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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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왜 지대넓얕이 인기인지 알 수 있는 필수 인문학 입문서


   '아들러 심리학'과 함께 단연 출판계의 화두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었습니다. 읽다보면 과연 인문학 서적이라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너무나 쉽고 명료하게 읽혀서 놀라울 정도입니다. 장르소설을 읽는 듯한 대단한 가독성이야 말로 이 책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이 왜 이렇게 쉽게 읽어지는가를 따져보고 싶어집니다. 우선 저자인 "채사장"이 누구인가 궁금합니다. 저보다 훨씬(?) 어린 저자 "채성호"씨는 대학시절에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를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다독가군요. 평범한 회사원에서 갑자기 책을 집필하셨던 모양인데 집필이 먼저인지 팟캐스트 [지대넓얕]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책은 지난해 12월에 출간되었고 팟캐스트는 지난해 봄부터 시작했으니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팟캐스트를 들어보면 상당히 상식이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대학입시 논술 강사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책이 전반적으로 가독성이 좋은 구어체로 쓰여있습니다. 딱딱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이 '읽는 행위'에 있어서 탁월한 장점입니다. 또한 강의록이라 해도 좋을 만큼 설명이 명쾌하고 단순합니다. 구구절절 디테일한 내용을 완전히 생략하고 단순화시켜 독자가 딱 필요한 핵심만 읽고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마치 입시학원에서 "자, 밑줄 쫙~~. 이 내용만 외우세요. 이것만 기억하면 절대 틀리지 않아요."하고 알려주는 듯 한 느낌입니다.


   또한 중요한 내용을 두번 세번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중간요약에 마무리 요약까지 그렇지 않아도 단순화된 핵심을 여러번 반복하는 동안 독자는 자기도 모르게 내용을 소화하게 됩니다. 거기다 더 이해하기 쉽도록 중간 중간 단순화된 도표와 그림으로 이해를 더욱 돕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주욱 읽고 '뭔 내용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싶으면 본인의 이해력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이렇듯 심각한 것을 피하고 쿨하게 즐기기를 좋아하는 한편, 한가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을 여유가 없는 바쁜 생활 패턴의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인 것입니다.




#2. 먼저 숲을 보며 대강의 지형을 파악한다. 지형을 알고 내가 어디 서있는지 알아야 지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책을 쓴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지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이 세상이 돌아가는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일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난해하게만 느껴지고 이런 사람들이 모이면 어쩔 수 없이 연예인의 가십이나 드라마, 영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나름의 교양을 가지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상식이 필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지적인 대화에 목말라 있거나,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이 복잡하다고 느끼거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현실적 제약으로 독서할 여유가 없거나, 대학에서 교양 수업을 듣기 전에 기초적인 지식을 얻고 싶거나, 미술관에 가면 무엇인가를 이해한 듯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거나, 가난하면서도 보수 정당을 뽑고 있거나, 정치는 썩었다고 습관적으로 말하면서도 뉴스는 사건 사고와 연예,스포츠 부분만 보거나,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불안 하지만 어디서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p9 


   이 세상에는 사고를 체계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세상사를 A부터 Z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공부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으로 느끼고 부모와 학교로부터 학습받은 내용 중 일부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늘 노출되어 있는 미디어에서 일방적으로 송출하는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며 별다른 비판과 노력없이 세상을 인식하며 살고 있지요. 하지만 내가 속한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들이 모여 살고 있는 현실세계의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등을 명확한 관점으로 바라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합니다. 또한 명료한 판단기준을 마련할 필요도 있습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정확한 기준으로 나누고 단순화하여 전체적인 숲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뿔뿔히 흩어져 있던 점과 같던 지식 덩어리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꿰뚤어 선과 선으로 이어줍니다. 그리하여 전체적인 지형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독특한 상황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주체적으로 현 체제에서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유익한지, 변화를 꾀하는 것이 유익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세계가 매우 독특한 세계임을 아는 것, 내가 사는 세계가 지금까지의 인류 전체가 살아왔던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삶의 모습은 아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이 독특한 세계가 발 딛고 서 있는 독특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왜곡된 '세계'에 서 있는 왜곡된 '나'를 이해하는 것. 이것이 지적 대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다." p105





#3. 가벼운 인문학 서적의 한계인가? 인문학 서적의 필수 요소인가?


   요즈음 가벼운 인문학 입문 서적이 유행이다 보니 전통적인 인문학 서적을 출판해 오던 출판사 관계자나 인문학자 분들의 걱정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가 인문학적 소양이 많거나 전문가였다면 개탄을 금치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인문학이 인간들의 세상사를 이해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전제하에 작금의 현실은 깃털처럼 가벼움의 대 범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 흐름에 저같은 사람도 일조를 하고 있고 말이죠.


   하지만 트위터를 필두로 다양한 SNS가 유행을 하고 카톡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이 통화를 대신하며 깊이있는 서적보다는 웹툰이 더 익숙한 이 시대에 '옛날에는 말이야...'류의 타령은 이미 한귀로 흘릴 정도의 가치도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저런 현실을 따지다보면 가벼운 인문학 입문서라고 하는 이 책마저도 묵직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한편으로는 가벼움을 개탄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은 가벼우나 신속하고 깊이는 없으나 유머와 위트는 넘칩니다. 게다가 의외로 깊이 고민하고 사색하는 일단의 무리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찌보면 가벼움의 시대라고 단정짓는 것도 성급한 일반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예전보다 깊이있는 인문학 서적이 안팔리기는 안팔리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 예전은 정확히 언제를 지칭하는지 궁금합니다. 한 때 인쇄만 하면 찍는 족족 팔려나가던 전성기가 있었다라는 말을 풍문으로는 들었으나 점차 책이라는 매체 자체가 힘을 잃은 것이지 단순히 인문학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기야 제가 학창 시절에는 일년 사시사철 라디오에서 책 광고가 쏟아지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과 같은 거시적인 인문학 입문서는 과연 우리의 인문학적 소양을 하향평균화시키는 부정적 역할을 하는 것인가 따져볼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선 인문학 입문서 없이 정통적인 인문학 서적이 계속 출간된다고 가정하면 인문학적 소양을 깊이있게 길러줄 수는 있을 것인가 따져보아야 합니다. 저부터도 책을 펼쳐 들었다가 잠들기를 반복하지 않겠습니까?


   전문적인 지식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워밍업이 필요합니다. 인문학적 소양에서는 완전 문외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많은 현대인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중간에 연결다리 역할을 하는 안내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쉽게 개괄적인 부분을 소개해줄 안내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실제로 저같은 경우도 이 책을 읽다보니 전체적인 개념을 위해 생략된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란 말입니다. 그리하여 기회가 된다면 좀더 디테일한 역사적인 사실을 찾아보고 싶고, 인상적이었던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책을 사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해서 인문학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아가는 접점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저같은 사람은 이정도 수준의 지식도 충분하지 얼마나 인문학을 깊이 공부해야 합니까? 우선은 이책부터 읽고 봅시다. 그러면 향후에 어떤 책들을 읽어서 지식을 더 쌓아갈지 고양있는 현대 지식인이 될지 갈길이 보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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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물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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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만나는 에도시리즈, 의외로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인문학적 소양도, 역사적인 배경지식도 전무한 저에게 일본 에도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에도시리즈"는 그 단어자체만으로도 범접하기 힘들 것만 같은 위화감을 조성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표지가 워낙 예쁘고 북스피어 책이다보니 왠만큼 성의를 갖추는 정도는 구입을 했습니다만 여전히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에도 시리즈라는 위압감 외에도 미미여사나 게이고 같은 작가는 워낙 다작하시니 뒤늦게 독서의 재미를 알게 된 저로써는 엄두가 안난다고나 할까? 그런 이유로 기피하는 것도 있었더랬죠.


   여튼 언젠가는 읽기는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차에 북스피어 홈페이지를 통해 [맏물 이야기]로 퀴즈를 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아, 이참에 그럼 한번 읽어나 볼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렇게 읽게 된 에도시리즈 첫번째 작품이 바로 음식 미스터리라는 묘한 장르인 이 작품 [맏물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이 작품이 흥미를 끌었던 이유는 사실 제목 때문입니다. '맏물이라니 그게 뭐야? 가뜩이나 범접하기 어려운 에도시리즈인데 제목마저 생소하구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책을 넘겨볼 것도 없이 앞, 뒤 표지만으로도 충분히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맏물이란 과일, 푸성귀, 해산물 따위에서 그해의 맨 처음에 나는 것으로, 이걸 먹으면 '수명이 75일 늘어나기 때문에 길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중략)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서민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맏물'에 있다!"


   뒷표지의 이 소개글만 읽어도 이 작품을 어떻게 읽을지 가이드가 되더군요. 참으로 친절한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에도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예전에 한번 찾아본 적이 있어 피상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적 지식은 이 책을 읽는데 딱히 도움이 안될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서민 실생활에 밀착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이 뻔하지 않습니까? 디테일한 내용들이 나올거란 거죠. 용어가 생소하겠지만 일단 읽어나 보자 하고 펼쳐들었는데 의외로 읽어가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외국소설을 읽을 때 괴로운 부분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등장인물 이름입니다. 길고 비슷비슷한 이름이 여럿 등장하면 그놈이 그놈인지 그놈이 딴놈인지 첨 나온 놈인지 무지하게 헤깔려서 흐름을 놓치기 일수란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맏물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상당한 이점이 있었습니다. 9개나 되는 단편이 수록되어 있지만 각 편마다 내나 그놈이 그놈.. 똑같은 주인공이 이야기의 중심을 딱 잡고 있습니다. 절대 주인공 '모시치'와 그 아내, 모시치의 두 부하 '이토키치'와 '곤조' 그리고 '유부초밥집 주인' 정도가 고정으로 출연합니다. 이건 왠만한 로봇만화의 공식과 비슷합니다. 이를테면 마징가Z가 되었건 그랜다이져가 되었건, 매칸더V가 되었건 여튼 늘 고정 주인공이 출연해서 적을 섬멸하는 스토리가 아닙니까? 침략해오는 적만 계속 바뀌는 구조죠. [맏물 이야기]도 사건을 의뢰하러 오는 사람과 사고친 사람, 숨기는 사람 등등이 바뀔 뿐이지 결국 중심 인물들이 북치고 장구치는 방식입니다. 이런 연작구조는 잡지에 한 편씩 연재하는 방식이다보니 아주 적합한 구조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재미있게도 매 편마다 주인공들이 등장할 때마다 "이 사람은 이런저런 사람이다~~"라는 설명이 계속 반복됩니다. 책 한권에서 인물소개가 9번이나 들어가 있다는 말이죠. 이 비슷한 인물 소개가 나올 때마다 재미있더군요. 후후.. 어쨌거나 두꺼운 책인데 등장인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안받아도 되니 무척 좋았습니다.


   또 한가지 좋았던 점은 "옮긴이의 주석"이었습니다. 에도시대의 독특한 용어들이 수없이 등장하다보니 이게 뭔소리인고?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필연적으로 집중력과 흥미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역사물의 한계일텐데 으응? 하는 용어가 나올 때마다 역자의 주석이 바로 달려있으니 사전찾을 일없이 옆에서 대신 찾아서 읽어주고 있는 듯한 상황이어서 읽어나가는데 지대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옮긴이 김소연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어디어디, 핫슨(손님을 융숭하게 대접하는 상차림 가운데, 장국과 함께 맨 먼저 나오는 안주 요리)은 '별미 설 음식'이라니~~(중략) "다음에 나온 '국화잎 가이시키(음식을 담는 그릇에 까는 것)'라는 건? 아아, 삶은 달걀인간."(중략) "다음에 나온 국도 도밋국으로, 도미 쓰쿠네(생선을 다져서 으깬 어육이나 닭고기를 갈거나 저민 고기 등에 계란,녹말 등을 갈아 섞어 둥글게 만들어 기름에 튀긴 요리)에 색깔을 내고~~"p340


   이렇게 모를만한 단어만 나오면 바로바로 주석을 달아 주시니 편히 읽을 수 밖에요. 부담스러웠던 에도시리즈를 접하고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라고 선입관을 깨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이 주석이 아닐까 합니다. 어렵지 않네요. 계속 읽어봐도 좋을.... 아니.. 계속 사모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마츠모토 세이초 Vs 미야베 미유키


   이 연작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히 세이초옹이 떠올랐습니다. [맏물 이야기]속에 담긴 작품을 세개쯤 읽었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 이거슨 무언가 세이초옹의 향기가 풍긴다..'싶은 생각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아, 이거슨.. 한편으로는 무척 다른 느낌이구나'하는 느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세이초옹의 역작 '잠복'이 단편집이라 [맏물 이야기]를 읽을 때 가장 떠올랐는데 마츠모토 세이초하면 다들 잘 아는 바와 같이 미야베 미유키가 스승이라고 할 만큼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 대선배이자 개인적으로는 저를 미스터리의 길로 인도해준 은인같은 분이신데 말입니다. '잠복'의 신선한 충격은 그보다 훨씬 재미있는 소설을 많이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불가한 것입니다. 첫경험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세이초옹이 단순한 문제풀이식 미스터리에 그치지 않고 당대의 사회적 문제와 실상을 많이 담았기에 이야기속에 인간이 부각되고 그것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미야베 미유키의 이 작품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비록 시대가 과거이기는 하나 결국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인간의 속성에 대해 잘 다뤄주고 있기에 좋은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세이초옹은 상당히 남성미가 넘치고 박력이 있어서 한편으로는 무척 무심하고 건조해보이는 문체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미미여사의 이 작품은(읽은게 이거 뿐이라 미미여사의 작품은 이라고 도저히 못하겠다...) 상대적으로 무척이나 부드럽고 세심하면서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이 많이 났습니다.


   내용상 두사람다 사회파로 분류하겠지만 세이초옹의 글이 읽고나면 묵직하게 마음에 남는것이 있다면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 중 이 작품은(아, 이거 비교자체가 무리일 정도로 성급한 일반화가 아닌가 계속 의심하고 회의하고 있음...) 깊은 여운은 없지만 따뜻한 느낌이 더 강하게 남는다고 해야겠습니다. 물론 미미여사의 현대물 중에는 엄청나게 충격을 주는 작품들이 꽤나 있지만 말입니다. 적어도 에도시대 이야기라면 조금은 더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풀어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3. 작품속에 녹아있는 따스함,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해


   [맏물 이야기]의 각 단편들이 한결같이 따뜻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할 수 있는 이유는 역시나 주인공 '모시치'의 됨됨이가 단단하고 바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담스럽지 않도록 편안하고 엉뚱한 모습도 보여주지만 중요한 판단앞에서 공정하고 정의롭게 하되 법이나 지침이 "인간"보다 앞에 있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역시나 인간사에 중요한 것은 '원칙'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도리'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주로 서민들에 의해 우주평화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를테면 감정적 불만과 그 해소)로 살인이 나고, 범죄나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자간의 알력다툼이나 정치권력 싸움이라면 긴장감 넘치기야 하겠지만 아기자기하고 따스한 맛을 느낄 수는 없겠지요. 하루벌어 하루사는 서민들의 등장이 잦은 것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또한 매회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유부초밥집 가게주인님의 존재도 이 작품 전체의 스토리를 하나로 이어 통일감을 부여하고 각 스토리마다 매듭이 풀리는 중요한 지점 역할을 담당하므로써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도 사건을 풀어나가야할 주체인 '모시치'가 벽에 막히고 답이 안나올 때마다 이 유부초밥집에 들렀다가 결정적인 힌트를 얻어 돌아가곤 합니다.


   유부초밥집 가게주인이 대단할 만큼 음식솜씨도 좋게 설정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상당히 지혜롭습니다. 주인공에게 충분히 방향제시도 하고 결정적 힌트를 슬쩍슬쩍 던지기도 합니다. 이런 인물의 설정은 여러가지 이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독자입장에서 작품을 읽어나갈 때 상당한 안정감을 주고 이야기속에 빠져들었을 때 의지할 만한 여지를 주는 존재라 좋았습니다.


   초창기에 쓰여진 6개의 이야기에 이어 별도로 이후에 쓰여진 작품까지 구성된 이 소설집은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미가 넘쳐 기분좋게 읽을 수 있어 더없이 좋았습니다. 이제 시작이라 아직 생소하지만 에도시리즈를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하나 읽어나갈 수 있을 듯 합니다. 그 첫 시작이 [맏물 이야기]라 의도치 않았지만 좋은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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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두리 없는 거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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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묘한 느낌의 기묘한 이야기


   기본적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피하는 저에게 호러는 아무래도 불편함이 앞섭니다. 더우기 일본 기담같은 이런 류의 호러소설은 마치 캐주얼만 즐겨입는 사람이 정장을 입었을 때의 불편함과도 같은 느낌을 받게 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호러라는 장르에 대한 선입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테두리 없는 거울]은 귀신이 등장하다보니 공포 또는 호러 소설로 분류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이 호러가 기묘합니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더란 말입니다. '아.. 이거.. 무서운 이야기 같기는 한데.. 무서워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극강의 공포라기 보다는 오히려 어린시절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의 연속에 반가움마저 들었기 때문입니다.


   익숙하지 않았지만 뭔가 익숙한 듯한 이 이야기들, 일본 작가가 쓴 일본 소설이 분명한데도 등장인물만 한국인으로 바꾸면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한 정감있는 설정과 전개가 마냥 불편할 것만 같던 일본 호러소설에서 향수마저 느껴지는 희한하고도 기묘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의외로 이런 느낌이 나쁘지 않네요. 역시나 사람의 선입관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2. 전작이 익숙한 츠지무리 미즈키


   이 책을 접했을 때 '츠지무라 미즈키'는 그야말로 듣보잡같은 생소한 작가였습니다. 하지만 호기심에 정보를 찾아보니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태양이 앉는 자리]나 [열쇠 없는 꿈을 꾸다],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와 같은 작품들은 너무나 익숙합니다. 그때 그때 블로그 이웃들을 통해서 이런 작품들의 이야기를 여러번 접했는데 저는 생소한 장르라거나 '그런가보다,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봐야지..' 이정도로 넘겼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자주 들어서 익숙한 거죠. 이 작가의 전작들을 살펴보다보니 '아, 왜 이 작가에게 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지?'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게다가 기묘한 이야기는 이래저래 많이 접해보아서 익숙한데  '계단의 하나코'는 본적은 없네요. 동영상을 찾아 보니 원작을 잘 살려서 공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근데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결정적으로 혼자 오해한 것이 선생님인 "아이카와"를 여자 선생님으로 생각하고 읽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성희롱 비슷한 내용이 나올 때 의아하게 생각했었고요. 기묘한 이야기 동영상을 보자마자 '아, 선생님은 남자구나..'하며... 허어.. 이래저래 선입관은 참 무서운 것입니다.





#3. 우리를 공포에 빠지게 하는 것은 귀신, 귀신보다 더 무서운 인간...


   매일 신문과 뉴스를 통해 쏟아지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은 공포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더디게 만듭니다. 현실인지 픽션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의 무서운 사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니 어지간히 무서운 이야기는 접해도 반응조차 하지 못하게 된지 오래된 듯 합니다. 아침에 아내와 약국에 들렀다 오늘 길에 학교앞 복도식 아파트를 보면서 '학교바로 앞이라 위치가 참 좋다. 방향도 좋아서 햇볕도 너무 잘 드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집집마다 예외없이 모두 방범창을 설치해두었더군요. 그걸 보면서 입지적 특성 때문에 대부분 어린 학생들을 키우는 젊은 부부가 사는 아파트인데 이 부부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로 집앞에서도 무서운 일을 당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린게 아닌가 합니다. 하기야 더 옛날에는 그 보다 더한 일도 많았지만 개인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아 알려지지 않고 나쁜일도 쉬쉬하는 풍토 때문에 그냥 덮어버리기도 했겠지요. [테두리 없는 거울]에 등장하는 다섯가지 이야기는 우리의 어린시절, 그리고 지금 자라는 아이들의 환경과 멀지 않은 이야기 입니다.

   유독 이런 류의 이야기에 많이 등장하는 학원폭력과 왕따문제는 이 작품속에도 "계단의 하나코", "그네를 타는 다리", "8월의 천재지변" 등에 적나라 하게 등장합니다. 학창시절에 한번쯤 해보았거나 들어보았을 '분신사바'도 어김없이 소재로 등장합니다. 시체가 끝도 없이 난무하는 "아빠, 시체가 있어요"는 정말 묘하고도 파격적인 이야기여서 인상깊었습니다. 거울을 보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 속에서 고뇌하고 재능없는 아이를 미워하는 부모의 어긋난 애정의 파국을 잔인하게 표현한 "테두리 없는 거울"은 무척이나 섬뜩했습니다. 표제작이라 할만큼 무섭고 끔직하게도 현실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어린시절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가상의 이상적인 친구에 대한 이야기인 "8월의 천재지변"역시 묘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향수를 자극하는 특징적인 작품이었습니다.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들로 무서운 듯하지만 묘하게 향수를 자극하는 이야기를 다룬 [테두리 없는 거울]은 참으로 괴담보다 현실이, 그리고 현실속에 만나는 인간들이 더 무서운 존재임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좋은 작품입니다. 아직도 어색한 일본 호러, 그리고 어쩌면 일반적인 일본 작가의 호러와 궤를 달리할지도 모르는 이 이야기는 저에게 그야말로 기묘한 이야기였습니다. 앞으로 이런 류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읽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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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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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인과 사회에 의해 규정된 삶을 살 것인가? 미움받을 용기를 낼 것인가?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은 이미 국내에 [미움받을 용기]로 익숙한 기시미 이치로 작가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서 시리즈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전세계에 대세로 굳어 있는 프로이트 심리학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아들러 심리학이 근래에 관심을 많이 받는 현상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바람직하고 기쁜일입니다. 아무래도 아들러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바가 저의 개인적인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너무 잘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무척이나 공감이 가고 지지하는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착한아이 컴플렉스(아들러는 컴플렉스에 대한 의미부여가 일반적인 이 용어의 통용의미와 무척 다릅니다만)를 가지고 살아오다 보니 제가 원하는 것과 상관없이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하기를 원하는지 끊임없이 눈치보며 좋은 평가를 듣기 위해 노력했던 어린시절을 자주 떠올립니다. 그리고 대학시절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격유형이니, 기질이니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어린시절의 반대급부로 누가 뭐라든 내가 하고싶은 데로 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온 것도 꽤나 오래되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아들러 심리학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아주 명확하고 경쾌하게 대답해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인생의 의미는 자기자신이 정하는 것이며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일반적인 '인생의 의미'라는 것은 없다고 딱 잘라 얘기하고 있습니다. 모든 고민과 태도의 중심에 '나'가 있습니다. 다른 어떤 과거나 환경에 핑계를 댈 필요도 영향을 받을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들러의 심리학은 "태도의 심리학"이라고도 불립니다. 자신 앞에 놓여진 인생의 과제를 용기있게 직면하고 스스로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심리학, 이것이 바로 아들러의 심리학입니다.




#2. 프로이트 Vs 아들러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띄지만 바쁜 우리가 심리학 교제를 붙들고 씨름할 이유는 없으므로 조금 단순화 극단화 해서 풀어보자면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크게 프로이트 식과 아들러 식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경우는 인간의 행동을 주로 과거의 인과관계의 산물로 해석했습니다. 기억도 나지않는 어린시절의 경험이 현재의 성격을 형성한다는 주장이죠. 이드, 에고, 슈퍼에고 등의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고 무의식의 본능영역과 의식영역, 이상을 추구하는 의식넘어의 영역으로 구분합니다. 또한 꿈의 내용을 해석해서 개인의 욕구, 감정, 갈등 등을 탐색하고자 했습니다. 프로이트 심리학의 주요한 내용인 '불안'이라거나 '방어기제', 그리고 '성격발달의 5단계(구강기, 항문기, 성기기, 잠복기, 생식기)' 이론을 공부하다보면 특징적인 것이 있는데 상당히 인간이 이상한 존재라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흔히 많이 이야기하는 거세불안이라든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일렉트라 콤플렉스 등등 자라면서 누구나 뭔가 이상한 사람이 되거나 약간의 변태성향은 당연히 가지고 있고, 좀 심하면 "돌아이"가 되는 그런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프로이트 심리학을 가볍게 공부하다보면 기분이 무척 나빠집니다. 제가 프로이트를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저도 모르게 '아, 프로이트 이양반 실제로 본인이 변태라 성적인 충동이라든가 이런걸 엄청 강조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죠.


   아들러의 경우 초기에 프로이트와 함께 연구했지만 위에서 언급한 프로이트의 발달단계 등이 지나치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일반화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프로이트와 결별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은 프로이트의 주장처럼 어린시절의 경험이나 상처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개인의 목적의식에 의해 행동이 결정된다고 파악합니다. 최근에 우리 아이에게 생겼던 일을 반추해보면 이 두 심리학자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우리 둘째는 약 30개월쯤 된 여아입니다. 얼마전 이상하게 음식을 잘 먹지 않고 입에 물고 삼키지도 않고 있더니 급기야 뱉어내었습니다. 부모입장에서 밥을 잘 안먹는 아이가 당연히 걱정이 되지요. 그러면 안된다고 얼르고 달래고 해보아도 나아지지 않더니 심지어 더 심해졌습니다. 이런 이상행동을 하는 것이 너무 이상해서 원인이 뭘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EBS 육아프로그램 중에 입에 밥을 물고 있는 아이에 대한 사례가 있더군요. 찾아서 보았습니다. 우리아이는 저리가라 엄청 심각한 아이의 사례가 소개되면서 전문가가 나서서 그 원인이 이유식을 하는 시기에 이유식을 제대로 안했던 기억 때문에 퇴행현상을 일으킨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는 씹기 좋은 음식을 주고 식단을 대폭 수정하고 해서 고쳐지는 것을 보여주더군요. 이런 식의 접근과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프로이트 심리학에 가깝습니다. 어린시절의 어떤 특정 상황에 현재 이상행동의 원인이 있다는 것이죠.


   고민이 되었습니다. 둘째도 이유식을 제대로 안하긴 했거든요. 긴가민가 하면서 죽을 먹여보려고 해도 밥이나 죽이나 똑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아들러의 경우는 동일한 상황을 전혀 다르게 해석합니다. 아이가 밥을 안삼키고 물고 있는 것은 무언가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목적이란게 무얼까요? 이런 방향으로 접근하자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밥을 입에 물고 부모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목적이 있다면 뻔한것이지요. 관심을 받고 싶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충분히 관심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아이가 아이입장에서 생각하기에 관심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고 더 관심을 받아야겠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지요.


   가만 생각해보니 아이가 이제 좀 컸다는 이유로 응석을 받아주던 태도에서 언니에게 함부러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훈육을 좀 많이 했던 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조금 더 안아주고 공감을 해주자 딱히 이유식이니 뭐니 하지 않았는데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금새 밥을 잘 먹습니다. 주의해야할 것은 관심을 받는 것이 목적이므로 입에 음식을 물고 있는 것을 막 혼내면 목적이 어느정도 달성되는 것이라 그 증상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음식을 물고 있는 행위와 상관없는 부분에서 충분히 관심을 보여주고 애정을 표현해주면 관심을 끌고자 하는 행위는 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와 아들러의 차이는 무척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현대인들이 가장 쉽게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어떤 개인의 문제나 이상행동을 과거의 어떤 원인에서 찾느냐, 과거와 상관없이 어떤 목적을 위한 행동으로 이해하느냐의 접근방식입니다.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 쉽게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어느것이 더 바람직하냐는 쉽게 생각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과거의 상처나 경험이 현재 나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을 하다보면 과거의 자신과 직면하고 고통받는 것 까지는 좋은데 어찌어찌 원인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해결하기까지는 무척 어렵습니다. 생각보다 인간이 잘 바뀌지 않으니까요. 반면 현재의 행동이 어떤 목적을 위한 행동으로 이해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용기를 내기만 하면 생각보더 어렵지 않게 삶의 태도를 유지할 수도, 바꿀 수도 있습니다.





#3. 행복의 세 가지 조건


   아들러의 심리학에서 제시하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은 "자기수용", "타자 신뢰", "타자 공헌"입니다. 이중 "자기수용"은 "미움받을 용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는 자기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미움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방식에 따라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증거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내 뜻대로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지불해야만 하는 대가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미움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만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단연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비록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도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p26


   미움받을 용기는 평범해질 수 있는 용기와도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누가 뭐라든 나는 나지'라고 생각할 수 있고 누구에게 평가받지 않아도 나는 소중한 존재라 스스로 여겨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자기 수용"의 태도입니다.


   혼자서 살 수는 없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언제든 나를 해칠 수 있다고 두려워하는 채로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사람들을 믿고 신뢰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타자 신뢰"입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신뢰한다고 해도 그것 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사회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타인을 위해 공헌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타자 공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과하면 독이 됩니다. '타자 공헌'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공동체에 속해 있을 때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4. 인생의 과제를 이겨나가는 용기


   아들러 심리학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콤플렉스"의 영향을 부정한다는 점입니다. 아들러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수행해야할 인생의 과제 앞에서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들먹인다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콤플렉스를 '인생의 거짓말'이라고 불렀습니다. 저만해도 지금도 그렇지만 무언가 중압감을 주는 일이 있을 때 늘 그것을 피하려하고 실제로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예로 대학시절에 교양으로 중국어 회화를 등록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에 공부를 참.. 안했거든요. 학점을 위해 중국에서 살다가 오거나 유학을 해서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학생들이 제법 속해있었습니다. 그러니 저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죠. 게다가 시간강사셨던 남자강사님은 특히 중국어가 유창한 학생, 예쁜 여학생에게 친절한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발음이 안좋거나 잘 대답을 못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상당히 기분나쁘게 비아냥거리고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학기말 시험에 필기에 교수님과 일대일 대화로 성적을 주었는데 관심도 없고 공부도 안한 저는 필기만 응시하고 나와버렸습니다. 대충 C정도는 받을 수 있을거란 판단에서였지만, 핀잔을 들을 상황자체를 피해버린거죠. 이런 상황에 대해서 제가 어린시절에 형들에게 억압을 받아서 움추리고 주눅이 들었기 때문에 그런 압박 상황을 싫어하고 피하는 것이라고 주변 사람에게 설명을 해왔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죠. 제 형이 어린시절에 예민해서 저를 힘들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따지고 보면 막내인 저를 챙겨주고 대학시절에는 심지어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를 대신해 등록금과 생활비까지 도와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들러가 보기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인생의 거짓말인 것이지요.



   아들러는 똑같은 조건에서 자란 쌍둥이도 서로다른 성격과 태도를 보이는 것을 들어 인과관계에 따른 원인론을 부정합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저처럼 중요한 인생의 과제가 놓였을  과거의 상처나 트라우마, 콤플렉스에 기대 회피하려 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은 인생을 좀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가는데 큰 용기와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아들러 선생은 훌륭한 사람이군요. 저도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신뢰하며 공동체에 공헌하는 긍정적인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삶의 태도를 가지도록 가르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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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제인 2015-04-0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트에 관해 저도 공감이에요 한번도 와닿은 적이 없어요 ㅎㅎㅎㅎ
 
위대한 탐정 소설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1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 지음, 송기철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1. 내용에 앞서 궁금해 질 수 밖에 없는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 그가 누구길래 탐정소설에 대해 정의하고 평가하나?
 
   [위대한 탐정 소설]은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가 수많은 탐정소설을 섭렵하고 탐정소설은 어떤 것이며, 어떤 것이어야하고 그동안 출간된 작품들 중에 인상적인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비평한 에세이입니다. 탐정소설의 역사서라 할 수도 있고 비평이라고 해도 무방할 내용들입니다.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는 도데체 누구입니까? 이 양반은 아는 사람은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을 법한 인물입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밴슨 살인사건", "카나리아 살인사건", "그린 살인사건"의 저자인 S.S. 반다인은 대부분 잘 아실테고, S.S 반다인의 실명이 바로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라는 사실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양반 인생 스토리가 참으로 재미집니다. 잘 알려진 데로 원래 그림과 문예 등에 비평을 쓰고 고상한 글을 쓰는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병을 얻어 의사에게 책을 읽는 것을 금지당하게 되고 다만 미스터리 소설 "따위"는 재미삼아 읽어도 된다고 처방을 받습니다. 그 때부터 무지막지하게 미스터리류, 탐정소설을 섭렵을 하게 된 라이트는 그야말로 전문가적 식견을 얻게 됩니다. 저라도 지금까지 나온 미스터리 소설을 다 읽어본다면 미스터리 소설이 어때야 하는지, 어느 작가의 어느 작품이 좋은지 나쁜지 한마디할 자격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딱히 누가 자격을 주는 건 아니겠지만은... 여튼 그는 병 때문에 시작한 미스터리 소설 독서를 근 2천권 정도 했다고 하니 얼마나 눈알 빠지게 읽었을지 상상이 갑니다.
 
   이 쯤되면 누구나 예상하시겠지만 '음.. 진정한 탐정 소설이란 자고로 이래야 하는 것이여!'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고 연이어 '에이, 내가 쓰면 정말 멋진 탐정 소설하나 나오겠는데?'하는 생각도 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평론일로 크게 재미를 못보았고 고상하기는 하나 돈은 없었던 그는 오랜 투병으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었으니 이참에 용돈벌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은 자연히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튼 그는 결과적으로 탐정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대박, 초대박이 났습니다. 그리고... 부자로 떵떵거리고 살았다는 이야기도... (아이고 부러워라.... )
 
   그런데 아무래도 고상한 지식인이 탐정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주변의 평판이 신경이 쓰였던 모양인지 "S.S. 반다인"이라는 희한한 필명으로 소설을 썼습니다. 나중에 이래저래 알려진 모양인데 거뭐 중요한 것도 아니고.. ㅋㅋ 최근에 헤리포터 어머니 "조엔 K. 롤링"이 이런저런 이유로 "쿠쿠스 롤링"을 쓸 때 "로버트 캘브스?" 뭐 이런 필명으로 글을 썼던게 생각나네요.
 
   유명한 작가이기도 한 S.S 반다인이자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는 탐정 소설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쓸만큼 충분한 식견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2. 그래서 탐정소설이란 무엇인가?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은 아니지만 탐정소설이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는 저자 라이트의 "탐정 소설을 쓰기 위한 스무 가지 규칙"에 잘 드러납니다. 스무가지 규칙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다음의 문구만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탐정 소설은 일종의 게임인 동시에 스포츠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가는 독자에 대해 공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작가는 브리지 게임을 할 때 사기가 허락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속임수나 책략 따위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순수한 창의력만으로 독자의 의표를 찌르고 독자의 흥미를 끌어야 한다."
 

   좀 더 자세히 탐정 소설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보면, 우선 탐정소설은 순수한 오락 소설로 문학적 가치를 지향하는 소설과는 창작 동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들어 동일한 잣대로 평가 절하하는 태도를 경계합니다. 탐정 소설이 문학 작품들 사이에서 고유의 가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소설의 원칙에 지배받기 보다는 오히려 수수께끼, 확장된 퍼즐 혹은 십자말 풀이와 같은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독자에게 정확한 힌트를 주어야하고 거짓말을 하거나 말도 안되는 설정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그건 정당한 게임이 아니라 속임수니까 말입니다.

 

   이 밖에도 탐정 소설에 대한 다양한 원칙이나 인물론, 배경론 등을 전반부에 잘 다뤄주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다보면 자연히 탐정소설에 대해서 이해하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얼마 하지도 않는 이 책을 직접 읽어보시면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는 척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3. 엄청나게 재미나거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지루하거나... 그러나 대안은 있다.
 
   이 책을 읽는데 문제는 초반 이후에 있습니다. 어차피 워낙에 짧은 내용이기는 하지만 초반의 탐정 소설론에서 시대별 작가론, 작품론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도달하면 이제 고민이 시작됩니다. 풍문으로 들어 익숙한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듣도보도 못한 당대의 탐정 소설 작가와 작품도 줄줄이 등장하고 이 작품들의 인상평이 끝도 없이 이어지죠. 이 지점에서 엄청나게 흥미롭고 재미날 수도 있고, 완전 질릴만큼 지루해 질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적어도 이 부분에서 만큼은 상당히 읽기 힘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읽고서 새털처럼 가벼운 지식을 어디선가 뽐내야하기 때문에 열심히 읽기는 했습니다만, 읽다보니 이거 뭐 '이렇게 검은 것은 글이요, 누런 것은 종이로다' 수준의 이해도로 읽어봐야 머리속에서 꺼내놓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럴 때는 또 방법이 있지요. 그저 남들이 많이 읽지 않은 라이트의 에세이를 읽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정신승리란 그런 것이지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입니다.
   참, 대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의 백미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짧은 본문에 비해 턱없이 길고도 알찬 "출간​에 부쳐"에 있습니다. 마포 김사장님의 이런저런 솔직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심지어 이 짧은 글에 번역후기, 출간 후기까지 붙으니 뭐랄까? 핫도그를 먹는데 쏘씨지는 얇고 빵껍질이 무척 두꺼운 형국입니다. 그런데 쏘세지도 맛나지만 이 껍딱이 또 겁나게 고소하고 바삭하더란 말이지요. 북스피어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1권인 윌러스 헌팅턴 라이트의 [위대한 탐정 소설]은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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