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러
조경아 외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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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화가 진행되면서 돌봄의 문제는 지금 시대에 더 중요해졌습니다. 공론화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의제로 다가옵니다. 상상스퀘어에서 출간된 앤솔로지 <케어러>는 "돌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첫 번째 최하나 작가의 [나를 돌보며 너를 돌봄]은 돌봄의 상황이 왔을 때 해당 가족 모두에게 최상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판타지 같은 결말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때로는 '최악의 상황처럼 보이는 일이 가족들이 화합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나를 돌보며 너를 돌봄]은 나쁜 일에도 좋은 면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의 기도와 같은 작품입니다. 저는 이런 소설을 좋아합니다.



두 번째 조경아 작가의 [당신 곁에 누군가]는 좀 더 현실적인 케어러의 미묘한 심경을 매우 세심하게 잘 묘사한 작품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직접 케어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나의 본업과 체력, 정신력 등을 고려할 때 마냥 반기기는 어렵습니다. 다행히 나를 대신할 간병인을 구할 수 있다면 부담을 조금 덜 수 있습니다. [당시 곁의 누군가]에는 '가족을 돌보며 자기 일상을 영위하는 일'의 무게와 복잡한 심경, 좋은 간병인의 조건 등을 고민하기 좋습니다. 다소 과격한 결말이 소설의 성격을 측면으로 35도 정도 돌려놓는데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익숙한 장르적 결말이라 좋았습니다.



세 번째 정명섭 작가의 [간병인]은 읽으면서 현실 웃음이 나왔습니다. 익숙한 정명섭 작가님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 양반이 앤솔로지에 참여하면서 주제에 전형적인 형식으로 소설을 투고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바운드가 심한 작품들을 써왔던 것이 기억나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오랜 경력에 짬바가 멋진 것이 항상 독특하고 남다른 작품을 실으면서도 그 작품집의 어떤 경계를 벗어난 적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 무슨 엉뚱한 소설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작품인데, 저는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소설은 다소 억지로 주제에 맞춘 내 멋대로 하드보일드 같아 보일 수 있어서인지 후기는 보란 듯이 정파의 고수처럼 썼습니다. 앤솔로지 전체를 아우르는 현실 인식, 문제의식과 개인적, 구조적 해결 방향 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역시는 역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설보다 후기에 밑줄을 훨씬 많이 긋게 만드는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천지윤 작가의 [내 이름은]은 소설 시장의 주류 독자들이 가장 공감할 만한 소설입니다.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병인으로의 케어러를 넘어서 공부하는 자식과 혼자는 못하는 일이 많은 부모 세대까지 동시다발로 아우르는 중간계의 케어러의 애환을 치열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가 감정이입하고 공감하기 너무 좋은 소재와 상황 설정, 캐릭터 묘사가 훌륭한 소설입니다.



앤솔로지는 결국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어떻게 묶어 내느냐가 핵심 요소입니다. 앤솔로지를 여러 권 읽어본 독자로써 <케어러>는 유독 편집 역량이 돋보이는 앤솔로지입니다. 주제의식과 다양성, 읽는 재미 등 모든 부분에서 매우 잘 어우러진 소설집입니다.



네 명의 작가들이 낸 소설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느냐도 상당히 중요한데, 이 부분이 절묘합니다. [나를 돌보며 너를 돌봄]이 첫 번째로 배치되어 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독자는 돌봄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도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즐겁게 읽어도 되겠다는 안심을 하게 됩니다. 두 번째 작품 [당신 곁에 누군가]는 현실적인 간병의 문제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주류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으로 역할을 합니다.



세 번째 [간병인]은 약간 방향을 틀면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합니다. '같은 주제로도 이렇게 다양한 소설이 나올 수 있구나'라는 감탄을 하게 만듭니다. 마지막 [내 이름은]에서 다시 독자는 케어러로써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배치를 통해 사회적 측면에서 장, 단점과 의료 윤리 등의 문제를 넘어 다시 자기를 돌보는 단계로 독자를 인도합니다.



수록된 소설 자체만 살펴보면 사실 진중하게 돌봄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다소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소설마다 작가들의 경험이 담긴 "후기"가 실려 있습니다. 특히 정명섭 작가님의 후기는 수록 소설의 방향성 문제를 상쇄하기에 충분합니다. 또 하나 특징적인 부분은 전문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실은 부분입니다. 고전적 의미의 순문학 단편집이 아닌 경우에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싣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해설까지 수록해둔 부분은 앤솔로지의 기획과 출간 과정에서 진중하게 접근했다는 점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뭔 이렇게 얇은 소설집에 거룩한 내용으로 리뷰를 썼는가 의아한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글을 읽은 분이라면 상상스퀘어의 신간 <케어러>를 직접 사서 읽어보셔야 합니다. 읽어보셔야 제 말이 사실인지 과장인지 부족한지 구라인지 판단하실 수 있습니다. 아마도 대체로 인정하게 될 거라 미리 짐작해 봅니다. 반드시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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