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夜심한 연극반」 - P286

한지수 - P284

《자정의 결혼식》 - P284

《헤밍웨이 사랑법》 - P284

《빠레, 살라맛 뽀》 - P284

《파묻힌 도시의 연인》 - P284

《40일의 발칙한 아내》 - P284

교토의 첫인상은 적막하면서도 소란스러웠다. - P286

오차야
일종의 고급 요릿집이다. 현실을 잊고 화려한 꿈의 세계를 즐기라는 뜻으로, 요즘도 교토의 오차야에서는 게이코들의 세련된 태도와 최고의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 P286

게이샤
예능에 종사하는 전통적인 기생으로, 공연과 작시 등 일본 예술에 능숙하다. 춤과 노래를 단련하는 십 대를 ‘마이코‘라고 부르고, 20세 이상을 ‘게이코‘ 라고 부른다. 요정이나 여관 등에서 이들을 부르면, 시간을 정해놓고 고객과 이야기를 해주거나 노래나 춤으로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 P286

내가 지금 기온 거리를 서성이는 이유는, 저 게이샤의 목소리를 닮은 오 분짜리 동영상 때문이다. - P287

아버지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은 건, 열흘 전이었다. - P287

나는 앞의 화면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뒤 화면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크로스디졸브를 좋아한다. - P287

"아버지께 죽었어요. 딸님, 찾아가세요." - P288

어눌한 말투로 보아 한글학교를 다닌 교포 2, 3세쯤 될 것이다. - P288

나는 아버지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는 유복자에 가까웠다. - P288

우토로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정부는 교토 우지시 우토로에 군 비행장을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했다. 당시 21만㎡(6000평)가량의 면적에 1300여 명의 조선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비행장 건설에 투입됐다. 일당은 잡곡 3홉이었다. 1945년 일본이 패전하자 징용자 일부는 뱃삯을 구하지 못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들은 우토로에 공터를 닦아 무허가 정착촌을 이루고 살았다. - P288

"우토로 오세요. 아버지 찾아가세요."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 P289

나는 올림픽 베이비다. 정확히 말하면, 88서울올림픽. - P289

아버지는 갓 태어난 내게 ‘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집을 나가버렸다고 한다. - P289

그런 아버지가 여성이 됐다는 말을 들은건, 스무 살 생일날이었다. - P289

여자가 보낸 동영상은 ‘야夜심한 연극반‘ 이라는 제목의 오 분짜리 영상이었다. - P290

우토로 주민센터 연극반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일을 마치고 늦은 밤에 연습했으므로 야심한 연극반‘이라고 합니다. - P290

한국말이었다. 대신 일어로 된 자막이 스크린에 떠올랐다. 배우는 객석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P291

배우가 그간에 익힌 발성법 등을 동원해서 자신의 이야기를풀어놓는 일종의 치료 요법 같았다. - P291

그러나 그 동영상은 내 짧은 인생을 통째로 흔들어 재배치를 시작했다. - P291

그 늙은 게이샤는 내 엄마였다. 코앞에 둔 귀한 손님이 ‘나‘인 적도 있었으니까. - P292

엄마에게서는 이 주일이 넘도록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나는 늘 그렇듯 기다릴 뿐이었다. 그 기다림은 일곱 살부터 시작된 엄마와의 암묵적 약속이었다. - P292

엄마는 같이 살자는 말 대신에 학교 기숙사로 돈을 보냈다. 나는 기숙사행 짐을 싸면서 생각했다. 엄마에게는 이미 오래전에 새로운 가족이 생긴 거라고. - P293

엄마는 가끔 ‘더 귀한 손님‘은 없는지 묻기도 했다. - P294

여자가 된 아빠의 팔짱을 끼고 신부 입장을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했다. - P295

내 그리움의 원형이던 우토로는 갑자기 숙제가 돼버렸다. - P296

서일본식산
이 부동산회사는 1989년 교토지방재판소에 우토로 주민들을 피고로 ‘건물 수거 토지 명도‘ 소송을 제기해 1998년 승소했다. 이에 우토로 주민들은 오사카 고등재판소 항소를 거쳐 최고재판소에 상고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후 일본의 양심 세력을 중심으로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 결성됐고, 우토로를 살리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 P296

"제가 우토로 주민이 된 건..… 우지시에 있는 딸아이의 외할머니 댁을 찾아왔다가, 한국 분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기에 이 마을에 와본 겁니다. 갓난애를 데리고 마땅히 갈 곳도 없었는데." - P297

붉은 기둥길 - P298

늘 엄마에게 묻고 싶었다. 왜 나와 같이 살지 않는지. - P298

과천에 있는 대안학교에 입학한 나는 어떤 할머니의 집에서생활했다. - P299

지금 생각하면 ‘별‘이라는 내 이름마저 무언가의 대안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내 존재는 가벼웠다. - P299

내가 고등학교에 올라가자, 할머니와는 서로의 외로움마저덜어주는 사이가 됐다. - P300

일찌감치 나를 버린 아버지에 대한 분노보다 나를 사랑해준엄마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는 사실을 그날 알았다. - P301

전두측두엽 치매 - P301

"제 딸에게 짐이 되기 전에, 이 몸뚱이를 치우려고 해요." - P301

일본 여자 준꼬와 결혼했습니다. 그녀는 나보다 네살이나 연상이었어요. 아내는 자주 가출을 했지요. - P302

내가 태어났을 때 집을 나간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라, 엄마였다. - P303

"아내는 아팠던 겁니다. 임신거부증은 치료받아야 하는 질병이거든요, 저는 딸을 안고 아내의 고향을 찾아 우지시에 왔다가, 이렇게 우토로 주민으로 살아남았습니다." - P303

나는 엄마 몰래 살아남아 기어코 세상에 왔다. 그리고 아버지의 짐이 되어 살아남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사라졌다. - P303

주카이숲
일본 후지산 기슭에 있는 숲으로, 자살자와 많은 유골이 발견돼 일명 ‘자살 숲‘으로도 불린다. 한때는 이 숲에서 죽은 사람들의 사체와 유류품들의 사진을 올려놓은 ‘주카이의 유실물‘ 이라는 웹사이트도 존재했다. - P304

여섯 시 정각이 되자, 병풍 앞으로 마이코와 게이코가 부채를들고 등장했다. - P305

죽은 후에도 인터넷 세상에서 ‘야심한 연극반‘의 남자 게이샤로 떠돌게 될 아버지가 말했다. - P306

나는 아버지로 인해 태어났다. 엄마 자궁에서 살아남았을 때가 아니라. 아버지가 엄마 옷을 입은 그 순간, ‘별‘이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에 로그인하게 된 것이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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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에서」 🔭 - P161

집을 치우다 보니 오래된 앨범이 나왔다. - P163

13년 전 가을, 나는 열여덟 살이었다. 그리고 유스케는 열아홉살이었다. - P163

동급생 중에 유스케가 가장 나이가 많고 내가 가장 어린 셈이었다. - P164

원래는 나 혼자 여행을 떠날 작정이었다. - P165

"서로 정반대 경로로 도는 거야. 그래서 나중에 누가 더 재미있는 여행을 했는지 겨뤄보자고." - P165

따로 행동하기로 했지만 출발은 같이 하기로 했다. - P166

"아무튼 너무 무리는 하지 마라. 나홀로 여행이라니, 너한테는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거니까." - P167

그래서 늘 남의 뒤에 숨어 있었으니까. 그 남이라는 건 대개 유스케였고, 덕분에 그는 친구가 의지하는 그릇이 큰 청년 역할을 해낼 수 있었으니까. - P168

유스케는 늘 리더 역할이었고 나를 조수나 졸병처럼 취급했다. - P168

하지만 이제 와서 차분히 돌이켜보면 유스케가 내게 그런 역할을 맡긴 것은 단순히 이성을 의식했기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 P169

적어도 유스케 자신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우월감을 맛볼 수있는 것이다. - P170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정신적으로 나 자신을 강인하게 단련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십수 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유스케와 나 사이의 역학관계를 청산하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다. - P171

하지만 통로 중간에서 그를 돌아보았을 때 한순간 불안한 기색을 드러낸 것은 뜻밖이었다. - P172

어쩌면 나를 바꿀 만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 P173

그래, 이게 동해구나 싶었지만 기대한 충격도 감동도 느껴지지 않아 슬그머니 맥이 풀렸다. - P174

"혼자 여행하시는 건가요?" - P175

"그렇다기보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걸 해 두려고요."

"여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맞아요. 여기는 숨은 명소죠. 특히이 등대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최고예요.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 P177

등대지기 남자는 고이즈미 - P177

태평양 쪽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에서 태양이 솟아오르는 건 봐도 가라앉는 건 보지 못하니까. - P178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면서 아까부터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것은 그가 한 말이었다. 어떻게 내가 막차를 타고 온 걸 알고 있는 것일까? - P179

그가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을 리 없지 않은가. - P180

바다에 면한 비탈길 중턱에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 P181

등대에 묵는 정도면 나 홀로 여행의 에피소드로 조금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82

게다가 유스케는 나를 제대로 된 숙소가 아니면 묵지 못하는 도련님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 P182

"여행을 한다고 해서 억지로 그 지역의 명물을 찾으려고 할 필요는 없지요. 그런 건 단순한 자기만족이에요. 중요한 건 어떤 느낌을 받느냐 하는 거죠." - P183

X역행 임시 버스 - P184

학생이 혼자 여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도와주려 했는데 그 호의를 저버렸다는 생각에 화가 난 것일까? - P185

"흠, 나는 일본술밖에 마시지 않아. 위스키니 브랜디니 하는 건 비싸기만 하지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 P186

그 아이의 아버지가 해외근무를 나가게 돼서 자연스레 걔도 미국 대학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그 후로는 만나지 못했고요. - P187

우리의 이별 의식 - P188

이 등대지기와 함께 있는 것이 점차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 P188

그는 몇 초 동안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보았다. - P190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려니 까무룩 잠이 드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야 술기운이 도는 모양이었다. - P191

생각해 보면 그가 생면부지 학생에게 친절히 대할 이유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 P192

그러면서 찾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취향의 젊은 남자를. - P192

내게 유일한 희망은, 그가 아직 힘으로 욕망을 채우려 하지 않고 먹이가 얌전히 숙면에 빠지기를 기다려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 P193

배낭을 짊어진 채 죽을 힘을 다해 그것을 타넘었다. - P194

등대 밑이 어둡다. - P194

아직 오지 않은 유스케를 기다리면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어떻게 얘기할지 생각을 정리했다. - P195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도가 지나친, 악의가 깃든 계획이었지만 그 생각이 내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 P196

도호쿠를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한테는 전설적인 장소라나 봐. - P197

유스케가 화장실에 간 사이 그의 배낭에서 버번 병을 찾아 늘 가지고 다니는 수면제를 넣어둔 것이다. - P198

모리오카에서는 메밀국수 식당을 겸하는 여관에 묵었다. - P198

그 기사가 지금 이 앨범에 붙어 있는 것이다. - P199

앨범을 덮기 전에 다시 한번 오래된 기사를 읽어보았다. 작은 곳의 등대지기가 살해된 사건을 보도한 기사다. - P199

임시 숙소 담요에는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액이 묻어 있었다. - P200

어쨌든 나와 유스케의 좋은 관계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 P200

친한 친구에게만 알려주는 비일 여행지 〈등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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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되어주오」 - P258

천운영 - P256

《바늘》 - P256

《명랑》 - P256

《그녀의 눈물 사용법》 - P256

《엄마도 아시다시피》 - P256

《생강》 - P256

《잘 가라, 서커스》 - P256

각자 저 좋아하는 곳에서 저 하고 싶은 대로하면서 살고 싶다. - P258

그러면 내 아버지가 이렇게 정리할 생각이었다.
이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 - P258

오십 년 부부 관계가 그렇게 끝이 났다. 낙제점을 받아 합격증을 챙긴 셈이었다. - P259

나 안 버릴 거지?
어머니는 그저 피식 웃었다. 아버지가 재차 물었다.
진짜 버리는 거 아니지? - P259

자식들이 자리를 찾아 앉고, 음식을 시키기도 전에, 아버지는 이혼을 공표했다. - P260

아버지는 떠나온 지 육십 년 만에 고향을 찾았고, 폐가를 포함한 천 평의 대나무 밭을 구입한 다음, 삼 년에 거쳐 터를 닦고 축대를 세우고 집을 지었다. - P260

아버지는 자신의 과오들을 덮기 위해 시나리오를 짰는지도 몰랐다. - P261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향해, 그러게 평소에 좀 잘하고 살지 그러셨냐고,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 P262

내친김에 그동안 내 어머니가 감내해왔던 희생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 P262

나는 좀 억울했다. 단지 어머니 편에 섰을 뿐인데, 꿈에서라도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어머니에게서 듣다니. - P263

나는 혼자 남았다. 내가 배웅을 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나를 두고 떠난 것 같았다. 그제야 나는 아버지의 두려움이 이해됐다. - P264

어머니는 스물한 살에 나를 낳았다. 결혼식은 그로부터 육 개월뒤 신문회관에서 치렀다. - P264

어머니와 아버지는 직장에서 만났다. - P265

어머니는 문선공이었다. - P266

어머니에게 첫 사회생활은 호칭만 바뀐 여고생활의 연장이었다. - P266

그때 빈대떡이라는 걸 처음 먹어봤네. - P267

아버지는 문선부 한자 파트에서 일했다. - P268

군대를 마치고 어머니보다 두 달 먼저 입사한 아버지는, 새로들어온 문선부 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인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중에 단연 어머니가 눈에 띄었다. - P268

나하고 연애합시다, 명자 씨. 어머니는 당황했다. - P269

어머니는 임신 육 개월이 될 때까지 내 존재를 깨닫지 못했다. 그만큼 무지했고 미숙했다. - P270

그때 나를 살린 것은 아버지의 두려움이었다. 대기실에서 수술 차례를 기다리던 아버지는 무서웠다. - P270

4개월 후 나는 서울에서 제일 좋은 산부인과에서 태어난다. - P271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내가 태어난 것을 알렸다. 태어난 일과 시를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 P271

편지에는 내 이름과 함께 딱 한 문장만 적혀있었다.
삼칠일 지나 오니라.
할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 P272

밝을 명에 자식 자를 써서 명자라 이름 짓고, 같은 이름의 나무를 구해와 마당에 심었다. 애기씨나무, 명자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 P273

어머니는 할아버지를 지키는 파수꾼, 문지기가 될 것이었다. - P274

어머니와 함께 있어서 한눈을 팔지 못할 거라는 자매들의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할아버지 곁에는 늘 어머니가 있었다. - P275

할아버지가 옛 노래를 흥얼거리면 어머니가 박자를 맞췄다. - P276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명대로 삼칠일이 지나자마자 길을 나섰다. - P277

눈빛이 좋으니 되었다.
그 순간 맞아 죽을 각오로 문지방을 넘었다던 아버지는, 울었다.
생애 처음 받아본 믿음과 인정이었다. - P278

이제부터 네가 저 사람 아버지가 되어줘라.
어머니는 그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 - P279

사랑을 주는 아버지도 없고 뒤를 봐주는 엄마도 없고. - P279

난 희생한 적 없어. 그냥 하루하루 사랑하면서 살았지. 내가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네가 그걸 그저 희생으로만 생각했다면, 그게 그저 희생과 인내였다면, 그보다 슬픈 일은 없을 거야. - P280

나는 어머니에게 배웠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 P281

그런데 아버지는 내 어머니에게서 정말 뭔가를 배우긴 했을까. 사랑을 받는 법을 사랑을 주는 법을. 어머니가 가르치려 했던모든 것을. - P282

완벽한 날에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런 날에 네가 생긴 거야. 완벽한 날에. - P283

완벽한 하루였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아름답고도 사랑스러운, 오얏꽃 피던 밤이었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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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날, 건물 입구에서 운 좋게도 바로 택시를 잡았다. 완벽한 날이다. - P267

동네를 벗어나려는 찰나 노점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305호가 보였다. 잔뜩 승리감에 취해 이 동네와의 마지막 감정을 정리하고 싶었다. - P267

겉으로는 세 보이고 당당해 보이지만 마음은 물렁해서 상하기 쉽다. - P268

평소와 달리 택시기사의 재미없는 질문에도 전부 대꾸해줄만큼 상쾌한 기분이었다. - P269

302호 우편함을 뒤적이고 있었어요. - P271

또렷하던 글씨가 녹아내려서 고개를 창가로 돌리니 도시의모습도 녹아내린다. - P271

돈에는 이름도 안 쓰여 있잖아. 주인도 없는 돈, 주인 만들어주겠다는 것뿐이야. 아니지, 내 걸 도로 찾아가는 거야. - P272

어차피 너 경찰서에도 못 가잖아. 잠깐 자고 일어나면 돼. 아버지, 그냥 여성 노숙자 쉼터에 내려다주죠? - P273

옅은 의식이 분노로 가득 차자 화염이 일었다. - P274

툭, 모든 연결은 끊기고 나는 꺼졌다. - P274

에필로그 - P275

The Third Eye. - P277

제 3의 눈, 내 절망을 가리기 위한 눈은 오히려 내 브랜드가 됐다. - P277

오늘은 브랜드 아래에 슬로건을 추가했다. ‘More than meets the eye.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 P277

서로 무관심하게 떨어져 살지만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운명공동체일 것이다. - P278

처음 터널의 입구는 넓었다. 터널의 끝에는 달콤한 성공이 날기다리고 있었다. - P279

306호 아주머니와 함께 있던 남자의 자동차번호예요.
택시였어요. - P280

너무 걱정돼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요. - P280

저 물고기들은 304호를 찌를 흉기였다가 각성제였다가 금세정성스런 선물로 변했다. - P281

자연의 법칙은 강한 자가 살아남지만, 문명의 법칙은 깨닫는 자가 강하다고 - P281

내 죄책감과 양심이 저 물고기 인형들처럼 예쁠 순 없지만 마음을 다잡으려면 평생을 간직해야 한다. - P282

작은 물고기 파편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바닥에는 놀라운광경이 펼쳐졌다. - P283

304호 어머니와 잠깐 연락이 됐지만 알리바이가 밝혀지자마자 연락을 끊더군요. 아마도 장애를 가진 딸이 숨기고 싶은 존재였나 봅니다. - P284

304호 어머니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아니, 내다 버렸다. 숨긴 자식도 바닥에 반짝이는 물건들의 소유권도 전부 다. - P284

나는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 P285

똑, 똑, 똑, 똑,
첫 방문일 때는 노크 네 번이 적당하다.
두 번은 친근한 사이일 때,
세 번은 안면이 있을 때.

유령처럼 조용히 사는 여성들이 모인 원룸 건물.

실패라는 무거운 공포가 깔린 이곳에는 원칙이 있다.

서로의 사생활을 알지만 절대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룰.

닿을 듯 닿지 않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합의.

스스로를 지키는 것 외에 타인의 영역에 무관심해야 하는 생존 법칙.

그러나 어디에든 법칙을 깨려는 자들이 있다.

생존이라는 명분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그런 사람들이……..

"벼랑 끝에 몰리면 사람이 짐승이 되기도 하니까요."

궁지에 몰린 여섯 명의 여자들, 그리고 한 남자의 죽음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들을 몰아붙이는 놀라운 필력 !

Kㅡ미스터리의 새로운 스토리텔러

케이시 장편소설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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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무당이 무슨 상관있나요? 미래를 알면 왜 301호는 이동네에 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 P240

"내가 말하는 것은 사회나 기술적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미래를 말하는 겁니다. 인간의 팔자, 운명 같은 거 말입니다." - P241

여기서 지박령이 되면 306호처럼 늙어 죽는 거예요. - P242

"나는 은행을 절대 안 믿습니다. 그래서 점을 봐줄 때도 현금으로만 받습니다. 돈에도 귀신이 붙어 있으니까." - P243

"돈을 귀신에게 보여주면 더 많이 갖고 싶어 합니다. 사람의습성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귀신도 사람이었으니까요." - P243

301호는 부자가 된다는 의식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왜 동네를 안떠나는 줄 알아요? 힘든 영혼들이, 너무 많아. - P244

같은 햇살을 맞는 것만으로도 강한 연대감을 느꼈다. - P245

"귀신이 돈맛을 보면 정신 못 차립니다. 돈이 있으면 재앙이있지만 돈이 없으면 더 큰 재앙이 찾아오는 법이지요." - P246

10여 분 동안 301호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해괴해 보이기까지 하는 의식은 비교적 빠르게 끝났다. - P247

"원래 첫 번째 파도보다 두 번째 파도가 큰 법입니다. 내일은더 많은 귀신을 부를 테니 더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해주세요." - P248

말리부에 오렌지 주스 섞으면 음료수 같아서 술술 잘 넘어가요. 저도 잠이 안 오면 종종 마셔요. - P248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303호가 남자를 두 명이나 만나는게 정말 부러웠다니까요." - P249

"실은, 옆집이라 다 들렸어요. 한 남자는 거칠고, 또 한 남자는 다정하게 애무도 오래하고..…." - P250

"근데 어제 말했던 이 집에 살던 사람 말이에요. 어떤 사람이었어요? 계속 생각나서요. 궁금해서 잠도 못 잤어요." - P251

"사실은 여기서 살던 여자가 생활고로 자살했거든요. 경찰이그랬는데 통장에 잔고가 아예 없었대요. 사업에 실패한 건지, 방탕한 생활을 한 건지." - P252

"저도 한동안 힘들었죠. 지금도 생각나요. 정말 착한 친구였는데..." - P253

나는 소파에 앉아 이사할 계획을 세우며 공상에 빠졌다. 새로사귄 친구들을 보니 문득 오빠 가족이 보고 싶었다. - P254

나는 순간 겁에 질려 온몸이 굳어버렸다.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눈동자만 정처 없이 흔들렸다. - P255

많이도 썼다 싶어 술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주머니에 엽서를 구겨 넣었다. - P256

302호에 있는 돈은 다 내 것이다. 어차피 돈에는 이름이 없고, 내 트렁크에 모두 옮기 담았으니 내 돈이다. 남자친구의 보험금도 어차피 내 것이다. 2년을 기다렸는데 그 이상을 못 기다릴 이유도 없다. - P257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에 파쇼나토, 빠르고 힘차게. - P257

텐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성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 - P258

A 씨는 친구들을 늦게 발견했다는 자책감에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심리 치료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P258

301호  [ 302호 ]  303호
306호    305호    304호 - P259

나는 친구를 잃은 피해자, 운 좋은 생존자가 되어 있었다. - P259

심리상담사와 오랜 시간 이야기할 생각에 작은 기쁨이 피어올랐다. 그동안 너무 대화 없이 살아온 나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 P260

사고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 P261

303호의 복지관 동료들, 301호의 오랜 고객으로 보이는 몇몇, 그 사이로 경찰과 건물주, 306호의 모습도 보였다. - P261

301호의 가족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303호의 가족은 장례식이 끝날 즈음에야 얼굴을 비췄다. - P262

그마저도 303호의 얼마 안되는 유산을 가족별 지분으로 나누는 몰염치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역시 가족은 필요 없는 존재였다. - P262

날 것 그대로, 편집되지 않은 전체를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 P263

나를 계속 다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한다. - P263

나를 해치려는 전남자친구를 해결한 것도, 날 이용하기만 하는 오빠 가족들을 떼어놓은 것도 고기와 가스였다. - P264

내가 이 세상의 일원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연결고리다. - P265

마음 약해지기 전에 오빠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 모두 나를 이용하려는 포식자들이다. - P265

그동안 미뤄둔 조울증과 망상장애 치료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 P265

난 인정받는 디자이너, 정글의 생존자이며, 무엇보다 침략자들로부터 내 영역을 지켜낸 승리자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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