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0
도진기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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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전하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들을 만나는 즐거움


   나름 단편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시리즈를 상대적으로 많이 읽는 편인데, 이번 추리 스릴러 단편선 시리즈 다섯 번째 편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다른 단편선에 비하면 훨씬 좋았던 거 같네요. 전체적으로 내용도 재미있고, 소재나 설정 등이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보통은 좋은 수작이 몇 편 보이고 나머지는 그냥 읽을만하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번 시리즈는 취향에 안 맞는 작품이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해줄 만한 작품들이 다수 보입니다.


   제가 피를 토하며 애국애족, 자주국방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내 작가나 작품을 응원하려고 하는 편이기는 합니다. 기왕이면 일본이나 영미, 유럽 작가에게 인세가 돌아가는 것보다는 국내 작가들이 잘 되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거든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리 외국 작가들이 훌륭하게 글을 잘 쓴다 해도 국내 작가만큼 국내 독자의 정서를 잘 이해하는 작품을 쓰기는 어렵다고 보거든요. 오히려 국내 독자가 외국 정서를 이해해가며 읽는 경우도 많지만 말입니다.


   최근에 중국 추리 스릴러가 눈에 띄는 발전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시장에도 진출을 막 시작했고, 처음 생각보다는 그 수준도 상당히 높은 것이 특징적인데 국내 작가들이 더욱 분발해주시기를 바래봅니다....(라고 마무리를 하면 깔끔하겠지만 작품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다고...)



#2. 작품별로 나름 좋았던 이유와 굳이 써보는 단점...


1) 시간의 뫼비우스

   총 10편의 작품 중에 선빵을 날린 첫 작품은 도진기 작가님의 "시간의 뫼비우스"입니다. 이 작품은 일종의 타임 루프 물인데, 일반적인 타임 루프와 차별화되는 설정이 돋보였습니다. 주인공의 의지에 의해 타임 루프가 되고 반복 중에 행동이나 결과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무한의 타임 루프 속에 갇혀버리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의식 속에 존재하고 모든 것을 느끼지만 실제 자신의 의식에 관여할 수는 없는 관찰자의 역할만 하는 것이죠. 이게 생각해보면 정말 최악의 끔찍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내 인생의 일정 기간을 나 자신의 의식 속에 들어가서 몇백, 몇천 번을 넘어 몇십만 번 반복해서 관찰만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무시무시한 일입니다. 간섭도 못하고 바꿀 수도 없어요. 내 평생 가장 쪽팔렸던 순간을 계속 반복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미칠 일이죠. 이런 설정이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한지에 대한 고찰과 이 이야기의 결말 역시 유의미한데, 궁금하시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 네일리스트

   "멸화"의 이경민 작가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던 작품입니다. 저는 남자라 네일리스트 쪽은 아는 게 없으니 뭔가 신기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을 수도 있고, 짧은 분량에 나름 다양한 스릴러의 맛이 담긴 작품이라 기억에 남을 만 했습니다.


3)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

   요즘 핫한 송시우 작가님의 단편입니다. 길지도 않은데 구어체에 경어로 동화를 들려주는 듯하게 쓰인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잘 안 읽혀서 몇 번 시도하다가 스킵하고 마지막에 읽으려니 역시나 잘 안 읽혀서 포기한 작품입니다. 미안합니다.


4) 누군가

   "더블", "악의"의 정해연 작가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뭐랄까? 상당히 정해연스러운 작품인데, 약간 차이가 있다면 전에 없던 어이없음? 유머코드 같은 게 전후로 끼어 있어요. 근데. 이건 좀 안 어울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일상의 역설적인 유머러스함을 녹아내려 하신 느낌인데 개인적으론 잘 안 묻어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외 캐릭터 설정이나 전반적인 스토리와 주제의식은 역시나 좋았던 작품입니다.


5) 해무

   전건우 작가님의 "해무"는 그냥 호러 스릴러입니다. 처음부터 막 무시무시한 느낌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 해무가 끼는 독립된 이상한? 마을과 그 마을에 들어갔다 나온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아 이건 설명이 어렵고 읽어봐야 합니다. 무서우면서 심지어 야한 희한한 이야기입니다.


6) 라면먹고 갈래요?

   이 이야기는 제가 잘 모르는 신원섭 작가님의 작품인데, 풋풋한 애인 관계인 젊은 커플의 일상 이야기에 청부 살인업자들의 이야기가 크로스 오버된 스토리입니다. 기본적으로 읽는 재미는 충분히 있었는데, 저로서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서로 잘 얽히지 않고 그저 약간은 어색하게 굳이 붙여놓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서로 크게 상관없는 두 가지 이야기를 가방을 살짝 손댄 정도로 이어붙인 건데 이음새가 너무 약해서 따로 국밥 같은 느낌으로다가... 물론 그 간단한 사건 만으로 이야기가 틀어지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7) 죽음의 신부

   유명한 박하익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장점과 단점이 극명한 작품인데,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짜내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실력은 탁월합니다. 가독성도 무척 좋고, 어두우면서도 약간 환타지가 가미된 이야기가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결론이 조금 난해하고, 캐릭터들이 좀 현실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8) 그렇게 밤은 온다

   아, 이 작품 완전 제 취향이었습니다. 무지 재미지게 읽었습니다. 박주동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전체 작품 중 제 취향으로는 최고라고 생각됩니다. 평범한 시골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여성이 주인공인데, 살인 전과가 있는 남자가 귀향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면서 하드보일드한 활극입니다. 전반적으로 감정이입이 잘 되면서 쫀득한 스릴이 있는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짧은 단편 안에 이 정도 긴장감을 살리기 쉽지 않은데 좋았네요. 물론 유명 장편 스릴러의 긴장감과 비교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9) 검은 학 날아오르다.

   이 작품은 조동신 작가님 작품인데, 조선시대 왜군과의 전쟁 중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쓴 역사 애국애족 공상 과학융합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역사소설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나름의 반전과 애국심을 자극하는 장점이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마지막에 진짜 날아오릅니다.


10) 충분히 예뻐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돈 많고 유명한 유명인 집안의 돈지랄을 토대로 쓰인 작품이고, 주인공의 찌질함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의 처지와 상대의 처지가 대비되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인데 저로서는 크게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오래 기억에 남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여튼 성형은 자제합시다. 그리고 생긴 대로 받아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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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 세계사 - 빅뱅에서 21세기까지 그림으로 만나는 타임라인 시리즈
피터 고즈 글.그림, 윤제원 옮김 / 봄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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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흘러가는 강물 같은 세상사를 정리하는 마법 같은 그림책


   이 책은 정말 흘러가는 강물 같은 인류의 흐름을 한눈에 잘 보여주는 그림책이자 원 포인트 레슨 책입니다. 사실은 책으로 짧게 짧게 주요 시대나 사건을 정리해도 비슷하게 할 수는 있는데, 이 책처럼 시각화해서 뭉텅이로 엮어 놓으니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좋았습니다. 길고 긴 인류의 기원부터 현대까지를 몇 페이지 안되는 그림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데서 놀라기도 했고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생각나더군요. 역사나 경영 경제분야도 정리가 잘 된 책이 너무도 많지만 '지대넓얕'처럼 너무 과하지 않게 흐름을 잘 정리한 책도 흔치 않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책 역시 그림과 짧은 한두 문장의 글들로 인간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놓치지 않고 잘 정리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시대가 펼친 책 두 페이지에 마무리되어 버리죠. 그러다 보니 사실 무척 단편적인 전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큰 흐름의 그림 속에 깨알같이 귀여운 그림과 한두 줄의 문장을 보면서 짧게 짧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더 궁금하면 역사 책을 찾아서 참조하면 됩니다. 역사 바보인 저는 다 들어본 이야기들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일일이 찾아볼 만큼 궁금하지는 않았으니 이 정도가 딱입니다.



#2. 참 좋은데.. 좋기는 한데...


   이게 참 장단점이 혼재하는 것인데, 책이 너무 커요. 드럽게 큽니다. 어지간한 책장에는 세워놓지도 못하고, 웬만한 가방에는 들어가지도 않는다니까요. 읽을 때도 적잖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책의 특성상 페이지가 클수록 좋긴 하겠죠. 지금 장정보다 더 작게 제작되었으면 돋보기 들고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깨알같은데 더 축소되면 누가 읽겠어요? 눈알 빠지는데? 한눈에 잘 들어오는 건 책이 드럽게 커서이기도 합니다. 힘들어요.ㅋㅋ


   이 책을 살 때는 뒀다가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라는 매우 이상적이고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그런 명분으로 지가 사고 싶은 책을 사지 않습니까? 막상 읽어보니 에이 애가 최소 중, 고등학교나 가야 읽지 이거 읽겠나 싶었습니다. 그거 기다리다 책 삭아버리겠어요. 너무 깨알같고 좀 답답하게 촘촘해서 말이죠.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그림들이었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안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거 같습니다.


   실제로 아이들 보여줘 봤는데 별 반응이 없더라고요. 역시나 아이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 골라서 읽어야지 이거 뭐 억지로 좋은 책이라고 우긴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역시 책이건 물건이건 딱 필요한 시기에 필요할 때 사야지 세상이 내 맘대로 안 돌아가는데 아이들이라고 그렇게 뜻대로 되겠습니까? 혹시나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고 이 책을 사려 하신다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아이들 반응을 먼저 보고 사세요. 차라리 좋아하는 책 두 권을 사주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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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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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단한 작가 스티븐 킹


   에 또.. 스티븐 킹이 대단한 작가라는 이야기는 참으로 자주 들어왔는데 저는 왠지 끌리지가 않아서 여태껏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첫 작품을 이 작품으로 골랐습니다. 아무래도 전건우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작품이니까 말입니다. 1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작품을 쭉 읽어보니 참으로 대단한 작가기는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전건우 작가님이 추천할 만한 포인트가 어딘지도 납득할 만 했습니다.


   한 작품 밖에 안 읽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이 대작가에 대해서 어떻다고 말할 입장은 안될 것 같고, 어쨌거나 이런 이야기를 써내는 능력 자체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 만으로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에는 부족함이 있네요. 아마도 취향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아, 재미지게 읽은 것 만은 사실입니다



#2. 대단한 포인트는...


   대단한 포인트가 소단한 포인트와 한껏 차이일 수가 있겠습니다만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살을 무지막지하게 디테일하게 붙이는 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 저에게 이 엄청 긴 스토리의 줄거리가 뭐냐고 물으면 단 한두 줄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 책은 1200페이지야. 헐... 엄청난 사족이 아닙니까?


   근데 더 놀라운 건 약간의 지겨움을 동반한 재미가 있단 말입니다. 이게 상당히 묘해요. 지루한 듯한데 '아 뭐가 이렇게 지루하고 길어?' 하는 생각은 안 들고 계속 읽게 만드는 능력이 대단해요. 좋게 보면 이야기를 늘어놓는 솜씨가 대단히 훌륭한 건데 이게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어떤 한가지 소재를 가지고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엮어 풀어내는 능력도 탁월합니다. 소설인데 다큐 같고 다큐인데 소설 같고 뭐 그렇죠. 소설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방법을 잘 알고 계시는 양반이군요.


   또 한가지 좋았던 건 시간여행이라는 SF 적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즌혀 설득력을 부여하려고 설명을 안 해요. 그냥 그런 거야. 그런 줄 알고 합의 보자. 그냥 읽어. 이런 느낌인데 이게 나쁘지 않아요. 괜히 과학적으로 얼마나 타당한지 고민할 시간에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통상 주인공이 과거를 넘나드는 스토리에는 주인공이 과거와 현재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또 다른 시간여행을 알고 있는 인물 또는 단체와 대립하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기 마련입니다. 이 작품은 그런 관점에서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어요. 주인공이 과거를 바꿔서 현재에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는데 있어서 방해요소는 어떤 인간이 아닌 과거 그 자체예요. 이 부분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과거가 관성이 있어서 바뀌기를 싫어하고 과거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방해하는 것이죠. 이런 신비한 느낌을 작품 전반에 깔아서 적극 활용합니다. 이런 요소가 이야기를 읽는 순간순간 포인트 마다 독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안 그랬으면 다 읽지도 못했겠어...



#3. 대단치 못한 포인트는...


   이 작품은 분명한 약점이 있어요. 기승전결의 승과 전에 해당하는 부분이 엿가락처럼.. 아니 엿가락은 어느 정도 늘어나면 끊어지니까...에.. 고무줄? 유럽 정통 치즈?처럼 엄청나게 늘어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사람에 따라 취향 차에 의해 장점으로 남을 수도 있고,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분명 재미는 있었으나 너무 과하게 늘였다는 생각 정도?


   장르가 애매모호한 것도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설정은 SF 적 요소가 다분합니다. 공상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니까요.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정해진 설정을 따르기로만 하면 딱히 미스터리 한 요소가 없어요. 그런데 딱히 스릴이 넘치지도 않아. 역사를 기반으로 했다고 해서 역사물이라고 하기에도 그다지 적절하지는 않죠. 우리나라로 치면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역사물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전반적으로다가 굳이 하나의 장르를 딱 붙이라면 오히려 연예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이야기의 대부분은 역사를 바꾸겠다는 나름의 소명을 가진 주인공이 과거로 넘어가서 겪는 로맨스가 대부분이군요. 심지어 결말도 러블리한 로맨스로 맺어버리니까요. 이런 형국이다 보니 애초에 독자가 작품에 갖는 어떤 기대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게 기묘하게 어긋나면서 약간의 당혹감을 선사하지만 그렇다고 또 나쁘지는 않으니 막 욕하기는 그래... 이런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요소를 결말로 치닫기 위한 다양한 복선과 준비 동작으로 봐주면 훌륭한 평가가 되는 것이고, 그냥 그 자체로 재미지기는 한데 애초 설정을 생각하면 한 1/3으로 다이어트해서 임팩트 있게 끝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조금 지루해지는 거고 그렇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에 별 볼일 없고 결혼생활에 실패한 주인공이 과거로 넘어가 그 옛날의 인간미 넘치고 살기 좋던 시절을 대하면서 힐링 되고 아예 과거에 정착함과 동시에 진정한 트루 러브를 만나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별도로 쓰는 게 적당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JFK 암살사건에 대해 쓰시려면 음모론이 되었건, 황당하면서도 그럴듯한 설정을 생각해서 그 이야기에 집중하시는 게 더 맞지 않는가 싶어요. 킹옹 초면에 죄송합니다. 어쩌다 보니 이리 되었네요... 읽기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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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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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와... 대단하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짧디 짧은 단편을 우리고 우려서 카트 멘쉬크 일러스트레이션을 덧입힌 내용이라고는 없는.. "잠", "빵가게 습격, 재습격" 시리즈도 다 샀던 사람이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은 정말 심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과연 이걸 단행본으로 만들만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던 책입니다.


   아, 책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데다가 특유의 하루키 아저씨의 시덥잖치만 기분 좋아지는 에세이도 좋았습니다. 하루키 팬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안자이 미즈마루사마의 그림은 역시나 매력적입니다.


   책을 접하고 이거야 뭔 책이 이렇게 얇지? 하고 가만 세어보니 32페이지에 근근이 맞춘 모양새군요. 앞뒤 자르고 내용만 보면 훨씬 더 짧습니다. 의식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책에 페이지 표기가 없어요. 페이지 멕이기가 민망했던 모양입니다.


   만약 이 책이 유아용 그림책이라면 당연히 납득할 만 합니다. 비싼 가격도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내용은 어쨌거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에세이 한 꼭지가 아닙니까? 다 읽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팬심을 노린 책팔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하루키 팬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 독자들은 완전히 무심하거나 상당히 후하거나 둘 중 하나니까요.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하루키옹이 늙은 고양이를 좋아한다.'와 '미즈마루 상은 돌아가셨지만 역시나 그림이 귀엽다' 뭐 이런 두 가지 의미 정도가 있는 책이네요. 내용만 따지면 잡문집의 한 꼭지에 들어갈 정도 내용이네요.


   굳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지만 유명 작가 우려먹기는 이번으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반복되면 그나마 애정 하는 팬들도 떨어져요. 출판이 불황이니 어쩌니 하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맙시다. 이런 식이면 누굴 탓할 명분도 못 챙길 판입니다...


*덧 : 책이라는 물성을 사랑하시는 건지 많은 분들이 후한 평을 하시는군요. 가격에 비해 가치가 충분하다고들 생각하시는 건지, 제가 갑자기 인색해진 건지 무척이나 헷갈리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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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 - 홀가분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조슈아 필즈 밀번 & 라이언 니커디머스 지음, 신소영 옮김 / 이상미디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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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왜 미니멀리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제가 미니멀리스트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소설을 제외한 몇 권의 책들을 통해 삶의 방식 중에 바람직한 모양새는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결정적으로는 노여사가 미니멀 라이프를 살기로 결심을 했기 때문이겠습니다. 에 또... 저는 이미 결혼 초기에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백수생활도 해보고 월급이 반 토막 나면서 이직을 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다가 우리 가족의 주요한 결정은 노여사의 의견에 맞추는 편입니다. 그런 노여사와 제가 10여 년의 결혼 생활을 거치면서 이런저런 지랄을 해가며 총량을 어느 정도 채웠던지 이제는 좀 간소한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죠.


   저는 이 지랄 총량의 법칙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지랄이란 것이 별것이 아니고 하고 싶은 것을 능력이 되는 한 해보는 것이지요. 우리 부부로 치자면 원룸으로 시작한 결혼생활에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30평대 아파트까지 온 것 정도입니다. 이게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밑천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로 대한민국 수도권 언저리에서 30평대 집을 산다는 건 은행의 전적인 도움 없이는 불가능 한 것이거든요. 집 살 때는 마치 친구처럼 든든하게 느껴지는 은행은 매달 중세 영주나 고려 말 권문세족들처럼 월급에서 어마어마하게 후려쳐 우려먹는 괴물 같은 존재가 되죠. 그러니까 저희 부부는 좀 질렸다고나 할까요? 뭐 그렇습니다.


   저보다는 노여사가 먼저 버리고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니멀리스트에 대해서 저에게 찬찬히 설명해주더군요. 무척 긍정적인 방향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미니멀 라이프를 돕는 좋은 책에서 얻은 원칙이겠지만, 다른 가족의 물건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려고 억지로 시도하지 않고 본인의 물건에 한해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도 영향을 받아서 시작하게 된 미니멀 라이프입니다. 한참을 돈 지랄, 쥐뿔도 없으면서 남들 하는 건 다 하고 싶어 하는 병맛 얼치기 같은 행동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특히 책 같은 건 정리를 하기 시작하니까 점점 홀가분하고 의외로 아무리 정리해도 읽을 책은 넘쳐나더군요. 여하튼 저는 그렇게 미니멀리스트 비스무리한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 정말 기본적인 수준의 정보만 담긴 책.


   제가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책 중에 가장 먼저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원색의 노란 표지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샛노랑 표지에 심플한 디자인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이것 역시 하나의 설정이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것으로 했으니 앞으로도 좋아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여튼 그닥 두껍지 않고 노랗고 심플한 이 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막상 읽어보니 두 남자가 쓴 기본서랄까? 아주 기본적으로 미니멀리스트가 무엇인지 정도를 설명하는 수준의 입문서 이상은 안되는 책이네요. 전문성을 그다지 없습니다. 저는 이미 노여사에게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들었고, 심지어 같이 사는 사람이 실천까지 하고 있는 이 마당에 '미니멀리스트가 무엇인가?' 정도를 알고 싶어서 책을 읽은 것은 아닌데 전문성이 상당히 부족하네요. 말 그대로 미니멀리스트에 대해서 생판 첨 들어보는 사람, 아예 기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기본 정의부터 알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그리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면도 장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3. 완결된 책으로 내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책.


   이게 여러 가지 결점이 많은 책입니다. 말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사실 처음 몇 챕터를 제외하고는 별 쓰잘떼기 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더군요. 영양가 제로입니다. 아마 3/4 정도 읽은 시점에서 고만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접었으면 굉장히 심하게 욕을 썼을 겁니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히도 마지막 네 번째 카테고리가 '미니멀리스트로 산다는 것'인데 이 마지막 70페이지 정도에 어느 정도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있었어요. 거의 초주검 된 책을 겨우겨우 숨만 붙여놓는 수준으로 살린 건 이 마지막 부분입니다. 그나마도 솔직히 그리 대단치 않은 내용이기는 합니다만 그나마 이거라도 있으니 이 책이 가져다 버릴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 거슬리는 부분은 완성도입니다. 기본적으로 웹사이트인지 블로그 인지에다가 올렸던 여러 가지 글들 중에 뽑아서 나열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그러니까 책이라는 하나의 집약적인 완성체를 만들려고 기획하고 거기에 맞는 글을 집필한 것이 아니라 그냥 이런저런 글을 잔뜩 써서 올려놨는데 사람들이 좋아해. 와, 이거 책으로 내면 돈 되겠는데? 더 유명해지겠지? 뭐 이런 생각에서 나온 책 아니겠습니까? 제가 도저히 그럴 정성을 없어서 못 읽어봤지만 심지어 이 책보다 한 2년 전에 출간되었던 똑같은 저자들의 다른 책과 내용도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하는군요. 이 정도면 거의 질 떨어지는 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로 유명해지고 이 분야를 선점했으면 깊이 고민하고 겪은 경험을 잘 정제해서 완성도 있고 짜임새 있는 책으로 만들었어야 되는데 미니멀리즘에도 위배되는 군살이 덕지덕지 붙은 책을 출간하다니요. 이 책은 미니멀리즘에 입각해 만든다면 100페이지 안짝으로 줄여도 무방한 내용들입니다.


   세 번째로 거슬리는 것은 이 저자들의 태도 문제입니다. 딱히 이 양반들이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한마디로 정통성이 없는데 웹페이지 때문에 유명세를 치른 겁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자신들이 주장을 설득하기 위해 기댈 언덕이 필요한 겁니다. 이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수단은 자신들이 경험을 강조하는 태도입니다. 거의 책 전 부분에 걸쳐서 '우리는 억대 연봉을 받으며 성공한 직장인이었다. 그런데 그걸 포기하고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우리가 다 겪어보고 해봤으니 많이 가지고 많이 벌려고 집착하지 마라. 우리가 다 해봐서 다 안다.' 이런 논리가 반복됩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와서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본인만의 개똥철학을 설파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사실은 돈을 많이 벌었고 잘 나가던 사람이었는데 다 생각이 있어서 스스로 포기한 거지 내가 다 해봤으니까 그냥 내말 믿어' 이렇게 말하면 '아.. 그렇구나, 내가 몰랐구나. 저 사람이 다 해봤다니 믿어야겠다!' 이렇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이렇게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자들의 경험은 지극히 개인적인 각자의 경험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디 어쭙잖게 자기들 특수한 경험을 들이대면서 전 세계인에게 일반화를 시키려고 시도를 한단 말입니까?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인격적으로 전혀 성숙하지 못한 풋내기들이 세상살이 통달한 듯이 떠들어대는 모양새가 아주 마이마이 느껴져서 상당히 불편합니다. 저의 꼰대력을 상승시킵니다.


   제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오로지 읽으면서 살살 올라오는 짜증에 대해 꼭 기록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책 블로거의 자존심상 끝까지 읽지 않고 리뷰를 쓸 수가 없기 때문에 다행히 끝까지 읽다 보니 그나마 마지막 부분은 어느 정도 유용했기에 이 책에 대한 제 생각이 한껏 부드러워졌습니다. 심플한 삶에 대한 다른 책을 찾아 읽어야 할 상황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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