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의 쐐기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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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7분서 시리즈의 재미란..

   [살의의 쐐기]는 제가 읽은 87분서 시리즈 중 다섯번째 작품입니다. 에드 멕베인의 87분서 시리즈는 참 묘한 작품이예요. 사실 명성에 비해 막상 읽어보면 거뭐.. 그냥 심심~~~ 하거든요. '의잉?? 뭥미??' 이런 기분이 든단 말입니다. 가장 먼저 읽었던 작품이 아마도 [조각 맞추기]였던 거 같은데, 지금 다시 읽으면 아주 재미지게 읽을 것 같지만 그 당시 첫작품을 읽을때는 87분서 시리즈에 대한 정보도 없고 적응도 안되어서인지 그냥저냥 그랬습니다. 막 하드보일드도 아니고, 심장을 움켜질만큼 쫄깃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섭기를 하나, 잔인하지도 않고, 사회풍자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술에 술탄듯 물에 간장탄듯' 하더란 말입니다.

   두번째 작품도 마찬가지였어요. [노상강도]는 사실 내용상 잔인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읽다보니 그냥 심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별로 평도 안좋게 했던거 같네요. 등장인물도 배경도 다 생소해서 그랬던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87분서 시리즈 특유의 그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컸던 거 같네요. 최근에 나왔던 [마약밀매인]과 [사기꾼]을 읽을때는 좀 익숙해졌던지 다른 분들보다 좀더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아마도 이 시리즈를 여러권 읽어보신 분이라면 제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실 듯 합니다. 읽을수록 읽는 재미가 있는 묘한 시리즈예요. 여튼 피니스아프리카에에서 출간한 87분서 시리즈가 총 6권인데 이중에 [살의의 쐐기]와 [킹의 몸값]만 읽지 않고 뒀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시리즈 중에 수작이라고 평가받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맛난 걸 아껴두는 심정으로 미뤘던 것이죠. 이제야 메인요리를 먹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살의의 쐐기]를 읽었습니다. 역시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군요. 하지만 작품을 읽는 순서가 바뀌었다면 평가가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98분서 시리즈는 한작품 한작품을 읽는 재미도 있겠지만 마치 시리즈 자체가 한 작품인냥 읽는 것이 더 재미지게 읽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2. 처음 느껴보는 긴박감.. 생소하면서도 희한한 재미..

   솔직히 이 작품 [살의의 쐐기]를 읽으면서 다섯권째만에 내용전개상 긴박감과 긴장감이 처음으로 느껴졌습니다. 그전에는 읽으면서 '아무리 오래된 작품이라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쫄깃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꾸역꾸역 계속 읽어오게 되었던걸 보면 나도 모르는 묘한 재미와 매력이 있기는 있었던 모양이지만 여튼 막 스피디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쪼임이 거의 없었죠. 심지어 주인공 카렐라가 총에 맞아 나자빠질때조차 '어?' 하는 정도의 의아함이 있었을뿐이었을 정도였을 정도였으니까 말입니다.

   근데 아무래도 희한한 인질극과 밀실추리가 병행되면서 놀라움이 있었어요. '뭐야? 87분서 시리즈도 긴장감 조성하는거야?'하는 마음에 에드 멕베인 옹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고 싶었습니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하면서 말입니다. "그래 하면 되잖아요? 왜 이렇게 안썼던 거예요?" 이런 이야기를 곁드려 주고 싶더군요.

   후기에 보니 이 작품이 시리즈 열두번째 작품이라고 되어있어요.([킹의 몸값] 후기에는 [킹의 몸값]이 열번째고, [살의의 쐐기]가 그 전전작품이라고 되어있어서 그렇게 따지면 여덟번째 작품인 건데 아무래도 저자의 인터뷰 내용을 발췌한 열두번째 작품이라는 것이 더 신빙성이 있는것도 같고) 여튼 원래 세작품만 쓸려다가 인기가 좋아서 늘리고 늘리고 한건데 한 12번째 쯤되자 이제 '에이 뭐 이런 설정으로도 한번 써볼까?' 하고 쓴거 같습니다. '이것만 쓰면 너무 단순하니 밀실트릭도 좀 써먹어 볼까?' 이런 생각도 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시리즈 면면을 살펴봐도 에드 멕베인이 아주 치밀한 사람은 아닌거 같아서 말이죠..ㅋㅋ



#3. 시리즈를 읽는 소소한 재미

   이 시리즈는 특유의 유머코드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상황에 따른 유도리있는 유머와 재치를 중시하는 저같은 사람은 이런 미쿡씩 개그에 익숙치 않아요. 전혀 익숙해지지도 않고... 그들만의 코드가 이해는 되는데 용서는 안되는 그런 심정입니다. 웃긴답시고 등장인물이 유머를 막 구사하는데 '아... 왜에.. 도데체 왜 그러는데...'라고 면박을 주고 싶어지죠. 정말 다행인 것은 대체로 작품속 주변 인물들이 이런 저질 유머를 서로 안받아주는 웃긴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는 거죠. 어쩌면 서로 서로 면박주거나 무시하는 작품속 상황들이 오히려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 작품의 경우는 중간중간 폭팔물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인데 한명 두면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등장해서는 상황을 부드럽게 해보려고 썰렁한 농담을 던지는데 그게 차암~~~ 드럽게 재미없죠. 그나마 그 상황이 기가차서 웃기기는 합니다.
   오히려 이런 썰렁 멘트보다는 이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사건의 전개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일단 기본이되는 두가지 설정. 첫째, 경찰서, 심지어 강력반 사무실이 더 심지어 여자한명에게 점령당해서 폭팔물 위협도 받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희한한 인질극 비스무리한 것의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오로지 시리즈 전체의 비중 갑 주인공 스티브 카렐라를 기다립니다. 두번째, 스티브 카렐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살로 보이는 밀실살해사건을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경찰서로 돌아오지 않다가 결국 해결해내죠. 그리고는 의기양양 등장하는데(등장전에 다행히 강력반 사무실은 정리가 됩니다.) 이 난리에도 그 핵심 주인공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천하태평을 떨어죠. 이 상황이 무척 웃깁니다. 역시 스티브 카렐라의 매력이 +10정도 올라가는 상황이 되죠.

   그리고 어김없이 등장하는 카렐라의 벙어리이자 귀머거리 장애를 가진(그러나 드럽게 예쁜) '테디'. 이 부부의 애정행각도 볼만 합니다. 아내와의 약속도 잊고 일에 몰두하는 카렐라를 전혀 나무라지 않고 사랑하는 테디의 모습은 거의 테디가 아니라 "테레사"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숭고합니다. 경찰들과 범죄자가 우글거리는 87분서 이야기 전체에 방부제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죠. 이 작품을 읽고보니 이제는 카렐라와 테디가 처음 만나는 시리즈 첫작품인 "경찰 혐오자"를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군요.

   참, [살의의 쐐기]에서 쐐기란 단어는 사실 경찰서를 점령한 여인이 카렐라에게 가지는 극한 적대감이나 살의가 형사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을 상징적으로 의미한다고 이해를 하고 먼저 정리를 해버렸는데 마지막에 보니 밀실트릭을 깨는 중요한 요소가 되더라구요. 의외로 일차원적인 제목에 살짝 멘붕이 왔습니다.

   참참, 에드 멕베인이 웃긴 것이 사건 전개 중심으로 이야기를 막 전개해나가요. 근데 딱 첫문단과 이야기가 환기되는 중간 중간에 한번씩 뜬금없이 순문학 흉내를 냅니다. 그 외 그런거 있잔습니까? 자연이라던가, 계절의 변화 등등을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하면서 분위기를 잡는거 있죠? 그런 문장들을 꼭 넣어요. 습작쓰는 작가 지망생들이 소설을 쓰면 꼭 그렇게 되잖아요. 뭔가 신춘문예스러운 문장들 말입니다. 이 아저씨도 그런게 있어요. 저같은 사람이 느낄만큼 촌스럽거나 의도적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시리즈 다섯권째에서 드디어 이 시리즈의 재미를 알았습니다. 킹의 몸값도 읽어봐야겠어요.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이 시리즈가 얼마나 더 출간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읽으면 읽을수록 더 재미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맛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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랫맨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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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교함, 그 애틋한 정교함...


   저는 미치오 슈스케의 다른 작품을 만나보지 못해서 정확히 어떤 작풍을 가진 작가인지 모르는 가운데 이 작품 "랫맨"을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난 느낌은 스케일이 작고 촘촘한 가운데 밀도높은 정교함을 지닌 공예품을 찬찬히 감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정된 인물과 정해진 몇군데에서 반복되는 장소의 제한은 어쩌면 답답함을 의도한 것도 같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의 핵심을 이루는 공간은 아예 밀실트릭을 연상시키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이 정교함이 '와... 정말 정교한게 짱이야..' 이런 느낌이 아니라 어딘가 애틋함을 풍깁니다. 정교함을 통해 작가가 의도한 포석이 있는데 그 인도를 따라 놀라울 정도의 섬세한 장치들이 향하는 한 점을 만났을 때의 그 느낌이 애틋하고 애잔함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표현은 엄청 막연하고 '뭔소리야?' 하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거뭐, 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남습니다. 직접 읽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주제의식처럼 읽어도 저랑 전혀 다른 부분을 본다면 같은 책을 전혀 다른 면만 보고 착각하는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말입니다.


   이 책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결국은 '사건과 진실은 하나인데 각자가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본다'라는 것이거든요. 게다가 각자 보고싶은 것만 보고 판단을 해버렸는데 어느날 돌아보니, 곰곰히 잘 생각해보니 사실은 내 생각은 완전 착각일 뿐이더라. 뭐 이런 이야기말입니다. 그런 경험이 많지 않던가요? 살면서 각자의 선입관과 잘못된 정보로 오판을 해서 일으킨 실수가 한두가지가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완벽하다.." 이런 사람 있으면 혼내줄꺼야...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동안 보아 온 것, 들은 것의 색채는 서서히 희미해진다. 어느 날 어디선가 가만히 서서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봤을 때, 징검다리 돌처럼 거기에 남아 있는 것은 언제나 실수뿐이다." p299~300




#2. 전형적인 일본소설에서의 쿨한 설정들..속터진다...


   가끔 이런 관계설정의 작품을 읽다보면 좀 짜증이 납니다. 가족은 늘 뭔가 비밀이 있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상적인 구성이 아닙니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도 뭔가 남달라요. 무관심하다거나,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거나 학대한다거나 속이거나 이런저런 상황입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또 증상의 차이만 있지 어느 가족이나 이런 면이 다 있지 않겠어? 하고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속에서 이런 모습을 너무다 아무렇지도 않게 쿨하게 전개해 나가면 좀 짜증이 나요.


   일본소설 중에는 이런 설정을 다중적으로 해놓는 경우를 많이 만나죠. 이 작품처럼 자매가 있는데 남자는 한명입니다. 이 남자는 언니를 사귀다가 뜬금포로 동생과 성관계를 막 가지죠. 그리고 동생은 언니와의 관계를 잘 알면서 언니와의 심리적 갈등 때문에 언니의 남자를 차지하려고 해요. 그리고 그냥 별다른 저항없이 그렇게 되요. 근데 또 세사람이 서로 그걸 말안해도 다 알아. 이쯤만 되도 거시커니한데 언니가 죽었는데 동생이 "슬프지 않아서 슬퍼요~~" 이런 멘트를 날려요... 남자를 차지할 수 있으니까요.. 허어... 이거 뭐 '내가 다 이해한다. 나는 관대하다..'라고 정신승리를 해 가면서 읽어도 상황만 보면 개막장이죠. 다만 각자각자 캐릭터의 심리를 이해해가며 읽자면 또 이해가 안되는 상황은 아니야. 이게 골치 아픈 겁니다.


   또 있죠. 가까운 지인이 바로 옆에서 죽었는데 이 인간들 하나같이 쿨내가 진동해요. 엄청 당황하고 경황없어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생각해보세요. 내 지인이 죽었어요.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바로 옆 공간에서 어느새 끔찍하게 죽어있어. 근데 같이 본 친구가 갑자기. "아무것도 손대지마~~" 이라믄서 형사 흉내를 내고 자빠졌어.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널려있는 것들을 보고 이런저런 추리를 하고 지랄을 떨어요. 저같으면 벽집고 공중 3회전 후 쌍뺨따구를 날리고는 넘어지는 도중부터 뼈마디가 다 부러지도록 밟아주겠습니다.... 만은 이 작품안에서는 아무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그들의 룰이니 따라가야지 뭐...



#3.  반전이 주는 재미... 쥐인간 이론... 


   이 작품이 대단한 점은 결국 반전에 있습니다. 저는 반전을 정말 좋아하지 않아요. 몇시간 동안 완전 몰입하도록 잔뜩 떠들더니 마지막에 갑자기 "다 뻥이야!!!" 이런 느낌 말입니다. 그럴꺼면 왜 그렇게 진지하게 얘기한거야? 하고 면박을 주고 싶어지거든요. 그러고보니 저는 정말 진지한 사람이군요. 가끔 만나는 어설픈 반전의 작품들은 허무맹랑합니다. 한참 떠들고는 "아, 갑자기 깨어보니 꿈이었구나.."이런 소리를 지껄이는 무책임함이라니요..


   별 다섯을 그냥 준게 아니지만 그 중 한개 쯤은 이 작품의 공들인 반전 몫이겠습니다. 소품격으로 끼어있는 연습실 밀실트릭 같은건 대충 누구나 눈치챌만한 스토리죠. 그러나 사실은 읽는 중에 '에이.. 범인은 누구구만...'하고 깨닫기는 힘듭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객관적인 서술보다는 등장인물의 시각과 감정. 그러니까 그 인물에 제한된 시각에 따른 서술만 제한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거든요. 그것도 사실은 트릭이고 헤깔리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아 이양반이 범인아냐?'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만 정보가 없어요. 가능성만 있죠. 그래서 중요한건 누가 범인인가가 아닙니다. 범인은 있는데 각자가 엉뚱한 사람을 지목하고 각자 편한데로 행동하고 의심하고 추리하고 난리법석을 떨죠.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연습실 사건의 진상과 함께 마치 평행선처럼 동일한 성격의 사건이 하나 더 나오는데 시간차가 있기는 하지만 역시나 이 이야기의 핵심사건입니다. 표면적으로 이 사건과 연습실 사건을 통해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랫맨"효과를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더 눈여겨 봐지는 것은 사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히메카와의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프로이트의 쥐인간 이론입니다.


   저자가 책속에서 설명하는 "랫맨" 효과와 조금 다르게 프로이트 쥐인간 실험에서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효과를 설명합니다. 아버지와 다른 선택으로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마음, 불안과 강박이 있었지만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결국 아버지와 같은 종류의 선택을 하고 마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정말 탁월합니다.


  


#4. 연습실과 공연장, 배출의 쾌감과 허무함...


   또 한가지 눈여겨 볼 것은 제한된 공간인 연습실에 계속 갖혀있는 주인공들, 작은 공연을 통한 배출, 그리고 계속 반복되는 상황에서의 허무함 등의 묘한 분위기를 상당히 잘 표현해주고 있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 무거운 느낌을 받게 만듭니다. 깔깔 웃으며 읽을 수 없고 읽고 나서도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개운하지 않은 뒷맛이 남습니다.


   심지어 반전의 반전을 거쳐 결국 주인공은 진실에 닿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인된 진실의 순간마저 깔끔하고 속 시원한 쾌감 따위는 전혀 없어요. 진실을 대해도 그저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삶속에서 오해와 호해의 벽을 쌓아가며 살아가고 있구나. 겨우 죽을동살동 애를 써야만 한꺼풀 벗겨내고 수많은 껍데기 중 한가지를 볼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정도의 허망함과 마주 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우.. 잘 읽었는데 찝찝해.. 대단한거 같은데 찝찝해... 나의 치부가 드러난것만 같아서 찝찝해... 리뷰가 너무 길어져서 찝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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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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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국내 문학씬에서 가장 핫한 작가 장강명


   최근에 국내 작가중에 가장 관심을 많이 받고 핫한 작가 중 한명이 장강명 작가가 아닐까 합니다. '표백'부터 시작해서 발표하는 작품마다 상을 받고, 문단이나 평론분야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고루 받아왔던 작가가 흔치 않았는데, "한국이 싫어서"는 특히나 언론에도 관심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발표한 이후로 다양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장강명 작가 작품은 총 네작품을 읽은 셈인데(리뷰를 안써서 셈이라는 묘한 표현을...) 작품마다 묘한 공통점도 있고 의외의 차이점도 분명해서 장강명 작자의 장점이 분명히 보이고, 특징도 어느정도 확인이 되는 거 같습니다. 그중에 가장 환영할 만한 장점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니라 이 작가의 작품을 읽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책이 재미있게 읽혀요. 대중작가로써 가장 갖추어야할 미덕이 아니겠습니까? 이 양반이 작금에 와서야 이정도로 각광을 받고 수많은 매체에서 인터뷰를 반복적으로 계속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력에 대해서는 하도 많은 인터뷰를 접해서 읊을 수 있을 지경인데 여튼 10여년 이상의 기자 생활 때문인지 정통 문단의 세례를 받은 작가들에게서 느껴지는 소위 문학적 표현이 별로 없는 것도 특징입니다. 문장은 잘 모르지만 깔끔해요. 뭔가 표현을 위한 유려한 알듯 모를듯한 문장이 전혀 없습니다. 마치 사건을 진술하듯 빠르게 이야기를 이어가죠. 그러다보니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집중해서 읽을 수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독자입장에서 이해하기가 무척 편하죠. 복선이 있거나 중의적인 표현을 이어가는 일도 없고, 상징적인 표현을 쓰지도 않으니까 말입니다. 저같이 단무지 독자에게는 아주 잘 들어맞는 유형의 작가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2. 한국에서 사는 것이 힘든 이유에 퍽이나 공감해버린...


   이 작품은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 제목 때문에 더 대중적인 관심을 받은 작품이 될 것인데,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 때문에 어느 세대, 어느 계층에게나 회자될 수 있는 지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써온 작품의 이력까지 생각하면 더욱 기대를 받을 수 밖에 없는데, 막상 읽어보니 딱히 세대나 기득권이나 특정계층을 비난하거나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하고 있지는 않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공감하고 흥미로우면서도 마음 한켠이 무척 쓰리고 아프게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인공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는 너무 자극적인 표현이고 '한국에서 살아가기가 벅차서' 호주로 이민을 꿈꾸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과감하게 실행을 합니다. 한국에서 살아가기 벅찬 이유를 여기저기서 설명하고 있는데, 작품의 극초반에 그녀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유가 너무 공감이 되서 빵터졌습니다.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니느,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p11


   밑줄 친 저 문장에서 완전 나자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저나 아내나 쥐뿔도 없고 시작부터 부채로 시작한 가정경제인데도 불구하고 꼴에 뭐가 되니 안되니 까다롭게 따지고ㅋㅋㅋ 정말 남일 같지 않는 문장을 만났네요. 저는 상당히 현실적인 성향이라 그 와중에도 좀 덜 한데 아내같은 경우는 빈말로라도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편이라 사는게 녹녹하지 않을수록 "하와이로 가자~~~"라며 노래를 부르죠..ㅋㅋㅋㅋ 저희 현실은 동네 "하와이 사우나"에나 다녀올 상황인데 말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운거 중 하나는 책사는 부분이죠. 꼴에 책은 꼭 사서 봐야하고, 읽던 안읽던 마음에 든 작가 책은 중고사이트를 뒤져서라도 사모아야하고, 남들은 최신간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부담스럽다고 서평 이벤트 신청도 하지 않죠. 그나마 보내주시던 출판사 책도 다 거절하고 돈주고 사고 말입니다. 이거 의외의 지점에서 반성하게 되더군요. 앞으로 책은 빌려 읽기도 하고 꼭 사모아야하는 특별한 시리즈가 아니면 어지간하면 구매를 자제할까 심각하게 고민중입니다.


   여튼 "한국이 싫어서"는 사실 따지고 보면 그냥 평균이거나 그리 부족한 것도 없는 젊은이가 한국의 구조적인 어려움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 사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녀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는 자기고백적인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젊은 층의 이민에 대해서 다양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다 핵심적으로는 한국에 살아가는 젊은이에 대해서 다양한 모양새를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그리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예외 없는 이야기를 잘 담고 있습니다. 그리 극적이지도 않은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인데도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는, 아니 읽어나갈 수 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3. 힘의 이데올로기, 기득권의 문제를 건드리는 문학작품... 그러나 행복해지고 싶다...


   이 작품은 장강명 작가가 등단작을 비롯해 계속해서 건드려오던 한국 사회의 당면 문제, 치부를 드러내었다는 부분에서 상당히 정치적일 수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문학작품이 사회의 문제를 어느정도까지,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장강명 작가는 우리 사회의 힘이 논리, 어그러진 사회의 문제, 모순점, 기득권의 변치않는 단단함 등을 항상 건드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작 "그믐"에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만, 문학작품속에서 누구나 다루기 부담스러워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문제를 표면화하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겠습니다. "무엇이 옳다, 어떻게 해야만 한다"라고 딱잘라 말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무척 많은 주제입니다.


   "표백"에서도, "한국이 싫어서"에서도 한결같이 느낄 수 있지만 장강명 작가가 명석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뿌리깊은 문제들을 놓치지 않고 작가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방향제시가 될 문제도 아니기도 합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해야할 명료한 책임은 '문제를 문제라고 이야기해보는 것'이고 이로 인해 독자들이 각자 이 문제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태도를 정해놓은 듯 합니다. 일부 작가들이 이부분에서 실수를 저지르는데 문학작품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강요하며 독자를 가르치려 하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내가 한번 문제제기를 해보겠다는 의협심에 작품을 넘어 작가가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를 의외로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됩니다. 장강명 작가는 이런 문제에 있어서 균형을 정말 잘 잡고 있습니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케이스가 아닐까 합니다.   


   이 작품속에서도 한국이 살기 어려운 나라이고 원인이 무엇인지, 다른 나라는 어떤지 여러가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습니다만 정작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인가에까지 흥분해서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변함없고 더욱 변하지 않을 현실에서 다만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싶은 것 뿐"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니, 난 우리나라 행복 지수 순위가 몇 위고 하는 문제는 관심 없어.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고. 그런데 난 여기서는 행복할 수 없어."p61


"밥을 먹는 동안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중략) 나한테는 자산성 행복도 중요하고, 현금흐름성 행복도 중요해.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나한테 필요한 만큼 현금흐름성 행복을 창출하기가 어려웠어. 나도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지. 나는 이 나라 사람들 평균 수준의 행복 현금흐름으로는 살기 어렵다. 매일 한 끼만 먹고 살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는 걸."p185



"몇 년 전에 처음 호주로 갈 때에는 그 이유가 '한국이 싫어서'였는데, 이제는 아니야. 한국이야 어떻게 되는 괜찮아. 망하든 말든, 별 감정 없어...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서라면 더 쉬울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p161



   무언가를 성취해서 그 만족감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참으로 힘들고, 매일 매일 일상의 행복으로 충만해서 살아가기는 더더욱 어려운 것이 작금의 한국에서의 삶인가 봅니다. 작가는 한국이 싫은, 아니 한국에서 살기가 어려운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지점을 정확히 잘 짚었고, 영글지 않은 젊은 여성의 목소리로, 그것도 반말로 전해줌으로써 무겁지 않고 어렵지 않게 하고싶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부담스럽지는 않은데 뭔가 생각할 꺼리가 계속 남습니다. 그것이 "한국이 싫어서"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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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 주저앉은 젊음에게 처방하는 자양강장 에세이
김성준 지음 / 시드페이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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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진짜배기 이야기

 

   에또.. 애초에 딱 봐도 제가 직접 골라서 읽을 가능성이라고는 남북이 화해하고 손에 손잡고 노래부를 확률보다 낮은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지어 제목마저도 제가 가장 싫어하는 뭔가 가르치는 듯한 뉘앙스가 아닌가 말입니다. 거기다 가만보면 잘생긴 얼굴인 듯 하지만 민둥머리로 혐오를 줄 수도 있는 남자가 쓴 책입니다. 이래저래 절대 샀을리 없는 책인데, 이런 책만 골라서 보내주시는 잎새짱 때문에 읽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게 엄청 반전입니다. 책을 펼쳐들고 난 이후로 빠른속도로 그대로 읽었습니다. 중간에 끊기기는 했지만 뭐랄까? 호흡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만큼 내용에 공감이 가고 흥미도 있었네요. 아따, 이 양반 진짜배기입니다.

 

   원래 자기계발서를 드럽게 싫어하는 이유는 주로 바른 소리만 해대면서 여기저기 모은 좋은 이야기를 짜깁기한 책들이 많기 때문이고, 그 내용만 보면 다 맞는 말인데 현실성이 없거나, 기타 부정적인 요소를 제대로 반영을 안한 꿈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이죠. 때로는 특정한 사이드의 입장만 반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읽을 때는 무척이나 그럴듯한데 지나고나면 뭔가 모르게 속은것도 같고, 불필요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은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끔은 공감도 가고 납득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자가 충분히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자기고백을 하는 경우는 결코 반감이 들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죠. 그것이 교양을 가진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당연한 반응인 것입니다. 적어도 책을 찾아읽을 독자 정도라면 바보가 아닌이상 이양반이 주저리주저리 써놓은 내용이 진짜인지 구라인지 개구라인지 어느정도는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확실히 김성준씨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입니다. 이 책에 실린 경험담들 자체가 거짓이 아닌 이상(심지어 인증을 위한 증거자료들도 내용중에 들어있습니다) 저자의 삶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입니다. 여느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파워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꺼리가 많은 것이겠네요. 그냥 있었던 일들만 나열해도 읽는 이로 하여금 깜짝 놀라게 할만큼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경험담을 많이 접했지만 하드코어하기로는 독보적입니다.

 

#2. 소유흑향 Vs 김성준

 

   저자가 제2의 소유흑향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확실히 피식 웃었습니다. 감성쩌는 여행에세이나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여행기가 넘쳐나는 지금 시점에 그게 되겠나 싶어서였습니다. '차별성이 얼마나 있겠어? 워킹 홀리데이가서 영어배우고 돈을 남들보다 많이 벌었다는 애기로?' 이런 마음이 절로 들었죠.

​   책을 읽고나니 확실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소유흑향과 비교할 책은 아닙니다.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책이거든요. 소유흑향의 책은 상당히 정적이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조용하지만 꺽이지 않은 의지를 차분히 이야기함으로해서 읽는 이에게 용기를 주는 스타일이예요. 물의 기운이랄까.. 그렇습니다.

   김성준씨는 굉장히 다이나믹하고 감정의 고저가 심한 열정가입니다. 완전 몸으로 부딪히고 때우고 덤벼들고 극복하는 하드보일드입니다. 두상만 봐도 하드보일드 된 달걀같이 않겠습니까? 그의 이야기를 읽기만 해도 마음에 불이 이글거리는 것 같은 뜨거운 열정이 살아나죠. 저같은 사람이 살짝 가슴이 데워졌을 정도면 대단한 거라니까 말입니다. 이 두사람은 완전 반대 성향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열정을 심어주는 것에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겠네요. 두사람의 이야기는 "얼음과 불의 노래​"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제  2의 소유흑향이 되고도 남음이 있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김성준씨의 이야기가 훨씬 가독성도 좋고 공감도 많이 되었습니다.

 

#3. 누구에게 가르치려는 말이 아닌 저자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저자의 글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솔하고 공감하기 좋습니다. 저자의 글을 쭈욱 읽고 있으면 한편의 성장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어린시절의 불우했던 기억과 돈은 많이 벌지만 껍데기처럼 살던 사회 초년시절, 그리고 변화의 계기와 새로운 도전, 타국에서의 고생과 극복, 끊임없는 노력과 그 결과로 얻어진 열매가 바로 저자의 스토리입니다.

   신발 기부로 전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탐스"의 스토리처럼 저자의 이야기는 사람들을 사로잡을 만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사람에게 타인을 끌어들일만한 그 만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은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 사람의 독보적인 컨텐츠가 되기 마련이고 저자도 누구 못지 않은 컨텐츠가 있습니다. 그 만의 스토리에 마음을 담아 힘든 순간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라고 스스로를 독려합니다. 가만 보면 엄청 독한 사람입니다. 일상의 반복과 무기력함에 지친 분들이라면 금새 읽을 수 있으니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를 공감시킬 정도면 누가 읽어도 좋겠다 싶습니다. 사실 제가 이런 글을 읽고 '그래 나도 열정을 불살라봐야지' 할 입장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어느정도 시기가 되면 스스로의 한계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바운더리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정을 책임지는 기본적인 태도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인생의 흥미로운 것들에 좀더 열정을 더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 이 책을 쓰면서 저자가 의도했던 부분은 어느정도 성공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저자의 민머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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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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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유명 스타들의 총출동, 신선한 자선무대의 콜라보 공연이라니...

 

   유명 작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런 기획의 경우는 취지가 좋아 실제로 실현시키기 힘든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케이스라고 봐야하겠습니다. 잘 읽어보니 회비를 받지 않는 작가협회를 운영하기 위한 운영비 마련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젝트 인 것 같고, 스타작가들의 대거 참여로 크게 성공을 거둔 것 같습니다. 일단 기획자체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참여한 유명 작가들 각자의 인기작의 주인공들이 한 작품에서 만나는 것이죠. 만나서 [쎄쎄쎄]만 해도 팬들은 "끼악~~" 소리지를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를테면 각 회사를 대표하는 유명 아이돌이나 인기 가수들이 가수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형 자선행사에 참여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자의반 타의반인지 3대 7인지 비율은 잘 모르겠으나 여튼 '어, 그 팀이 나간다고? 그럼 내가 빠지면 안되지.. 급이 있는데...' 이러면서 너도나도 나선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나온 인기 가수들이 그나마 친분있는 사람끼리 짝을 지어요. 그리고는 "우리 뭔 노래할까? 뽀뽀뽀 부를래? 학교종이 땡땡땡을 알엔비로 부르면 어때?' 이렇게 의논해서 둘이 콜라보 무대를 꾸밉니다. 워낙에 이들을 사랑하는 팬들은 등장만으로도 까무러칠판인데 둘이 주거니 받거니 "뽀뽀뽀"를 깜찍한 안무까지 넣어서 불러요. "우와~~~ 이렇게 신선하다니!!!" 하고 사랑의 하트를 날리는가 하면 SNS에 실시간으로 이 기쁜 소식을 막 전해요... 음.. 거뭐 대충 이런 형국인 것입니다. 

 

 

 

#2. 영미 스타들의 총출동... 죄송합니다. 초면에 실례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난감한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작가들을 귀동냥으로 자주 들었지만 막상 읽어본 작품이 세상에 한권도 없어요... 이렇게까지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없습니다. 유명 스타들의 자선공연에다 어디에서도 못볼 신선한 콜라보 무대가 펼쳐지는데 어머나 세상에! 내가 아는 가수가 없어!!! 내가 아는 가수는 나훈아 형님 아니면 남진 선생님이여~~~ 이걸 어쩌나...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고민합니다. '음... 그냥 잘 모르지만 남들이 다들 신선하고 재밌다니 나도 영미스릴러 잘아는 사람 코스프레를 좀 해? 아님 그냥 기념비적인 작품집이라고 대충 둘러대고 말아?' 이런 저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작품이 재미있으면 와 이래서 이양반들을 이렇게 좋아하는구나!! 할텐데 사실은 아주 놀랍도록 무지막지하게 재미지지는 않았습니다. 단편인데다가 워낙 발로써도 괜찮은 작품 한두개씩은 찍어낼 실력자들이라 그런지 정말 둘이 상의해서 발로 쓴 듯한 작품들이 많았어요. 그냥 기존에 쌓아온 캐릭터빨로 밀고 가는거지 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재미있는 작품은 없었습니다.

 

 

 

#3. 유명 스타들의 총출동, 평소 보지못한 특별함에서 주는 재미... 는 난 모르니깐...

 

   이쯤 되면 또 고민에 빠집니다. 이런 기획 작품들의 가장 큰 포인트는 평소 익숙했던 캐릭터들의 이색적인 만남, 돌발상황, 기대하지 못했던 의외성에서 오는 신선함입니다. 아 그런데 이거야 원, 다 모르는 사람들인데 원래 어떤 사람인지 알게 뭐람.. 그저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상상해보는 수밖에 없다보니 기존 팬들이 느낄 수 있을 이 작품집의 백미중에 일미도 못느끼겠더란 말이죠. 적어도 오십미는 느껴줘야 좋더라고 할게 생길텐데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는 보통 '나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하나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히니 정말 훌륭한 작품집이다'라고 대충 퉁치기가 가장 무난한데, 솔직히 그냥 그랬어요. 이거 슬픈일입니다.

 

   이래서 옛말에 '아는게 힘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뭐 이런 말을 했나 봅니다.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 그리고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일부 있었어요. 링컨 차일드의 "팬더개스트"는 하드보일드한게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수록작 "가스등"도 괜히 좋았습니다. 분위기가 꽤 괜찮아서 욱하는 마음에 또 시리즈를 일단 다 사들일뻔 했습죠. 언뜻 리 차일드라고 생각하고 검색했다가 "잭 리쳐"만 잔뜩 나와가지고 헉 했지만 말입니다. 가장 분량이 많은 분량빨로 내용을 먹고 들어간 "라임과 프레이"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이렇게 쓰고보니 무척 삐딱한 리뷰가 되고 말았는데 여튼 저에게는 이 엄청난 찬사와 과대포장을 인정할 만큼 대단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소소하게 흥미롭고 재미진 책이다라는 느낌적인 느낌 정도만 남은 작품이었고, 이 책을 계기로 사모을 시리즈가 조금 더 생겼다는 의미정도가 있는 책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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