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 - 홀가분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조슈아 필즈 밀번 & 라이언 니커디머스 지음, 신소영 옮김 / 이상미디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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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왜 미니멀리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제가 미니멀리스트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소설을 제외한 몇 권의 책들을 통해 삶의 방식 중에 바람직한 모양새는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결정적으로는 노여사가 미니멀 라이프를 살기로 결심을 했기 때문이겠습니다. 에 또... 저는 이미 결혼 초기에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백수생활도 해보고 월급이 반 토막 나면서 이직을 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다가 우리 가족의 주요한 결정은 노여사의 의견에 맞추는 편입니다. 그런 노여사와 제가 10여 년의 결혼 생활을 거치면서 이런저런 지랄을 해가며 총량을 어느 정도 채웠던지 이제는 좀 간소한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죠.


   저는 이 지랄 총량의 법칙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지랄이란 것이 별것이 아니고 하고 싶은 것을 능력이 되는 한 해보는 것이지요. 우리 부부로 치자면 원룸으로 시작한 결혼생활에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30평대 아파트까지 온 것 정도입니다. 이게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밑천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로 대한민국 수도권 언저리에서 30평대 집을 산다는 건 은행의 전적인 도움 없이는 불가능 한 것이거든요. 집 살 때는 마치 친구처럼 든든하게 느껴지는 은행은 매달 중세 영주나 고려 말 권문세족들처럼 월급에서 어마어마하게 후려쳐 우려먹는 괴물 같은 존재가 되죠. 그러니까 저희 부부는 좀 질렸다고나 할까요? 뭐 그렇습니다.


   저보다는 노여사가 먼저 버리고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니멀리스트에 대해서 저에게 찬찬히 설명해주더군요. 무척 긍정적인 방향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미니멀 라이프를 돕는 좋은 책에서 얻은 원칙이겠지만, 다른 가족의 물건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려고 억지로 시도하지 않고 본인의 물건에 한해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도 영향을 받아서 시작하게 된 미니멀 라이프입니다. 한참을 돈 지랄, 쥐뿔도 없으면서 남들 하는 건 다 하고 싶어 하는 병맛 얼치기 같은 행동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특히 책 같은 건 정리를 하기 시작하니까 점점 홀가분하고 의외로 아무리 정리해도 읽을 책은 넘쳐나더군요. 여하튼 저는 그렇게 미니멀리스트 비스무리한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 정말 기본적인 수준의 정보만 담긴 책.


   제가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책 중에 가장 먼저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원색의 노란 표지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샛노랑 표지에 심플한 디자인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이것 역시 하나의 설정이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것으로 했으니 앞으로도 좋아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여튼 그닥 두껍지 않고 노랗고 심플한 이 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막상 읽어보니 두 남자가 쓴 기본서랄까? 아주 기본적으로 미니멀리스트가 무엇인지 정도를 설명하는 수준의 입문서 이상은 안되는 책이네요. 전문성을 그다지 없습니다. 저는 이미 노여사에게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들었고, 심지어 같이 사는 사람이 실천까지 하고 있는 이 마당에 '미니멀리스트가 무엇인가?' 정도를 알고 싶어서 책을 읽은 것은 아닌데 전문성이 상당히 부족하네요. 말 그대로 미니멀리스트에 대해서 생판 첨 들어보는 사람, 아예 기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기본 정의부터 알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그리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면도 장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3. 완결된 책으로 내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책.


   이게 여러 가지 결점이 많은 책입니다. 말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사실 처음 몇 챕터를 제외하고는 별 쓰잘떼기 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더군요. 영양가 제로입니다. 아마 3/4 정도 읽은 시점에서 고만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접었으면 굉장히 심하게 욕을 썼을 겁니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히도 마지막 네 번째 카테고리가 '미니멀리스트로 산다는 것'인데 이 마지막 70페이지 정도에 어느 정도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있었어요. 거의 초주검 된 책을 겨우겨우 숨만 붙여놓는 수준으로 살린 건 이 마지막 부분입니다. 그나마도 솔직히 그리 대단치 않은 내용이기는 합니다만 그나마 이거라도 있으니 이 책이 가져다 버릴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 거슬리는 부분은 완성도입니다. 기본적으로 웹사이트인지 블로그 인지에다가 올렸던 여러 가지 글들 중에 뽑아서 나열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그러니까 책이라는 하나의 집약적인 완성체를 만들려고 기획하고 거기에 맞는 글을 집필한 것이 아니라 그냥 이런저런 글을 잔뜩 써서 올려놨는데 사람들이 좋아해. 와, 이거 책으로 내면 돈 되겠는데? 더 유명해지겠지? 뭐 이런 생각에서 나온 책 아니겠습니까? 제가 도저히 그럴 정성을 없어서 못 읽어봤지만 심지어 이 책보다 한 2년 전에 출간되었던 똑같은 저자들의 다른 책과 내용도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하는군요. 이 정도면 거의 질 떨어지는 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로 유명해지고 이 분야를 선점했으면 깊이 고민하고 겪은 경험을 잘 정제해서 완성도 있고 짜임새 있는 책으로 만들었어야 되는데 미니멀리즘에도 위배되는 군살이 덕지덕지 붙은 책을 출간하다니요. 이 책은 미니멀리즘에 입각해 만든다면 100페이지 안짝으로 줄여도 무방한 내용들입니다.


   세 번째로 거슬리는 것은 이 저자들의 태도 문제입니다. 딱히 이 양반들이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한마디로 정통성이 없는데 웹페이지 때문에 유명세를 치른 겁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자신들이 주장을 설득하기 위해 기댈 언덕이 필요한 겁니다. 이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수단은 자신들이 경험을 강조하는 태도입니다. 거의 책 전 부분에 걸쳐서 '우리는 억대 연봉을 받으며 성공한 직장인이었다. 그런데 그걸 포기하고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우리가 다 겪어보고 해봤으니 많이 가지고 많이 벌려고 집착하지 마라. 우리가 다 해봐서 다 안다.' 이런 논리가 반복됩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와서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본인만의 개똥철학을 설파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사실은 돈을 많이 벌었고 잘 나가던 사람이었는데 다 생각이 있어서 스스로 포기한 거지 내가 다 해봤으니까 그냥 내말 믿어' 이렇게 말하면 '아.. 그렇구나, 내가 몰랐구나. 저 사람이 다 해봤다니 믿어야겠다!' 이렇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이렇게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자들의 경험은 지극히 개인적인 각자의 경험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디 어쭙잖게 자기들 특수한 경험을 들이대면서 전 세계인에게 일반화를 시키려고 시도를 한단 말입니까?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인격적으로 전혀 성숙하지 못한 풋내기들이 세상살이 통달한 듯이 떠들어대는 모양새가 아주 마이마이 느껴져서 상당히 불편합니다. 저의 꼰대력을 상승시킵니다.


   제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오로지 읽으면서 살살 올라오는 짜증에 대해 꼭 기록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책 블로거의 자존심상 끝까지 읽지 않고 리뷰를 쓸 수가 없기 때문에 다행히 끝까지 읽다 보니 그나마 마지막 부분은 어느 정도 유용했기에 이 책에 대한 제 생각이 한껏 부드러워졌습니다. 심플한 삶에 대한 다른 책을 찾아 읽어야 할 상황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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