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 백만 공유 콘텐츠의 비밀
이은영 지음 / 참좋은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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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렌드의 변화는 계속된다.


   2015년부터 네이버는 파워블로거 정책을 폐지했습니다. 왜 파워블로거 선정을 그만뒀을까요? 블로그를 애용하는 블로거들은 못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한때 대 유행이던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이 시들해지고 미디어의 유행이 변한 것이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유행이고 인기였던 만큼 부작용도 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파워블로 거라며 돈 받고 광고성 포스팅을 계속 해왔던 것에 유저들이 지친 부분도 있고, 텍스트와 사진 위주의 정보에서 동영상 중심으로 관심이 이동해 간 부분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리하야 제가 계속 사용해오고 있는 블로그는 고정 사용자층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해가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나는 꼼수다'로 촉발된 팟캐스트의 대 유행도 궤를 같이 하고 있지요. 수많은 팟캐스트가 양산되고 있고, 아직도 많은 분들이 애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오디오만을 서비스하는 팟캐스트는 이미 30대 이상 어른들의 전용물이 된지 오래입니다.


   대세는 이미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이고 다양한 경로로 제작되는 동영상 중에서도 국내를 기준으로 아프리카TV나 판도라TV 등을 통해 1인 방송으로 진행되는 "크리에이터"들의 방송 콘텐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미디어에 익숙한 모모(More Mobile) 세대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PC를 중심으로 방송이 제작되고 동영상 업로드로 연계되는 콤보 시스템도 이미 포화상태에 가깝고 최근에는 제작 포맷 자체가 전문화되거나 아니면 아예 스마트폰 하나로 모바일 생방송 및 동영상 제공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가장 전통적인 매체인 책을 주로 읽는 저 같은 원시인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안이 벙벙한 채로 꼰대화되어갑니다. 꼰대가 되더라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는 것은 중요합니다. 나 역시 시대의 흐름에 동승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면서 정신승리할 수 있고, 이는 곧 건강한 정신생활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리하야 최근 대두되고 있는 MCN이라는 것을 좀 제대로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2. 대관절 MCN이 뭣인지는 다들 알고 있겄제?


   '그래서 MCN이 뭔데?'라고 생각하신 분이 있다면 당신은 "원시인!!!". MCN의 정의와 범위는 아직 조금은 덜 확립된 느낌이기는 합니다만 Multi Channel Network의 약자입니다. 좁은 범위에서 말한다면 일종의 연예인 기획사와 유사합니다. SM이나 YG 같은 연예인 기획사는 산하 연예인들을 두고 그들을 매니지하고 이들의 활동을 도우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관리합니다.


   MCN의 경우는 이를테면 1인 미디어 시대의 스타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산하에 계약된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하고, 돕고 이를 통한 수익을 분배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로 보면 됩니다.


   1인 방송 스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떠오른 크리에이터들은 저 같은 사람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10대들 사이에서는 신적인 존재,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은 유명인들이었습니다. 이 책 "MCN 백만 공유 콘텐츠의 비밀"은 제목은 한마디로 거지 같지만 이런 변화된 미디어 환경 전반에 대해 조망하고, MCN의 시발부터 현재는 물론 향후 나아갈 방향까지 전망하고 있는 책입니다.


   유튜브 발 동영상의 범람과 대 유행에 대해서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쉽고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어, 어떤 기사나 조각화된 정보보다 한 번에 효과적으로 정리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최적화된 책입니다.


   물론 이런 이론적인 내용만으로는 분량의 한계가 있기도 하고 잘 와 닿지 않다 보니 미국부터 중국, 일본, 국내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사례를 들고 있고, 각 사례마다 실제로 확인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첨부하는 친절함까지 베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책 옆에 두고 읽으라는 의미겠지요. 페이스북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저자답게 전통 매체와 최신 매체를 적절히 활용하는 센스가 돋보입니다.



#3. 최신 트렌드를 책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


   사실은 기사나 포스팅 등으로도 MCN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습득할 수는 있습니다. 심지어 이 책을 야심 차게 사서 읽고 있는 이 와중에 SBS 스페셜에서 "나 혼자 방송시대"라는 타이틀로 1인 방송 미디어에 대해 다루어버렸습니다. 저로서는 제법 김빠지는 순간이기는 했지만 방송과 함께 이 책을 이해하니 더욱 풍성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방송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는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공중파 방송이라는 자신들의 입장에서 해석한 부분이 무척 껄끄럽고 불편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공중파 방송 입장에서 1인 미디어 인터넷 방송의 대 인기는 드럽게 짜증스러운 일입니다.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니 말입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 흥미롭게 잘 소개하다가 내용은 점점 1인 미디어 방송의 폐해 쪽으로 초점이 맞춰집니다. 규제 없는 막방들이 넘쳐나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요. 팩트와 믹스된 그들의 입장 표명은 명분은 있으나 객관적이고 정당하다고 보기에는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듭니다.


   반면 책에서는 분명 부작용과 폐해를 지적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MCN의 다양한 면과 명암, 미래지향적인 다각화 노력에 대해서 더 초점을 맞추고 있고, 향후 어떻게 흘러갈지 조심스러운 예측으로 마무리하고 있어 비교적 폭넓은 시각으로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기에 유리합니다. 정의부터 실제적인 예와 포괄적인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록 삼류 자기 계발서 같은 제목을 달고 출간되기는 했지만 내용면에서는 무척 알찹니다.


   교양 차원에서 일독을 권해도 좋을 책입니다. 특히 시대의 변화에 점점 둔감해지는 늙다리가 되어가는 분들에게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이 책을 사면서 MCN이라는 용어를 처음 알았습니다. 쿠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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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니 참 좋다 - 적게 소유하는 삶을 선택한 오후미 부부의 미니멀리스트 일기
오후미 지음, 조미량 옮김 / 넥서스BOOKS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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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니멀리스트라면 책도 이렇게...

   예전에 도미니크 로로 여사의 책을 읽고 무척 까칠하게 비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심플하게 살라는 책이었는데 책 내용 자체가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엄청 길게 늘여서 책 한 권을 겨우겨우 만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에 비하면 이 책은 그야말로 책 자체도 미니멀리즘에 입각해 만들었다는 느낌입니다. 책의 생김만으로도 "나 미니멀리스트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달까?

   정장도 핸드북 수준으로 작은 데다가 심지어 얇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책값으로 따지면 비싸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름 그림일기다 보니 거의 매 페이지가 컬러니 그냥저냥 읽을 만은 합니다. 여튼 귀염귀염 미니멀한 책입니다. 


#2. 이론은 몰라요, 그냥 저는 이렇게 살아요..

   그런 책입니다. 미니멀리즘이 뭐고, 미니멀리스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뭐 이런 내용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그저 오후미 부부가 어떻게 실생활 속에서 미니멀리즘을 실천했는지 디테일한 예가 알록달록 그림과 함께 가볍고 편안하게 쓰여 있습니다. 이 부부가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면서 얼마나 심플해졌는지, 그에 따라 마음가짐이라던가, 컨디션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등을 있는 그대로 일기처럼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식의 문구는 전혀 없어서 좋군요.


#3. 물건도 버리고, 내용도 버리고..

   이거 참, 쉽게 편안하게 앉은 자리에서 읽어버리기엔 참 좋은데 말입니다. 책 내용도 미니멀하다 보니 뭘 책 한 권을 읽었나 싶을 만큼 내용이 간단합니다. 그래서 쉽고 부담 없지만 뭔가 섭섭하달까? 느낌엔 반권 읽은 느낌입니다. ㅋㅋ 가뜩이나 작고 얇은데 그림까지 많으니 내용도 필요 없다 싶은 건 많이 가져다 버렸나 봅니다.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을 한 권이라도 읽으신 분들은 그냥 편히 호로록 읽으시기 좋은 귀염귀염 예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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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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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찰력과 글솜씨의 조화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3부작 중 "읽다" ​이후에 "보다"를 선택하면서도 "읽다"라는 것은 책을 읽고 무언가 감상을 펼쳐냈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지만 "보다"는 과연 무엇을 본 것일까가 궁금했는데 굳이 따지자면 영화 감상평에 가깝군요. 하지만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서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세상과 그 속에 속한 사람을 "보는" 작가의 시각이 독보적입니다. 이 책에 담긴 스무 여남은 편의 에세이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작가의 통찰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김영하 작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지적인 냄새에 새삼 놀랍니다. 차분하고 건조한 듯 하면서도 비판적이지는 않은 그 균형감도 놀랍고, 똑같은 내용과 생각을 적절한 기법으로 전달해내는 그의 글솜씨도 훌륭하고 부럽기만 합니다.

   같은 영화를 봐도 이 정도로 맥락을 읽어내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좀 더 풍성한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러운 마음으로 읽고 챕터마다 등장하는 영화 중에 관심가는 작품은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멍하니 의식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인생같은 저로서는 작가의 이 차분함과 지적인 면이 무척이나 훌륭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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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활의 즐거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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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적이라는 표현의 부담스러움..


   이 책을 읽기에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지적 생활"이라는 표현 그 자체였습니다. '아.. 나에게 지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기나 하던가?'하는 자성이 들면서 몇 페이지가 지나지 않아 졸음과 머리 아픔이 밀려오면서 후회가 밀려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지요. 여기서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기우였다."라고 반전을 주고 싶지만 사실 좀 지루했던 건 사실입니다. 마냥 재미지지도 않았구요. 제 기준에서는 재미없는 책 중에 한 권으로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이 책은 읽는 재미와 가독성은 떨어졌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교훈은 제법 있었습니다. 제목이 "지적 생활의 즐거움"인데 그 정도도 없으면 쌩욕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성격 유형으로도 기질로도 딱히 머리를 막 쓰는 지적인 스타일은 전혀 아닌지라 뭐든 몸으로 때우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체득하는 저는 "지적"이라는 표현 자체에 알레르기가 좀 있습니다. 이를테면 안경을 쓰고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고 올백을 한 마른 스마트한 느낌의 사람에게나 어울릴 법한 표현이라는 선입관이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읽기에 좀 부담스러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이제는 나이도 제법 들었는데 이런 책을 한 권쯤은 읽어봐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2. 지적 생활에 뭐시 중한디...


   음... 그러니까 책을 다 읽었는데 정확히 지적 생활의 즐거움이 뭐 어쨌다는 건지 확실하게 딱 와닿지는 않습니다. 이 책은 벌써 백 년도 더 전에 돌아가신 "필립 길버트 해머 튼"이라는 저자가 생각하기에 꼭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문제들을 한 꼭지씩 만들어서 편지 형식으로 쓴 글의 모음입니다. 딱히 누군가에게 전달했던 편지는 아니고 저저가 목차를 만들 때 그런 식으로 가상의 인물에게 전달하는 형식으로 쓴 모양입니다. 상상력이 풍부하신 분입니다.


   서문에서 저자는 "의미 없는 낙담으로 인해 여러분의 귀중한 삶의 순간들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종의 교훈을 주는 내용들인데, "지나치게 일하는 젊은 작가에게"라던가,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탄하는 친구에게", 지적 생활이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지 묻는 친구에게" 등등의 테마로 대체로 "지적 생활이란 니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이런 거라니깐" 하는 느낌으로다가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적 생활이 뭐가 그리 중하냐 하면,

 

"지적으로 생활하는 기술이란 유리한 환경을 발판 삼아 발전해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에 필연적으로 얽혀 있는 숱한 사정과 제약 속에서 우리 자신을 극복시켜나가는 행위입니다. 이로써 지성은 풍요로워지고 강인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지적 생활을 위해 엄청 머리를 쓰라거나 지능 개발에 힘쓰라거나 교양을 쌓기 위해 힘쓰라고만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적 생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두뇌의 타고난 재능이 아닙니다. 육체적 기반입니다. 건강한 몸이 받쳐줘야만 원하는 정신활동이 가능해진다는 뜻입니다."

 

"지적인 만족은 절대 선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경계가 필요하고, 절제가 필요하고, 계획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뇌는 상당히 많은 양의 혈액을 필요로 합니다. 지적 노동으로 대뇌질이 급속하게 파괴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과도한 정신노동 종사자들에게서 자주 목격되는 고통, 즉 노이로제가 야기되는 것입니다. 노이로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 아닙니다. 강렬하게 불타오르는 정신을 나약해진 육체가 받쳐주지 못한 데서 비롯된 병입니다. 약을 먹는다고, 휴식을 취한다고, 그 일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노이로제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직 강화된 육체만이 노이로제를 극복하는 힘입니다."


   이런 식으로 육체적인 단련과 건강을 무척 중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절제하고 훈련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지적으로 만드는 힘은 배운 지식과 익힌 교양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단면들을 스스로 발견해내려는 노력과 인간답게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려는 타고난 본상일 뿐입니다. 지적 생활이란 무엇인가를 이룩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삶의 진리를 찾아 나서는 아름다운 여정입니다. 그것은 가장 위대한 진리와 작은 진리 사이에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정의와 개인의 생활 사이에서 늘 꿋꿋하고 당당하게 고귀한 쪽을 선택해나가는 것입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하고 이론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들어 하등 손해날 것 없는 좋은 이야기를 계속해주십니다. 머리를 진공상태로 만든 상태로 그냥 주욱 읽다 보면 '아따 참으로 그럴 듯하고 좋구먼' 하고 생각할 만한 이야기들입니다.

 

 

#3. 현대에서도 되새겨 봐야 할 성찰들..


   오래전에 돌아가신 해머튼옹의 이야기를 가만히 읽다 보면 후반부로 갈수록 현대사회에서도 통용이 될만한 생각들이 다수 나옵니다. 

 

"현대사회의 노동이 점차 가축화의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순수한 본성이어야 할 노동이 경제적 계산과 사업주의 실익에 의해 강요와 억압과 강탈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아무리 대우가 좋더라도 인간을 가축으로 취급하는 사회정의란 있을 수 없습니다. 국가의 장래가 그야말로 중요할지라도 한 인간을 가축으로 구속하는 국가에 정당한 미래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국가는 짐승들의 슬픈 눈망울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눈망울이 어느새 짐승들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가축으로서의 삶을 강요한다면, 머잖아 국가는 인간의 나라가 아닌 가축을 길러내는 목장이 되고야 말 것입니다."


   벌써 약 150여 년 전에 했던 이 표현을 빌자면 노동의 가축화로 인해 적어도 지금쯤이면 국가가 가축을 길러내는 목장이 되었어야 하는데, 이 문구를 대하는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그의 예측이 거의 맞아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술이 다른 어떤 활동보다 위대한 것은 인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향유한 모든 이성적인 활동은 인간을 실망시켰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억압했고, 경제는 빈곤을 낳았고, 종교는 헛된 망상을 심었고, 법은 죄인을 만들었고, 철학은 진리에 더욱 목마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그 어떤 암흑의 시대에도 인간의 영혼을 위로했습니다. 예술은 인간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인간의 가치를 설명했습니다."


   국가, 경제, 종교, 법, 철학 등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상당히 날카롭고 냉담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박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공감이 가는 지적입니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지혜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중략) 노인답게 자연스럽고 현명해진다는 것은 어렵기만 합니다. 아름다운 노년은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입니다. 노을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대지를 달궈야 합니다. 아름다운 노년은 결국 아름다운 청춘을 살았다는 증거입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주어진 인생에 최선을 다했다는 뜻입니다. 인간이 아름답게 늙지 못하는 것은, 늙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지나간 시간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한스럽고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나이 드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정말 거리에 노인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나라가 노령화되어 감을 실감합니다. 그 와중에 뭐가 되었건 열심히 살았던 젊은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로 버럭버럭 화를 내는 노인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어차피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 혹은 회사가 발전하는 것을 내 인생 성공과 동일시하는 시각은 비록 국가가 심어줬건, 교육을 받았건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므로 어디다 화를 내는지 부적절하기는 이를 데 없지만, 일견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늙음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상당히 가슴에 새길만한 것입니다. 저 역시 추하게 늙어서 꼬장 부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간담이 서늘합니다. 저의 노년은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드럽게 지적이지 못한 스스로가 두려워서 이런 책도 찾아 읽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독하게도 재미는 없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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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혐오자 밀리언셀러 클럽 6
에드 맥베인 지음, 김재윤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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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7분서 시리즈의 시발이 되는 작품...


   제목만 엄청나게 들어온 데다가 동네 서점에서 무려 초판으로 획득한 필명 에드 멕베인, 본명 에반 헌터(물론 이 이름도 중간에 바꾼 이름이라던가 여튼 한 사람이 이름을 여러 개 쓰는 건 저는 별로입니다)의 그 유명한 87분서 시리즈 첫 작품 "경찰 혐오자"입니다. 헉... 아, 그러고 보니 띠지에는 초대형 작가 에드 맥베인이라고 써놓고 책 정도에 작가는 에반 헌터라고 써놨네. 헤깔리게시리..


   일단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읽었던 87분서 시리즈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객관적으로 아니, 책에 객관적인 평가라는 게 있을 수는 없으니까 통계적으로 첫 작품이 가장 재미있다고 꼽을 분은 거의 없으실 것도 같습니다만 저는 제일 좋았네요. 아마도 이 시리즈에 대한 저의 애정도와 그동안 쌓아온 친분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처음 읽었으면 '아, 이거 뭐야?'라고 반응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여튼 이 작품이 그 수많은 87분서 시리즈의 첫 시작입니다. 여러 권 읽은 상황에서 접한 첫 작품에 대한 느낌은 상당히 좋습니다. 잘 썼네요. 솔직히 말해서 다른 작품보다 공을 더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 확 느껴집니다. 이 시리즈 특징이 약간 건조하면서도 심심한 내용인데, 이 작품은 어차피 근래의 미스터리류 만큼 빡빡하고 촘촘할 수는 없지만 시대를 감안하면 관심을 끌기 위해 작가가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87분서 시리즈의 성격과 특징을 가늠할 수 있는 출발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애초에 시리즈의 성격을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전체적인 틀을 잘 잡아주고 가이드를 잘 해주는 느낌의 설정들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파격적이에요. 주인공 같은 경찰이 등장하고 경찰 소설이니까 스토리를 이끌어가야 할 경찰이 죽어요. 심지어 셋이나 죽입니다. 이 시리즈가 경찰 부서에 속한 경찰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일부는 막 죽이고 선수 교체도 하고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죠. 당시에는 얼마나 신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느낌의 형사들이 죽어나가는데 범인은 오리무중인 이 상태는 시대를 감안하면 상당히 자극적입니다. 그만큼 관심을 많이 끌었겠죠. 이런 스타트는 OCN 드라마 "TEN" 같은 경우에도 시즌 첫 작품은 파격적으로 2시간씩 편성해서 영화 작품 같은 고퀄로 제작하고 시작부터 흥미와 기대를 유발하는데 그런 효과를 노린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적중했던 모양입니다.


   여튼, 제 나름대로 설명을 들으면서 캐릭터상 마음에 드는 인물이 생기게 마련인데 죽여버린단 말입니다. 좀 허무하면서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마치 집단 MC 체제인 버라이어티쇼에서 회차가 진행되면서 일부 MC가 하차하기도 하고 줄어들거나 추가되기도 하는 식으로 변화를 주는 느낌이었죠.



#3. 집단 체제에도 핵심은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핵심 주인공은 있습니다. 이를테면 멤버가 바뀌는 쇼에서도 유재석씨 같은 사람은 바꾸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당시에도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람을 받았다는 스티브 카렐라 형사 같은 경우는 후에도 나오지만 총도 맞고 하는데 죽지 않습니다. 이 첫 작품에서도 결말 부분에 상당한 위기를 겪지만 잘 극복해냅니다.


   또한 거의 유일한 러브 스토리인 스티브 카렐라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슈퍼미인 테리와의 알콩달콩 이야기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 테리는 첫 작품으로 시작해 이후에도 어지간한 형사들보다 더 큰 활약을 합니다. 87분서 시리즈의 비중 있는 재미요소 중 한 가지라 빼먹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도 스티브 카렐라 형사의 매력이 크게 느껴지는 첫 작품이었습니다.


   참, 당시 작가가 경찰서 생활을 체험하면서 조사를 엄청 해서 상당히 리얼리티 있는 디테일한 묘사들을 많이 하는데 이게 오히려 한편으로는 피식 웃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마치 최첨단 과학수사인 양 혈액형 분류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귀엽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죠.


   87분서 시리즈는 읽을수록 애정과 사랑이 샘솟는 묘한 시리즈입니다. 그만큼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작품이라 그런지 너무 과하지 않고 나름 심심하면서도 할거 다하는 특성이 매력이 있습니다. 애정 없이 이 시리즈를 읽으신다면 뭐 그저 그런 옛날 경찰 소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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