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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ㅣ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1 미스터리가 뭐다냐?
셜록홈즈 밖에 모르는(그나마 내용도 기억이 가물거린다..) 추리소설에 대한 무지상태에서 만난 사회파 미스터리 거장 마스모토 세이초라.... 거장이라고 남들이 얘기해서 그러려니 했지 뭐 어차피 만나본 적도 작품을 읽은 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이 양반이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것도 아니고... 나는 어쩌다가 내 인생에 전혀 없을 것 같던 추리소설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나? 그건 뭐 우연찮게 '모비딕' 출판사 블로그에서 서로이웃 신청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출판사 이름이 뭐이래 ?' 에서 출발해 "미쓰터리를 쓰는 방법"이라는 책과 "나도 미스터리 쓴다" 이벤트로 이어지는 콤보... 거기에 기름칠을 한건 줄줄이 이어지는 미스터리 마니아들 과의 만남... 버거운 수많은 미스터리 책들의 소개... 말을 섞을 수도 없는 미스터리한 미스터리에 대한 그들의 내공.. '아따 미치고 환장하겠다...' 어디다 "아, 그책 저도 읽었어요. 호호~~", "그 양반 책은 참 전개가 독특하죠^^" 뭐 이런 덧글 한번 달아본단 말인가? 뭐... 지금의 내 상태가 딱 요정도라 하겠다.
#2 추리소설이 원래 이런거였던가?
아무리 내가 추리소설을 잘 몰라도 이건 느낌이 이상했다. 첫 단편 '얼굴'부터 그랬다. 대놓고 범인이 나오고 범인이 범인인걸 가리기 위한 치밀한 노력, 그리고 그 와중에 헛점을 파고드는 형사들, 범인의 추리를 무색하게 하는 전혀 다른 시점... 그리고 마지막... 약간은 예상되던 반전... '이거 내가 기대했던 추리소설이랑 많이 다른데?'라는 상경함과 동시에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는 엉뚱한 감상까지... 그리고 그 단편 하나로 '앞으로 이 사람의 작품은 모두 읽게 되겠군..'하고 단정했다. 두번째 '잠복'은 더 심했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이게 끝이여???? 이런!!!' 잠복의 내용은 신선하고 무지몽매한 나의 허를 찔렀다. '이런 미스터리도 있군...'
'귀축'을 읽다가는 주인공의 무책임함과 무능함에 치를 떨었다. '투영'에서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과 추리의 기막힌 배합에 놀랐고, '목소리'에서는 기발한 소재와 설정에 감탄했다.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에서도 인간의 내면과 삶의 일상적 구질함의 표현이 신선했고 , '일년 반만 기다려'에서는 설정의 특이함, 캐릭터들의 생동감에 놀랐다. '카르데아네스의 널'에서는 인정과 성공을 위한 인간의 욕망, 목적을 위한 비도덕적인 대담한 인간군상에 탄식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났다.
#3 인간성이 드러나는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는 "마쓰모토 세이초"란 사람이 궁금해졌다. 젤 먼저 들어온 말이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표현... '아.. 그런건가? 그래서 요로코롬 희안스러운 작품들이 들어있었나?' 그렇다면... 나는 사회파 미스터리 마니아가 될것이야!! 세이초옹을 애정하게 될 것이야!!! 이 양반을 보니 더욱 관심이 간다. 초 엘리트주의와는 극단의 삶을 살았다. 이분 삶자체가 미스터리다.. ㅋㅋ

<출처 : 북스피어에서 제공한 네이버에 올라있는 사진>
나는 원래 작가를 중시하는 편이다...(사실은 잘 몰랐지만서도... ). 작가와 작품은 분리해서 생각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나는 꼭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작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마쓰모토 세이초옹이 배고픔과 차별을 넘어서 41세의 늦은 나이로 작가가 되었다는 점이 나를 홀딱 반가해 했다. '아.. 나도 41세엔 데뷰를 할 수 있을까?... 뭐... 맞춤법도 잘 모르는 판에... 킁..' 그리고 통상 이런 개통의 분들과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문단의 통념을 뛰어넘는 행보를 보였다. 내가 애정하게 된 '사회파 추리소설'이랑 '논픽션'같은거? 쉽지 않은 길이다... 문학계의 정통성이 있었다면 전혀 시도하지 않았을 일이다. 역시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걸은 자만이 이룰 수 있는 독자적인 특징을 갖추게 되었다. 훌륭하다...
이 책 잠복에는 적나라한 인간군상이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사랑과 욕망이 넘친다. 무책임함과 이기심이 부유한다. 일본의 특성상 교통수단 전철이 무지하게 등장한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전철이 훨씬 일찍 발달했다. 세이초옹의 나이를 고려하면 전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내용과 관련된 우수한, 대단히 훌륭한 리뷰는 까르페디엠님의 글을 참고하시면 되시겠다.
http://blog.naver.com/violette00/30152624878
세이초옹이 여러가지 이유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다 읽고 싶지만 그게 쉽겠나? 다행히 모비딕과 북스피어에서 알아서 엄선해서 출간해 주시겠지...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으로 사둔 책 '미스터리의 계보'를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