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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번째 걷기 여행 -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김연미 지음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낙엽 밟는 바스락거리는 느낌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낙엽을 밟고 있는 사진을 찍는 것 또한 좋아한다. 이 표지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조금씩 무뎌지고, 지쳐가는 나를 느낄때마다 무작정 걷는다. 그게 어디든 나의 발길이 닿는 곳 까지.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더 의미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프롤로그>가 마음에 들었다. 책을 볼때 표지와 뒷면에 살짝 맛볼 수 있는 맛보기를 훑어보는 건 책을 고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할 것이다. 길은 표정이 풍부합니다. 우리가 그 표정을 깨닫지 못했을 뿐, 그렇다. 나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걸었지만, 그 정리하는 시간동안 주변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하염없이 걸었고, 또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계를 보고 난 후, 돌아가야한다. 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는게 고작. 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또 그 길에서 내가 어떤 위안을 받는지 생각하면서 걸어본 적은 없다. 그래서 내 머릿속이 쿵, 하고 울렸다. 여태껏 그 길로써 치유받고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또 한번 가슴이 뛰었다.
스르륵 책을 훑어보았을 때, 관광지 소개인가? 하는 생각에 조금은 멈칫했다. 나는 그런 안내서를 원하지 않았고, 길이 주는 느낌을 읽고 싶었을 뿐이다. 트레킹을 위한 준비물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잠시 망설였다. 나는 아직, 본격적인 걷기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의 습성이 그렇듯, 준비가 어느정도 되어서야 어떤 일이든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혹은 그렇게 진행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것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나의 현실에 안주하기 습성이 또 나와버려, 이래가지고 서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왔다. 그리고는, 일단 책이니까 읽고나서 생각하는 것도 늦지 않아. 마음을 다잡고서 한 페이지씩 읽어내려갔다. 원래는 목차부터 보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느닷없이 왜 그랬을까? 목차부터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처음에는 목차를 염두해두지 않고 첫 페이지부터 읽으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분명, 내가 마음에 드는 곳도 있고 그저 그런 곳도 있을 수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트레킹, 이라는 단어 때문에 책을 덮었었지만 책이 읽히지 않으면 과감히 책을 덮고 목차부터 다시 본다. 그리고 골라 읽었다. 지금 나의 감정상태에 따라 이곳도 여행하고, 저곳도 여행하고. 마음이 시키는대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봄에서 겨울로 가을에서 여름으로, 사계절에 상관없이 상상도 포함되는 여행이라 더 신나고 재밌었다.
봄으로 떠나는 여행.
여 유 찾 기
봄의 목차에서 마음에 들었던 여행. 늘 그렇듯 나는 향기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냄새' 특히 그 사람에게서 나는 고유의 향을 좋아하는 나는 '사람냄새'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향기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나를 이끌고 간 곳은 매화가 있는 매화길. '매화'는 내가 정말로 닮고 싶은 꽃이다. 사자성어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아치고절' 이듯, 매화는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이 책에서 매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니, 더욱 반갑고 신났다.
젊다고 향기가 좋은 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품는 향기도 깊어져 간다. 나도 매화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은은하고 우아해질 수 있을까. 나에게 나는 냄새가 매화 향이 될 수 있도록, 은은한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해야지.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이 책에는 작가가 추천하는 테마 오른편에 추천하는 달, 난이도 (걷기에 따른), 걸맞는 길동무, 책과 음악, 준비물이 함께 소개되어있다. 이 책에서 가장 칭찬할만하다! 내가 아는 책이나 음악이 나오면 반가웠고 읽고 싶은 책도 왕창 생겼다. 횡재한 기분이랄까.
책을 읽는 내내 향기가 솔솔 나는 느낌. 나의 마음은 어느새 매화길로 가 있다. 그리고 맨발로 그 흙을 밟고 있다. 지금은 겨울이라 봄의 기운을 상상하며 읽는데 그것 또한 즐거웠다. 땅이 따뜻해진다, 하고 상상하니 기분도 좋아졌다. 봄이되면, 꼭 친구랑 손잡고 거닐어 보고 싶다. 매화, 를 닮고 싶은 내가 조금은 그 은은한 향기를 품어올 수 있도록.
이 책에서 본 사진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컷! 왕 벚나무 아래에 곱게 흐드러진 연분홍 벚꽃들. 그 벚꽃을 주워다가 욕조가득 물을 받아놓고 띄워놓은 다음 몸을 담그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색감도 어찌 저리 잘 담았는지, 곱다. 화려하다. 눈이 행복하다는 느낌 한 가득.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예쁜 풍경들이 많다는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 이제라도 안 것에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지는 것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구절들이 많아 읽는내내 반성하고, 또 되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느릿느릿, 차근차근, 정성을 다할 준비,
새해가 되면 다시 이 책을 품고, 여행계획을 해야지. 벌써부터 내년이 알차질 것만 같아 뿌듯한 이 기분.
그 지역에 따른 역사도 간단히 곁들여져 있고, 찾아가는 방법, 숙박, 어느정도 묵으면 좋은지 등의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이 안내만 따라가도, 혼자서 여행하는데는 전혀 문제 없을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자신감까지 든다. ^^
싱그러운, 혹은 무더운 여름에서
환희를 꿈꾸다
여름에서 제일 좋았던 곳은, 강원 횡성.
이따금씩 자꾸 개인이기주의가 튀어나오는 요즘, 나를 ,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게 만들었던,
여름에 소개된 곳이지만 마음 한 구석은 온기로 가득했던 곳.
강원 횡성의 숲체원.
휠체어를 타고도 오를 수 있다는 산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
싱그러운 자연과 함께, 그리고 마음이 하나되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는 그런 곳인 것 같다.
아빠가 복숭아뼈 연골 수술을 하셔서 다리가 조금 불편하신데, 이런 곳이라면 아빠와 올 수 있을 것 같다.
운동도 하셔야 되는데, 봄이 조금 지난 그 즈음 아빠랑 손잡고 거닐어 봐야지.
마음까지 건강하게 해서 돌아가야지.
사회생활을 너무 오래하다보니, 열정, 이라는 아이는 숨어버리고 없다. 그냥 하루하루를 사는 것일뿐.
내 무뎌진 열정을 찾아줄 것만 같은 곳, 찔레꽃 향이 가득한 충북 충주 하늘재.
연분홍 벚꽃 다음으로 좋았던 사진. 찔레꽃 향은 아쉽게도 맡아본 적이 없지만, 하얗게 몽글몽글 피어있는 귀여운 느낌만큼이나 달콤할까? 그러고 보니, 꽃 향기를 맡아본 것도 참으로 오래되었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품을 시간도 없이 밥벌이만 하고 살아가다니. 아까운 내 청춘. 새삼스레 신세한탄도 곁들여본다.
내가 바라보는 곳이 곧 앞이 된다. 조급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간이 더디게 가길 바라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느리게 가더라도 내 마음은 늘 변하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돌아보며 살았으면 좋겠다.
울산. 그렇게 멀리 있지도 않은데,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산책로가 꽤 많구나. 산책로만 구경해도 우리나라는 둘러볼 곳이 참 많네, 내년 한 해는 참 바쁘겠다! 가보고 싶은 곳이 이리도 많이 생겼으니! 일단, 해외여행 이전에 국내여행부터다!
이 구절을 보는 내내 왜 그렇게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하고, 뭉클했던지.
나도, J같은 사람이었다. 먼저 뒤돌아서 간 적이 없는 사람.
그런데, 자꾸 먼저 뒤돌아서려는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만큼 내 마음안에 여유가 없다는 거겠지. 그리고, 나보다 주변을 생각하던 내가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겠지.
이 구절을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변해버린 내모습이 서글퍼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그 옛날을 위해 발걸음을 할 수 있겠는지,
나 자신을 가만히 다독여본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아직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았어. 하고..
고층아파트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지인을 통해 알게된 능소화,가 참 반가웠다.
능소화, 라는 책을 보고서야 이 꽃의 존재를 알았는데 이 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니.
그것도 내가 사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능소화가 필 때 즈음, 연인의 손을 잡고 거닐어 보고 싶다.
향기로운 내음을 맡으며, 하늘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능소화 소설 속의 그 사랑을 기억하면서..
능소화가 잘 어울리는 여인,
나는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벽에 의지해 하늘을 보고 싶었던, 그리고 늘 변치않는 마음을 닮을 수 있을까,
눈이 멀게된다 하더라도,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이 곧은 그런 여인이 될 수 있을까,
그 길을 거닐며 능소화를 빤히 바라다 보고 싶다.
단풍이 드는, 그리고 낙엽 바스락 거리는 정취가 멋진 가을.
추억을 떠올리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언제 가장 행복했냐고 물으면 단연 지금이다.
예전에는 가족의 따뜻함 같은 건, 느껴본 적이 없는데 지금에야 조금 알 것 같다.
나의 따뜻한 잠자리를 위해 많이 고생하고 계시는 우리 아빠. 많이 사랑해요♡
가족을 부양한다는 것이, 무척 힘든 일임을. 나는 잘 안다. 회사생활을 일찍 시작한 것도,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된것도, 어찌보면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 였을 거다. 즐겁게 짊어지고 가자. 힘들어도 피를 나눈 사람들이고,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늘 내 편인 고마운 사람들이니까,
가을이 되면, 유독 울쩍해지거나 사람이 그립다. 그리고, 가슴 한 켠이 시큰해지고 감성적이 된다.
다른 계절보다 책이 가장 잘 읽히는 계절. 가을,
붉게 물드는 단풍, 떨어지는 낙엽을 보아도 이내 마음이 동요되는, 그런 계절.
머릿속에서 단풍잎이 마구 떨어지네요.
나는 마음먹고 단풍놀이를 간적이 없다. 가을이 되면, 이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들이 천지에 널렸기 때문이다.
은행 특유의 구린내. 은행잎을 책갈피로 삼고 싶어도 그 특유의 냄새가 나를 잡아끈다. 은행잎에도 냄새가 날 것 같아 잡으려다 멈칫.
그래도 빨갛고, 노랗고 색감들이 참 예쁘다. 낙엽의 바스락거림도, 시인이 되기에 충분한 정취.
원래 봄에 소개된 곳에 있는 사진인데, 나는 가을이라는 계절에 꺼내어 보았다.
그리운 사람은 아니지만, 그리운 동물. 나의 가족이었던 강아지, 복동이와 너무 많이 닮아있어서.
꼭 저렇게 슬퍼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복동이,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손가락 마디가 툭 하고 떨어질 것만 같이 얼어붙는 정말 추운 계절.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은 그 겨울.
하지만 눈이 있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겨울,
그 지루함을 깨우다
무거워보이는 눈의 이불을 덮고 있는 나무들. 내가 사는 지역은 눈이 오더라도 나무 특유의 색깔까지는 덮을 수 없어서
하얗게 변한 나무를 보고 싶은게 한번쯤은 소원이긴하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다는 그 풍경. 한 10년은 되었을까.
이 지역에서 그런 눈을 본 적이 없는게, 이번 겨울에는 눈 소식도 빨랐고, 다른 지역에는 펑펑 잘도 내리던데,
눈 때문에 오도가도 못할까봐 사진으로나마 만족해야겠다. 히~
바람의 화원 셋트장이었다는 이 곳, 경기 양평 고랭지.
김홍도가 그리워지는, 풍경. 정말 새하얗다. 뽀득뽀득 예쁘게도 소리나는 눈. 밟아보고 싶다. 사뿐사뿐
요즘은, 일상이 정말 무료하다. 추워서 그런지 아무것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저, 죽어서도 잘 수 있는 그 잠이 나에게 유일한 친구이다.
그 잠을 깨우는 장 그르니에!
유독 이번 겨울에 자주 만나는 작품. 장 그르니에의 <섬>
이 책에서도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눈이 번쩍 떠졌다.
이 책에는 책과, 음악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100점 만점에 100점!
요즘 시크릿 가든 김주원, 길라임의 서재가 인기를 끄는 만큼 이 책 또한, 나의 위시를 팍팍 늘려주는 보물상자였다.
내가 모르는 책도 어찌나 많던지, 나는 아직 여행자의 자세가 부족하다. 더 많이 둘러보고, 더 많이 즐겨야지.
그리고 소개된 책들을 하나씩 들고, 소개된 여행지로 떠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여태껏 만난 여행에세이 중, 단연 최고다!!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하는 나지만, 바다보다 산을 더 좋아지게 만들 것만 같았던 책.
산행, 걷기를 무지 좋아하는 나의 절친에게 선물해주기 위해 주문을 했다.
나는 마음에 들면, 여지없이 책을 뿌리는데 이 책 또한 많이 선물될 것 같다.
올해, 나의 절친과 당일치기지만 산도 타고, 바다도 보며 짧은 여행을 했었는데
내년에는 이 책을 깃발삼아 들고 다니며 또 즐거운 여행을 해야겠다.
한달에 한번이라도 가까운 곳, 여행해보자! 하는 친구와의 약속이 이 책을 통해 더욱 확실해질 생각을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내가 이 글에 담아낸 곳 이외에도 좋은 곳들이 많이 소개되어있다. 작가가 여행한 계절을 바탕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것은 작가가 그 계절에 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꼭 그 계절에 가지 않더라도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숙박이나 찾아가는 길, tip같은 것도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자료를 보고 가고 싶은 여행지는 더 자세하게 조사해서 여행한다면 각자 자신의 느낌이 묻어나는 여행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여행지에 어울릴만한 책과 음악도 곁들여져 있으니 그것들과 함께 여행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여행에세이에 책과 음악, 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으니 금상첨화.
걷고 싶은 사람~ 요기요기 붙어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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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첫 번째 걷기여행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