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평점 :
절대 바뀌지 않을 남편을 바꿀려는 어리석음 보다는 나를 변화시키는 쪽이
삶의 지혜라 이르시는 법륜스님의 설법은 오늘 만큼은 뒤로 두고 싶다.
에스테르,
그녀는 남편이 변화되도록 이끈다. 나는 이것을 '훌륭함'이라 말한다.
언젠가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신처럼 다리 아래로 다이빙 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모에게 용기를 끌어내는 친구 요타를
보면서 '훌륭한' 친구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훌륭한 어떤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한 발 더 내어디딜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해주고 기다려준다.
다들 그러고 산다고, 그냥 그렇게 사는거라고...
도무지 친구들의 이 말이 여태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나에게 꼭 들어맞는,
정말 솔깃하도록 흥미진진진진~한 책이었다.
다들 그러고 살 때, 그러고 살고 싶지는 않았던 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거라 듣던 나는,
항시 '훌륭함'을 동경하며 그 속에서 살고 싶었던 것이고,
그건 틀린 것은 아니라는 위로를 이 책에서 받는다.
에스테르,
그녀처럼 어느날 홀연히 떠남을 꿈꾼다.
그녀와 같은 '사랑의 구속'(p328)이든가,
'지금까지의 너이기를 그만두라. 그리고 너 자신이 돼라.'(p287)이든가는 상관없이.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않고 그게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하지만 이런 질문은 아무 소용이 없다. 사실 사람들은 사소한 습관들로 이루어진
자신들의 우주가 그 변화로 인해 뒤흔들릴까봐 두려운 것이다.
*진정한 친구는 좋은일이 생겼을 때 우리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지. 그들은
우리를 지지해주고 우리의 승리를 함께 기뻐해줘. 반면 가짜 친구들은 우리가 어려운
일을 겪고 있을 때 굳은 얼굴로 나타나 안타까움과 연대감을 느끼는 듯 행동하지.
하지만 실은 자신들의 불행한 삶에 대한 마음의 위로를 얻으려고 우리의 고통을 이용하는
거야.
*훨씬 더 끔찍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
했으니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 말이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들 자신 때문에
우리가 고통받는 것을 보고 싶어할 것 같소? 사랑이 고통의 근원이라고 생각하오?
*그날 저녁 저는 막 이혼한 여자 친구와 점심을 먹었는데, 그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 나는 내가 늘 꿈꾸던 자유를 갖게 됐어!'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누구도 그런 자유를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구속을 원합니다. (...) 가장 나쁜 건 혼자서 비참하게
제네바의 거리를 걷는 게 아닙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그가 내 삶에서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최악의 경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