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탐정 설록수
윤해환 지음 / 씨엘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1. 원곡을 뛰어넘는 리메이크곡의 위력

 

얼마전 끝난 K-POP스타2에서 "악동뮤지션"이 우승했다. 이들은 등장부터 '다리꼬지마'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독특한 자작곡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회가 거듭될수록  이들을 보석처럼 빛나게 해 준 것은 가창력보다 음악성, 사실상 오빠인 '찬혁'군의 작곡, 편곡 실력이라고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리메이크작 "뜨거운 안녕"은 아주 좋았다. 원곡을 훼손하지 않는 정도에서 멜로디를 최대한 살리고 가사를 적절히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고 생각된다. 가창자체는 소소... 그럼에도 불구하도 원곡도 훌륭하고 좋지만 이런 감각적인 리메이크 곡은 전혀 새로운 감동을 준다. 오리지날과 신선한 변화가 잘 조합되었을 때의 위력은 상상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앞으로도 이들의 미래는 아주 밝아보인다. 대중을 끌어들이는 매력과 흡입력, 무엇보다 음악적 실력과 센스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걸출한 원작인 셜록홈즈 시리즈의 특징을 훼손하지 않은채 최대한 차용하면서도 적절하게 변형과 조합에 성공한 [트위터 탐정 설록수]는 매우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흔히들 이 작품을 셜록홈즈 패스티시라도 하는데(작가 본인도 그리 말하시니뭐..),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단순 패스티시라고 하기엔 변형이 제법 많다. 패스티시하는 용어가 갖는 부정적인 부분을 그대로 안기엔 좀 억울한 면도 있다. 받아들이기에 패스티시라하면 그냥 아류 정도로 느끼고 쉽게 생각하는 부분 말이다. 그러나 이작품은 흔한 패스티시처럼 단순 차용, 나열된 내용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원작을 잘 주물러서 흥미로운 요소를 잘 차용하고 거기에 개성있는 요소를 잘 버무려 놓아 통통튀는 매력있는 작품이 재창조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설록수는 한국적이다.

 

당연하다. 한국인이 한국인의 정서로 창조한  설록수는 매우 한국적이다. 원작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이 작품은 사건의 해결 자체에도 초점이 있지만 등장인물의 내면 변화와 점진적인 관계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다. 설록수와 김영진의 점진적인 관계의 변화에서 느낄 수 있는 애정과 신뢰, 김영진과 현기와의 히스토리(주석에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와 관계회복, SNS 공간에서의 친밀감과 오프라인 관계 사이의 괴리 등이 밀도있게, 그러나 부담스럽지 않은 선을 지킨 채로 펼쳐진다. 이런 요소는 전통적인 하드 스릴러나 본격 추리소설류를 특히나 사랑하는 독자입장에서는 흥미가 떨어지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미스터리물에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의 독자에게 한국인이 사랑하는 페이소스적 요소의 적절한 결합은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된다. 여기에 너무 무겁지 않은 호흡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SNS 중독현상을 영진의 시각으로 평가하는 부분에서 저자가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한 단면을 알 수 있다. 분명한 문제의식을 드러내지만 비판하고 판단하기보다는 따뜻한 시각과 애정어린 고민정도에서 멈춘다. 굳이 '퇴마록 외전'과 비교하자면 전자는 마음씨 좋은 이모 정도라면 후자는 무서운 꼰대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퇴마록 외전의 그 부분이 얼마나 맘에 안들었던지 여기서도 굳이 들먹인다.)

 

 

#3. 설로키안을 위한 책이다?

 

설로키안을 위한 책이 맞다. 설로키안들이 그들에게 익숙한 명장면들을 어떻게 바꾸었고, 접목시켰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새롭고 신선한 재미를 안겨 줄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에 대한 설로키안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셜록홈즈 전작에 정통하지 못하다면 이 작품의 참맛을 2% 느낄 수 없어 안타깝다는 것이다. 셜록홈즈에 대한 기억이 빛바랜 종이에 쓰여진 얼룩진 글씨처럼 되어버린 내가 대표성을 띄고 말하자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셜록홈즈의 그늘에 작품을 가두는 쪽이야말로 이 작품의 재미를 더 못느낄 가능성이 크다. 원작에는 없는 요소들이 그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하겠다. 이 작품은 설로키안을 위한 책이 아니다. 개뿔도 몰라도 재밌다. 오히려 원작에 얽매이지 않아 내 맘대로 즐길 수가 있어 더 재밌다. 대부분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들의 서평을 다 읽어봤다. 나보다 재밌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는거 같다. 그러므로 이 책은 미스터리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는 작품이다. 마니아나 오타쿠들만의 책이 아닌 대중성을 확보한 책일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셜록홈즈가 이 작품의 대중성에 방해가 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지경이다. 미스터리 마니아가 아닌 다음에야 셜록홈즈하면 어릴때나 읽던 흥미위주의 추리소설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이땅에는 너무나 많지 않은가? 나 역시도 불과 몇달 전만해도 그랬으니 말이다. 이 작품이 수많은 몇달 전의 나 같은 이들에게 전달될 수만 있다면 한국형 추리소설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한국형 추리소설에 대한 인식이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4. 드라마로 만나보길 기대한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장르드라마의 모든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다. 즉, 개별(회차별) 에피소드 구성이 용이하고, 각 에피소드 마다 완결된 반복적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등장 인물들의 개인사와 내면의 스토리가 점진적으로 확장되며, 설록수 Vs 백수당 당주 간의 대결구도가 선명해진다. 이런 요소들은 성공적인 TV 드라마의 기본요소이다. 여기에 흥행을 위한 멜로라인만 추가된다면 금상첨와가 되시겠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렀을 즈음에 OCN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가 원성을 사며 어설프게 마무리된 드라마 "TEN"이 자연히 떠올랐다.(주장의 강화를 위해 시청자 반응을 조금 왜곡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봤으니까). 주인공과 설정 때문에 큰 관심으로 지켜보다가 갈수록 실망한 또 하나의 OCN 드라마 "히어로"도 떠오른다. 설록수가 드라마로 잘 만들어진다면 이 들보다는 낫지 않을까? "TEN2" 접고 진지하게 고민해주기 바란다.(이미 늦었지? 알아요 알아, 말이 그렇단 얘기지...)

 

 

#5. 한류 미스터리의 출현을 기대한다

 

이미 오랫동안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내가 어릴적만 해도 주변 여자아이들은 J-pop에 열광하고 '뉴키즈온더블럭'에 미추어 있었다.(아우 보기 싫었어.. 증말..) 지금은 전세가 완전 역전되지 않았나? 전세계 젊은이들이 안스러울 정도로 한류아이돌 춤을 커버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미스터리는 아직도 70~80년대에 머물러있다. 이제 슬슬 우수한 한국적인 끈적하고 따뜻한 미스터리가 흥할 타이밍이 올 때가 되었다. 때가 임박하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이 이러고 있는게 하나의 방증이다. 희망사항이라도 괜찮다. 불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얘기 하는 놈이라도 있었나? 한류 미스터리 작가, 작품, 주인공이 나오길 바란다. 그 첨두에 설록수가 서 있다.

 

그나저나 내가 어쩌다가 한국 미스터리의 위상과 나아갈 길까지 고민하고 있는지가 정말 최대의 미스터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