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한공산당은 반드시 무찔러야 할 악랄한 우리의 적이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는  

 이승복어린이에게 총칼을 들이 밀었던 공산당이란 작자들에게 어린 내 가슴에 심어 준 적개심은 

그야말로 분노였다. 초등학교 교정에 있던 이승복동상을 보며 그 아이는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 

하며 키워진 것은 북한은 오로지 나쁜, 우리 민족의 분노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또한 김일성은  

그저 김일성이었지 어떤 수식어도 필요치 않는 적군의 우두머리였을 따름이었다.  

 나는 그렇게 오래도록 세뇌되어진 것이었다. 

미국은 언제나 한결같은 우리의 아군으로서 필요하면 곧장 달려와 껌이나 쵸콜릿을 미소띤  

얼굴로 건네주듯 도와 줄 훌륭한 강국 이라고만 알고 살아왔다. 딱 교과서에서 가르친대로,  

선생님들께 듣고 배운대로만 알고 살아온 사람이 바로 나다. 도덕교과서, ㅋㅋ 바로 그것이었다, 

오래도록... 

초등저학년때던가?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뉴스에서의 제목이 딱 이랬다. 이제 곧 전쟁이 날  

것이라 했고 그 말에 난 이불을 뒤집어쓰고 두려움에 울었다.  

중2때인가는 대통령은 박정희대통령, 영부인은 한복입은 육영수여사만이어야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날 라디오에선 온종일 애도의 음악만 흐르던 것이 어찌나 불안하고 이상하던지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대학 4년은 데모의 물결이 넘쳤다. 분노에 넘치던 그들은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으며  

시대를 안타까워했을테지만, 나는 여전히 뉴스란 100% 진실이라고 여기었기에 눈물을 쥐어짜게  

하는 최루탄이 무서웠을따름이며, 싸워야하는 그들의 대치상황이 싫었을 뿐이었다. 단지 서로의 

사상의 차이, 그저 단순한 사상의 차이 뿐일 거라 여겼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사진전이란 것을 보았을때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거나, 아니면 

아주 오래오래 전, 일제치하에서의 일이 아니겠나, 아니면 그야말로 우리의 적인 천인공노할 

공산당의 짓이 아니겠나... 사실이 아닐 것이다.... 저럴 수는 없지.....그러다가 몇 장 보고는  

더이상 볼 수 없어 그냥 발길을 돌리고 잊었다,  나는 그렇게 잊었다.

내 나이 또래의 대학생들이 최루탄에 대항한 손수건을 얼굴에 가리고 분노에 떨며 저항할 때, 

그들이 리영희 교수를 알고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있었을 그때에 나는 그야말로 허송세월의  

4년을 보내고 있었다 생각하니 수치심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  

처음으로 정확하게 태극기를 그리던 때가 중학교에 입학해서였던 것 같다. 

얼마나 어렵고 복잡하던지 지금도 그때가 생각난다. 그뒤로 만국기들을 보면서 항상 헤아려  

보던 것은 가장 그리기 쉬운 국기는 어느나라의 것일까...일본,프랑스...또 어떤 나라가 있나... 

저 나라 아이들은 좋겠군....이었다.ㅎㅎ

태극기에 대한 이런 오래된 나의 생각을 리영희 교수님이 정확하게 짚어 주신다.  

상징이란 그리 복잡한 도교사상이 포함될 필요가 없다고...하하하...얼마나 통쾌하던지!!! 

종교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수님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나의 고집에 어깨가 으쓱하다. 

절과 교회가 저리 비대해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스포츠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나의 생각을 훌륭한 글쓰기로 옮겨 놓은 듯하다. 사람을 상대로 

싸우며, 동물들을 서로 싸우게 하고 그것을 환호하며 지켜본다는 것은 절대로 즐길거리는 못되는 

것이다.  

여전히 나의 사상은 사상이라는 말로 표현할 것까지도 없는 것이지만, 그 사상이란 것에서는  

나는 한마디의 말로도 나타낼 건덕지가 없어서 그 사상이란 것은 배재하고서도, 본인을  

인텔리라 표현할 수 있는 그의 해박하고 명석한 두뇌와 열정은 그의 연륜과 함께 나를 흔든다. 

이 책을 살까 말까를 무척 고민했었다. 그러나 어느날 고인이 되었다는 기사에 선뜻 구입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몰랐었다, 큰 별이 하나 졌다는 것을....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롤리폴리 2011-08-0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저 소정이예요 ^^ 어려운 책 같지만 읽어볼께요

Grace 2011-08-01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된다...ㅋㅋ
자네가 읽을 책이 아니야...ㅋㅋ
어머니께 강추한다...ㅋㅋ

무척 반갑네, 이 귀엽고 재미난 사람아!^^

롤리폴리 2011-08-0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엄마도 읽을까요?? 추천 해 볼께요 ㅎ
^^ 그래이스 땡큐 엄마 읽으면 바로 알려 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