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굴레에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다음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서 책장을 빨리 넘기기위해 스스로를 

채근하기까지 했으니...ㅎㅎ 필립의 노년까지를 볼 수 있었다면 더없이 좋았을텐데 말이다.  

스페인여행에 대한 필립의 갈망은 흡사 나의 그것과 같은 것이었고, 백부의 죽음만을 기다리는 

솔직함은 더없이 인간적이어서 좋더라. 그러하더라도 그가 실제로 백부를 향해 뱉은 말은 더욱 

오래 살아라는 말이어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역시 도의적인 것에 흐뭇해마지않는 나를 보았다.  

밀드레드를 향한 열정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인정스런 그의 성격과 견주어보면 다소 끄덕여지 

기도 한다. 홉농장에서의 묘사들은 늘 그리워하는 나의 시골로 향한 애정과 열정에 맞물려  

아주 선명하도록 가슴에 훤하게 그려졌다.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곳은 예나 지금이나  

자연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기계와 물질의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더라도  

결국 우리의 본질은 푸른 자연인 것이다. 발전과 발달이 도를 넘으면 결국은 원시시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하며 웃는다. 차라리 그 원시의 시대가 인간을 더 인간답게  

하지 않으려나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나는 사랑하는 법을 헤아려 보았고, 불행이 어떻게 닥치는지를 보았고, 청춘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도 보았다. 끝내 도의적인 부분에서 친절을 놓지 않는 필립을 보며 

좋아했고, 인생이 굳이 남들과 같은 일반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 보았다. 가정이 결국 인간의 굴레가 되는 것은 아닌가, 자유로운 영혼을 책임과 의무로 

묶어 두는 굴레! 그 굴레에 속한 자는 자유를 꿈꾸고, 자유로운 자는 그 굴레를 한없이 부러워 

할지도 모르겠다.  

100여년 전에 나온 책이 지금 봐도 혹해서 시답잖은 요즘의 책들보다 훨 값지다는 생각이  

뚜렷하다.  

줄친 문장들이다. 

*관념주의자는 번잡한 인간 세계를 견디지 못하고 그곳에서 몸을 빼낸다. 싸울 힘이 없는 그는 삶의 투쟁을 비속하게 여긴다. 그는 자만심이 강하며 남들이 자기를 스스로 평가하는 만큼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남들을 경멸함으로써 위안을 삼는다. 

*필립은 <있는 그대로의 삶>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불결, 악덕, 불구에 그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벌거벗은 인간을 원한다고 선언했다. 비열성이나 잔인성이나 이기심, 혹은 탐욕의 예를 목격할 때 그는 오히려 흥미를 느꼈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신의 삶을 우연에 맡길 필요가 없다는 것, 사람의 의지란 강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없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던 친구가, 지나고 보니 없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대체 살아서 뭐 한단 말인가?] 노력과 결과는 전혀 맞아들지 않았다. 젊은 시절 빛나던 희망을 가졌던 대가는 쓰라린 환멸뿐이었다. 고통과 병과 불행의 비중이 너무 무겁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인생을 시작할 무렵의 그 드높았던 희망, 그의 육체에서 비롯했던 어쩔 수 없었던 한계, 친구다운 친구가 없어 느꼈던 외로움, 청년기 내내 견뎌내야 했던 애정의 결핍 등을 생각해 보았다. 그는 늘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일만 해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왜 이런 비참한 실패를 맛보아야 한단 말인가. 어떤 사람들은 자기보다 못한 조건으로도 성공을 거두고, 또 어떤 사람들은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도 실패한다. 만사가 순전히 우연이란 말인가. 비(rain)는 착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내린다. 그런데 인생에서는 어느 것에도 이유나 까닭이 없다. 

*역사를 단 한 줄로 줄여 말해 주었다. 그것은 이러했다.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하다, 죽는다. 인생에는 아무런 뜻이 없었다. 사람의 삶에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태어난다거나 태어나지 않는다거나, 산다거나 죽는다거나 하는 것은 조금도 중요한 일이 아니다. 삶도 무의미하고 죽음도 무의미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혜영 2011-12-10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중3때부터 인간의 굴레를 읽고 또 읽으며(마지막 읽은건 아마 삼십대 후반쯤?-현재 40대중반^^) 일부는 자신의 삶으로ㅡ받아들였다고 생각해 온 사람입니다. ~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본인의 느낌과 함께 올려져서 더 와닿는 글이네요

그리고 인상깊었던 글귀를 읽으며 놀랐습니다.
저는 글귀를 따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미 나의 삶의 일부가 되어 있는 부분이 있어서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Grace 2011-12-12 20:25   좋아요 0 | URL
신혜영씨의 삶의 일부가 된 부분은 어떠한 부분일까 궁금해집니다.ㅎㅎ
중3때부터 수차례 이 책을 읽은 분이라면 적어도 저보단 훨 현명한 분
일것 같은데요!ㅎㅎ
요즘은 어떤 책을 잡고 계시나요?

필립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기회를 던지고 스페인 여행길을 선택하는
부분에서 혜영씨의 생각은 어떠세요?^^
반가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