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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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스터리가 뭐다냐? 

 

셜록홈즈 밖에 모르는(그나마 내용도 기억이 가물거린다..) 추리소설에 대한 무지상태에서 만난 사회파 미스터리 거장 마스모토 세이초라.... 거장이라고 남들이 얘기해서 그러려니 했지 뭐 어차피 만나본 적도 작품을 읽은 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이 양반이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것도 아니고... 나는 어쩌다가 내 인생에 전혀 없을 것 같던 추리소설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나? 그건 뭐 우연찮게 '모비딕' 출판사 블로그에서 서로이웃 신청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출판사 이름이 뭐이래 ?' 에서 출발해 "미쓰터리를 쓰는 방법"이라는 책과 "나도 미스터리 쓴다" 이벤트로 이어지는 콤보... 거기에 기름칠을 한건 줄줄이 이어지는 미스터리 마니아들 과의 만남... 버거운 수많은 미스터리 책들의 소개... 말을 섞을 수도 없는 미스터리한 미스터리에 대한 그들의 내공.. '아따 미치고 환장하겠다...' 어디다 "아, 그책 저도 읽었어요. 호호~~", "그 양반 책은 참 전개가 독특하죠^^" 뭐 이런 덧글 한번 달아본단 말인가? 뭐... 지금의 내 상태가 딱 요정도라 하겠다. 

 

 

#2 추리소설이 원래 이런거였던가?

 

아무리 내가 추리소설을 잘 몰라도 이건 느낌이 이상했다. 첫 단편 '얼굴'부터 그랬다. 대놓고 범인이 나오고 범인이 범인인걸 가리기 위한 치밀한 노력, 그리고 그 와중에 헛점을 파고드는 형사들, 범인의 추리를 무색하게 하는 전혀 다른 시점... 그리고 마지막... 약간은 예상되던 반전... '이거 내가 기대했던 추리소설이랑 많이 다른데?'라는 상경함과 동시에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는 엉뚱한 감상까지... 그리고 그 단편 하나로 '앞으로 이 사람의 작품은 모두 읽게 되겠군..'하고 단정했다. 두번째 '잠복'은 더 심했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이게 끝이여???? 이런!!!' 잠복의 내용은 신선하고 무지몽매한 나의 허를 찔렀다. '이런 미스터리도 있군...'

'귀축'을 읽다가는 주인공의 무책임함과 무능함에 치를 떨었다. '투영'에서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과 추리의 기막힌 배합에 놀랐고, '목소리'에서는 기발한 소재와 설정에 감탄했다.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에서도 인간의 내면과 삶의 일상적 구질함의 표현이 신선했고 , '일년 반만 기다려'에서는 설정의 특이함, 캐릭터들의 생동감에 놀랐다. '카르데아네스의 널'에서는 인정과 성공을 위한 인간의 욕망, 목적을 위한 비도덕적인 대담한 인간군상에 탄식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났다.

 

 

#3 인간성이 드러나는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는 "마쓰모토 세이초"란 사람이 궁금해졌다. 젤 먼저 들어온 말이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표현... '아.. 그런건가? 그래서 요로코롬 희안스러운 작품들이 들어있었나?' 그렇다면... 나는 사회파 미스터리 마니아가 될것이야!! 세이초옹을 애정하게 될 것이야!!! 이 양반을 보니 더욱 관심이 간다. 초 엘리트주의와는 극단의 삶을 살았다. 이분 삶자체가 미스터리다.. ㅋㅋ

 

<출처 : 북스피어에서 제공한 네이버에 올라있는 사진>

 

나는 원래 작가를 중시하는 편이다...(사실은 잘 몰랐지만서도... ). 작가와 작품은 분리해서 생각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나는 꼭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작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마쓰모토 세이초옹이 배고픔과 차별을 넘어서 41세의 늦은 나이로 작가가 되었다는 점이 나를 홀딱 반가해 했다. '아.. 나도 41세엔 데뷰를 할 수 있을까?... 뭐... 맞춤법도 잘 모르는 판에... 킁..' 그리고 통상 이런 개통의 분들과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문단의 통념을 뛰어넘는 행보를 보였다. 내가 애정하게 된 '사회파 추리소설'이랑 '논픽션'같은거? 쉽지 않은 길이다... 문학계의 정통성이 있었다면 전혀 시도하지 않았을 일이다. 역시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걸은 자만이 이룰 수 있는 독자적인 특징을 갖추게 되었다. 훌륭하다...

 

이 책 잠복에는 적나라한 인간군상이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사랑과 욕망이 넘친다. 무책임함과 이기심이 부유한다. 일본의 특성상 교통수단 전철이 무지하게 등장한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전철이 훨씬 일찍 발달했다. 세이초옹의 나이를 고려하면 전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내용과 관련된 우수한, 대단히 훌륭한 리뷰는 까르페디엠님의 글을 참고하시면 되시겠다.  

 

http://blog.naver.com/violette00/30152624878

 

 

 

세이초옹이 여러가지 이유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다 읽고 싶지만 그게 쉽겠나? 다행히 모비딕과 북스피어에서 알아서 엄선해서 출간해 주시겠지...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으로 사둔 책 '미스터리의 계보'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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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 만화가 10인의 마침표 없는 인권 여행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정훈이 외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 창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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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권이 나의 문제인가?

 

나는 시키면 시키는데로 제도권에서 원하는 것을 충실히 따라가는 삶을 살아왔다. 그것은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이기도 했고, 학교나 교회 등 내가 몸 담고 있던 조직과 구조 내에서 눈에 나지 않고 구성원으로써 인정 받는 안전한 방법이기도 했다. 적당히 경쟁했고 튀지도 않았으며 무난히 시대적 흐름 속에 안전한 쪽으로 몸 담아왔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 역시 그러하다. 고백하자면 대기업을 박차고 나올 때만 해도 인권 따위는 '아웃오브마인드' 였다. 나랑 하등 상관없는 일이자 열심히 일할 자신 없고 능력 없는 자들의 편법 주장이라 여겼다. 그만큼 세상에 대한 나의 인식은 저급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다. 조직의 보호 없는 '나'라는 존재는 인권의 보호가 절실한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조직이 보호의 댓가로 담보받는 것 중 하나가 '인권'이랄 수도 있겠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키면 시키는데로 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상시 존재하니 말이다. 그게 싫으면 조직의 보호 밖으로 나가면 그만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직장인들의 명언처럼 말이다.

 

비단 직장만의 문제일까? 비정규직문제, 학원폭력문제, 쌍용차사태, 용산사태, 강정마을사태, 용역깡패문제, 사교육문제, 청년실업문제 등등.. 당신과 내가 이런 문제중 어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이런 모든 부조리와 한계를 해결해나가는데 당신과 나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 인권교과서? 인권 교양서?

 

내가 이책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창비 팟캐스트 책다방에 출연했던 최규석 작가님과 김수박 작가님 에피소드를 들으면서다. 예전에 파주출판단지 보리출판사에서 삼성관련 고발 만화나 인권만화를 보면서 약간은 부담스러워서 머뭇거리다 그냥 왔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화작가들은 인권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이력을 뒤져서 처음나온 [십시일반]부터 사서 읽는 것이 나의 습성이지만 사두고 밀리고 밀리는 책들을 의식해서 최신판 "어깨동무"를 먼저 선택했다.

 

'만화인권교과서'라는 별명답게 10명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주제와 그림으로 다양한 문제를 '인권'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잘 묶어내었다. 워낙 재능많고 개성이 분명한 작가들이니다 보니 보기에 따라서는 좀 이질적인 내용들을 억지로 묶어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약간은 어울리지 않을 듯한 것들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내는 것 또한 이 책의 정신과 잘 어울린다 생각하니 그런데로 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읽기 쉬운 만화로 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필독서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특히 학생들이 자라는 시기에 반드시 먼저 읽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나처럼 30년이 지난 후에야 '인권'에 대해 고민해보는 건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데도 상당한 마이너스가 된다. 더 많은 사람이 돌고 돌고 도는 인생을 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깨 동무'를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야들아, 니들은 돌고돌지 마라~~~ 나는 돈다돌아~~~'

 

 

 

#3 人權 Begins인권 비긴즈

 

개인적으로 특별히 좋았던 챕터는 굽시니스트의 '인권비긴즈'였다. 시사만화가 답게 적당한 풍자와 맥을 간략히 짚어내는 능력에 감탄했다. 엄청 딱딱하고 재미없는 인권 발전사를 그야말로 만화적으로 잘 표현해내었다는 느낌이다. 그 다음 이어진 "세계인권선언의 탄생"역시 맥락을 같이해서 차근차근 인원의 역사와 현주소에 대해 전반적인 흐름을 잘 짚어주어 아주 유익했다.

 

인권 비긴즈는 세계 인류사적으로 인권이 생겨나고 성장해온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지만, 나는 이 만화 '어깨동무'를 통해서 자라나는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어쩌면 너무나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생경한 "인권"이라는 개념이 생성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고민하는 가운데서도 이외로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인권만화 '어깨동무'는 너도나도 어깨동무를 하고 읽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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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탐정 설록수
윤해환 지음 / 씨엘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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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곡을 뛰어넘는 리메이크곡의 위력

 

얼마전 끝난 K-POP스타2에서 "악동뮤지션"이 우승했다. 이들은 등장부터 '다리꼬지마'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독특한 자작곡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회가 거듭될수록  이들을 보석처럼 빛나게 해 준 것은 가창력보다 음악성, 사실상 오빠인 '찬혁'군의 작곡, 편곡 실력이라고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리메이크작 "뜨거운 안녕"은 아주 좋았다. 원곡을 훼손하지 않는 정도에서 멜로디를 최대한 살리고 가사를 적절히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고 생각된다. 가창자체는 소소... 그럼에도 불구하도 원곡도 훌륭하고 좋지만 이런 감각적인 리메이크 곡은 전혀 새로운 감동을 준다. 오리지날과 신선한 변화가 잘 조합되었을 때의 위력은 상상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앞으로도 이들의 미래는 아주 밝아보인다. 대중을 끌어들이는 매력과 흡입력, 무엇보다 음악적 실력과 센스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걸출한 원작인 셜록홈즈 시리즈의 특징을 훼손하지 않은채 최대한 차용하면서도 적절하게 변형과 조합에 성공한 [트위터 탐정 설록수]는 매우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흔히들 이 작품을 셜록홈즈 패스티시라도 하는데(작가 본인도 그리 말하시니뭐..),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단순 패스티시라고 하기엔 변형이 제법 많다. 패스티시하는 용어가 갖는 부정적인 부분을 그대로 안기엔 좀 억울한 면도 있다. 받아들이기에 패스티시라하면 그냥 아류 정도로 느끼고 쉽게 생각하는 부분 말이다. 그러나 이작품은 흔한 패스티시처럼 단순 차용, 나열된 내용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원작을 잘 주물러서 흥미로운 요소를 잘 차용하고 거기에 개성있는 요소를 잘 버무려 놓아 통통튀는 매력있는 작품이 재창조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설록수는 한국적이다.

 

당연하다. 한국인이 한국인의 정서로 창조한  설록수는 매우 한국적이다. 원작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이 작품은 사건의 해결 자체에도 초점이 있지만 등장인물의 내면 변화와 점진적인 관계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다. 설록수와 김영진의 점진적인 관계의 변화에서 느낄 수 있는 애정과 신뢰, 김영진과 현기와의 히스토리(주석에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와 관계회복, SNS 공간에서의 친밀감과 오프라인 관계 사이의 괴리 등이 밀도있게, 그러나 부담스럽지 않은 선을 지킨 채로 펼쳐진다. 이런 요소는 전통적인 하드 스릴러나 본격 추리소설류를 특히나 사랑하는 독자입장에서는 흥미가 떨어지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미스터리물에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의 독자에게 한국인이 사랑하는 페이소스적 요소의 적절한 결합은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된다. 여기에 너무 무겁지 않은 호흡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SNS 중독현상을 영진의 시각으로 평가하는 부분에서 저자가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한 단면을 알 수 있다. 분명한 문제의식을 드러내지만 비판하고 판단하기보다는 따뜻한 시각과 애정어린 고민정도에서 멈춘다. 굳이 '퇴마록 외전'과 비교하자면 전자는 마음씨 좋은 이모 정도라면 후자는 무서운 꼰대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퇴마록 외전의 그 부분이 얼마나 맘에 안들었던지 여기서도 굳이 들먹인다.)

 

 

#3. 설로키안을 위한 책이다?

 

설로키안을 위한 책이 맞다. 설로키안들이 그들에게 익숙한 명장면들을 어떻게 바꾸었고, 접목시켰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새롭고 신선한 재미를 안겨 줄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에 대한 설로키안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셜록홈즈 전작에 정통하지 못하다면 이 작품의 참맛을 2% 느낄 수 없어 안타깝다는 것이다. 셜록홈즈에 대한 기억이 빛바랜 종이에 쓰여진 얼룩진 글씨처럼 되어버린 내가 대표성을 띄고 말하자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셜록홈즈의 그늘에 작품을 가두는 쪽이야말로 이 작품의 재미를 더 못느낄 가능성이 크다. 원작에는 없는 요소들이 그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하겠다. 이 작품은 설로키안을 위한 책이 아니다. 개뿔도 몰라도 재밌다. 오히려 원작에 얽매이지 않아 내 맘대로 즐길 수가 있어 더 재밌다. 대부분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들의 서평을 다 읽어봤다. 나보다 재밌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는거 같다. 그러므로 이 책은 미스터리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는 작품이다. 마니아나 오타쿠들만의 책이 아닌 대중성을 확보한 책일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셜록홈즈가 이 작품의 대중성에 방해가 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지경이다. 미스터리 마니아가 아닌 다음에야 셜록홈즈하면 어릴때나 읽던 흥미위주의 추리소설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이땅에는 너무나 많지 않은가? 나 역시도 불과 몇달 전만해도 그랬으니 말이다. 이 작품이 수많은 몇달 전의 나 같은 이들에게 전달될 수만 있다면 한국형 추리소설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한국형 추리소설에 대한 인식이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4. 드라마로 만나보길 기대한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장르드라마의 모든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다. 즉, 개별(회차별) 에피소드 구성이 용이하고, 각 에피소드 마다 완결된 반복적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등장 인물들의 개인사와 내면의 스토리가 점진적으로 확장되며, 설록수 Vs 백수당 당주 간의 대결구도가 선명해진다. 이런 요소들은 성공적인 TV 드라마의 기본요소이다. 여기에 흥행을 위한 멜로라인만 추가된다면 금상첨와가 되시겠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렀을 즈음에 OCN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가 원성을 사며 어설프게 마무리된 드라마 "TEN"이 자연히 떠올랐다.(주장의 강화를 위해 시청자 반응을 조금 왜곡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봤으니까). 주인공과 설정 때문에 큰 관심으로 지켜보다가 갈수록 실망한 또 하나의 OCN 드라마 "히어로"도 떠오른다. 설록수가 드라마로 잘 만들어진다면 이 들보다는 낫지 않을까? "TEN2" 접고 진지하게 고민해주기 바란다.(이미 늦었지? 알아요 알아, 말이 그렇단 얘기지...)

 

 

#5. 한류 미스터리의 출현을 기대한다

 

이미 오랫동안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내가 어릴적만 해도 주변 여자아이들은 J-pop에 열광하고 '뉴키즈온더블럭'에 미추어 있었다.(아우 보기 싫었어.. 증말..) 지금은 전세가 완전 역전되지 않았나? 전세계 젊은이들이 안스러울 정도로 한류아이돌 춤을 커버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미스터리는 아직도 70~80년대에 머물러있다. 이제 슬슬 우수한 한국적인 끈적하고 따뜻한 미스터리가 흥할 타이밍이 올 때가 되었다. 때가 임박하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이 이러고 있는게 하나의 방증이다. 희망사항이라도 괜찮다. 불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얘기 하는 놈이라도 있었나? 한류 미스터리 작가, 작품, 주인공이 나오길 바란다. 그 첨두에 설록수가 서 있다.

 

그나저나 내가 어쩌다가 한국 미스터리의 위상과 나아갈 길까지 고민하고 있는지가 정말 최대의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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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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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이 듣고 싶어할지는 모르겠지만 실실웃게 만드는 이야기들...

 

독서량이 천박하기 그지없는 나는 신경숙 작가의 작품을 표지만 엄청 접했다. 그래도 아내에게, 언론에서 줏어들은 이야기로는 꾀나 무거운 글들이 주류라고만 알고 있었다. 국내 여류작가의 특징이라고 내맘대로 정해버린 거긴 하지만... 그래서 이런 구성의 책이 특이하다 생각했다. 아직 장,단편 중 어떤게 좋다고 할만한 독서력이 쌓이기 전인데 단편집을 자꾸 접하게 되는게 우연치않다. 읽기가 편해서 그런 것 일수도 있겠다. 그리고 대체로 좋았다. 이 책도 마찬가지 맥락인데 짧지만 경쾌하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단편들이 나를 즐겁게 했다. 책을 아주 많이 읽으시는 전문 리뷰어가 이 책을 읽으시고는 '실망했다'라고 평하시는 것을 보고 '아... 별로인가 보다' 했다. 근데 나는 전문 리뷰어도 아니고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여~~ 나에게는 마냥 재밌기만 했다. 중간 중간 지하철에서, 지하철 기다리다고 혼자 비실비실 웃으며 재밌게 읽었다.

 

 

 

2. 일상의 소소한 기록들이 삶이 되고 웃음이 되고 때론 감동이 된다.

 

 

우리의 삶 속에 느끼는 순간순간의 감정들은 때론 급격하게 요동치고 나를 지배한다.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상황이라는 것이 사실은 아주 사소하다는 것. 그렇기에 이런 사소함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행위는 생각보다 더 섬세함이 요구된다. 읽다보면 별 것 아닌 일상인데 독자에게 웃음을 주고 감동을 주는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 그렇기에 작가의 섬세함에 감탄하게 된다. 누구나 겪어 봤을 법한 짧은 이야기들로 길에서  웃게 만들고 가슴 찡해 울컥하게 만드는 경험은 경이롭다. 그야말로 사소한 이야기로 사소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에 대한 감탄이 랄까?  어설프게 글로 썼다가는 조소하게 만들기 십상인 심심한 이야기들, 전혀 독특하지 않은 등장인물과 설정들이 훌륭하다. 특이한 등장인물과 배경과 설정에서는 누구나 신기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가벼우면서도 훌륭한 것은 바로 이런 소소한 일상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3. 즐거운 이야기들의 힘

 

우리는 참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더 힘든 시대를 살아가게 될 전망이다. 이 어려운 삶의 여정 속에서 만나는 일상의 가볍지만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들이 주는 위력은 대단하다. 며칠씩 마음이 내려앉게 만드는 무거운 이야기도 좋지만 작가가 앞으로 이런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이는 역할을 감당해주었으면 좋겠다. 너나 없이 힘들어서 '힐링이 필요해!!'를 위치는 판국에 정작 힐링서보다 이 책에서 더 많은 위로와 격려를 얻는 것은 나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신경숙 작가의 글도 전작을 해야겠다는 결심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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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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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히가시노 게이고를 대표할 만한 소설인가?

mas·quer·ade

명사

1. (격식) (진실・진심을 숨기는) 가장[가식]
2. (특히 美) 가장 무도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건 제목이었다. 일단 제목이 흥미를 끈다면 작명은 성공적이다. 거의 책 내용과 직접 연결되는 가이드 격인 제목이다.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는 소설이 진행되면 금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좀 노골적인 제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잘 알려진대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25주년 기념작이다. 나야 뭐 읽어본게 거의 없으니 상대적으로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평가가 불가능하지만 본인은 "상상력을 극한까지 쏟아부었다"라고 평하고 있다. 게이고옹이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고 할만큼 창작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잡식성 작가라고 하지만 어쨌거나 미스터리계의 대부 쯤 되지 않나? 그런데 이 작품은 정통 미스터리에서 한발짝 정도 옆으로 빗겨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독자들의 평도 제법 호불호가 갈리는 느낌이다.   

 

사실 절반 이상 읽을 무렵에도 이 소설이 뭐가 그리 만족스럽다는지 혼신을 다 했다는건지 의아했다. 전반적으로 몰입도가 좀 떨어진달까? 전개의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할까? 초반에도 엄청나게 빨아들이지 못할 뿐더러 중반 이후에도 흡입력이 그다지 높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작가의 네임밸류가 어느정도 견인력을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초반부터 하나하나 치밀하게 짜여진 고리가 드러나자 혼신을 다했다는 말이 어느정도 수긍이 되었다. 그나저나 독자들이 이 작품이 77개 작품가운데 5위를 주었다는 사실은 쉽사리 믿기 힘들기는 하다.  

   

 

#2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네 인간들의 군상들 

 

나는 의식하든 하지 않든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이곳 온라인 서식지에 뒤늦게 둥지를 튼 나도 나름 가면을 쓰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본인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이점을 잘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가면이 의식적이고 작위적으로 작동하지는 않아보이지만 사실상 내가 아닌 나를 치장하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뭐가 진짜 나인지도, 가면을 썼는지 벗었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온라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면의 공간이 SNS, 블로그, 웹 공간이라면 현실세계에서는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호텔일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이지만 최상급 호텔은 이런 현상이 극화되어 나타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작품을 통해 하나하나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의 소동들은 우리네 인간군상들의 이중성을 잘도 나타내주고 있다.  내가 그런 경험은 없더라도 그럴 수 있겠다 수긍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이 작품은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옷을 입은 휴먼드라마, 순수문학에 더 가깝다. 그러니 본격 장르 추리소설을 가정하고 접근하는 독자들은 상당한 실망을 맞볼 가능성도 있다. 나처럼 작가가 어떤 장치로 어떤 캐릭터를 창조했고 어떤 이야기를 짰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상당한 만족감을 누릴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속에 녹여낸 인간 군상들에 대한 묘사와 그를 통해 담아내려 했던 담론은 훌륭하다. 추리소설 작가라는, 그것도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읽는다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다.  

 

 

#3 캐릭터는 어떨까? 

 

이번 작품의 주인공 닛타는 작가의 새로운 캐릭터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인공으로 어느정도 점수를 줄 수 있을까? 매력도만 생각한다면 글쎄...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 머리좋고 혈기왕성하고 약간은 오만하기도 한 능력있는 형사다. 근데, 그냥 평범하달까? 오히려 호텔리어 나오미에게 더 매력이 있다고 해야겠다. 직업의식이 철저한 여성 나오미는 독자로 하여금 신뢰하게끔 만들어주는 캐릭터다. 이렇게 철저하고 노련한 캐릭터 설정은 마지막 반전을 위한 오랜 설정이기도 하다. 또 한명의 조력자 노세도 너무 전형적인 조력자 컨셉이라 참신한 느낌은 받기가 어렵다. 물론 나더러 해보라면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러쿵 저러쿵 평가하는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이들 신규 생성 캐릭은 좀더 성장할 필요가 있겠다. 아이템을 많이 취득하고 경험치도 올려야 할 모양이다. 아직은 치명적인 매력이 장착되지 않은 상태다.  


 

#4 드라마 제작을 염두로?

 

이 작품의 구성은 전형적인 시리즈 드라마를 염두에 둔 구성이다. 전체적인 큰 스토리가 미스터리, 탐정물처럼 사건이 발생하고 한정된 배경과 범인, 그리고 그들을 잡는 형사들이 등장한다. 서서히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고 마지막에 결론이 난다. 그리고 그 과정이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다양한 손님들을 통한 나름 짜임새있고 완결된 작은 스토리가 들어간다. 마치 계란통에 계란이 하나씩 담겨 있는 모양새로 말이다. 노련한 작가의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이 아닐까?  

 

 

뭐...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러니저리니 해도 말이다. 난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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