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되어주오」 - P258

천운영 - P256

《바늘》 - P256

《명랑》 - P256

《그녀의 눈물 사용법》 - P256

《엄마도 아시다시피》 - P256

《생강》 - P256

《잘 가라, 서커스》 - P256

각자 저 좋아하는 곳에서 저 하고 싶은 대로하면서 살고 싶다. - P258

그러면 내 아버지가 이렇게 정리할 생각이었다.
이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 - P258

오십 년 부부 관계가 그렇게 끝이 났다. 낙제점을 받아 합격증을 챙긴 셈이었다. - P259

나 안 버릴 거지?
어머니는 그저 피식 웃었다. 아버지가 재차 물었다.
진짜 버리는 거 아니지? - P259

자식들이 자리를 찾아 앉고, 음식을 시키기도 전에, 아버지는 이혼을 공표했다. - P260

아버지는 떠나온 지 육십 년 만에 고향을 찾았고, 폐가를 포함한 천 평의 대나무 밭을 구입한 다음, 삼 년에 거쳐 터를 닦고 축대를 세우고 집을 지었다. - P260

아버지는 자신의 과오들을 덮기 위해 시나리오를 짰는지도 몰랐다. - P261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향해, 그러게 평소에 좀 잘하고 살지 그러셨냐고,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 P262

내친김에 그동안 내 어머니가 감내해왔던 희생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 P262

나는 좀 억울했다. 단지 어머니 편에 섰을 뿐인데, 꿈에서라도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어머니에게서 듣다니. - P263

나는 혼자 남았다. 내가 배웅을 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나를 두고 떠난 것 같았다. 그제야 나는 아버지의 두려움이 이해됐다. - P264

어머니는 스물한 살에 나를 낳았다. 결혼식은 그로부터 육 개월뒤 신문회관에서 치렀다. - P264

어머니와 아버지는 직장에서 만났다. - P265

어머니는 문선공이었다. - P266

어머니에게 첫 사회생활은 호칭만 바뀐 여고생활의 연장이었다. - P266

그때 빈대떡이라는 걸 처음 먹어봤네. - P267

아버지는 문선부 한자 파트에서 일했다. - P268

군대를 마치고 어머니보다 두 달 먼저 입사한 아버지는, 새로들어온 문선부 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인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중에 단연 어머니가 눈에 띄었다. - P268

나하고 연애합시다, 명자 씨. 어머니는 당황했다. - P269

어머니는 임신 육 개월이 될 때까지 내 존재를 깨닫지 못했다. 그만큼 무지했고 미숙했다. - P270

그때 나를 살린 것은 아버지의 두려움이었다. 대기실에서 수술 차례를 기다리던 아버지는 무서웠다. - P270

4개월 후 나는 서울에서 제일 좋은 산부인과에서 태어난다. - P271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내가 태어난 것을 알렸다. 태어난 일과 시를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 P271

편지에는 내 이름과 함께 딱 한 문장만 적혀있었다.
삼칠일 지나 오니라.
할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 P272

밝을 명에 자식 자를 써서 명자라 이름 짓고, 같은 이름의 나무를 구해와 마당에 심었다. 애기씨나무, 명자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 P273

어머니는 할아버지를 지키는 파수꾼, 문지기가 될 것이었다. - P274

어머니와 함께 있어서 한눈을 팔지 못할 거라는 자매들의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할아버지 곁에는 늘 어머니가 있었다. - P275

할아버지가 옛 노래를 흥얼거리면 어머니가 박자를 맞췄다. - P276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명대로 삼칠일이 지나자마자 길을 나섰다. - P277

눈빛이 좋으니 되었다.
그 순간 맞아 죽을 각오로 문지방을 넘었다던 아버지는, 울었다.
생애 처음 받아본 믿음과 인정이었다. - P278

이제부터 네가 저 사람 아버지가 되어줘라.
어머니는 그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 - P279

사랑을 주는 아버지도 없고 뒤를 봐주는 엄마도 없고. - P279

난 희생한 적 없어. 그냥 하루하루 사랑하면서 살았지. 내가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네가 그걸 그저 희생으로만 생각했다면, 그게 그저 희생과 인내였다면, 그보다 슬픈 일은 없을 거야. - P280

나는 어머니에게 배웠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 P281

그런데 아버지는 내 어머니에게서 정말 뭔가를 배우긴 했을까. 사랑을 받는 법을 사랑을 주는 법을. 어머니가 가르치려 했던모든 것을. - P282

완벽한 날에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런 날에 네가 생긴 거야. 완벽한 날에. - P283

완벽한 하루였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아름답고도 사랑스러운, 오얏꽃 피던 밤이었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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