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라, 나 이 생에도 그대를 만났네
덕현 지음 / 법화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꼭이나 뭔 소설을 읽은 듯한 몽롱함이 자리한다.

숨김없이 거침없는 스님의 글들에서 어떤 희열이 느껴지는 것은 뭘까?

법정스님의 글들에서 느꼈던, 남자가 오히려 여성보다 훨씬 더 섬세할 수 있다는 것을 덕현스님에게서도 볼 수 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던가, 말투도 비슷한 것 같다.

 

수행공동체, 법화림, 아~ 나도 가보고 싶어라.

 

 

 

 

 

 

*예전에 어떤 사람이 자기도 출가하고 싶다고 하면서 도대체 언제가 출가를 결행해야 할 결정적 시점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출가란 마치 교통사고처럼 예기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지, 자기가 할까 말까 하는 생각이 추호라도 남아있으면 아직은 그때가 아니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인생에는 치명적인 전환의 계기들이 여기저기 매복하고 있다가 우리를 덮친다.

 

*행복이란 간단히 말해 만족감이다. 만족이란 외부적인 조건만으로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나의 내면이 감지하는 속일 수 없는 느낌이다. (...) 만족감의 느낌이 차고 넘칠 때 일어나는 느낌이 '감사함'이다. (...) 내면에서 행복감이 일어 넘쳐흐르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분에 맞게 그릇을 줄여야 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거창한 무엇인가를 찾아

어딘가로 허겁지겁 떠나려 하는 사람보다,

가만히 있어도 인생은 빈 여행길임을 알고

그 중심에 고요한 휴식이 있는 사람,

마치 침묵의 나무그늘처럼

지친 나그네의 땀 들이고 쉬게 하는 사람,

번지르르하고 장황한 말을 늘어좋기보다

한번 멋진 미소를 날려

열린 가슴 사이로 따뜻한 바람이 불게 하는 사람.

열매를 너무 탐내지 않고

진정 꽃답지만 스스로 꽃 대신 꽃대가 되어도 좋고

 진흙탕에 더 깊이 내리는 뿌리여도 좋다고 여기는 사람.

소유와 쟁취에 서툴고 더딜지라고,

다 주고 남은 것을 슬기롭게 쓰고

결핍을 함께 아파하는 사람.

누가 뭘 잘하면 함께 즐거워할 줄 알지만

너무 잘하기를 채근하지 않으며

자기가 뭘 못해도 그냥 함께 괜찮은 사람.

생각해보면 모래서 샇기 같은 이런 덧없고

시시한 일에도 선뜻 동참하여

서툴러도 기쁘게 일하며

일할 때 얼굴이 빛나는 사람.

썩 좋은 길이 아니어도 바로 나와 함께 가는 것을 좋아라 하는,

길이 틀려서 되돌아도는 동안에 오히려 한번 더 손잡아주는,

다시 길 찾고 있을 때

자기가 아는 길을 우월감 없이, 될수록 표시 안 나게 가르쳐주는,

그냥 동행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승인 사람.

너무 멋진 동행 속에서

목적지와 방향조차 별 의미 없어지게 하는,

그리하여 이 생사의 포행길에서

마침내 그를 위해

천하를 버리게 되는 사람

나를 잊게 하는 사람, 죽여주는 사람.

 

*세상의 큰 행복은 그저 잘 살다가 나만큼 잘 사는 또 한 사람을 만나는 일. 누구나 좋은 사람을 만나 함께 있고 싶어 하지만, 이 굉장한 복은 내가 온갖 고초를 이기고 혼탁한 세류를 거슬러, 외로워도 꿋꿋이 잘 살고 있어야 예기치 않은 순간에 문득, 내게도 차례가 오는 것이다.

 

*마음이 탐욕이나 분노, 맹목적이고 습관적인 의도에 사로잡히면 본연의 고요함과 한가로움을 잃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