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 만화가 10인의 마침표 없는 인권 여행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정훈이 외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 창비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인권이 나의 문제인가?

 

나는 시키면 시키는데로 제도권에서 원하는 것을 충실히 따라가는 삶을 살아왔다. 그것은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이기도 했고, 학교나 교회 등 내가 몸 담고 있던 조직과 구조 내에서 눈에 나지 않고 구성원으로써 인정 받는 안전한 방법이기도 했다. 적당히 경쟁했고 튀지도 않았으며 무난히 시대적 흐름 속에 안전한 쪽으로 몸 담아왔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 역시 그러하다. 고백하자면 대기업을 박차고 나올 때만 해도 인권 따위는 '아웃오브마인드' 였다. 나랑 하등 상관없는 일이자 열심히 일할 자신 없고 능력 없는 자들의 편법 주장이라 여겼다. 그만큼 세상에 대한 나의 인식은 저급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다. 조직의 보호 없는 '나'라는 존재는 인권의 보호가 절실한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조직이 보호의 댓가로 담보받는 것 중 하나가 '인권'이랄 수도 있겠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키면 시키는데로 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상시 존재하니 말이다. 그게 싫으면 조직의 보호 밖으로 나가면 그만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직장인들의 명언처럼 말이다.

 

비단 직장만의 문제일까? 비정규직문제, 학원폭력문제, 쌍용차사태, 용산사태, 강정마을사태, 용역깡패문제, 사교육문제, 청년실업문제 등등.. 당신과 내가 이런 문제중 어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이런 모든 부조리와 한계를 해결해나가는데 당신과 나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 인권교과서? 인권 교양서?

 

내가 이책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창비 팟캐스트 책다방에 출연했던 최규석 작가님과 김수박 작가님 에피소드를 들으면서다. 예전에 파주출판단지 보리출판사에서 삼성관련 고발 만화나 인권만화를 보면서 약간은 부담스러워서 머뭇거리다 그냥 왔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화작가들은 인권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이력을 뒤져서 처음나온 [십시일반]부터 사서 읽는 것이 나의 습성이지만 사두고 밀리고 밀리는 책들을 의식해서 최신판 "어깨동무"를 먼저 선택했다.

 

'만화인권교과서'라는 별명답게 10명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주제와 그림으로 다양한 문제를 '인권'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잘 묶어내었다. 워낙 재능많고 개성이 분명한 작가들이니다 보니 보기에 따라서는 좀 이질적인 내용들을 억지로 묶어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약간은 어울리지 않을 듯한 것들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내는 것 또한 이 책의 정신과 잘 어울린다 생각하니 그런데로 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읽기 쉬운 만화로 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필독서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특히 학생들이 자라는 시기에 반드시 먼저 읽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나처럼 30년이 지난 후에야 '인권'에 대해 고민해보는 건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데도 상당한 마이너스가 된다. 더 많은 사람이 돌고 돌고 도는 인생을 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깨 동무'를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야들아, 니들은 돌고돌지 마라~~~ 나는 돈다돌아~~~'

 

 

 

#3 人權 Begins인권 비긴즈

 

개인적으로 특별히 좋았던 챕터는 굽시니스트의 '인권비긴즈'였다. 시사만화가 답게 적당한 풍자와 맥을 간략히 짚어내는 능력에 감탄했다. 엄청 딱딱하고 재미없는 인권 발전사를 그야말로 만화적으로 잘 표현해내었다는 느낌이다. 그 다음 이어진 "세계인권선언의 탄생"역시 맥락을 같이해서 차근차근 인원의 역사와 현주소에 대해 전반적인 흐름을 잘 짚어주어 아주 유익했다.

 

인권 비긴즈는 세계 인류사적으로 인권이 생겨나고 성장해온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지만, 나는 이 만화 '어깨동무'를 통해서 자라나는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어쩌면 너무나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생경한 "인권"이라는 개념이 생성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고민하는 가운데서도 이외로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인권만화 '어깨동무'는 너도나도 어깨동무를 하고 읽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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