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 - 편집된 사실 뒤에 숨겨진 불편하고 낯선 경제
윤석천 지음 / 왕의서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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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항상 공정하지 못한 정보가 제공되는가?

   아직도 유효하지만 저의 경우도 오랫동안 아무런 의심도 없이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큰 원칙과 같은 것 중 하나가 '신문 혹은 방송뉴스는 늘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공대생인 제가 대학때 교양과목으로 우연히 들었던 매스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대충 이렇게 기억하고 있지만 맞는지는 알 수가 없음)” 이라는 과목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나름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나이가 되도록 아무 생각 없었던 것이 새삼 부끄러워지는 군요. 여튼 중요한 것은 매스미디어는 사실만을 전달하지 않을 뿐더러 의도적으로 해석을 덧붙이고 왜곡도 서슴치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지만 이후로 찬찬히 신문기사와 뉴스를 살펴보다보니 하나의 팩트를 가지고 참으로 주관적인 안경으로 바로보고 그것을 당연하게 전달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한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을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이해하려면 그 현상을 일으키는 구조적 문제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방송, 신문사의 자산이 누구의 소유냐? 또는 어디에서 출발했느냐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수익창출이 무엇을 통해 이루어지는가?의 문제(돈줄이 누구냐?)일 것입니다. 방송국이건 신문사건 결국은 하나의 이익집단일 수 밖에 없다보니 운영을 위한 자금과 구성원(특별히 사주와 주주 등 상위집단에 한해)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방송, 신문사가 생산, 가공, 유통하는 뉴스의 성격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자본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각 주체 자체가 자본에 귀속되 있는 경우가 많고 특히 수익창출이 가능한 대형 광고주가 대기업 등의 거대자본 임을 고려할 때 더 상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왜 신문, 방송이 사실만 전달하지 않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머릿말만 읽어도 책값은 번다?

   현란한 타이틀의 경제기사 이면에 숨겨진 또다른 측면을 지적하는 이 책[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은 서문만 읽어도 책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서문이 깔끔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서점가서 서문만 읽는 사람은 없으시길...끙)

 

 

"정보란 본디 각색되기 마련이다. 가공되지 않은 정보란 거의 없다는게 문제다 각색이란 변형을 의미한다 (중략) 언론의 사명이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 이라는 명제는 마치 신화처럼 굳건하다. 하지만 그런 태도가 오히려 대중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먹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중략) 정보의 홍수는 사람들에거 '사유'를 앗아간다. 신뢰성과 공공성이라는 방패로 무장한 매체의 일방적 정보를 사실을 넘어선 진실로 받아들인다."

  

"경제기사가 말하는 것에 끊임없는 의문을 가지고 기사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 썼다. (중략) 우리는 단순히 경제기사를 읽는 게 아니라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나 오랜 기간동안 당연하다는 듯이 동일한 논조로 우리에게 자본과 대기업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시각으로 기사를 전달해 온 미디어의 영향력은 이미 우리의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사유'를 앗아갔다고 지적합니다. 사실상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속에 하나하나 따져보고 의미를 되새겨보는 행위는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다보니 미디어의 정보가 '사실' 혹은 '진실'이라고 상정하고 그저 주는데로 받아먹는 것이 속편하기는 합니다. 무슨 뉴스를 접할 때 일일이 가치판단과 정황적 판단을 하려고 하는 행위자체가 피곤한 일이지요. 그렇다고 당장 우리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사실상 나의 판단과 무관하게 세상은 여전히 동일한 원리에 의해 꾸역 꾸역 굴러가니 말입니다.

 

 

 

 

#3. 경제기사를 읽으면 놓치지말아야 하는 관점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경제기사를 생산해 내는 생산자가 극소수 1%의 대기업을 위시한 거대 자본가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기는' 기사를 양산해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큰 의의는 누군가는 같은 팩트를 놓고 99%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는것이 정상적인지, 합리적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입니다.. 경제기사는 왜 우리들의 돈을 잃게 하는 통로인지(반대로 자본가는 돈을 얻게하는 통로인지), 왜 기업은 본질을 외면하는지, 현실적이지 않은 거품낀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지, 그리고 깊은 구조적 모순을 외면하고 덮는지를 하나하나 풀어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율의 문제도 저환율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수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떠들고, 환율이 오르기라도 하면 나라가 망할 듯이 호들갑을 떨지만 이는 수출 대기업에만 유리할 뿐 사실상 대다수 나머지 경제주체를 희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 환율방어 기조가 지속 될 경우 결국은 몇몇 강대국만 유리해진다는 점을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아, 그 이면에는 이미 대기업이 잘되어야 낙수효과로 서민들도 잘 산다는 신화와 같은 믿음을 뿌리깊게 심어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 말입니다.

 

 

   또한 이명박 정권 이후로 계속 시끄러운 공기업 민영화의 경우도 우리나라의 '공기업 민영화'라는 표현은 사실상 '공기업 사유화'라 불러야 마땅하다고 지적합니다. 경쟁유발을 통한 효율성 재고라는 명분과 사실상 상관없이 흘러가는 민영화의 이유를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부분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막연하게 현실적 한계와 접근방식의 오류, 그리고 실제적인 폐해만 생각하고 있던 저에게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주어 매우 유익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경제적 불평등이 당연시되는 현대사회의 병폐와 한국사회의 치부를 드려다보게 되어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유지하면 대다수의 고통을 발판으로 욕심을 채우는 자본의 속성을 생각합니다.(나도 돈벌면 똑같이 할테지뭐ᆢ)

 

  

   부의 합리적 재분배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불가능합니다. 이는 가진자가 결단해야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두사람이 그럴수 있다 하더라도 기득권 세력이 합의하는 일은 기적보다도 더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인간은 자기배고픔에만 민감한 동물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지 제 기억에는 사회속에서 가진자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사회에 거액을 환원했다며 자기 이름으로 재단을 만들어 관리하면서 세금을 회피하는 모습은 가끔 보지만 말입니다. 오히려 없는 자가 더 없는 이를 돕는 것이 속성이라면 속성인것 같습니다.

 

   자신이 1%에 속해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렇지 않은 99%를 위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자신이 99%에 속해 있다면 경제흐름 속에 99%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기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러니까, 1%에 속하신 분과 99%에 속하신 분들만 이 책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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