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기도-일만원 

2일기도-3만원 등등...으로 기도비가 적혀 있다. 

난 항상 이만원을 내고 싶고 이만원을 내면, 스님들 표정, 하나같이 의아해한다. 

그리곤 설명을 한다. 오늘도 역시나! 

이만원을 건내고 '일일기도로 그냥 해주세요'라고 내뱉는 마음은 늘 석연찮다. 

그냥 흐름따라 가면 될 것을 왜이리 까칠한지, 긍정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일에는  

그냥 대충 넘어가질 못하는 나도 참 골치덩어리이긴 하다.ㅎㅎ 

기도를 하는데도 돈의 금액이 책정이 되니 애초에 이렇게 정한 스님은 도대체 어떤 화두로 

수양을 하고 있었던 스님이었을까가 몹시 궁금하다.  

대한민국사람 모두, 직업을 가진 사람 모두, 수험생 모두, 아픈사람 모두...등등 이렇게 스님의  

염원엔 모든 사람이 다 포함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를 낱낱이 훓는다. 그들은 일명 기도비를 낸 사람들이지.  내겐 이또한 아이러니다.

빈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평화롭고 아늑해질 수 있는 곳이 종교생활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제 종교도 돈과 너무나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모습에 오늘도 나는 심드렁하다. 

내게 하루 기도할려면 만원만 내고 이틀 기도를 할려면 삼만원을 내야 한다는 설명을 한  

그동안의 모든 스님께 묻고 싶다. 그런 설명을 할라치면 마음에 거리끼는 뭔가가 없는지, 

스님은 어떤 화두를 붙잡고 종교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이년전인가, 또 다른 절에서 석가탄신일 등을 다는데, 내 주머니엔 아마 만원밖에 없었었던가 

보다. 만원을 내고 등을 달고자 하니 단호히 거절을 하더라! 그 보살이라는 분, 이만원 아니면 

안된다고 딱 잘라 거절하고는 날 쳐다보지도 않두만. 주지스님께 묻고 싶었다. 왜 안돼냐고! 

등을 다는 목적이 무엇이길래 만원으로 그 좋은날, 즐거이 등을 달고자 하는 불자의 마음을  

또다시 혼란스럽고 실망스럽게 만드는 그 규칙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냐고! 

목까지 차오는 울화를 삼키며 차마 주지스님께 의문을 제기하진 못하고 그냥 나와 버렸다. 

이후 그 절엔 가지 않는다.  

  

점점 비대해져서 왕국화 되어 가는 교회도 그러하고, 가진게 없는 자는 어디든 갈 곳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교회나 절의 규모를 키워 집단화하기보단, 종교인이 해야 할 일은 

사회의 어둡고 쓸쓸한 곳을 비춰주는 빛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진정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봉사'외엔 없을 것 같은데 집단화, 단체화하여 그 힘을 키우기에만 급급해 보인다.  

 

진정한 종교인이란 이제 점점 사라져 갈 것 같다. 

테레사수녀 같은 훌륭한 종교인이 점점 더 절실해져 가는 세상이건만... 

 

기도하는 동안 법정스님이 떠오를때면 목젖이 울컥였다. 우리 사회의 빛으로 더 오래도록  

계셨어야 했는데 이제 당신을 대신 할 빛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만원인 등값에 만원을 내고 등 달고 싶다고 하면 법정스님은 뭐라 대꾸하실까? 

이틀 기도비 삼만원인데 이만원 내면 스님은 또 뭐라 말 하실까? 

 

그러려니...가 난 참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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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9-1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조용하지만 와닿는 글이 많아서 한동안 머물다 갑니다.
다녀감의 흔적 남겨요...

Grace 2010-09-2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들이 조용한 느낌으로 전해지는 걸 알게 됩니다.ㅎㅎ 이번 추석때도 그저 조용히, 있는듯, 없는 듯 있다가 왔네요. 해피 추석 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