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당신이 옳다 - 이미 지독한, 앞으로는 더 끔찍해질 세상을 대하는 방법
자크 아탈리 지음, 김수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1. 끔찍한 세상, 더 끔찍해지는 세상

 

   그렇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세상은 끔찍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더 끔찍해질 전망입니다. 저야 잘 모르는 분이지만 "언제나 당신이 옳다"의 저자 자크 아탈리 슨상은 유럽 사회에서 유명한 지성인인 모양입니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 국제, 사회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는 뭐 그런 전천후 생각주머니인 모양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세계가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고 의견도 개진하셨던 모양이죠.

 

   공부를 많이 하고 똑똑하신 분들이 순진하잖아요. 그래서 정치인들에게 이런저런 방안을 많이 제시하고 자문을 많이 해주신 모양입니다. 오랜 기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법에 대해 책도 많이 내셨답니다. 그런데 이런 젠장, 아무리 얘기를 해도 이놈의 정치, 경제계 한자리 하시는 분들이 말을 들어먹지를 않는 거라.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늘 그들은 한결같이 근시안적인 태도로 당장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을 하신 겁니다. 아, 이거 헬조선에 몇 년만 살면 누구나 온몸으로 체험할 것을 최소 30년 이상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변화를 기대하셨던 모양입니다. 정신이 건강하신 이 저자는 이제 와서야 정치인들을 믿어봐야 나아질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을 하셨습니다.

 

   세계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을 믿어봐야 세상은 나날이 끔찍해지고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을 완전 온몸으로 체득해버린 거라. 드러운 세상 될 일이 아니다 싶어 포기할 만도 한데, 다시 대책을 내놓으십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나는 이제 지쳤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말과 글을 통해 세계와 유럽, 그리고 조국 프랑스의 통치 방식을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누누이 당부해왔다. 게다가 환경의 재앙을 피하고, 지속 가능하고 올바른 성장을 회복하며, 타인의 자유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자유를 완전히 누리기 위해 시급히 취해야 하는 조치들을 세세히 설명해왔다. (중략) 그들이 앞세우는 회의적인 태도와 파렴치함, 자기도취, 자기만족, 이기심, 탐욕, 소심함, 오만함을 보는 데에도 질려버렸다. 결국 이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한 채 게으른 태도로 일을 질질 끌기만 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 나는 이제 각 개인에게 고하고자 한다." p.12

 

 

#2.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 가지 태도

 

   사실 이 책에서 결론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적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만 독자인 우리는 세계 앞에 한 개인에 불과하므로 나 중심으로 이해해보자면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태도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첫째가 바로 전통적인 체제 즉,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희망을 걸고 통제에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지배당하는 사람'입니다. 저자는 의외로 이런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을 한마디로 "체념하고 요구하는 자"라고 표현합니다.

 

   두 번째는 분노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현실에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 자신이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비판하고 시위하고 저항까지 하지만 분노를 표출하는 데 그칠 뿐, 실질적으로 행동을 취하는 일이 결코 없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한국인들의 자화상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분노하지만 이렇다 할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 부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온라인상에 분노를 쏟아내지만 거기서 그칠 뿐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분노하는 자"들은 그것으로 자신은 사회에서 할 몫을 다 했다고 착각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세 번째는 당연히 바람직한 사람이 언급되겠지요.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이 되는 자들"입니다. 정치나 시장의 역할에 희망을 걸 수 없는 작금의 사회 구조에서 유일한 대안은 개개인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서 창조적으로 사는 방법 밖에 없고, 이런 창조적인 에너지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자기 자신이 되는 비결"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결론적으로 설명합니다.

 

 

#3.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사람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두려운가? 오히려 이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하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 마가렛 대처

 

   마가레트님이 하신 말씀처럼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그냥 우긴다고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자는 이를 다섯 단계로 설명하는데 그 첫 단계는 자신이 소외되었음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환경적 제약에 구속받아서는 자기 자신 되기를 시작조차 못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자존감을 획득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참으로 많은 책에서 이미 조언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흔한 조언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죠. 세 번째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입니다. 이 부분이 신선하기도 하고 중요한데, 인간의 인생은 짧고, 누구나 고독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풀더라도 되받을 것을 기대치 말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세 단계를 넘어서면 네 번째로 "자신의 유일성"을 성찰하라고 합니다. 유일성은 고독이라는 동전의 이면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과 다르므로 그들을 따라 할 필요도 없고 똑같이 살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죠. 이 단계가 되면 '나만의 의미 있는 삶'을 인식하고 영위하는 것이 가능해지겠습니다. 마지막 다섯 단계는 참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내가 잘 할 수 있고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해서 행동하라는 것이죠. 만약 여건이 어려워서 원치 않는 직장 일로 시간을 쓰고 있다면 직장에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그 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라고 합니다. 이런 개개인의 노력 여부와 "자기 자신되기"의 성공 여부에 의해 세상이 좀 더 나아지는가, 끔찍해지는가가 판가름 난다고 말합니다.

 

   참, 이 양반의 견해 중에 남들과 다른 자기 자신되기 핵심 중에 교육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은 흥미롭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같은 형님은 다음 세대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으로 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콘텐츠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자크 아틸리 형님은 '교육으로는 아예 불가능하다'라고 평가합니다.

 

"오늘날 세계 어떤 곳, 어느 누구라도 교육을 통해 자기 자신이 되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떤 사회에서도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이 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이 기존 사회를 재생산하도록 가르칠 뿐이다. 부모들 중에는 자녀가 자기만의 성공 모델을 선택하게끔 모험을 감행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 그들은 대체로 부모 자신의 모델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한교와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진로 교육도 참담한 결과를 낳고 있다. 현대 교육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진로 지도는 개인 안에 잠자고 있는 특별한 천재성을 발견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p179

 

   이분의 주장은 우리 각 개개인이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립하고 창조적이고 인류에 공헌할 만한 행동을 취하면 세상이 더 나아진다는 것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엄청 좋은 얘기입니다.

 

 

#4.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지성이라는 이 양반이 생각하는 '자기 자신되기'가 모래알처럼 많은 전 세계 개개인이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 또한 세상이 참담해지는 것만큼이나 회의적이고 참담합니다. 제가 보기엔 될 일이 아닙니다. 비록 지루하긴 하지만 이 책에서 오히려 더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할 부분은 중반의 책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개인과 기업의 여러 가지 사례들일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개개인의 '자기 자신 되기'라는 핵심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아이디얼 합니다. 막연한 공자님 말씀이에요.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이 실전적인 실천론으로 들어가면 늘 한결같이 보이는 약점과 너무 일치해서 안타까운 것이죠. "여러분, 나만의 의미 있는 삶을 발견하고 영위하세요~~"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이런 막연한 주장으로 사람들을 변화에 이르게 하기란 참으로 난해합니다.

 

   구체적으로 "왼손을 먼저 올린 다음 자신의 얼굴을 오른쪽으로 45도 기울이세요. 그런 다음 왼손을 내리면서 강하게 자기 왼쪽 뺨을 때리세요. 이게 바로 셀프 뺨따귀"입니다. 이 정도는 디테일하게 알려줘야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서론이 무척 훌륭합니다. 매우 오랜 기간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봐온 지성 다운 통찰력이 돋보입니다. 중반에 수많은 개인과 조직의 사례가 풍부합니다. 물론 저는 적잖이 지루했습니다만, 결론은 역시나 용두사미랄까. 뜬구름 잡는 소리랄까. 뭐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를 잘 했다 싶을 만큼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일독을 권하고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솔직히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셔서 서론만 읽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다 읽어봐야 서론에서 크게 벗어나는 내용이 없거든요.

   언제나 당신이 옳지는 않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자기 자신되기"에 성공하기 전까지는요... 근데 그게 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해.. 긍께 세상은 요지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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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고 백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1. 읽는 재미는 보장되는 시리즈 근간

 

   에 또,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는 이제 3권 째인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첫 작품과 10번째 작품, 그리고 21번째 작품을 읽었네요. 10번째 작품이던 하드웨이는 약간 실망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가 없었다기보단 약간 생소했다고 해야 할까.. 첫 만남에서 갑자기 이 양반이 막 속으로 시간을 안다던가, 치트키를 쓴 무적 전사 같은 모습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잉? 뭥미?" 이런 반응을 할 수밖에 없었단 말입니다. 역시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순서대로 읽으려면 두 번째 작품을 읽었어야 할 순서인데 두 번째 "탈주자"가 절판인데다가 도서관에도 없고 사려니 드럽게 비싸고 말이죠.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읽어야 할만한 희대의 명작인가를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더란 말입니다. 그 와중에 유마 센세께서 이 책을 추천해 주시더군요. 그래서 몇 번째 작품인지도 모르고 그냥 읽었습니다. 역시나 이 시리즈는 언제 읽어도 일정 이상의 수준은 유지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2. 재미있으면 되는 거지 뭐..

 

   그렇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그저 재미 지면 되는 거죠. 뭐 대단한 거 있겠습니까? 작품 초반에 전화통화만 했던 터너 소령을 찾아 만나러 간다는 설정이 있길래 그냥 그런 설정을 가볍게 만든 건 줄 알았더니 시리즈 14번째 "61시간"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전화상으로 도움을 받았던 터너 소령과의 사연이 전작에 있었더라고요. 요런 이어지는 설정은 좋습니다. 뒤늦게 61시간을 읽게 되면 참 반갑지 않겠습니까? (젠장, 이래서 순서대로 읽어야 해..)

 

   가만 생각해보면 좀 터무니없는 억지 설정들이 난무하는 느낌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또 완벽하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설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그런 설정들 속에 매력 있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조화롭게 이야기를 이어가서 마지막까지 즐겁게 읽었으니 이보다 더 나을 수 있겠습니까? 아주 재미있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그나저나 잭 리처를 호빗으로 만든 톰 크루즈가 또 등판을 한다니 이번에는 덜 이상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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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을 가지고 살 권리 - 열 편의 마음 수업
이즈미야 간지 지음, 박재현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다르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책

 

   이름마저 간지나는 "이즈미야 간지"상이 쓴 책 "뿔을 가지고 살 권리"는 심리학 책으로 분류되어있습니다만 삶의 태도에 관한 책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듯합니다. 소설에서도 가끔 인간 군상에 대한 심리묘사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볼 기회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류의 책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용이 바로 "사는 것", "삶의 태도" 등에 대해 고민해 볼 여지를 제공한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목이 독특해서 끌렸던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내가 속한 사회에서 그냥저냥 휩쓸려 어울려 살던 내 인생에 대한 참신한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당장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뀌지는 않지만(인간이 원래 남의 말은 드럽게 안 듣습니다. 그냥 듣는 시늉만 하는 겁니다.) 한 번쯤 멈춰 서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인문서적이나 심리학 입문서 등에서 일반적으로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핵이득이 이 정도가 아닌가 해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무척이나 의미 있는 책으로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2. 내가 가진 뿔을 자르면 안 되는 이유

 

   한마디로 아무 생각 없이 남들처럼 살지 말자는 것이 저자의 핵심입니다. 원래 우리는 한 명 한 명이 독특하고 특별하고 이상하고 괴상한 개별적 인격체들입니다. 그렇게 생겨먹은 거죠. 우리는 제각각 이상하게 생긴 뿔을 이마에 달고 있어요. 유니콘처럼요. 그런데 이 뿔을 달고선 무리에 끼기가 힘듭니다. 이상한 변태 취급을 받으니까요. 손가락질 받으며 배척당해요. 사회가 정한 룰에 순응하고 그 무리에 끼려면 일단 내 멋대로 생긴 뿔을 잘라야 합니다.

 

"사회 곳곳에 다수파가 신봉하는 가치관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종의 세뇌를 당하고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서 멀어진다. 뿔이 잘린 사람들은 처음에 느꼈을 거북함도 잊고 어느새 자신이 '보통'이기를 바라고 주위 사람이나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가치관을 전파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자신의 뿔을 잘라내고 보통이 되는 것이 곧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세뇌가 점차 확대되어 간다. (중략) 그러나 나는 이것을 사회적 문제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사회 제도상의 문제를 제아무리 해결한다 해도 개개의 인간에 침투해 있는 기본적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두더지 잡기 놀이처럼 다른 곳에서 다른 형태로 분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힘써야 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생물의 근원적인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 느끼고 생각한다'라는 기본에 맞게 살아가는 태도를 회복하는 일이다.' p.9

 

   이 책에 담긴 핵심을 잘 표현한 부분입니다.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태도를 회복해야 진정한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죠. 어디까지나 저자의 의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고,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사회 속에서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니 사회에 맞추는 것이 옳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은 그렇게 사시면 됩니다. 그냥 저자의 이런 의견이 얼마나 타당한지 책 한 권에 걸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읽어보고 한 번쯤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정도는 해보면 좋겠습니다.

 

 

#3. 머리보다 마음의 이끌림대로 살아가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태도에 대한 부분이 이 책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 또 다른 하나의 축은 개인 내부로 들어갔을 때, 현대 사회에 만연한 지성이 인간 본성을 통제하고 억누르는 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것인지에 대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머리'보다 '몸+마음'이 훨씬 인간 본연에 가깝고 파워풀한 것인데, 어느새 우리는 머리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다가 이상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 안에 있는 짐승 같은 사악함이 날뛰지 못하도록 철저히 이성으로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워왔지만 그것은 완전히 엉터리다. 짐승 같은 사악함은 사실 이성에 의해 만들어진다. (중략) 인간의 '몸'과 '마음'이 본래는 알아서 적절한 판단을 하고 쾌/불쾌라는 신호로 자기 자신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준다는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그것을 믿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머리'로 반대의 명령을 내려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에 자신을 몰아넣게 되었다." p.70

 

   우리는 경험적으로 몸에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하면 몸이 알려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아, 소고기가 먹고 싶은걸?' 이런 식이죠. 그런데 그런 자연스러운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건강이 눈부시게 좋아졌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겁니다. 어설픈 이성이 통제를 하려다 보니 오히려 개판이 된다는 것이죠. 마치 우리나라 정치처럼 말입니다. 이런 예는 식욕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납니다. 잠을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딱딱 정해놓고 지키려는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 사라는 게 다 그렇기도 하지만 어떤 것이건 자연스럽지 못함은 항상 좋지 못한 결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우리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치죠. 왜 그럴까 고민하게 만듭니다. '열심히 사는데 왜 이렇지?' 이렇게 되는 거죠. 좋다는 거 악착같이 다 해보는데 왜 이모냥이지? 하고 머리를 쥐어뜯죠.

   적당한 선에서 균형 있게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효율을 떠나서 "편안"하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데 더 적절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은 이런 부분에서 상당 부분 설득력 있고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 한 번쯤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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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머트리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3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1. 시리즈를 이끌고 가는 캐릭터의 힘


   일본 경찰 소설의 대표주자 혼다 테츠야는 제가 무척 애정 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혼다 테츠야의 다양한 작품 중에 국내에서 가장 인기를 끈 작품이 바로 "스트로베리나이트"지요. 꽤나 많이 팔렸습니다. 혼다 테츠야는 스트로베리나이트를 시작으로 여형사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를 여러 편 발표했는데, "시머트리"는 두 번째 작품 "소울 케이지" 이후 발표된 연작 단편집입니다. 전작 소울 케이지가 다소 무거운 느낌이었다면 이번 "시머트리"는 단편집답게 비교적 가볍게 읽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리즈를 이어가는 중에 갑자기 단편집을 끼어 넣은 것이 이채로운데 가만 생각해보면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생각할 때 무척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차피 시리즈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끄는 여러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캐릭터이고 그중에서도 역시나 주연 캐릭터의 매력도 인 것을 생각하면 장편 두 편 이후에 단편집의 흐름이 괜찮다는 것이죠.


   시머트리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은 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잘 살려주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작품 한 작품이 마치 여주인공인 레이코의 여러 가지 성격을 이루는 요소들을 한 조각 한 조각 드러내주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거든요. 혼다 테츠야쯤되는 작가가 촌스럽게 "여주인공인 히메카와 레이코는 정의감에 불타고 직감이 뛰어난 형사다." 뭐 이렇게 설명을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하여 캐릭터의 맛을 살리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는 한 방편으로 다채로운 단편을 등장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각 편마다 레이코의 성격적 특성이나 의외의 모습이 유독 한 가지씩은 부각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의 팔색조 같은 매력이야말로 시리즈를 질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즐겁게 읽어나가는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을 작가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단 주인공 레이코뿐만 아니라 주변 캐릭터들 역시 상당히 매력이 있습니다. 단편들이다 보니 같은 반 동료라든가, 앙숙인 다른 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아서 다소 아쉽지만 그렇기에 살짝살짝 드러나는 인물들의 묘사가 맛이 있어요. 지속적으로 레이코를 괴롭히는 간데츠 같은 매력적인 악역이 등장하지 않아서 극적 긴장감은 반감된 모양새가 있지만 이 단편집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2. 직관으로 범인을 찾아가는 판타지의 맛


   시리즈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에서 여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약간은 병맛입니다. 보통 경찰 소설은 주인공 경찰이 등장하고 난해한 사건을 여러 가지 조사를 통해서 조금씩 진실에 다가간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한다. 뭐 이런 식으로 흘러가야 되는 것이죠. 그런데 경찰인 레이코가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을 보면 뭐... 거의 감이에요. 그리고 그 감이라는 것이 결과적으로 다 맞아. 헐... 초등력자야... 안 봐도 다 알아. 그냥 왠지 내가 범인이라면 그랬을 거 같아...라며 맞춘다니깐요.


   문제는 혼다 테츠야가 얄밉게도 그런 이야기인데도 전혀 어색하거나 짜증스럽지 않게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요. 읽히는 맛이 좋아. 이거 참.. 엄청 대단한 이야기는 아닌데 말입니다. 뭔가 매력이 있어요. 사실 엄청난 판타지 아닙니까? 누가 살인사건 조사를 감으로 합니까? 그냥 직관으로 때려 맞추는 게 어딨단 말입니까?라고 생각하는데 레이코가 바로 그렇습니다. 타율이 거의 10할 타자예요. 때려 맞추는 족족 결과적으로는 맞아들어가.. 그러니 조직 내에서 견제도 많이 받고 미움도 많이 받고. 그런 상황이죠. 그런데도 다행히 눈치도 없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직관과 육감이 발동하면 참지를 못해요. 이런 전반적인 구도가 묘하게 독자에게 판타지를 제공합니다. 독특해요.


   이즈야마 간지의 "뿔을 가지고 살 권리"에 보면 이런 직관에 대해 표현한 문장이 재밌습니다.


"직관이라는 것은 이성을 뛰어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세상의 본질을 간파한다. 직관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훌륭한 감각이다."


   이 표현이야말로 시머트리에 등장하는 히메카와 레이코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레이코에 해당하는 세상의 본질이라는 것은 바로 "범죄자들의 심리"입니다. 레이코는 자신이 범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서 범인의 행동을 유추해냅니다. 너무나도 정확하게 말입니다. 레이코가 범죄자의 그것과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자세한 에피소드는 인비저블 레인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 히메카와 레이코의 스트로베리나이트 시리즈는 영화화되기도 했고,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는데 제가 본 것 중에서는 가장 원작의 흐름에 충실한 영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통상은 활자와 영상이라는 특성 차 때문에 원작과 드라마, 영화는 판이한 경우가 많은데, 이 시리즈만은 거의 원작과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작가가 영상미를 고려해서 창작을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영상 제작 시 원칙적으로 원작을 손상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쓴 것 같기도 합니다. 같은 작가의 "지우" 같은 경우는 원작을 조금 보다가 뭔가 아니다 싶어서 접었거든요. 그러니 드라마, 영화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 같습니다.


 

#3. 잊지않고 던지는 작가의 메시지


   혼다 테츠야는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라고 하기엔 본격 경찰 소설의 특성이 너무 강한 작가인데도 결코 사건과 범인 그 자체에 집중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항상 사회 저변에 깔린 문제들을 들추거나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장편의 경우는 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끈질기게 파고드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번 단편들에도 다양한 사회적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시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단편이라 깊이 다루지는 못하지만 작가가 던져주는 화두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 보입니다.


   다만 이 소설이 일본의 특징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보니 좀 공감이 안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우리랑 환경이 다르니까요. 아예 관심업는 문제도 있고 말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등장하는 소년법의 문제 등은 사실 좀 식상한 느낌이 있지요. 지나친 정의감이라는 작품에서 나타나는 부모가 자식의 악을 막기 위한 정의감으로 자신의 자식을 직접 처단하려 한다는 설정은 정말 이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자식이 잘못해도 어떻게든 빼주고, 피하게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터라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던 부분이었습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지나친 정의감"이나 "시머트리" 같은 작품에서는 법적인 한계나 구조적 모순, 사회적 불평등에서 기인한 처벌의 불합리성에 대해 특정 개인이 죄를 지은 자를 벌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어설프게 어느 것이 옳다고 편들기를 하거나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 점이 무척 매끄러웠습니다. 작품 안에서 가르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책을 덮고서도 가만히 생각해 볼 만한 여유를 누리는 것입니다. 이거 적자니 끝도 없고... 읽을만한 재미는 충분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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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서
김상묵 지음 / 모비딕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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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적 상상과 문학적 문체의 조우가 환상적입니다. 국내 SF의 새로운 출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작가의 상상과 구체적인 설정, 인문학적인 내용전개가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다소 잔잔하게 진행되는 면은 호불호가 예상되지만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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