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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ㅣ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왜 지대넓얕이 인기인지 알 수 있는 필수 인문학 입문서
'아들러 심리학'과 함께 단연 출판계의 화두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었습니다. 읽다보면 과연 인문학 서적이라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너무나 쉽고 명료하게 읽혀서 놀라울 정도입니다. 장르소설을 읽는 듯한 대단한 가독성이야 말로 이 책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이 왜 이렇게 쉽게 읽어지는가를 따져보고 싶어집니다. 우선 저자인 "채사장"이 누구인가 궁금합니다. 저보다 훨씬(?) 어린 저자 "채성호"씨는 대학시절에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를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다독가군요. 평범한 회사원에서 갑자기 책을 집필하셨던 모양인데 집필이 먼저인지 팟캐스트 [지대넓얕]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책은 지난해 12월에 출간되었고 팟캐스트는 지난해 봄부터 시작했으니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팟캐스트를 들어보면 상당히 상식이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대학입시 논술 강사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책이 전반적으로 가독성이 좋은 구어체로 쓰여있습니다. 딱딱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이 '읽는 행위'에 있어서 탁월한 장점입니다. 또한 강의록이라 해도 좋을 만큼 설명이 명쾌하고 단순합니다. 구구절절 디테일한 내용을 완전히 생략하고 단순화시켜 독자가 딱 필요한 핵심만 읽고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마치 입시학원에서 "자, 밑줄 쫙~~. 이 내용만 외우세요. 이것만 기억하면 절대 틀리지 않아요."하고 알려주는 듯 한 느낌입니다.
또한 중요한 내용을 두번 세번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중간요약에 마무리 요약까지 그렇지 않아도 단순화된 핵심을 여러번 반복하는 동안 독자는 자기도 모르게 내용을 소화하게 됩니다. 거기다 더 이해하기 쉽도록 중간 중간 단순화된 도표와 그림으로 이해를 더욱 돕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주욱 읽고 '뭔 내용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싶으면 본인의 이해력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이렇듯 심각한 것을 피하고 쿨하게 즐기기를 좋아하는 한편, 한가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을 여유가 없는 바쁜 생활 패턴의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인 것입니다.
#2. 먼저 숲을 보며 대강의 지형을 파악한다. 지형을 알고 내가 어디 서있는지 알아야 지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책을 쓴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지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이 세상이 돌아가는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일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난해하게만 느껴지고 이런 사람들이 모이면 어쩔 수 없이 연예인의 가십이나 드라마, 영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나름의 교양을 가지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상식이 필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지적인 대화에 목말라 있거나,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이 복잡하다고 느끼거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현실적 제약으로 독서할 여유가 없거나, 대학에서 교양 수업을 듣기 전에 기초적인 지식을 얻고 싶거나, 미술관에 가면 무엇인가를 이해한 듯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거나, 가난하면서도 보수 정당을 뽑고 있거나, 정치는 썩었다고 습관적으로 말하면서도 뉴스는 사건 사고와 연예,스포츠 부분만 보거나,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불안 하지만 어디서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p9
이 세상에는 사고를 체계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세상사를 A부터 Z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공부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으로 느끼고 부모와 학교로부터 학습받은 내용 중 일부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늘 노출되어 있는 미디어에서 일방적으로 송출하는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며 별다른 비판과 노력없이 세상을 인식하며 살고 있지요. 하지만 내가 속한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들이 모여 살고 있는 현실세계의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등을 명확한 관점으로 바라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합니다. 또한 명료한 판단기준을 마련할 필요도 있습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정확한 기준으로 나누고 단순화하여 전체적인 숲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뿔뿔히 흩어져 있던 점과 같던 지식 덩어리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꿰뚤어 선과 선으로 이어줍니다. 그리하여 전체적인 지형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독특한 상황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주체적으로 현 체제에서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유익한지, 변화를 꾀하는 것이 유익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세계가 매우 독특한 세계임을 아는 것, 내가 사는 세계가 지금까지의 인류 전체가 살아왔던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삶의 모습은 아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이 독특한 세계가 발 딛고 서 있는 독특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왜곡된 '세계'에 서 있는 왜곡된 '나'를 이해하는 것. 이것이 지적 대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다." p105
#3. 가벼운 인문학 서적의 한계인가? 인문학 서적의 필수 요소인가?
요즈음 가벼운 인문학 입문 서적이 유행이다 보니 전통적인 인문학 서적을 출판해 오던 출판사 관계자나 인문학자 분들의 걱정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가 인문학적 소양이 많거나 전문가였다면 개탄을 금치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인문학이 인간들의 세상사를 이해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전제하에 작금의 현실은 깃털처럼 가벼움의 대 범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 흐름에 저같은 사람도 일조를 하고 있고 말이죠.
하지만 트위터를 필두로 다양한 SNS가 유행을 하고 카톡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이 통화를 대신하며 깊이있는 서적보다는 웹툰이 더 익숙한 이 시대에 '옛날에는 말이야...'류의 타령은 이미 한귀로 흘릴 정도의 가치도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저런 현실을 따지다보면 가벼운 인문학 입문서라고 하는 이 책마저도 묵직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한편으로는 가벼움을 개탄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은 가벼우나 신속하고 깊이는 없으나 유머와 위트는 넘칩니다. 게다가 의외로 깊이 고민하고 사색하는 일단의 무리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찌보면 가벼움의 시대라고 단정짓는 것도 성급한 일반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예전보다 깊이있는 인문학 서적이 안팔리기는 안팔리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 예전은 정확히 언제를 지칭하는지 궁금합니다. 한 때 인쇄만 하면 찍는 족족 팔려나가던 전성기가 있었다라는 말을 풍문으로는 들었으나 점차 책이라는 매체 자체가 힘을 잃은 것이지 단순히 인문학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기야 제가 학창 시절에는 일년 사시사철 라디오에서 책 광고가 쏟아지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과 같은 거시적인 인문학 입문서는 과연 우리의 인문학적 소양을 하향평균화시키는 부정적 역할을 하는 것인가 따져볼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선 인문학 입문서 없이 정통적인 인문학 서적이 계속 출간된다고 가정하면 인문학적 소양을 깊이있게 길러줄 수는 있을 것인가 따져보아야 합니다. 저부터도 책을 펼쳐 들었다가 잠들기를 반복하지 않겠습니까?
전문적인 지식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워밍업이 필요합니다. 인문학적 소양에서는 완전 문외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많은 현대인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중간에 연결다리 역할을 하는 안내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쉽게 개괄적인 부분을 소개해줄 안내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실제로 저같은 경우도 이 책을 읽다보니 전체적인 개념을 위해 생략된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란 말입니다. 그리하여 기회가 된다면 좀더 디테일한 역사적인 사실을 찾아보고 싶고, 인상적이었던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책을 사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해서 인문학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아가는 접점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저같은 사람은 이정도 수준의 지식도 충분하지 얼마나 인문학을 깊이 공부해야 합니까? 우선은 이책부터 읽고 봅시다. 그러면 향후에 어떤 책들을 읽어서 지식을 더 쌓아갈지 고양있는 현대 지식인이 될지 갈길이 보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