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 주저앉은 젊음에게 처방하는 자양강장 에세이
김성준 지음 / 시드페이퍼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1.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진짜배기 이야기

 

   에또.. 애초에 딱 봐도 제가 직접 골라서 읽을 가능성이라고는 남북이 화해하고 손에 손잡고 노래부를 확률보다 낮은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지어 제목마저도 제가 가장 싫어하는 뭔가 가르치는 듯한 뉘앙스가 아닌가 말입니다. 거기다 가만보면 잘생긴 얼굴인 듯 하지만 민둥머리로 혐오를 줄 수도 있는 남자가 쓴 책입니다. 이래저래 절대 샀을리 없는 책인데, 이런 책만 골라서 보내주시는 잎새짱 때문에 읽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게 엄청 반전입니다. 책을 펼쳐들고 난 이후로 빠른속도로 그대로 읽었습니다. 중간에 끊기기는 했지만 뭐랄까? 호흡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만큼 내용에 공감이 가고 흥미도 있었네요. 아따, 이 양반 진짜배기입니다.

 

   원래 자기계발서를 드럽게 싫어하는 이유는 주로 바른 소리만 해대면서 여기저기 모은 좋은 이야기를 짜깁기한 책들이 많기 때문이고, 그 내용만 보면 다 맞는 말인데 현실성이 없거나, 기타 부정적인 요소를 제대로 반영을 안한 꿈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이죠. 때로는 특정한 사이드의 입장만 반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읽을 때는 무척이나 그럴듯한데 지나고나면 뭔가 모르게 속은것도 같고, 불필요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은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끔은 공감도 가고 납득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자가 충분히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자기고백을 하는 경우는 결코 반감이 들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죠. 그것이 교양을 가진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당연한 반응인 것입니다. 적어도 책을 찾아읽을 독자 정도라면 바보가 아닌이상 이양반이 주저리주저리 써놓은 내용이 진짜인지 구라인지 개구라인지 어느정도는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확실히 김성준씨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입니다. 이 책에 실린 경험담들 자체가 거짓이 아닌 이상(심지어 인증을 위한 증거자료들도 내용중에 들어있습니다) 저자의 삶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입니다. 여느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파워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꺼리가 많은 것이겠네요. 그냥 있었던 일들만 나열해도 읽는 이로 하여금 깜짝 놀라게 할만큼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경험담을 많이 접했지만 하드코어하기로는 독보적입니다.

 

#2. 소유흑향 Vs 김성준

 

   저자가 제2의 소유흑향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확실히 피식 웃었습니다. 감성쩌는 여행에세이나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여행기가 넘쳐나는 지금 시점에 그게 되겠나 싶어서였습니다. '차별성이 얼마나 있겠어? 워킹 홀리데이가서 영어배우고 돈을 남들보다 많이 벌었다는 애기로?' 이런 마음이 절로 들었죠.

​   책을 읽고나니 확실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소유흑향과 비교할 책은 아닙니다.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책이거든요. 소유흑향의 책은 상당히 정적이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조용하지만 꺽이지 않은 의지를 차분히 이야기함으로해서 읽는 이에게 용기를 주는 스타일이예요. 물의 기운이랄까.. 그렇습니다.

   김성준씨는 굉장히 다이나믹하고 감정의 고저가 심한 열정가입니다. 완전 몸으로 부딪히고 때우고 덤벼들고 극복하는 하드보일드입니다. 두상만 봐도 하드보일드 된 달걀같이 않겠습니까? 그의 이야기를 읽기만 해도 마음에 불이 이글거리는 것 같은 뜨거운 열정이 살아나죠. 저같은 사람이 살짝 가슴이 데워졌을 정도면 대단한 거라니까 말입니다. 이 두사람은 완전 반대 성향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열정을 심어주는 것에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겠네요. 두사람의 이야기는 "얼음과 불의 노래​"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제  2의 소유흑향이 되고도 남음이 있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김성준씨의 이야기가 훨씬 가독성도 좋고 공감도 많이 되었습니다.

 

#3. 누구에게 가르치려는 말이 아닌 저자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저자의 글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솔하고 공감하기 좋습니다. 저자의 글을 쭈욱 읽고 있으면 한편의 성장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어린시절의 불우했던 기억과 돈은 많이 벌지만 껍데기처럼 살던 사회 초년시절, 그리고 변화의 계기와 새로운 도전, 타국에서의 고생과 극복, 끊임없는 노력과 그 결과로 얻어진 열매가 바로 저자의 스토리입니다.

   신발 기부로 전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탐스"의 스토리처럼 저자의 이야기는 사람들을 사로잡을 만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사람에게 타인을 끌어들일만한 그 만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은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 사람의 독보적인 컨텐츠가 되기 마련이고 저자도 누구 못지 않은 컨텐츠가 있습니다. 그 만의 스토리에 마음을 담아 힘든 순간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라고 스스로를 독려합니다. 가만 보면 엄청 독한 사람입니다. 일상의 반복과 무기력함에 지친 분들이라면 금새 읽을 수 있으니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를 공감시킬 정도면 누가 읽어도 좋겠다 싶습니다. 사실 제가 이런 글을 읽고 '그래 나도 열정을 불살라봐야지' 할 입장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어느정도 시기가 되면 스스로의 한계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바운더리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정을 책임지는 기본적인 태도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인생의 흥미로운 것들에 좀더 열정을 더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 이 책을 쓰면서 저자가 의도했던 부분은 어느정도 성공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저자의 민머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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