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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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히가시노 게이고를 대표할 만한 소설인가?

mas·quer·ade

명사

1. (격식) (진실・진심을 숨기는) 가장[가식]
2. (특히 美) 가장 무도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건 제목이었다. 일단 제목이 흥미를 끈다면 작명은 성공적이다. 거의 책 내용과 직접 연결되는 가이드 격인 제목이다.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는 소설이 진행되면 금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좀 노골적인 제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잘 알려진대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25주년 기념작이다. 나야 뭐 읽어본게 거의 없으니 상대적으로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평가가 불가능하지만 본인은 "상상력을 극한까지 쏟아부었다"라고 평하고 있다. 게이고옹이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고 할만큼 창작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잡식성 작가라고 하지만 어쨌거나 미스터리계의 대부 쯤 되지 않나? 그런데 이 작품은 정통 미스터리에서 한발짝 정도 옆으로 빗겨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독자들의 평도 제법 호불호가 갈리는 느낌이다.   

 

사실 절반 이상 읽을 무렵에도 이 소설이 뭐가 그리 만족스럽다는지 혼신을 다 했다는건지 의아했다. 전반적으로 몰입도가 좀 떨어진달까? 전개의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할까? 초반에도 엄청나게 빨아들이지 못할 뿐더러 중반 이후에도 흡입력이 그다지 높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작가의 네임밸류가 어느정도 견인력을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초반부터 하나하나 치밀하게 짜여진 고리가 드러나자 혼신을 다했다는 말이 어느정도 수긍이 되었다. 그나저나 독자들이 이 작품이 77개 작품가운데 5위를 주었다는 사실은 쉽사리 믿기 힘들기는 하다.  

   

 

#2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네 인간들의 군상들 

 

나는 의식하든 하지 않든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이곳 온라인 서식지에 뒤늦게 둥지를 튼 나도 나름 가면을 쓰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본인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이점을 잘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가면이 의식적이고 작위적으로 작동하지는 않아보이지만 사실상 내가 아닌 나를 치장하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뭐가 진짜 나인지도, 가면을 썼는지 벗었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온라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면의 공간이 SNS, 블로그, 웹 공간이라면 현실세계에서는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호텔일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이지만 최상급 호텔은 이런 현상이 극화되어 나타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작품을 통해 하나하나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의 소동들은 우리네 인간군상들의 이중성을 잘도 나타내주고 있다.  내가 그런 경험은 없더라도 그럴 수 있겠다 수긍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이 작품은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옷을 입은 휴먼드라마, 순수문학에 더 가깝다. 그러니 본격 장르 추리소설을 가정하고 접근하는 독자들은 상당한 실망을 맞볼 가능성도 있다. 나처럼 작가가 어떤 장치로 어떤 캐릭터를 창조했고 어떤 이야기를 짰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상당한 만족감을 누릴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속에 녹여낸 인간 군상들에 대한 묘사와 그를 통해 담아내려 했던 담론은 훌륭하다. 추리소설 작가라는, 그것도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읽는다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다.  

 

 

#3 캐릭터는 어떨까? 

 

이번 작품의 주인공 닛타는 작가의 새로운 캐릭터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인공으로 어느정도 점수를 줄 수 있을까? 매력도만 생각한다면 글쎄...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 머리좋고 혈기왕성하고 약간은 오만하기도 한 능력있는 형사다. 근데, 그냥 평범하달까? 오히려 호텔리어 나오미에게 더 매력이 있다고 해야겠다. 직업의식이 철저한 여성 나오미는 독자로 하여금 신뢰하게끔 만들어주는 캐릭터다. 이렇게 철저하고 노련한 캐릭터 설정은 마지막 반전을 위한 오랜 설정이기도 하다. 또 한명의 조력자 노세도 너무 전형적인 조력자 컨셉이라 참신한 느낌은 받기가 어렵다. 물론 나더러 해보라면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러쿵 저러쿵 평가하는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이들 신규 생성 캐릭은 좀더 성장할 필요가 있겠다. 아이템을 많이 취득하고 경험치도 올려야 할 모양이다. 아직은 치명적인 매력이 장착되지 않은 상태다.  


 

#4 드라마 제작을 염두로?

 

이 작품의 구성은 전형적인 시리즈 드라마를 염두에 둔 구성이다. 전체적인 큰 스토리가 미스터리, 탐정물처럼 사건이 발생하고 한정된 배경과 범인, 그리고 그들을 잡는 형사들이 등장한다. 서서히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고 마지막에 결론이 난다. 그리고 그 과정이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다양한 손님들을 통한 나름 짜임새있고 완결된 작은 스토리가 들어간다. 마치 계란통에 계란이 하나씩 담겨 있는 모양새로 말이다. 노련한 작가의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이 아닐까?  

 

 

뭐...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러니저리니 해도 말이다. 난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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