필연적인 선굵은 남성성과 투박함, 거친 태생적 특징을 잘 잡아내면서도 동시에 주인공 레이코의 섬세한 감정선도 놓치지 않고 디테일하게 묘사합니다. 사실 하는 짓만 놓고보면 여주인공 레이코는 상당히 짜증스런 부분이 큽니다. 레이코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책속의 많은 등장인물들은 물론 실제 독자들 중에서도 레이코를 욕하면어 읽는 분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그러나 조금더 신경써서 보면 레이코가 그럴수밖 에 없는 정황적 설정은 충분하고 독자들이 납득할 만한 상황입니다. .

 

 
   한편 악역인듯 하면서도 또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왜 그런지 이해도 되고 결과적으로 여주인공을 구해주고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도 맡는 레이코의 라이벌 간테츠는 묘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입니다.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사건을 수사하지만 결코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 돈을 쓰는 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레이코의 약점과 위태로운 지점을 꽤뚫어보고 충고하는 따뜻함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지닌 묘한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적인 법입니다. 그리고 사실은 간테츠를 통해 주인공 레이코의 과거나 성격이나 특징등을 자세히 독자에게 설명하는 역할도 해주고 있습니다.
 
   정보를 파는 악역 짧은 등장인물까지도 우직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실력자로 보여지도록 잘 꾸며주는 저자는 설정 하나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는 완벽한 세계를 창조합니다. 그러니 읽는 이가 알차게 재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 드라마와 극장판이 너무 재미있었는데...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실제로 읽어보니 드라마의 설정과 진행이 얼마나 단편적인지 극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거슬렸던 부분이 레이코가 공원에서 상처받을 일을 당하는 자극적인 장면을 드라마 시작부터 보여주더니 중간중간에 맥락없이 똑같은 장면을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드라마는 특히 첫회에 자극적으로 호기심을 끌어야하기 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디테일한 부분은 모두 생략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책으로 읽고서야 혼다 테츠야가 얼마나 공을 들여 한땀한땀 이야기 구조를 짜고 각 캐릭터를 입체감있게 표현하며, 주어진 각 장면들을 섬세하고 세세하게 묘사하고 다루는지를 감탄하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동시에 드라마가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책에 비하면 얼마나 허술한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혼다 테츠야, 이 작가 상당히 매력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하게 되었지요. '지우'시리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참, 266페이지에서 '지우'의 주인공 격인 아즈마가 등장하는 장면은 상당히 반가웠습니다. '지우'에서도 이마이즈미 등 스트로베리 나이트 시리즈 주인공들이 슬쩍 슬쩍 등장해 재미를 더해주었는데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서도 스치듯이 나왔습니다. 작가가 치밀하게 경찰조직 전체에 얼게를 짜놓고 등장인물들을 잘 설정해 두었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스케일이 참으로 큰 작가가 아닌가.. 그러면서도 꼼꼼한 장인정신을 지닌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을 판 사나이]에 연이어 별점을 꽉채워주게 만든 명불허전의 명작입니다. 물론 세상엔 뛰어난 명작들이 워낙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가치는 특별합니다. 연타석 홈런을 경험한 이번달은 참으로 즐거운 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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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행복해지기 - 우리 시대 인생 멘토 22인의 행복 특강!
박완서.김지원.양애경 외 지음 / 북오션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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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완서 선생님의 글로 가슴뛰는 책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와 아내는 박완서 선생님을 무척 좋아합니다. 음.. 그 분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하긴 좀 뭣하지만 그 분을 좋아합니다. 특히 저는 그 분의 수줍어 하며 조신하고 차분하게 말씀하시는 태도가 너무나 좋습니다. 유명하고 명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겸손한 모습이 절로 존경하게 만드는 분입니다. 사실은 노여사가 박완서 선생님의 에세이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샀습니다. 저는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이유로 이책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책에 박완서 선생님의 글은 달랑 두페이지 하고 반 밖에 안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수줍음이 물씬 뭍어나는 소박한 글이었습니다. 무려 1971년에 쓰여진 이 일상 글은 한밤중에 남편 몰래 쓰고 싶은 글을 써나가던 그분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것이 그 분의 행복의 실체였을 겁니다. 아이들이 다 잠들고 난 밤에 읽고 싶은 책을 졸려하며 몇페이지나마 읽어낼 때 제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잠시 행복했습니다.(사실은 마음껏 못 읽어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만....)

 

  

 

#2. 행복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단상이 펼쳐지는 책

 

   이 책은 행복에 대한 릴레이 기고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에 관한 공감가는 내용들, 문구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인간은 자기가 결심한 만큼 행복해진다'라든가, '행복의 본질은 자기만족에 있다' 등의 이야기들 말입니다. 저도 완전 동감하고 살면서 똑같이 느끼는 것들이죠. 가진 것의 유무에 관계없이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화목한 삶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것 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연 생계 문제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지친 가족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고 배려하기가 말처럼 쉬울까 하는 문제입니다. 먹고 살기에 지치면 쉽게 짜증내고 서로 비난하고 미워하는 생각들을 가지게 되는 것은 우리가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법정스님이 될 수 없고 모두가 성직자가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너무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말이야 참 쉽지...'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면이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치가 있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이러한 행복의 원천과 원리들이 바쁜 일상 가운데 뜬 구름 잡는 이야기로 잊혀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정기적으로 이런 책을 통해 자극을 받고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를 갖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형편이 어떠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안에 가지고 있는 행복의 조건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는 가장 의미있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3. 옴니버스식 구성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가진 책

 

   이런 에세이류에 옴니버스식 구성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이 책은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많은 저자들이 연작 형태로 써붙여 한권의 책이 된 경우입니다. 저는 이런 구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단편 소설집도 아니고 에세이류인 경우는 특히 그렇습니다.

 

   한분, 한분의 행복에 관한 글들은 상당히 훌륭합니다. 모두들 연륜이 있고, 내노라하는 불들이니 글이 깊이가 있고 간결하기도 하고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참 행복이 무엇인가를 얘기한다는 점이 참으로 무서운 점이었습니다. 계속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강의하는 느낌이랄까요...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조그만 방에 저를 가둬두고서 한사람씩 나와서 자 들어봐~~ 하면서 "행복이란 말이지....~~~ " 그리고 '아.. 좋은 말씀이다..' 하고 나니 곧바로 다른 분이 들어오십니다. 자 들어봐~~~ "행복이란 말이야~~" 그렇습니다. 이런식으로 가둬두고 한명씩 나와서 때리는 그런 분위기더란 말입니다. 좋은 말인데 계속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점점 지쳐갑니다. 책의 말미가 되자 뭔 소리인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느낌까지 드는 것입니다.

 

꼬옥... 하루에 한 두편씩 끊어서 읽기를 당부드립니다. 하긴, 저처럼 까칠하게 읽지 않으신다면 읽는 족족 좋고 감동스러울 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튼 저는 시작은 참으로 감동적이고 의미 돋았으나 갈수록 허물어져가는 느낌이 드는 그런 책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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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성장통
김동하 지음 / 동하책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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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장통과 낭만사이의 거리...

    [성장통]이라는 단어와 [낭만]이라는 단어는 서로 친숙한 관계는 아닙니다. 대체로 성장통은 아프고 때로는 처절하기 나름입니다. 성장통을 겪으면서 쉽사리 낭만적이라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른이 되어 가면서 겪는 성장통이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아픔의 시간을 지나온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따뜻한 시선으로 그 시기를 뒤돌아 보았을 때 가능합니다. 정말 흔치 않게 읽은 시집 [낭만적 성장통]은 그렇게 아픈 사랑, 사랑하는 이의 부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까지도 사랑하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성장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놓은 작품입니다.

 

   고백하자면 흔히 "주저리주저리 열매" 또는 "궁시렁궁시렁 열매" 능력자로 분류되는 저같은 사람에게 시집은 쥐약입니다. 주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 두서없이 생각나는데로 말하기를 즐기는 저같은 사람에게 절제되고 압축된 언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시집은 상극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일예로 얼마전에 노여사가 "손발 오그라뜨리기 신공" 분야 국가대표이신 이병률 시인의 시집 '바람이 사생활'을 읽고 있길래 호기심에 "재밌냐?"며 잠시 읽어봤습니다. 불과 몇장을 넘기지 못하고 "에잇, 뭐라고 $(^#%)^(#)$%(# 하는거얏!!!!!!!!!"이라며 던지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같은 사람이 [낭만적 성장통]은 나름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잘 읽었다는 점. 이 시집은 저처럼 시에 취미가 없는 사람도 읽어 낼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고 쉬운 정서를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1인 출판사의 책이지만 상당히 의미있고 좋은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2. 제목이 없는 시들...

   몇권이 안되지만 기존에 봤던 시집들은 모두 한페이지나 두페이지에 걸쳐 "제목이 있는" 시를 한편씩 나열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시집에 수록된 각 시들이 하나의 독립된 작품인 것이지요. 그러면 저는 그중에 '아, 이 작품이 나한테 가장 와닿는 구만' 하고 반응하게 됩니다. 읽고 정리하고 분류하기 편리합니다.

 

   이 시집은 몇 장 읽다보니 각자 다른 시인듯 한데 각각의 제목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색다른 구성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역시... 내맘대로 이해해버리자.) 그러니까 [낭만적 성장통]이라는 큰 타이틀 외엔 소제목이 단 한개도 없습니다. 짧은 시 한편 한편을 굳이 내용을 나누고 분류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 각각의 시들을 모두 모아모아 [낭만적 성장통]이라는 큰 시가 한편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1부 부터 6부까지 나뉘어 있기는 합니다만 사실 작품 전반에 걸쳐 내용이 거의 랜덤하게 나오기 때문에 이런 분류도 별 의미는 없는 듯합니다. 이를테면 1부 아픔, 2부 회복, 3부 사랑, 4부 이별~~~ 뭐 이런 식의 분류는 즌혀 아니라는 것이지요.

 

 

#3. 남들과 달라도 상관없다. 보편적 감성은 동일하다.

   작가는 어른이 되기를 강요당하며 겪는 아픔과 방황을 시로 승화한 듯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좀 영악해야 합니다. 너무 순수하고 순진하면 욕먹는 세상입니다. 좀더 세련되어라고 닥달받습니다. 시인은 아마도 그런 상황에 처해서 압박을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강요에 순응하지는 않겠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세상은 소년을 다그치기만 했고 소년은 낭만을 사랑하였다." 

"나는 단지 사랑을 하고 싶었고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내게 잔인했다." 

  

   저는 이 시집을 읽고서는 시가 주는 보편적 감성에 살짝 젖어들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시를 쓰는 행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누린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시를 읽는 아름다움을 조금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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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판 사나이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1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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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별다섯을 주게 만드는 소설..  SF의 힘...

 

   아 정말 오랜만에 놀라운 작품을 만났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별다섯 평점을 주게 만든 작품입니다. SF 전문 출판사 불새에서 추천한 작품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달을 판 사나이]는 생소한 SF라는 장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아, 책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어 몰랐는데 이 책은 달을 판 사나이 외에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중, 단편집입니다. 물론 모두 하인라인의 작품입니다. 저는 이런 작가를 대할 때마다 도데체 저렇게 방대한 세계와 설정을 언제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책 첫부분에 소개되어 있는 작가의 작품별 등장인물 연보나 미래사 연대표 등은 볼수록 놀라웠습니다.

 

   어쨌거나 SF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작품을 다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2. 고전 장르소설에서 만나는 책읽기의 즐거움

 

   제가 어릴적에 미래백과사전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선 미래기술을 설명하면서 '지금부터 10년 후면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닐 것이다'라고 언급합니다. 심지어 날개가 달린 자동차 삽화까지 곁들여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책에서 지정했던 그 10년 후는 이미 또다시 10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아직도 자동차는 날아다닐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딱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어보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자원의 한정 앞에 무릎 꿇었기 때문이겠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교통수단으로 자동차가 사라지고 벨트로 움직이는 도로가 대중화되는 상황을 상정하고 에피소드를 그려낸 "도로는 굴러가야만 한다"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자동차가 사라진 이유가 '자동차 면허를 딴 사람들이 폭주해서 사고가 너무 많이 났다는 것'과 '석유를 너무 많이 써버려서'라고 예측해서 써놓았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지나친 억측이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참 재미있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도로는 굴러가야만 한다"에는 이 외에도 기술 노동자들의 파업, 실력행사에 대한 가치판단이 일부 들어가 있어 약간은 불편한 부분이 있었지만 소재와 설정, 에피소드, 캐릭터 모두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6.25 사변이 일어나기 직전인 1949년 즈음에 쓰여진 모양입니다. 정말 오래된 작품인데도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일맥상통하는 흐름이 있어 놀라웠습니다.

 

 

 

#3. 디테일하게 묘사된 달을 향한 한 사나이의 순수한 욕망 

 

   이 작품집의 백미는 뭐니 뭐니해도 달에 가고 싶어했던 한 사나이 '헤리먼'의 일대기를 그린 [달을 판 사나이] + [위령곡] 입니다. 특히 달을 판 사나이는 정말 놀라울 만큼 재미있고 생각해 볼꺼리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읽을 때는 지하철에서 환승역을 놓칠 만큼 책 내용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서사가 훌륭하고 주인공의 감정과 생각이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독자가 공감하게 만드는 능력이 특히 탁월했습니다. 달 왕복 우주선을 만들어 내는 과정 자체도 흥미로웠고 그 와중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등장인물간의 두되싸움도 흥미진진했습니다.

 

   완전 흠뻑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사실 불새의 첫 작품이다보니 완성도 수준이 거의 초벌 번역 상태 정도였습니다. 오탈자가 너무 많아서 기록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지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참고 이해하고 '그래도 너무 재밌으나까'라며 즐겁게 읽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더 대단한 점입니다. 아, 장르소설의 특성상 개인취향을 강하게 탄다는 점은 확인하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불새의 책들은 하나하나 사 읽게 될 것 같습니다. SF가 재미있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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