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으로 읽는 금강경 ㅣ 김태완 선원장 설법 시리즈 4
김태완 지음 / 침묵의향기 / 2015년 7월
평점 :
무려 8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내용은 딱 하나다. 그러나 그 하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금강경의 요지도 딱 그 하나인 것 같은데 그 하나를 모르겠다. 깨달음의 순간에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보이는 건 아니라지만, 천 개의 태양 중 딱 하나의 한 줄기 빛으로라도 계합되는 순간을
설핏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래 전 부터 마음이란 것이 궁금했다. 분명 내 마음인데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
마음수련 논산 센터도 가 보았다. 거듭 하루 온 종일, 12시간 이상을 자신을 죽이는 작업을
좌식 의자에 앉아 하더라. 높은 빌딩에서 떨어져 죽고, 폭탄이 터져서 죽고, 총 칼 맞아 죽고,
차에 치여 죽고, 지진 나서 죽고... 다양하게 내가 죽는 상상을 하게 하더라. 난 도무지 끔찍해
서 그 상상을 따라 가기가 싫었다. 결국 난 불량 1단계 회원이었고 2단계 진입은 실패했다.ㅎㅎ
성실히 잘 따라가는 온순한 회원들은 나름 우주가 보인다는 말로 2단계 진입에 성공하고, 새로
운 각오를 다지며 세상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명감까지 소감 발표하는 것을 보며 나는 참 안되는
구나..ㅉㅉ.. 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봉고차 안에서 오래 다닌 한 여자 분의 말은 정말 나의 부
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저 행복하고, 평온하다고, 욕심이 없다고, 스트레스가 없다고, 모든
것이 이해 되어 진다고, 절에 가서 스님 말씀을 들으면 훤히 알아진다고, 세상에나, 그러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사람은 순간순간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겠는가 말이다. 엄청나게 부러웠다.
나도 그런 경지까지 가보고 싶다. 내 마음을 내 원하는 대로 쓰고 싶다. 바람이 나를 지나가게 하고
싶다. 이 책에선 그런다. 간절함만 있으면 된다고. 그리고 끝까지 붙잡고 있으면 된다고.
나처럼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은 딱 한순간의 계합만 온다면 그 다음부터는 무척 쉬울 것 같은데
그 계합의 순간이 오기까지가 무척 힘들지 싶다.
금강경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
있다는 그것을 끊임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러준다. 그렇게 일러주는데도 모르긴 매 한가지나
처음엔 아예 몰랐고 지금은 있는 그것을 모르는 것이니 나름 발전이라 위안 삼는다.
가장 확실해서 거부할 수 없고 부정할 수 없는 것, 뭘까 그것은?
세상의 진실은 뭐냐?
나 자신의 본래 타고 난 진실은 뭐냐?
진리가 확고하면 흔들림이 없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