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반 일리치의 죽음 ㅣ 펭귄클래식 2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수 년전,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의 책을 읽고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병든 노인들을 어떤 마음과 자세로 돌보고 보살펴 드려야 할 것인가를, 또한 그들의
죽음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그녀의 책들로
부터 배웠다. 이후 내게 두렵던 '죽음'은 다소 편안해지긴 했으나, 전제가 있었다.
그 '죽음'에 '나'는 없는 것으로! 표트르 이바노비치처럼.
<세상에, 사흘 밤낮을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나서야 겨우 숨을 거두다니!
사실 언제든,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나한테 똑같이 닥칠 수 있는 일이잖아.
이건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일이지 나한테 일어난 일이 아니야.
나는 이런 일을 겪을 리도 없고 또 나한테 일어날 리도 없어.
침울한 분위기에 눌려 괜히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나도 그랬던 거지.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의 이야기는 병든 노인들이거나, 어떤 환자들에
국한 되는 것이었고, 그것을 '나'에 접목 시키기에는 너무 두려웠지.
그러다 <롭상 람파의 가르침>을 읽으니 죽음은 두렵고 무서운 것이 아닐 것 같더라.
<그는 오랫동안 자신에게 머물러 친숙해진 죽음의 공포를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죽음은 어디로 갔을까? 그런데 무슨 죽음? 죽음이 사라진 지금, 공포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죽음 대신 빛이 있었다.
(...)
아! 이렇게 기쁠 수가!
(...)
죽음은 끝났어.
(...)
죽음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
(...)
그는 숨을 깊이 들이 마셨다. 하지만 들이마신 숨을 미처 내뱉기도 전에 온몸을 쭉 뻗더니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이 마지막 부분이 압권이다. 거듭거듭 읽게 된다.
<롭상 람파의 가르침>에서 말하는 죽음과 겹쳐진다. 죽음은 빛이다. 죽음은 빛이다.
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세 죽음>, <습격> 이 함께 이 책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