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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을 가지고 살 권리 - 열 편의 마음 수업
이즈미야 간지 지음, 박재현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다르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책
이름마저 간지나는 "이즈미야 간지"상이 쓴 책 "뿔을 가지고 살 권리"는 심리학 책으로 분류되어있습니다만 삶의 태도에 관한 책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듯합니다. 소설에서도 가끔 인간 군상에 대한 심리묘사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볼 기회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류의 책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용이 바로 "사는 것", "삶의 태도" 등에 대해 고민해 볼 여지를 제공한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목이 독특해서 끌렸던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내가 속한 사회에서 그냥저냥 휩쓸려 어울려 살던 내 인생에 대한 참신한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당장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뀌지는 않지만(인간이 원래 남의 말은 드럽게 안 듣습니다. 그냥 듣는 시늉만 하는 겁니다.) 한 번쯤 멈춰 서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인문서적이나 심리학 입문서 등에서 일반적으로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핵이득이 이 정도가 아닌가 해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무척이나 의미 있는 책으로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2. 내가 가진 뿔을 자르면 안 되는 이유
한마디로 아무 생각 없이 남들처럼 살지 말자는 것이 저자의 핵심입니다. 원래 우리는 한 명 한 명이 독특하고 특별하고 이상하고 괴상한 개별적 인격체들입니다. 그렇게 생겨먹은 거죠. 우리는 제각각 이상하게 생긴 뿔을 이마에 달고 있어요. 유니콘처럼요. 그런데 이 뿔을 달고선 무리에 끼기가 힘듭니다. 이상한 변태 취급을 받으니까요. 손가락질 받으며 배척당해요. 사회가 정한 룰에 순응하고 그 무리에 끼려면 일단 내 멋대로 생긴 뿔을 잘라야 합니다.
"사회 곳곳에 다수파가 신봉하는 가치관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종의 세뇌를 당하고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서 멀어진다. 뿔이 잘린 사람들은 처음에 느꼈을 거북함도 잊고 어느새 자신이 '보통'이기를 바라고 주위 사람이나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가치관을 전파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자신의 뿔을 잘라내고 보통이 되는 것이 곧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세뇌가 점차 확대되어 간다. (중략) 그러나 나는 이것을 사회적 문제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사회 제도상의 문제를 제아무리 해결한다 해도 개개의 인간에 침투해 있는 기본적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두더지 잡기 놀이처럼 다른 곳에서 다른 형태로 분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힘써야 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생물의 근원적인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 느끼고 생각한다'라는 기본에 맞게 살아가는 태도를 회복하는 일이다.' p.9
이 책에 담긴 핵심을 잘 표현한 부분입니다.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태도를 회복해야 진정한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죠. 어디까지나 저자의 의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고,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사회 속에서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니 사회에 맞추는 것이 옳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은 그렇게 사시면 됩니다. 그냥 저자의 이런 의견이 얼마나 타당한지 책 한 권에 걸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읽어보고 한 번쯤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정도는 해보면 좋겠습니다.
#3. 머리보다 마음의 이끌림대로 살아가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태도에 대한 부분이 이 책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 또 다른 하나의 축은 개인 내부로 들어갔을 때, 현대 사회에 만연한 지성이 인간 본성을 통제하고 억누르는 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것인지에 대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머리'보다 '몸+마음'이 훨씬 인간 본연에 가깝고 파워풀한 것인데, 어느새 우리는 머리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다가 이상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 안에 있는 짐승 같은 사악함이 날뛰지 못하도록 철저히 이성으로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워왔지만 그것은 완전히 엉터리다. 짐승 같은 사악함은 사실 이성에 의해 만들어진다. (중략) 인간의 '몸'과 '마음'이 본래는 알아서 적절한 판단을 하고 쾌/불쾌라는 신호로 자기 자신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준다는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그것을 믿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머리'로 반대의 명령을 내려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에 자신을 몰아넣게 되었다." p.70
우리는 경험적으로 몸에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하면 몸이 알려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아, 소고기가 먹고 싶은걸?' 이런 식이죠. 그런데 그런 자연스러운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건강이 눈부시게 좋아졌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겁니다. 어설픈 이성이 통제를 하려다 보니 오히려 개판이 된다는 것이죠. 마치 우리나라 정치처럼 말입니다. 이런 예는 식욕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납니다. 잠을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딱딱 정해놓고 지키려는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 사라는 게 다 그렇기도 하지만 어떤 것이건 자연스럽지 못함은 항상 좋지 못한 결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우리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치죠. 왜 그럴까 고민하게 만듭니다. '열심히 사는데 왜 이렇지?' 이렇게 되는 거죠. 좋다는 거 악착같이 다 해보는데 왜 이모냥이지? 하고 머리를 쥐어뜯죠.
적당한 선에서 균형 있게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효율을 떠나서 "편안"하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데 더 적절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은 이런 부분에서 상당 부분 설득력 있고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 한 번쯤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