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너미마을 느티나무 아래서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이오덕 선생님
제가 선생님의 제자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을텐데...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배웠을텐데...
무엇이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인가를 배웠을텐데...
<흙빛으로 물든 목련잎 /... / 어쩌면 내 어릴 적 세상 떠나신 /
우리 어머니인지도 몰라>
<감자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에 가서
오두막집 지어 사는 꿈을 꾼다.>
<청개구리가 올라 앉아 울고 있는 나무를
장난삼아 돌로 쳤다가
그 청개구리 놀라 발발 떠는 것을 보고
죄 지었다는 생각이 들어
하늘 보고 절했다는 시를 쓴 아이
깊은 산골에서 겨울이면 하루 나무를
두 짐씩 하고
여름이면 또 풀을 몇 짐씩 베고
방학 때는 감자를 스무 짐씩 날라
그렇게 부지런하고 착하던 아이
그 아이는 자라나면 훌륭한 시인이 될 것이라
믿었더니
여러 해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슨 일로
세상이 얼마나 괴로웠기에
얼마나 또 큰 장난을 했기에
지은 죄 갚는다고 목숨까지
버렸을까?>
<동짓날 밤 / 팥죽 한 그릇 먹고 싶은 밤 / ... / 팥죽 먹고 살아 갈 그리운 날을 기다려>
<예배당 안은 장작불로 달아 빠알간 난로가 / 그렇게 따뜻했고 /
시루떡은 또 그렇게 맛이 있었다. / ... / 내 어릴 적 크리스마스 /
나는 죽어서야 다시 그 나라에 갈 수 있을까?>
눈물이 났어요. 시집 전체가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서 눈물이 났어요.
제 나이 선생님처럼 칠십사오 세가 되면 저도 그리 쓸쓸하고 외로워지는 겁니까?
타샤 튜더는 구십 세가 넘어서도 튤립 꽃 한 다발 들고 미소 짓는 이쁜 할머니인데...
*나무는 혼자 살아요
......
아, 혼자 있다는 것은
......
얼마나 깨끗한 모습입니까?
......
한 그루 나무같이 한 포기 풀 같이
자연으로 산다는 것은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과 함께
그 모든 것으로 되어 사는 것
혼자 한 자리에서 산다는 것은......
*설날은 떡국 먹고 술 마시는 날인가?
윷놀이 화투놀이로 즐기는 날인가?
새배하고 인사하고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좋아하는 날인가?
아니다.
그런 날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사람답게 사는 한 해가 되기를
다짐하는 날인가?
그렇다 그런 날이 돼야지
......
혼자
또는 식구끼리만
조용히 지내는 날이지
*나는 요즘 바느질하는 맛을 들였다.
......
한 땀 한 땀 꿰메는 재미가 글쓰기보다 낫다.
이런 행복을 몰랐으니 참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바보로 살았나
세상의 여자들이 어째서 남자보다
더 끈질기게 더 오래 사는가 했더니
그 까닭이 있었던 것이다.
*조그만 오지솥그릇에
찌개를 끓인다.
......
된장찌개 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쁨을
세상의 남자들은 모르고 살았지
여자들에게 빼앗겨 있었지
바보 같은 남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