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탐정 소설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1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 지음, 송기철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1. 내용에 앞서 궁금해 질 수 밖에 없는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 그가 누구길래 탐정소설에 대해 정의하고 평가하나?
 
   [위대한 탐정 소설]은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가 수많은 탐정소설을 섭렵하고 탐정소설은 어떤 것이며, 어떤 것이어야하고 그동안 출간된 작품들 중에 인상적인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비평한 에세이입니다. 탐정소설의 역사서라 할 수도 있고 비평이라고 해도 무방할 내용들입니다.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는 도데체 누구입니까? 이 양반은 아는 사람은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을 법한 인물입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밴슨 살인사건", "카나리아 살인사건", "그린 살인사건"의 저자인 S.S. 반다인은 대부분 잘 아실테고, S.S 반다인의 실명이 바로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라는 사실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양반 인생 스토리가 참으로 재미집니다. 잘 알려진 데로 원래 그림과 문예 등에 비평을 쓰고 고상한 글을 쓰는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병을 얻어 의사에게 책을 읽는 것을 금지당하게 되고 다만 미스터리 소설 "따위"는 재미삼아 읽어도 된다고 처방을 받습니다. 그 때부터 무지막지하게 미스터리류, 탐정소설을 섭렵을 하게 된 라이트는 그야말로 전문가적 식견을 얻게 됩니다. 저라도 지금까지 나온 미스터리 소설을 다 읽어본다면 미스터리 소설이 어때야 하는지, 어느 작가의 어느 작품이 좋은지 나쁜지 한마디할 자격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딱히 누가 자격을 주는 건 아니겠지만은... 여튼 그는 병 때문에 시작한 미스터리 소설 독서를 근 2천권 정도 했다고 하니 얼마나 눈알 빠지게 읽었을지 상상이 갑니다.
 
   이 쯤되면 누구나 예상하시겠지만 '음.. 진정한 탐정 소설이란 자고로 이래야 하는 것이여!'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고 연이어 '에이, 내가 쓰면 정말 멋진 탐정 소설하나 나오겠는데?'하는 생각도 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평론일로 크게 재미를 못보았고 고상하기는 하나 돈은 없었던 그는 오랜 투병으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었으니 이참에 용돈벌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은 자연히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튼 그는 결과적으로 탐정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대박, 초대박이 났습니다. 그리고... 부자로 떵떵거리고 살았다는 이야기도... (아이고 부러워라.... )
 
   그런데 아무래도 고상한 지식인이 탐정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주변의 평판이 신경이 쓰였던 모양인지 "S.S. 반다인"이라는 희한한 필명으로 소설을 썼습니다. 나중에 이래저래 알려진 모양인데 거뭐 중요한 것도 아니고.. ㅋㅋ 최근에 헤리포터 어머니 "조엔 K. 롤링"이 이런저런 이유로 "쿠쿠스 롤링"을 쓸 때 "로버트 캘브스?" 뭐 이런 필명으로 글을 썼던게 생각나네요.
 
   유명한 작가이기도 한 S.S 반다인이자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는 탐정 소설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쓸만큼 충분한 식견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2. 그래서 탐정소설이란 무엇인가?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은 아니지만 탐정소설이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는 저자 라이트의 "탐정 소설을 쓰기 위한 스무 가지 규칙"에 잘 드러납니다. 스무가지 규칙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다음의 문구만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탐정 소설은 일종의 게임인 동시에 스포츠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가는 독자에 대해 공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작가는 브리지 게임을 할 때 사기가 허락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속임수나 책략 따위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순수한 창의력만으로 독자의 의표를 찌르고 독자의 흥미를 끌어야 한다."
 

   좀 더 자세히 탐정 소설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보면, 우선 탐정소설은 순수한 오락 소설로 문학적 가치를 지향하는 소설과는 창작 동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들어 동일한 잣대로 평가 절하하는 태도를 경계합니다. 탐정 소설이 문학 작품들 사이에서 고유의 가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소설의 원칙에 지배받기 보다는 오히려 수수께끼, 확장된 퍼즐 혹은 십자말 풀이와 같은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독자에게 정확한 힌트를 주어야하고 거짓말을 하거나 말도 안되는 설정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그건 정당한 게임이 아니라 속임수니까 말입니다.

 

   이 밖에도 탐정 소설에 대한 다양한 원칙이나 인물론, 배경론 등을 전반부에 잘 다뤄주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다보면 자연히 탐정소설에 대해서 이해하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얼마 하지도 않는 이 책을 직접 읽어보시면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는 척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3. 엄청나게 재미나거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지루하거나... 그러나 대안은 있다.
 
   이 책을 읽는데 문제는 초반 이후에 있습니다. 어차피 워낙에 짧은 내용이기는 하지만 초반의 탐정 소설론에서 시대별 작가론, 작품론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도달하면 이제 고민이 시작됩니다. 풍문으로 들어 익숙한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듣도보도 못한 당대의 탐정 소설 작가와 작품도 줄줄이 등장하고 이 작품들의 인상평이 끝도 없이 이어지죠. 이 지점에서 엄청나게 흥미롭고 재미날 수도 있고, 완전 질릴만큼 지루해 질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적어도 이 부분에서 만큼은 상당히 읽기 힘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읽고서 새털처럼 가벼운 지식을 어디선가 뽐내야하기 때문에 열심히 읽기는 했습니다만, 읽다보니 이거 뭐 '이렇게 검은 것은 글이요, 누런 것은 종이로다' 수준의 이해도로 읽어봐야 머리속에서 꺼내놓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럴 때는 또 방법이 있지요. 그저 남들이 많이 읽지 않은 라이트의 에세이를 읽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정신승리란 그런 것이지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입니다.
   참, 대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의 백미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짧은 본문에 비해 턱없이 길고도 알찬 "출간​에 부쳐"에 있습니다. 마포 김사장님의 이런저런 솔직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심지어 이 짧은 글에 번역후기, 출간 후기까지 붙으니 뭐랄까? 핫도그를 먹는데 쏘씨지는 얇고 빵껍질이 무척 두꺼운 형국입니다. 그런데 쏘세지도 맛나지만 이 껍딱이 또 겁나게 고소하고 바삭하더란 말이지요. 북스피어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1권인 윌러스 헌팅턴 라이트의 [위대한 탐정 소설]은 그런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