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교회들은 거의 양질의 찻집을 갖추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한 추세의 혜택을 훌륭하게 보고 있는 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우수한 커피외의 여러가지

차와 다과를 즐길 수 있어 무척 흡족하다. 무엇보다 그 곳은 교회에 딸린 장소이므로 교인이

아닌 나로서도 항상 특별하게 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날도 친구와 난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 특별한 곳을 즐겁고 기껍게 찾았다.

벌써 시장에서 현금을 모두 써버린 상태란 것도 잊고서 말이다(이곳은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그것도 기계에서만). 결국 각자의 주머니를 모두 털어서 모은 돈은 천원권 2장, 오백원동전 1개,

백원동전 7개, 나머진 모두 오십원과 십원동전으로 꼭 삼천원이었고 다행히 맛있는 커피 2잔은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유쾌한 웃음으로 바꾸고 주문을 위해 기계 앞에서 돈을

투입하는데, 애재라~ 오십원과 십원 동전들은 기계가 인식을 하지 못하는게 아닌가!!!

 

부득이 봉사자(이 곳은 봉사자들로 구성된 분들이 서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들 일하시

는 카운터로 가서 상황설명 하고 오십원과 십원동전들을 백원 동전 3개로 교환해 주실 수 있는

지의 여부를 물었다. 여부- yes, no를 묻는 것이었으나 no를 기대한 마음은 0%도 없었다. 

어느 누군들 이런 상황에서 no를 예측할 수 있으랴!!! 그것도 교회 테두리 안에서......!!!

 

봉사자들 중 한 분은 돈이 없으시다며 옆에 계시는 분께 물었고, 그 옆에 계시던 분의 대답이 날

무척이나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더라!

 

"십원동전들은 내가 쓸데가 없기 때문에 바꿔줄 수가 없어요!"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시 물었으나 대답은,

 

"십원 동전들은 내가 쓸데가 없어요!"

 

하여 재차......

 

"결국 바꿔 주실 수 없으시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 대답의 딱딱함이란...내가 받은 그 느낌이란.....내가 무척 가난해서 마음조차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다면 눈물을 쏟아 내고도 남을 서러움을 느끼기에도 충분하였다. 300원을 좀 달라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교인은 아니나 그곳을 찾을 때면 항상 특별한 곳이란 깔림이 있었으며, 때로는

신명나게 "교회가자!"라는 말로 즐거움을 쏟아 내기도 하는 그 곳- 교회찻집!!!

 

그 곳에서 친구들과 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위로와 격려와 위안을 주고 받으며

인생을 논하고, 생활을 말하며, 우정을 흩뿌리고 오는 그런 곳이었건만, 십원동전들은 내게

쓸모가 없기 때문에 바꿔 줄 수 없다는 그 말로 내 가슴은 얼마나 먹먹하고 갑갑했는지 그녀는

알까?

 

자고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그 실천의 첫걸음으로 봉사라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게 비록 조금 쓸모가 없더라도 남이 긴요하게 필요하다면, 그것이 백원 동전 3개

라면 기꺼이 바꿔 줄 수 있는 친절 정도는 마음에 두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2013-05-20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어쩌겠어요.
십 원짜리 쓸 일 없다고 하는데...
아아... 십 원짜리 쇠돈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하는가 보군요 @.@

이제껏 받은 즐거움 헤아리면서
아쉬운 일은 가볍게 잊으셔요

Grace 2013-05-20 10:03   좋아요 0 | URL
아쉬운 일은 가볍게 잊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면 얼마나 좋겠어요?
분개하고 욕심스런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어 늘 피곤합니다.ㅠㅠ
최종규님께서는 아쉬운 일은 가볍게 잊으면서 사시는 듯 보여
함께살기 서재를 가끔 들여다 보는 것 만으로도 치유가 된다면 ...^^
몇일 전 우연히 tv에서 본 연탄길의 이 철환작가가 겹쳐지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