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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베로니카는,
"내 얼굴을 네 영혼 속에 영원히 새기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거야."
라고 에뒤아르에게 말한다. 문득 그럼 나는 무슨 이유로 이 세상에 왔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코엘료의 <연금술사>,
그 <연금술사>에 버금가는 긍정의 힘을 이 책에서도 본다.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에 대해, 신을 '관리소홀', '범죄교사'로 고소할 수 있다는
논리는 난 생각조차 해 볼 수 없는 발상이라 눈이 번쩍 뜨이게 흥미로웠다.
자살시도를 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 있는 코엘료라, 이 책의 모든 이야기들이
사실인 듯 싶어 더 실감나게 읽혀졌다.
"살아라!"라는 그의 메시지가 일본 애니메이션 <칼라풀>의 한 대사,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지켜주고 있단 걸, 당신도 다른 사람의 버팀목이 되고
있단 걸(그러니 죽지말라는, 살아라라는)"과 겹쳐진다.
내가 찾아갈께, 비로 갈께, 눈으로 갈께...라던 그 "도깨비"를 기다리는 것이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라고 드라마처럼 드라마틱하게 말해본다.
그 도깨비가 우리를 찾을 때까지 살아야한다고, 그냥 드라마처럼...
삶에서 기대했던 거의 모든 것을 마침내 얻게 되었을 때,
베로니카는 자신의 삶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매일매일이 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죽기로 결심했다. (p69)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 하루하루가 지겹도록 똑같았던 건
바로 내가 원했기 때문이라는 걸 좀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아마도......
아마도는 없어.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는걸.(p71)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지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도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
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p92)
난 내가 혐오하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수면제를 먹었죠.
하지만 내 안에 내가 사랑할 수도 있는 다른 베로니카가 존재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어요. (p97)
인간들은 행복해질 가능성이 크면 클수록 불행해지는구먼.(p112)
한 오스트리아 의사-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라고, 그의 저서들 속에 부모와 자식 간의
불건전한 관계들을 기술해 놓은 까닭에 오늘날까지도 모든 사람들이 온통 죄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인도인들이라면 살인을 저지른 자식을 놓고 부모가 교육을 잘못시킨
탓이라고 생각이나 하겠어요? (p114)
정신의 길을 나아가는 데 가장 힘든 두 가지 시험 ... 제때를 기다리는 인내,
여러분이 찾은 것에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 ... (p141)
신은 왜 그 나무를 천국의 담 바깥이 아닌 정원 한가운데에 심어놓았을까? .
만약 마리아가 아담과 이브의 변호를 맡았다면, 그녀는 분명히 신을 '관리 소홀'로
고소했을 것이다. 그는 나무를 적절치 못한 장소에 심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경고문을 세우거나 울타리를 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두 부부를 위험에 노출시킨 것이다. ...
신은 법을 정해놓고, 오로지 벌을 만들어낼 목적으로, 법을 어기라고
누군가를 부추길 방법을 찾아냈다. (p152)
미친 사람들과 달의 관계가 어디에 기인하는 것인지 그녀는 몰랐다.
하지만 어떤 정신병자들을 지칭해 그 말을 사용하는 걸 보면 관계가
깊은 것만은 확실했다. (p187)
난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에뒤아르. 항상 저질러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없어 포기했던 실수들을 저질러가며, 공포가 다시 엄습해올
수도 있겠지만, 그걸로는 죽지도 기절하지도 않을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기껏해야 날 지치게 하는 게 고작일 그 공포와 맞서 싸워가며, 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현자가 되기 위해 미치광이가 되는 법을 가르쳐줄 수도
있을거야. 난 그들에게 모범적인 삶의 교본들을 따르지 말고 자신의 삶을,
자신의 욕망을, 자신의 모험을 발견하라고, 살라고 충고할 거야! (p217)
모험에서 마주치는 위험이 천 일 동안의 안녕과 안락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걸
난 이제 알아요. (p284)
넌 할 수 있어. 그러면 난 너에게 이렇게 말해줄 거야. 내 삶에 의미를 줘서
고맙다고. 난 내가 겪은 모든 것을 겪기 위해, 자살을 시도하고 심장을 망쳐놓고
널 만나고 이 성에 오르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거야. 너로 하여금 너 자신의 길을
되찾게 하는 것, 그게 내가 이 세상에 온 유일한 이유야. 내 삶이 아무 소용없었다고
느끼게 만들지 마. (p290)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더 치열하게 살도록 자각한다. (p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